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그게 뭐였더라? 좋은 생각이 났었는데

담마다사 이병욱 2024. 8. 18. 07:10

그게 뭐였더라? 좋은 생각이 났었는데
 
 
그게 뭐였더라? 좋은 생각이 났는데 잊어 버렸다. 아무리 기억해내려고 해도 생각나지 않았다. 마침내 오늘 새벽 머리를 감으려 할 때 불현듯 떠올랐다. 그것은 ‘물질의 허망함’에 대한 것이다.
 
오늘은 백중날이다. 한국불교에서 하안거가 끝나는 날이기도 하다. 이날은 불교의 최대명절일뿐만 아니라 일반사람들의 명절이기도 하다. 조상천도재의 날이기도 한 것이다.
 
오늘 백중을 맞이하여 천장사에 가기로 했다. 서산에 있는 천장사는 너무 멀어서 자주 가지 못하지만 사월초파일의 부처님오신날, 삼월삼짓날의 방생법회, 칠월보름의 백중, 그리고 구월보름의 달빛다회 등은 참여한다.
 
천장사카톡방에 공지가 떴다. 갑진년 백중을 맞이하여 지장법회 회향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매년 있는 것이다. 작년에도 있었다.
 
백중날에는 노보살들이 대거 참여한다. 하안거에 들어갔던 스님들은 전날에 떠난 상태이다. 일요법회 멤버들도 일부로 멀리서 온다. 부처님오신날 다음으로 큰 행사에 해당된다.
 
천장사 백중행사는 꽤 길게 진행된다. 오전 열 시부터 시작되는 법회는 사실상 조상천도재와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축원이다. 주지스님은 신도축원카드를 일일이 다 읽어 준다. 노보살들은 자신의 이름과 주소, 자손이름이 나오는지 귀를 쫑긋 기울이는 것 같다.
 
백중 하이라이트는 태우는 행사이다. 삼재 들어간 것을 태우는 것이다. 별도의 소각공간에서 태운다. 자신과 자손의 안녕과 행복을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백중행사 공지에 하나 작년과 다른 것이 보였다. 그것은 성지순례 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외성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국내 멀리 있는 유명사찰에 가는 것도 아니다. 서산 근교에 있는 절이나 절터를 방문하는 것이다.
 
올해 백중 성지순례는 문수사와 보원사지이다. 두 곳 천장사와 가까이 있다. 이동수단은 각자 가져온 자신의 차이다. 차가 없는 사람은 카풀하면 된다. 오후 1시 30분에 천장사를 출발해서 오후 2시 30분에 문수사를 참배한다. 오후 3시 30분에는 보원사지에 간다. 한시간 간격이다. 오후 4시에는 서산마애삼존불을 참배한다.
 
성지순례 가면 소풍가는 것 같다. 절에서 법회만 하고 점심공양만 하고 귀가하는 것보다 주지스님과 신도들이 함께 성지순례 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허정스님이 천장사 주지로 있을 때부터 있었던 것이다.
 
백중 성지순례 마무리는 용현계곡에서 식사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이때 법담과 자유대화가 있게 된다. 오후 6시에 해산하여 귀가한다.
 
천장사에 가는 날은 일찍 나서야 한다. 안양에서 백키로 이상 떨어져 있기 때문에 오전 일곱 시에는 출발해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는 있다. 삼십분 여유가 있어서 이렇게 자판을 두드린다.
 
오늘 새벽 머리를 감으려 할 때 떠오른 것은 물질의 무상함이다. 왜 물질이 무상한가? 그것은 부서지기 쉽기 때문이다.
 
물질은 영원할 것처럼 보인다. 지금 나의 얼굴도 영원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서서히 늙어 간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그때 소년의 모습이 아니다.
 
부처님 당시에 박깔리라는 제자가 있었다. 박깔리는 부처님의 용모에 반했다. 부처님은 설법 중에 부처님의 얼굴만 빤히 바라보고 있는 박깔리에게 “박깔리여, 그만두어라. 나의 부서져 가는 몸을 보아서 무엇하느냐? 박깔리여, 진리를 보는 자는 나를 보고 나를 보는 자는 진리를 본다. 박깔리여, 참으로 진리를 보면 나를 보고 나를 보면 진리를 본다.”(S22.87)라고 말씀 하셨다.
 
부처님은 몸은 부서져 가는 것이라고 했다. 몸은 부서져 사라지고 말지만 진리는 영원하다. 부처님은 부서져 가는 미모에 빠지지 말고 설법에 집중하라고 했다. 그래서 부처님은 “진리를 보는 자는 나를 보고 나를 보는 자는 진리를 본다.”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부처님의 담마는 체계적이고 조직적이다. 이는 경전을 읽어 보면 알 수 있다. 시중에 번역되어 나온 빠알리 경전은 거의 다 읽었다. 그러다 보니 이 경전에서 강조 된 것이 저 경전에 더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부서져 가는 몸도 마찬가지이다.
 
물질은 무상한 것이다. 이는 부처님이 말씀하신 것이다. 그런데 물질은 부서지기 쉬운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부서지기 쉬운 물질에 대하여 부처님이 박깔리에게 말씀 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알았을 때 니까야는 체계적인 것임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비판의식이 강한 학자는 니까야에 대하여 폄하한다. 후대 편집된 것일 뿐이라고 일축하는 것이다. 과연 그 학자는 사부니까야 또는 오부니까야를 모두 다 읽어 보았는지 의문이다. 니까야를 다 읽어 보았다면 그렇게 말할 수 없다.
 
나까야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마치 잘 짜여진 직물같다. 마치 여러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처럼 정교하다. 오늘 새벽에 이런 것이 하나 증명되었다. 부처님이 오온에서 물질에 대하여 부서지기 쉬운 것이라고 설했는데 이는 박깔리에게 “박깔리여, 그만두어라. 나의 부서져 가는 몸을 보아서 무엇하느냐?”라고 말한 것으로 알 수 있다. 이런 사실을 발견했을 때 마치 진흙탕 속에서 진주를 발견한 것 같은 충만한 마음이 된다.
 
오늘은 백중날이다. 한국불교의 최대명절 중의 하나이다. 또한 오늘은 재가우안거 30일째 되는 날이다. 오늘은 천장사에서 순례가 있는 날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만나는 법우들과 걷고 이야기하고 식사하는 날이다.
 
천장사 가는 날 커피를 준비했다. 백권당표 절구커피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을 것이다.
 

 
무더위가 절정일 때 떠나는 여행이다. 그러나 도시를 벗어나면 선선하다. 오늘은 천장사 백중날 행사가는 날이다. 그리고 성지순례하는 날이다. 이렇게 쓰다 보니 삼십분이 훌쩍 넘었다. 오십분 글을 썼다.
 
 
2024-08-1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