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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권 진흙속의연꽃 2021 II, 블로거는 죽어서 무엇을 남길까?

담마다사 이병욱 2024. 5. 8. 08:51

126권 진흙속의연꽃 2021 II, 블로거는 죽어서 무엇을 남길까?
 
 
얼마 만에 보는 햇살인가? 오늘 아침 햇살은 닷새 만인 것 같다. 지난주 토요일 이후 계속 비가 왔다. 오늘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찬란한 햇살이 도시를 비추고 있다.
 

 
 
햇살이 날 때 무엇을 해야 할까? 부지런한 주부, 현명한 주부는 빨래를 말리려 할 것이다. 나이든 노인들은 공원에서 햇볕을 쬐려 할 것이다. 햇살은 모두에게 활력을 제공한다.
 
비가 오고 나면 세상이 깨끗해진다. 햇살에 신록의 이파리가 빛날 때 살 맛 난다. 참고 견디다 보면 이런 날도 있는 것이다. 인생의 햇살은 없을까?
 

 
오늘도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글쓰기, 좌선하기, 경전읽기, 책만들기, 빠알리어공부하기, 이렇게 오대의무가 있다. 이 중에서 빠알리어공부가 가장 소홀하다. 아직까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일상은 매일 하는 것이다. 이를 영어로 루틴이라고 한다.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탄력을 잃게 된다. 매일매일 해야 습관이 된다. 결국 관성대로 하는 것이다.
 
글쓰기, 좌선하기, 경전읽기는 매일 하는 일이다. 책 만들기는 틈 나는 대로 하고 있다. 틈만 나면 편집작업을 한다. 편집작업이 완료 되면 서문을 쓴다.
 
오늘 한권의 책을 만들어야 한다. 편집은 다 해 놓았다. 이렇게 서문만 쓰면 된다. 이번에 만든 책은 ‘126 진흙속의연꽃 2021 II’이다. 126번째 책으로 2021년 6월 1일부터 12월 28일까지의 기록이다. 책에는 총 102개의 글이 있다. B5용지에 폰트사이즈 10으로 하여 458페이지에 달한다. 참고로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사업도 운이다
2. 황룡금 난을 선물받고
3. 까칠한 고객 대하는 방법
4. 김정빈선생의 불교관에 대하여
5. 아파트 흡연 참견
6. 어느 스님이 만나자고 하는데
7. 논쟁이 발생되면 중상모략도
8. 타인의 눈에 비친 나는 어떤 모습일까?
9. 에어컨을 설치하고
10. 보시를 거부하는 스님
11. 22번째 책을 만들고
12. 비산사거리는 제2의 고향
13. 비봉산 항공모함 바위
14. 매일매일 이마트 
15. 비트코인에 올인하는 사람들
16. 파워블로그와 권력
17. 대공원 숲속저수지
18. 해남 황토에서 생산된 감자
19. 사람에 대한 호불호와 쾌불쾌가 남아 있는 한
20. 고속도로에서 맞은 태고의 여명
21. 비를 뚫고 5.18묘역에 간 것은
22. 살아 있는 전설 김상윤 선생을 만나다
23. 함평에서 사촌모임을
24.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죽음보다 깊은 잠을
25. 길거리전도사의 급습
26. 함평한우 유감
27. 호랑가시나무 있는 고향집
28. 일은 직(職)이 되고 글쓰기는 업(業)이 되는 이중생활
29. 삼일 밤낮으로 작업한 작품
30. 에어컨 덕분에 열대의 밤을
31. 한번쯤 ‘좋아요’추천 해 줄 법한테
32. 이론만 있고 실천 없는 배운자의 자만
33. 나의 상반기 사업성적표
34. 폭염속 관곡지에서
35. 작은 집 작은 차
36. 남해도 아로니아
37. 유튜브 알고리즘 하자는 대로 하다 보면
38. 블로그 개설 16주년
39. 명성이 악인을 죽인다
40. 횡단보도 장수의자
41. 독거노인이 경로당 가지 않는 이유
42. 버스정류장 좌판
43. 범부는 미친자와 같아서
44. 커피포트 교체
45. 에어프라이어 사용해 보니
46. 안양 토박이는 아니지만 
47. 온라인친구를 오프라인에서 만난다면
48. 페이스북에서 생명의 환희를
49. 김영철 열사 기일에
50. 납기 지키고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51. 내가 매일 아침 거울을 보는 이유는
52. 조카 결혼식 
53. 신입사원 시절
54. 장보는 즐거움
55. 아프간 조력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
56. 이십대시절 사진 올리기 열풍
57. 기일날 책 세 권 올리고
58. 촉촉히 비 내리는 일요일 아침
59. 관악산 종주 
60. 성공적 삶에 대하여
61. 페이스북은 지식인들의 놀이터
62. 마음속 응어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63. 극한직업처럼 일해야
64. 솔직하지 못한 종교전문기자
65. 시간이 철철 남는다면 누구나 임서기의 삶을
66. 연잎밥과 대통밥 선물을 받고
67. 장수해야 하는 이유
68. 약사보살의 떡 선물
69. 백운과 청산이 어우러진 장쾌한 북한산국립공원
70. 외로움 타령하는 노인
71. 언젠가 글쓰기도 멈출 것
72. 분리수거의 날에
73. 새벽 세 시 반에
74. 덕천마을 메가트리아의 역사를 알고 보는 자
75. 앞으로 백 권의 책을 만들 것
76. 권력의 맛
77. 굿윌스토어 다기(茶器)세트
78. 천막배낭 지고 다니는 사람
79. 삼무교 모임
80. 육십비인생(六十非人生)
81. 고래바위계곡
82. 이마트 쓱데이날에 무선충전기구입
83. 아파트 외줄타기 도색
84. 포천 38휴게소
85. 보시도 타이밍
86. 주정차위반 범칙금
87. 조정래문학관
88. 진기약같은 십년환(十年丸)
89. 82년도 대불련 회장
90. 악인의 대명사 전두환
91. 아파트 도색
92. 폐지줍는 외국인
93. 겨울을 재촉하는 비 
94. 오랜만에 손맛을
95. 소유가 짐이 될 때
96. 어머니 불공(佛供)의 힘으로 살아난 사람
97. 잊었던 고객에게 전화가 왔을 때
98. 새벽 고요를 즐기며
99. 생각과 실제
100. 이 몸은 자신을 향상시키기 위한 도구
101. 생명을 살리는 비약(秘藥) 백중환
102. 옛날 살던 집을 먼 발치에서
 

126 진흙속의연꽃 2021 II_240207.pdf
8.59MB


 
목차를 만들면서 지난 글을 빠른 속도로 스캔해 보았다. 보통불자의 삶의 기록이다. 일상에서 일어났던 일을 기록한 것이다. 그날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이 대상으로 된다.
 
이런 글을 누가 읽어 줄까? 출간을 하고 싶어도 출간할 수 없다. 글이 너무 많다. 매일 쓰는 글을 모아서 책으로 내다 보니 이제 126권에 이르렀다. 이 많은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넌센스이다.
 
책을 모두 다 출간할 수 없다. 그렇다고 컴퓨터에 보관해 둘 수 없다. 그래서 블로그에 피디에프(pdf)파일을 올려 놓는다. 이럴 때 블로그는 플랫폼이 된다. 누군가 다운 받아 가라는 것이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누군가 126권의 책을 모조리 다운 받아 읽을지도.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한다. 블로거는 죽어서 무엇을 남길까?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블로거가 죽으면 블로그는 어떻게 될까에 대한 것이다. 매일 올라오던 글이 어느 날 더 이상 보이지 않았을 때 무언가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상태로 한달, 두달, 일년, 이년 가면 어떻게 될까?
 
미래 일은 알 수 없다. 알 수 없는 미래 일에 대하여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대비는 해 놓아야 할 것이다.
 
요즘 밀린다팡하 읽기에 푹 빠져 있다. 기한 내에 교정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틈나는 대로 읽는다. 주로 머리맡에 놓고 읽는다.
 
최근에 읽은 밀린다팡하 중에 새기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노력의 행위에 대한 질문’이다.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가르침이다.
 
밀린다왕이 말했다. 왕은 “존자 나가쎄나여, 그대는 ‘원컨대 이 괴로움을 소멸되고 다른 괴로움이 일어나지 않기를!’이라고 말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나가쎄나 존자는  “대왕이여, 우리의 출가는 그것이 목표입니다.”(Mil.66)라고 답했다.
 
문답을 보면 출가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것은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것이다. 집에서 집없는 곳으로 출가하여 청정한 삶을 사는 것에서부터 실현된다.
 
왕은 계속 질문을 던진다. 마치 기자가 질문에 질문을 하는 것과 같다. 이번에는 “그것은 미리 노력을 기울인 것의 결과입니까? 시기가 도래했을 때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라고 물어 보았다.
 
흔히 시절인연이라고 한다. 때가 되었을 때 무르익는 것을 말한다. 출가도 그런 것일까? 나가쎄나 존자는  “대왕이여, 시기가 도래했을 때의 노력 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라고 단호히 부정한다. 그리고서는 “미리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Mil.66)라고 말한다.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지금 해야 한다. 미루다 보면 하지 못하게 된다. 출가도 출가해야 할 이유가 생겼을 때 하는 것이다. 어떤 일이 닥쳤을 때 출가하면 늦는다. 모든 일이 다 그럴 것이다.
 
왕은 계속묻는다. 이번에는 “비유를 들어주십시오.”라며 재촉한다.
 
무엇이든지 비유를 들어 설명하면 이해하기 쉽다. 부처님도 비유를 사용했다. 몸으로 체험하여 알고 있는 진리에 대하여 비유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나가쎄나 존자는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그래서 “대왕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대가 목이 마를 때, 그때 그대가 ‘내가 물을 마시겠다.’라고 우물을 파게 하고, 저수지를 파게 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참으로 핵심을 지르는 비유가 아닐 수 없다.
 
여기 목마른 자가 있다. 목이 말랐을 때 우물을 팔 수는 없을 것이다. 미리 우물을 파 놓으면 목 마를 때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 괴로움을 소멸하기 위한 출가도 그런 것이다.
 
왕은 비유를 하나 더 들어달라고 했다. 이에 존자는 “대왕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대가 배가 고플 때, 그때 그대가 ‘내가 식사를 해야겠다.’라고 밭을 경작하게 하고 벼를 심게 하고 곡식을 거두게 하겠습니까?”라며 역질문을 한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뼈 때리는’ 질문이다.
 
왕은 계속 비유를 들어달라고 말한다. 이에 존자는 “대왕이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쟁이 일어나면, 그때 비로소 그대는 해자를 파게 하고, 성벽을 쌓게 하고, 성문을 만들게 하고, 망루를 조성하게 하고, 곡물을 조달하게 하고, 그때 비로소 그대는 코끼리를 다루는 것을 배우게 하고, 말을 다루는 것을 배우게 하고, 전차를 다루는 것을 배우게 하겠습니까?”라며 역질문 한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죽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죽기 전에 준비하는 것이다. 죽음에 임박해서는 이미 늦다.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나가쎄나 존자는 세 가지 비유를 들었다. 우물의 비유, 경작의 비유, 그리고 전쟁의 비유를 말한다. 목 마를 때, 배가 고플 때, 위기가 닥쳤을 때의 비유이다.
 
일이 닥쳤을 때는 이미 늦다. 미리 준비 했어야 한다. 지금 여기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을 때 허둥댄다. 그래서 나가쎄나 존자는 “시기가 도래했을 때의 노력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미리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라고 결론적으로 말했다.
 

생활속에서 노력해야 할 것도 있다. 스마트폰 보조밧데리도 미리 준비하는 것도 해당된다. 외출 했을 때 스마트폰 보조밧데리를 항상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용량이 큰 것이다. 불편하긴 하지만 만일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스마트폰에 내장 되어 있는 밧데리는 오래 가지 못한다. 가면 갈수록 성능도 떨어진다. 외출할 때 보조밧데리는 이제 필수가 되었다. 그래서 왼쪽 바지주머니에는 보조밧데리를 넣고 오른쪽 바지주머니에는 스마트폰을 넣는다. 스마트폰내 밧데리가 방전 되었을 때 보조밧데리를 준비 하지 않는다면, 목 마를 때 우물 파려 하는 것과 같고, 배 고플 때 경작하려는 것과 같다.
 
모든 것은 시기가 있다. 요즘 말로 타이밍이다. 보시도 타이밍이 있다. 타이밍을 놓치면 실기하게 된다. 죽음도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한다. 어쩌면 이렇게 매일 글을 쓰는 것도 죽음을 대비한 ‘공덕쌓기’에 해당되는 것인지 모른다. 왜 그런가? 경전에서는 “이러한 공덕은 저 세상에서 뭇삶들에게 의지처가 되리.”(S1.32)라고 했기 때문이다.
 
오늘 126번째 책을 만들었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틈나는 대로 편집작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서문을 쓰면 한권의 책이 뚝딱 만들어진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글을 매일 쓴다. 이것은 일상이다. 마치 컴퓨터에서 루틴프로그램이 돌아가듯이 매일 하는 일이다. 하루라도 쓰지 않으면 안된다. 왜 그런가? 습관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매일 글을 쓰는 것은 습관에 따른 것이다. 물리학 용어로 말한다면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는 것이다. 한번 그 방향으로 가면 계속 그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것이다.
 
글쓰기를 멈추면 어떻게 될까? 한번, 두 번 쓰지 않다 보면 나중에는 쓰지 않게 된다, 마치 모임에 한두 번 빠지다 보면 나중에 나가지 않게 되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글쓰기는 관성의 법칙에 따라 쓰는 것이다.
 
나는 죽어서 무엇을 가져갈까? 아마 글 밖에 없을 것 같다. 재산은 가져갈 수 없다. 가진 것이 없어서 가져갈 것도 없다. 그러나 수천 개의 글은 가져갈 수 있다. 이는 정신적 재산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런 글을 누가 읽어 줄까? 이런 책을 만들었다고 해서 누가 보아줄까? 그럼에도 누가 보아 주건 말건 오늘도 한권의 책을 만든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목이 마를 때를 대비해서 우물 파는 것처럼, 배 고플 때를 대비해서 경작하는 것처럼,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전쟁 준비하는 것처럼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것이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것은 보통불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죽음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죽음이 닥쳤을 때 후회하는 것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이 된다.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 해야 한다. 이왕 할 일이라면 잘 해야 한다.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이것이 아마 “시기가 도래했을 때의 노력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미리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Mil.66)라는 가르침과도 딱 맞을 것 같다. 나는 과연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2024-05-0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