진흙속의연꽃

절에서 음력보름날은 아무 날도 아닌 것일까?

담마다사 이병욱 2024. 2. 5. 08:41

절에서 음력보름날은 아무 날도 아닌 것일까?

 

 

오늘 아침 머리가 복잡해졌다. 내가 너무 경솔한 것 같았다. 충분히 알아 보고 결정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바꿀 수 없다. 그대로 나가야 한다.

 

어제 천장사에 갔었다. 입춘법회가 있었다. 입춘과 일요일이 겹쳐서 많은 사람들이 왔다. 더구나 날도 좋았다. 그제 비가 왔고 오늘 비가 오고 있다. 어제는 청명했다. 그래서인지 마을 노보살들도 대거 참석했다.

 

천장사에는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간다. 매주 일요일에 일요법회가 있지만 거리가 멀어서 매주 가지 못한다. 부처님오신날, 방생법회, 반철법회, 백중, 달빛다회 등 특별한 날 등 특별한 날에 가서 우의를 다진다.

 

어제 천장사 책 소개를 하겠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천장사에 다니면서 쓴 글을 모아 책으로 만들 것이다. 목차를 만들고 서문만 쓰면 책이 완성된다. 문제는 언제 책을 나누어주는가에 대한 것이다.

 

음력으로 보름날은 동안거 해제날이다. 동안거 입제와 함께 매우 중요한 날로 알고 있다. 안거 중간기간에는 반철이라 하여 반철법회가 있다. 회주 웅산스님이 법문한다. 그렇다면 해제날 법회도 있을까?

 

모르면 물어 보아야 한다. 자의적으로 판단했을 때 실수할 수 있다. 해제날 해제법회가 있는지 물어 보았어야 했다. 지금 생각난 것이다.

 

 

해제날 선방스님들은 모두 떠난다. 내가 알고 있기로 해제날 전날 수덕사에 모여 해제법회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해제날 당일날에는 해제법회가 있어서 뜻 깊은 날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책 소개하는 날을 해제날인 음력보름날인 224일 10시로 잡았다.

 

224일은 토요일이다. 천장사에서는 일요일에 일요법회를 한다. 토요일에는 법회가 없는 날이다. 그럼에도 음력보름이 해제날이라고 224일 토요일 책 소개 하겠다고 말했다.

 

천장사에서는 스님과 신도가 모여서 일정을 결정한다. 어제 결정된 사항이 있었다. 방생법회는 47일날 하기로 했다. 원래 음력으로 삼월삼짓날은 411일 목요일이다. 평일이어서 곤란하다. 생일잔치도 일요일에 하려면 당겨서 한다. 지나서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방생법회도 당겨서 47일 일요일날 하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음력보름날 행사에 대한 것이다.

 

 

불교 행사에 대하여 잘 모른다. 내 판단으로 동안거 해제날은 매우 중요한 명절중의 하나로 보았다. 이는 하안거 해제날이 백중으로서 불교에서 최대 명절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동급으로 본 것이다.

 

동안거 해제날은 백중날 못지 않게 중요한 날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사람들 반응이 시큰둥했다. 순간 당황했다. 동안거 해제날이 하안거 해제날과 비중이 다름을 어렴풋이 감지한 것이다.

 

토요일은 교통이 매우 막힌다. 천장사에서 일요법회를 토요일로 바꾸었다고 다시 일요일로 환원한 것도 교통문제 때문이다. 음력보름날 책 소개 행사를 가지게 되면 토요일이 된다. 이런 이유로 일요법회를 토요일로 하기로 했다. 내 뜻대로 된 것이다.

 

오늘 아침 머리가 복잡해졌다. 책 소개 날을 내뜻대로 관철시켰으나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았다. 원칙을 파괴한 것 같았다. 과연 토요일에 얼마나 올지도 걱정되었다.

 

스님에게 미리 물어보고 결정했어야 했다. 그렇다고 한번 결정된 것을 뒤집을 수도 없다. 어제 입춘날 사람들이 많이 왔지만 224일 토요일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보장은 없다.

 

책은 30권 준비하기로 했다. 30명 올 것을 감안하고 음력보름날 하자고 했다. 그날이 해제날이어서 뜻 깊은 날이 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분위기는 그런 것 같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는 사람들을 천장사에 초대하는 방법 밖에 없다.

 

행사가 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카톡으로 상황을 알려 주고 도움을 청하면 들어 주는 사람들이 있다. 224일 천장사에 와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사람이 위기에 처했을 때 도와 줄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친구일 것이다. 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될 것 같다. 천장사 순례 명목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한 차로 오게 될지 모른다. 이전에도 그랬기 때문이다. 자신의 승용차에 사람을 태워서 오는 것이다. 절에서 음력보름날은 정말 아무 날도 아닌 것일까?

 

 

2024-02-0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