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와 정신은 인연에 따라 잠시 모인 것일 뿐 영원한 것은 없다
명절때가 되면 여러 세대가 모여서 덕담을 나누기도 하지만 대체로 나이 드신 분들의 이야기에 경청 하는 분위기이다. 주로 나누는 이야기중의 하나는 죽음에 관한 문제이다. 대부분 건강하게 살다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죽기를 바라는 이야기 이다. 아마도 나이도 먹을 만치 먹고 힘도 빠지고 거기에다 소외감 마저 느끼니 죽음만이 유일한 희망인 것처럼 들리는 것이다.
사실 죽음이 어디 늙은이 들 만의 화두 이겠는가. 젊은이들도 무언가 하다가 안되면 쉽게 죽어버렸으면 하고 말하는 것이 일상화 된 듯하다. 사람들은 죽음에 관해서 두려운 마음도 갖지만 일부는 동경의 마음도 가지는 듯 하다. 현실을 사는 것이 지옥보다 더 힘든 것이라면 차라리 죽음이 더 편안한 안식처라 생각 할 수 있겠고 반면에 현실이 천상과도 같이 즐거움만 있다면 굳이 죽고 싶은 마음은 없고 영원히 현 상태가 지속 되기를 원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죽음이라는 것은 그 사람이 처한 현실에 따라서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생불멸(不生不滅)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태어나는 것도 없고 죽는 것도 없다. 유명한 반야심경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 전에 오온개공(五蘊皆空)이라는 말이 나온다. 오온 즉 색수상행식이 모두 공하다 라는 뜻이다.
여기서 색은 육체를 말하고 수상행식은 정신작용을 이야기 한다. 색이라는 것도 우주에 흩어져 있는 지수화풍 4대가 모여서 육체를 이루고 죽으면 다시 4대로 흩어지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육체라는 것이 임시로 모여서 이루어진 가합이 되는 셈이다. 언젠가는 4대로 흩어져서 우주의 일부가 되어질 운명을 타고 난 셈이다.
정신작용인 수상행식의 4가지 무더기도 알고 보면 우주에 다 있는 것이다. 다만 이들 정신작용을 우리가 교육과 학습과 경험을 통해서 받아 들여서 나라고 하는 정체성을 만들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아가 받아들인 정신작용의 무더기가 쌓여서 이루어진 것이 진정한 나 인줄 착각 하는 것이다. 이런 정신적용의 대표적인 것이 탐진치라고 하는 것인데 보통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성이다.
즉 돈이 최고라 하는 가치관 또는 누군가 나에 대하여 자존심을 건드렸을 때 벌컥 화를 낸는 습성 또는 신이 이세상을 창조 하였다고 믿는 것 등이 모두다 교육과 학습과 경험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보가 차곡차곡 쌓여서 나라고 하는 정체성이 성립 하는 것이다. 육체가 지수화풍 4대의 가합으로 이루어졌듯이 정신 또한 수상행식 4개의 정신작용의 가합으로 이루어진 것이 사람이다.
사람들은 이와 같이 오온 즉 색수상행식 다섯가지 무더기로 임시로 봉합되어 있는 나를 진정한 자기로 착각 하고 오늘도 나를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육체와 정신 모두 공하다고 한다. 즉 육체와 정신은 인연에 따라 잠시 모인 것일 뿐 영원한 것은 없다 라고 말하고 집착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다만 인연에 따라 모인 자아가 남기는 것은 유위법 즉 행위, 업식만 남기는 것 뿐이다. 따라서 노인들이 말하는 이야기들 즉 노현자들이 말하는 이야기를 잘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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