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닭반마리쌀국수, 차제매식 57 신머이쌀국수

담마다사 이병욱 2024. 4. 25. 14:02

닭반마리쌀국수, 차제매식 57 신머이쌀국수
 
 
훌륭한 음식을 대할 때가 있다. 그 때 가족 생각이 난다. 이 좋은 음식을 혼자서 먹기 아까운 것이다. 또한 훌륭한 음식을 대할 때 죄스런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이 좋은 것을 먹어도 되는지에 대한 것이다.
 
며칠전 점심을 먹기 위해서 안양로 이면도로를 배회했다. 마침 눈에 띄는 메뉴가 포착되었다. 닭반마리쌀국수라는 말이 눈에 띄었다. 닭반마리라는 말이 가장 와 닿았다. 그러나 공사중이었다. 새로 식당을 오픈하기 위한 준비작업이 한창이었다.
 
오늘 오전 글 한편 완성하고 명학공원 산책 갔다. 공원을 몇 바퀴 돌다가 허기를 느껴 점심식사하고자 했다. 오늘은 어디서 먹어야 할까? 마침 며칠전 쌀국수집이 떠올랐다. 지금쯤 오픈 했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쌀국수집은 영업중이었다. 간판을 보니 ‘신머이쌀국수’이다. 여기서 신머이는 무슨 뜻일까? 아마 베트남 어느 지역 이름일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 닭반마리라는 말이 강하게 끌렸다.
 
현재 만안구청 주변 상권에서 쌀국수집은 두 곳이다. 한 곳은 명학역 육교 근처에 있는 ‘베트남’ 쌀국수집이다. 베트남 사람이 직접 운영한다. 처음에는 손님이 없었으나 어느 날 가보니 줄이 서 있다.
 
이번에 새로 문을 연 신머이쌀국수는 한국사람이 운영한다. 마치 한식을 베트남 사람이 운영하는 것과 같다. 아마도 한국화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베트남 쌀국수 특유의 향내가 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닭반마리쌀국수는 비싸지 않다. 금액은 7,900원이다. 이 가격에 닭반마리라니 믿겨지지 않았다.
 
차제매식하고 있다. 사무실 반경 사오백미터에 있는 식당은 한번쯤 가보자는 것이다. 새로 오픈 된 식당은 일순위 대상이 된다.
 

 
식당은 크지 않다. 테이블이 열 개 가량 된다. 새로 오픈해서일까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대기표를 받고 10분 가량 기다렸다.
 
마침내 기다리던 쌀국수가 나왔다. 정말 닭반마리가 들어 있었다. 삼계탕용 작은 닭이다. 큰 그릇에 가득 담겨 있다.
 
쌀국수가 한국화 되면 본래의 맛을 잃어 버리는 것 같다. 명학역 근처의 베트남 쌀국수와 비교하여 특유의 향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닭반마리가 보상해 주고도 남는다.
 

 
국물맛이 좋다. 육수를 먹으니 속이 후련하다. 더구나 잘 익은 영계는 부드럽다. 느끼한 것도 없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접하자 가족생각이 났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자 죄스런 마음도 들었다.
 
세상에 호사를 누리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외국에 가서 사는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한국과 외국을 오가며 사는 것이다. 주로 여유계층에서 볼 수 있다. 정년을 맞아서 은퇴한 자들이다. 행운의 세대라 아니할 수 없다.
 
요즘 연금개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현 정부의 개혁과제라고 한다. 그러나 연금개혁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런가? 기득권층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연금은 어느 시점에서 고갈될 것이라고 한다. 노령인구는 늘어나고 젊은 층은 줄어드는 이때 연금생활자들은 천상의 삶을 누리고 있다. 반면 젊은 사람들의 미래는 어둡다. 기성세대가 다 빼먹고 나면 먹을 것이 없는 것이다.
 
언젠가 젊은 세대가 분노할 것이다.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의 투표를 할지 모른다. 연금고갈이 뻔히 보임에도 내버려 둔다면 공멸하게 될 것이다.
 
행운의 세대가 있다. 아마도 전쟁이 끝나고 태어난 세대가 아닐까 한다. 이른바 베이비붐세대를 말한다.
 
현재 베이비붐 세대는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있다. 그렇다고 모두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연금이든, 사학연금이든, 군인연금이든 풍족한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코로나 때의 일이다. 그때 대불련에서 차를 하나 전세내어서 김동수 열사 추모제에 갔었다. 대불련 출신은 아니지만 따라갔다. 그때 어느 칠십 가까운 사람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점심값을 모두 다 냈다. 그것도 만사천원하는 갈비탕을 말한다.
 
보시를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 사람 덕에 점심을 공짜로 잘 얻어 먹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돈 쓸데가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 시기라 여행도 갈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연금이 매달 차곡차곡 쌓여서 엄청나게 축적되었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세계를 몰라서 그렇지 그들은 그들만의 세계에서는 천상과도 같은 삶을 사는 것이다. 이는 먹는 것, 자는 곳, 타는 것에서 차별화 된다.
 
오늘 닭반마리쌀국수를 먹으면서 가족생각이 났고 죄스런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맛있는 것을 혼자서 먹어도 되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가격은 고작 7,900원이다.
 

 
쌀국수 7,900원에 입이 호강했다. 정말 닭반마리가 들어 있어서 다 먹지 못했다. 조금 남겼다. 그런데 나도 모르는 데서는 이 보다 더 큰 호사를 부리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천국처럼 살면 죽을 때 억울할 것 같다. 이것저것 많은 것을 소유한 자들은 놓고 가기 싫을 것이다. 금요니까야시간에 도현스님이 말한 것이 생각난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사람 중에는 “내가 왜 죽어야 해요.”라며 억울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다 죽는다. 죽는다는 것은 소유한 것을 가져 가지 못한다는 말과 같다. 가진 것이 많은 자는 죽기 싫은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내려 놓는 자는 편안한 죽음을 맞이한다고 말한다.
 
가장 바람직한 삶은 청정하게 사는 것이다. 집에서 집 없는 곳으로 출가하여 탁발하며 사는 것이 가장 청정한 삶이라고 본다. 이는 다름 아닌 무소유의 실천이다. 재물을 가지지 않는 무소유뿐만 아니라 번뇌도 가지지 않는 무소유가 되는 것이다.
 
너무 편하게 살면 죄스럽다. 너무 맛있는 것 먹어도 죄스러운 것 같다. 이제까지 지은 공덕을 모두 다 까먹고 새로운 공덕을 짓지 않았을 때 가진 것이 없게 된다. 정신적으로 가난한 자가 되는 것이다.
 
더우면 더운 대로 살아야 한다. 추우면 추운 대로 살아야 한다. 춥다고 남쪽나라에 가서 살고, 덥다고 북쪽나라에 가서 산다면 죄스럽게 사는 것이 된다. 풍족한 연금을 자신의 감각적 쾌락를 즐기는 데에만 사용한다면 비난 받을 것이다.
 
오늘 잘 먹은 한끼는 삶의 활력소가 된다. 평소 지하구내 식당에서 식사하지만 밖에서도 식사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가보지 않은 식당을 찾게 된다. 지역에 있는 식당은 다 가보기로 한 것이다.
 
지역에 있는 가게는 지역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지역에 사는 사람이 이용하지 않으면 누가 이용해 줄까? 멀리 타지 사람이 오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지역에 있는 식당은 물론 꽃집, 사진관, 시계점, 옷가게 등을 한번쯤 이용해야 한다.
 
오늘도 페이스북에서는 풍족한 사람들이 해외여행 이야기를 올려 놓는다. 풍족한 연금생활자인 것 같다. 철마다 나가는 그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부럽고 또 한편으로는 질투가 샘솟는다.
 
연금은 자신이 낸 것을 타간다고 말한다. 그러나 결국 젊은 세대가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안락을 위해서 외화를 낭비하는 삶을 산다면 비난 받아 마땅할 것이다. 젊은 세대가 분노하기 전에 하루바삐 연금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2024-04-2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