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젊음’의 외침 한구석에는 ‘늙음’의 회한이 있다는 것을

담마다사 이병욱 2007. 4. 7. 05:39

 

젊음의 외침 한구석에는 늙음의 회한이 있다는 것을

 

 

때가 되니 어김없이 꽃이 피고 새싹이 돋는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음산하고 회색빛깔 나는 풍경이었지만 변화는 무척 빠르게 진행된다. 아마 신록의 계절 5월이 되면 세상이 완전히 뒤바뀌어 버릴 것이다. 그러고 보면 자연이란 움직임이 없는 듯 하지만 알고 보면 매우 역동적이다.

 

꽃피는 계절을 반기는 사람들은 노인들이 가장 즐겁다. 험하고 추운 모진 겨울을 넘겼다는 안도감과 함께 또 1년을 맞이 하는 것이다. 다음 겨울때까지는 큰 무리 없이 날씨도 따뜻하고 활동하기도 좋기 때문이다.

 

노인들에게는 사실 겨울이 가장 고통스럽다. 추워서 움직일 수 없을 뿐더러 잘못하면 봄이 오기 전에 일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봄을 반기는 사람들이 노인들인 것이다.

 

노인들은 특별히 갈 곳이 없다. 또 특별한 벌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약간 벌어 놓은 돈이 있다면 그 돈으로 월계획을 세워서 최대한 아껴서 죽을 때 가지 꾸려 가는 것이다. 이 정도만 되도 행복한 노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인들은 풍족하지도 않고 여유롭지도 않다. 또 몸도 예전 같지 않다. 자동차가 오래되면 부품들이 망가지듯이 몸의 기능도 하나씩 둘씩 서서히 기능이 떨어져 간다. 남은 것은 지난 날에 대한 회한이다.

 

활동을 할 수 있는 노인들은 무언가 하려 해도 마땅히 할만한 것이 없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 밖에 없는데 받는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다. 경비원이나 주유원 또는 주차관리등 몸으로 때우는 일이 대부분이다. 많이 배웠건 적게 배웠건 또 과거에 화려한 경력이 있건 없건 간에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우는 일밖에 없다. 누가 알아 주지도 않을 뿐더러 품위와 격조도 따질 처지도 못된다.

 

사람은 누구나 세월이 흐르면 늙게 되고 병들게 된다. 그리고 최후로 죽음을 맞이 하게 된다. 오늘 같이 화려한 봄날 과연 이 봄을 몇 번 더 맞이 할 수 있을까 생각 하는 것이 노인의 마음이다. 그리고 주변과 이웃에게 폐 안끼치고 조용히 눈감는 것이 최대의 소원이다. 사회는 온통 젊은이들의 세상이다. TV나 라디오, 신문,인터넷 할 것 없이 젊음자 빼면 남는 것이 없을 정도이다. 그 젊음의 외침 한구석에는 늙음의 회한이 있다는 것을 생각 하자.

 

2007-04-07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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