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보시는 손해 보는 장사인가 남는 장사인가?

담마다사 이병욱 2024. 7. 3. 09:50

보시는 손해 보는 장사인가 남는 장사인가?
 
 
참으로 홀가분하다. 일에서 해방되었다. 납기보다 하루 빨리 자료를 발송했다. 무거운 마음의 짐을 벗어버린 것 같다.
 
이것이 얼마만인가? 이력을 확인해 보니 최초 일감을 받은 날자는 6월 6일이다. 어제 7월 2일 일을 마쳤으니 거의 한달 가까이 걸렸다.
 
도면은 21개이다.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도면을 받을 때 압박 받는다. 틈날 때마다 밤낮 없이, 주말 없이 해야 한다.
 
일을 하면 보상이 따른다. 돈이 들어 오지 않는다면 시간과 정력을 들여서 할 필요가 없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아마 사람들은 지옥에라도 달려 갈 것이다.
 
A사로부터 일감을 연속으로 받았다. 처음에는 10개의 도면을 받았다. 이 일은 4월 30일에 시작해서 6월 4일에 마쳤다. 업체로부터 받은 발주금액은 총 231만원이다. 이 정도 금액이면 해외여행 한번 다녀올 수 있다.
 
일감이 늘 있는 것은 아니다. 고정 고객사인 R사에서는 발주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A사의 경우 몰아치기로 주는 경향이 있다. 10개의 도면도 그랬다.
 
10개의 도면에 대한 금액은 크다. 거의 한달 수입에 해당된다. 이 금액을 보시통장에 넣기로 했다. R사에서 오는 수입이 있기 때문에 과외로 잡은 것이다.
 
보시를 생활화 하고자 한다. 그래서 보시전용통장을 만들었다. 4월 23일 288만원을 입금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생애 처음 있는 일이다.
 
모든 보시는 보시전용통장에서 나가는 것으로 했다. 이전에는 입출금통장에서 나갔다. 그러다 보니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입출금전용통장은 늘 마이너스 상태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이다.
 
보시전용통장 현재 잔고는 137만원이다. 두 달 십일 되는 기간에 151만원이 줄었다. 리스트를 보니 17건이다.
 
가장 최근에 보시한 것이 있다. 우유값으로 소액보시했다. 페이스북에 미얀마 난민돕기 캠페인이 떠서 보시한 것이다. 이런 글을 접할 때 “사두! 훌륭합니다. 소액이지만 보시합니다.”라고 써놓는다. 이런 경우 대부분 감사의 메시지를 받는다.
 
해남친구에게 십만원을 보냈다. 밤호박 한박스값이다. 밤호박 한박스 가격보다 두 배 이상 쳐준 것이다. 아픈 친구를 위해서 교통비라도 하라고 보낸 것이다. 이런 것에 대하여 친구처는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구구절절 내용을 잘 쓰면 수용한다.
 
후원금도 보시통장에서 나간다. 최근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회원이 되었다. 이주전에 함평에 일박이일 갔었을 때 후원의 날 모임에 참석하고 회원이 되었다. 매달 5만원씩 후원하기로 약정했다.
 
A사의 21도면에 대한 일을 어제 저녁에 마쳤다. 어제 늦은 저녁에 메일을 발송함으로써 완료 된 것이다. 납기를 지키기 위해서 주말 없이, 밤낮 없이 모니터를 쳐다 보았다. 특히 마지막의 경우 마치 마라토너가 막판에 ‘스퍼트’ 하듯이 초분을 다투어 매진했다.
 

 
일을 마치니 홀가분하다. 속이 후련하기도 하다. 이제 게으름을 피우고자 한다. 그런데 이번 일은 10도면에 대한 일의 후속이라는 것이다. 10도면에 대한 231만원을 보시전용통장으로 넣겠다고 결의하자 21도면에 대한 일감이 온 것이다.
 
이달 말에 10도면에 대한 231만원은 입금될 것이다. 모두 보시전용통장으로 들어간다. 21도면에 대한 금액은 428만원에 달한다. 일인사업자에게는 큰 금액이다. 10도면에 대한 금액을 보시하고자 결의 하니 두 배로 일감이 온 것이다.
 
보시를 하면 보시 한만큼 들어 온다고 한다. 이번 일이 그렇다. 10도면에 대한 일감 전액을 보시전통통장에 넣겠다고 선언했을 때 며칠 지나지 않아 두 배 되는 일감이 들어 온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보시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무엇이든지 생각하기 나름이다. 무엇이든지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 고귀한 일이 된다.
 
청소부가 거리를 쓸고 있다. 세상을 깨끗이 한다는 마음으로 쓴다면 고귀하고 성스러운 일이 된다. 보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보시를 하고자 결의 했을 때 그 금액 이상의 수주가 들어 왔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자유이다. 다만 보시공덕의 효과에 대하여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 본 것이다.
 
이달 말이 되면 보시통장에는 400만원가까이 차게 될 것이다. 먹지 않아도 배부를 것 같다. 마음 놓고 보시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렇다고 어느 한 곳에 큰 금액을 보시하지 않는다.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소액으로 보시하고자 한다. 여기서 소액은 만원에서 오만원 사이를 말한다.
 
보시전용통장은 나만 알고 있는 것이다. 가장 가까이 사는 사람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내 마음과 타인의 마음은 같지 않다. 내가 통장을 관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전에는 어림도 없었다.
 
월급생활자로 살 때 보시 개념이 없었다. 월급을 받으면 통장으로 들어 갔다. 월급을 받아도 용돈을 쓰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마치 돈 버는 기계처럼 살았다.
 
어떤 이는 돈 버는 재미에 대하여 말한다. 돈 모으는 재미가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장사하는 사람은 장사가 끝나고 돈 세는 맛에 산다고 말한다.
 
여기 주식하는 사람이 있다. 오전에 주식시장이 개장할 때부터 오후 폐장 할 때까지 아무것도 못한다. 오로지 모니터만 쳐다 보고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 보시에 대한 개념이 있을까?
 
한때 주식에 미친 적이 있다. 이천년대의 일이다. 그때 여유자금으로 단타매매를 했었다. 결과는 모두 털렸다. 오로지 이익과 손실만 생각했다.
 
오늘날 주식시장은 전국민의 투기장과 같다. 물론 건전한 투자자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홈트레이딩 시스템을 깔아 놓고 단타매매 하는 것이다.
 
주식은 국가에서 공인한 도박장과 같은 것이다. 경마장이나 로또와 같이 오로지 돈에 대한 욕망만 있는 곳이다. 이런 시장에 오래 있다 보면 정신이 황폐화 된다. 주식은 2006년에 완전히 손 떼었다. 주식시장 자체를 손절한 것이다.
 
보시하는 삶을 살기 쉽지 않다. 눈 앞의 이익에만 급급하다 보면 타인에게 돈 나가는 것이 마치 자신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아까워한다. 주식이나 경마, 로또 등 국가에서 인정하는 국민도박장의 삶이 그렇다.
 
매일 부처님 가르침을 접하고 있다. 경전을 보면 보시에 대한 가르침이 도처에 널려 있다. 보시공덕을 쌓으면 과보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당장 과보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먼 미래, 아니 내세에 나타날 수 있다.
 
보시는 손해 보는 장사인가 남는 장사인가? 나에게 있어서 보시는 남는 장사이다. 이번 A사 수주건이 그랬다. 10모델에 대한 금액 231만원을 보시전용통장에 넣겠다고 결의했을 때 며칠 지나지 않아 21모델 428만원 수주 받은 것이다.
 
이 세상에서 돈 버는 재미만한 것이 없다. 장사하는 사람은 장사가 끝나고 돈 세는 재미로 살아간다. 그런데 돈 버는 것보다 돈 쓰는 재미가 더 재미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보시해 보면 알 수 있다.
 
왜 돈을 벌어야 하는가? 어떤 이는 먹고 살기 위해서 벌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슬퍼진다. 마치 축생이 먹는 것에만 관심 있는 것과 같다. 마치 “왜 살아야 합니까?”라며 물어 보는 것 같다.
 
어떤 이가 “왜 삽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질문을 받은 이는 가만히 생각하다가 “죽지 못해서 삽니다.”라고 답했다. 또 어떤 이가 “왜 살아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질문을 받은 사람은 “사는데 이유가 필요합니까? 그냥 사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왜 살아야 하는가? 이런 질문에 답이 없다. 죽지 못해서 산다거나 사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느냐는 답이 나온다. 이는 질문이 잘못되었다. 왜 사느냐고 묻지 말고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라고 물어야 한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그것은 인생의 방향과 목적이 있는 삶이다. 방향과 목적이 없다면 죽지 못해서 사는 삶이 되고 그냥 사는 삶이 된다.
 
보시하는 삶은 아름답다. 인생의 방향과 목적이 있는 삶이다. 부처님 가르침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돈 버는 재미보다 도 쓰는 재미가 더 재미 있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돈 쓰는 재미로 살아가고자 한다. 보시하는 삶이다.
 
 
2024-07-0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