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권 진흙속의연꽃 2021 I,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아 두고자
싱그러운 5월 1일의 아침이다. 오늘 노동절이다. 근로자의 날이라고도 한다. 노동절의 의미를 안 것은 직장 다닐 때이다. 근로자의 날이라고 하여 하루 쉬는 것에서 노동절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도 변함 없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아침 여섯 시가 되기 전에 일어나야 한다. 여섯 시가 넘으면 게으른 것으로 본다. 샤워를 하고 먹을 것을 챙긴다.
오늘부터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밀린다팡하 교정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지난주 금요일 금요니까야 모임에서 전재성 선생으로부터 교정본을 받았는데 아직 보지 못했다. 오늘 새벽 처음으로 열어 보았다.
어떻게 해야 교정작업을 잘 할 수 있을까? 주어진 시간은 두 달 이내이다. 8백 페이지가량 되는 책을 다 보려면 밤낮으로 봐야 한다. 틈만 나면 읽어 보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집에서도 보고 백권당에서도 보아야 한다.
밀린다팡하 교정본을 배낭에 넣고 다니기로 했다. 집과 사무실에서 보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
배낭은 늘 메고 다닌다. 작년부터 시작되었다. 등산용 배낭과는 다른 일종의 생활용 배낭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면 넣고 다닌다. 들고 다니는 것 보다 메고 다니는 것이 휠씬 힘이 덜 든다.
책을 배낭에 넣으니 묵직하다. 그러나 어깨에 메면 그다지 무게를 느끼지 않는다. 마치 학교에 다니듯이 메고 다니는 것이다.
싱그러운 오월의 아침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상쾌한 아침이다. 늘 이런 날씨만 되었으면 좋겠다. 늘 봄만 있는 나라는 얼마나 좋을까?
늘 봄만 있는 나라가 있다. 하와이라고 한다. 그래서 상춘의 나라라고 한다. 그런데 상춘의 나라가 더 있다는 것이다. 그곳은 스리랑카이다.
재작년 2022년 12월 스리랑카 순례 갔었다. 정말 상춘의 나라였다. 아침이 되자 우리나라 오월의 날씨와 똑같았다. 싱그럽고 상큼하고 상쾌했다. 더구나 어디를 가나 불탑이 있고 불상이 있었다. 이곳이야말로 내가 이상으로 여기는 나라라고 생각되었다.
한국의 봄날은 짧다. 봄인가 싶으면 여름이다. 기억나는 것은 매우 덥거나 매우 추운 날씨이다. 이 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백권당으로 가려면 안양천을 건너야 한다. 또한 징검다리를 건너가야 한다. 그런데 저 멀리에 흰 꽃 단지가 보였다. 수없이 이 길을 다녔지만 오늘 처음 발견했다. 무슨 꽃일까? 가까이 가서 보니 데이지꽃이다.
데이지꽃은 흰색을 특징으로 한다. 마치 작은 해바라기를 보는 것 같다. 데이지꽃 군락을 보니 마음이 환해지는 것 같다.
백권당에 도착했다. 늘 그렇듯이 테이블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집에서 고구마 삶은 것 한조각과 계란 삶은 것 하나, 그리고 백권당에 있는 식빵 한조각과 치즈 한조각이 전부이다. 꿀물을 타서 먹으면 오분도 걸리지 않는다. 나의 변함 없는 아침일상이다.
식사를 마치면 오늘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글쓰기 하는 것이다. 정신이 가장 맑을 때 쓰는 것이다. 쓰다 보면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어느 날은 오전 내내 글쓰기로 보낸다. 이것 역시 나의 변함 없는 일상이다.
오늘 해야 할 일이 또 있다. 그것은 인쇄회로기판설계이다. 이 일은 나의 생업이다. 오월 첫 번째 연휴를 앞두고 고객사 두 곳에서 일감을 주었다.
일감이 있으면 마음이 든든하다. 일을 하고 있으면 모든 번뇌가 사라지는 것 같다. 더구나 겹치기로 있으면 마음이 뿌듯하다. 오늘과 같은 공휴일에도 작업을 해야 한다.
일감이 있는 한 나는 현역이다. 이는 자신의 사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자신의 사업이 아니라면 취직을 해야 할 것이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고 말한다. 노인도 일자리를 가져야 한다. 일을 해야 건강하게 오래 산다. 노인이라도 취직을 해서 월 2백만을 받는다면 현금을 20억원 가진 것과 똑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오늘 해야 할 일이 많다. 글은 의무적으로 매일 쓰는 것이다. 일감이 있어서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경전 교정작업도 해야 한다. 오늘 해야 할 또 하나의 일은 책을 만드는 것이다.
책 만드는 것도 일이다. 이제까지 써 놓은 글을 모두 책으로 만들고자 한다. 현재 2020년 쓴 것까지 만들었다. 앞으로 3년 것까지 더 만들어야 한다. 또한 카테고리 별로 묶은 것도 만들어야 한다. 대충 계산해 보니 올해 15권 더 만들어야 한다.
지금 쓰는 글은 책의 서문에 들어갈 글이다. 늘 현재 시점에서 글을 쓰기 때문에 서문도 현재 시점에서 쓰고 있다.
오늘 만들어야 할 책은 2021년 전반기 때 글 모음에 대한 것이다. 이 책에 대하여 ‘125 진흙속의연꽃 2021 I’라고 이름 붙였다. 이는 125번째 책으로 2021년 1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일상에 대한 글 모음이다. 모두 120개의 글이 있고 분량은 411페이지이다. 참고로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진지한 글쓰기 하는 것은
2. 서가에 책으로 가득하면
3. 의식개혁보다 제도개혁
4. 사람을 믿으면 실망하기 쉽다
5. 고객이 부르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6. 27인치 커브형 모니터
7. 역사의 변혁은 변방에서부터
8. 도시의 눈은 낭만이 아니다
9. 새벽의 고요
10. 응답없는 글을 보면
11. 업무노트 분류작업
12. 불행을 대하는 태도
13. 삶의 의문과 함께 저언덕으로
14. 5,500개의 글을 모두 책으로 만들고자
15. 슬픔을 노래하는 시인
16. 즐기는 삶은 왜 불선업
17. 혜화동 로타리 추억여행
18. “네, 네” 하며 들어주다 보니
19. 상대방 얼굴에서 내 모습을
20. 양심적인 기독교인
21. 이유모를 눈물과 운명적 파탄
22. 성도절 생일날에
23. 일감이 있는 한 나는 현역
24. 호칭에 대한 논의
25. 외로운 노인과 고독한 수행자
26. 페이스북 불청객
27. 고양스 스타필드 금요니까야 모임
28. 천원짜리가 대접받는 사회
29. 동녁에 보는 도시의 실루엣
30. 댓글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스님
31. 초기불교로 이해는 반야심경
32. 다이소라이프
33. 그 사람의 마음이 편해야 내마음도
34. 불교계 미네르바가 되고자
35. 벼룩시장 과일 야채 생선
36. 의업으로 인한 번뇌의 나날
37. 쵸콜릿 절구커피
38. 리더의 조건 여덟 가지
39. 30년전 로젠하임에서
40. 당진 주례없는 혼례식
41. 모든 불행은 비교하는 것에서부터
42. 밥상을 받으려 하기 보다 밥상을 차려야
43. 추석선물 돌리기
44. 호칭에 대하여
45. 다이소에서 엘이디(LED)촛불을
46. 주식하는 사람들에게
47. 홍성추TV에서 재벌의 흥망성쇠를 보며
48. 강리도를 사무실 벽에
49. 추위를 법으로 본다면
50. 강리도에서 옛지명 찾아보기
51. 기쁨을 먹고 사는 존재
52. 부가세 신고의 날에
53. 청암사 유튜브채널
54. 날씨에 따라 마음이 변하는 사람
55. 외로운 나그네와 고독한 수행자
56. 미얀마는 마음의 고향
57. 소설 ‘광주 아리랑’ 한 질을 택배로 받고
58. 부처님은 위대한 상담가, 팔당 정혜사 주지 도현스님
59. 이미지에 현혹되지 말자
60. 전자엔지니어 비린내
61. 동 틀 때 부리나케 일터로
62. 가장 낮은 자세가 되어야
63. 스폰지 같은 사람
64. 언어가 폭력이 될 때
65. 일감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66. 페이스북 시작한지 4년 되었는데
67. 블로거는 콘텐츠로 승부해야
68. 남도기행을 떠나며
69. 함평천지휴게소에서
70. 강진 다산초당에서
71. 백련사 동백
72. 강진만 기행
73. 장흥 담마토크
74. 청화불교 김영동 선생
75. 고색창연 선암사
76. 남해도 콘테이너 꾸띠
77. 1박2일 남도 여행을 마치고
78. 희고 고운 손을 부끄러워 하자
79. 어떤 노년의 삶을 살아야 할까?
80. LH 부동산투기 사태
81. 삼합 생일상
82. 수원 추억기행
83.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84.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었을 때
85. 직업에 귀천 없다 하지만
85. 마우스로 수천, 수만번 클릭하며
86. 아침 일찍 부리나케 사무실로
87. 테라와다에서 불음주하는 이유
88. 몸은 늙어도 마음만은
89. 광주정신은 세계적 시대정신, 광주 아리랑을 읽고
90. 서울대관악수목원 수양벚꽃
91. 가르침에 정초하여 삼계의 방황을 끝내고자
92. 어떻게 인내바라밀 할 것인가?
93. 미얀마 스님들의 시위
94. 두 갈래 길에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할까?
95.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분노
96. 백권의 책을 예술제본 하고자
97. 광팬이 관심을 보여주지 않을 때
98. 빠알리경전 구입 불사를 해야
99. 삶에 방향성이 있어야
100. 연기법을 알면 백전백승
101. 이념의 노예가 되지말자
102. 담당자를 다루는 방법
103. 재활용품 매장에서 구입한 다기(茶器)세트
104. 초기경전은 새로운 하늘과 땅
105. 페이스북에서 친구맺기
106. 일인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온전히 나의 삶을
107. 일인사업자의 야성(野性)
108. 슬픔을 노래하는 시인
109. 나는 오늘도 진리의 말씀과 함께
110. 타인의 행위를 보고서 나 자신을 돌아본다
111. 수행승의 오후불식
112. 리더의 여덟 가지 조건
113. 글로서 세상과 소통한다
114. 나이 들수록 오프라인 모임을 활성화 해야
115. 틈과 여백이 있어야
116. 세월이 가도 남는 것은 글밖에
117. 12.12는 세계 최장 쿠데타
118. 사무실은 아지트이자 제2의 집
119. 장미의 계절에 하이브리드 티 로즈를 보며
120. 불교는 자애를 기반으로 하는 우정의 종교
2021년 5개월 동안 무려 120개의 글을 썼다. 150일동안 120개의 글을 쓴 것이다. 이는 1.25일마다 한 개씩 쓴 것이다. 그런데 일상에 대한 글만 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담마에 대한 것도 썼고 여행에 대한 것도 썼고 모임에 대한 것도 썼다. 이렇게 본다면 하루에 두 개 이상 썼다고 보아야 한다.
책을 만들 때는 편집작업을 해야 한다. 목차를 만드는 것이 편집작업인 것이다. 편집 과정에서 제목을 달리 바꾸어 주기도 한다. 내용은 건드리지 않는다. 또 하나 큰 작업은 사진 사이즈를 줄이는 것이다. 시간이 가장 많이 걸리는 작업이다.
책의 목차를 만들면 책의 90프로는 완성된 것과 다름 없다. 다음 작업은 이렇게 서문을 쓰는 것이다.
지난 글을 빠른 속도로 스캔해 보았다. 이렇게 글이 많은 것은 새벽에 글을 썼기 때문이다. 새벽에 잠에서 깨었을 때 다시 잠들지 않고 스마트폰에 엄지치기를 한 것이다.
지금은 새벽에 글을 쓰지 않는다. 에너지 소모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잠을 잘 지 못할 뿐만 아니라 몹시 피곤하다.
글은 대체로 긴 것이 특징이다. 아무리 짧아도 A4 두 장에 달한다. A4 한장에 한시간 걸린다. 네 장이면 네 시간 걸리는 것이다. 생명과 같은 글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돈 버는 일에 올인한다. 돈 버는 재주가 없는 사람도 돈벌기 선수가 되어서 돈 버는 현장으로 달려간다. 그런 돈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돈은 왜 생명과도 같을까? 이는 자신의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여덟 시간을 일했다면 여덟 시간만큼 돈을 받는다. 이렇게 본다면 시간이 곧 돈인 것이다.
여기 도둑놈이 있다. 도둑은 남의 물건이나 재산을 훔쳐 간다. 이는 다름 아닌 시간도둑놈이다. 여기 사기꾼이 있다. 사기꾼은 애써 번 돈을 탈취해 간다. 이렇게 본다면 사기꾼은 귀중한 시간을 빼앗아 가는 것이다.
시간은 생명과도 같다. 시간을 투입해서 돈을 만들었다면 그 돈에는 시간이 담겨 있다. 그런데 누군가 나의 돈을 훔쳐 갔다면 시간을 훔쳐 간 것이나 다름 없다.
돈을 훔쳐가거나 사기를 친 자들은 오래 살기 힘들 것이다. 왜 그런가? 남의 귀중한 시간을 훔쳐 간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훔쳐 간 시간 만큼 목숨이 단축될 것이다.
돈은 아무리 많이 벌어도 남아 있지 않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만다. 이런 돈벌기에 올인하는 것은 허무한 일이다.
재물은 나의 것이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왜 그런가? 도둑이 훔쳐 갈 수 있고 사기꾼이 빼앗아 갈 수 있다. 불이 나서 타버릴 수 있고 비가 와서 휩쓸려 갈 수 있고 바람이 불어서 날아가 버릴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나라에서 몰수해 갈 수 있고 악의적인 상속자가 빼앗아 갈 수 있다.
일을 하면 돈을 받는다. 그러나 일생을 일하는데 보낸다면 허무한 것이다. 생명과도 같은 돈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을 투입해서 글을 써 놓았다면 안심이다. 누군가 훔쳐 갈수도 없고 빼앗아 갈수도 없다. 또한 닳아 없어지지도 않는다.
글은 불멸이다. 누군가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죽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누군가 글을 읽었다면 그 사람은 죽지 않는다.
글에는 시간이 녹아 들어 있다. 누군가 글을 보는 한 그 사람은 살아 있다. 글 쓰는 행위는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아 두고자 하는 것과 같다. 매일 아침 귀중한 시간을 투입해서 글쓰기 하는 이유가 된다.
2024-05-01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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