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걸기도(求乞祈禱)와 발원기도(發願祈禱)
타력신앙의 기도는 ‘~주십시요’라고 하는 구걸형기도이고
자력신앙의 기도는 ‘~하겠습니다’라고 하는 발원형기도이다
자주 다니는 상가건물에 교회가 하나 들어 왔다. 신도수가 몇 명이 되지 않고 규모가 매우 작은 것을 보니 개척교회임이 분명하다. 교회 이름도 꽤나 길다. 명사와 형용사가 어우러진 한글식 이름은 무려 여덟글자에 이른다. 마치 동네 슈퍼마켓의 순박한 이름을 연상시킨다. 전국의 도시의 밤하늘을 수놓고 있는 수많은 십자가 행렬에 또 하나가 추가 된 것이리라.
기도 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기독교의 ‘~주십시요’라고 하는 기도가 연상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교회 한번 다녀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미션스쿨에 배정 되어서 기독교 경험을 하게 되는 사람들도 매우 많을 것이다. 거기에서 느끼는 점은 기도 할 때 무언가를 달라는 말이 수도 없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으로부터 수도 없이 무언가를 달라고 기도하는 대상인 그들이 믿는 신은 전지전능함에 틀림 없을 것이다.
종교를 신본주의와 인본주의 종교로 나눌 수 있다. 보통 신본주의 종교를 타력신앙이라 하고 인본주의 종교를 자력신앙의 종교라 부른다. 대표적인 타력신앙의 종교가 기독교이고 자력신앙의 종교가 불교임은 다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타력신앙의 종교와 자력신앙의 종교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기도 할 때 나타난다는 것이다. 타력신앙의 기도의 내용은 ‘~주십시요’하는 구걸형이고 자력신앙의 기도는 ‘~하겠습니다’라고 하는 발원형이라는 것이다.
구걸형과 발원형기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아무래도 해당 종교의 교리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아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주종관계가 명확한 종교는 종의 입장에서 주인에게 무언가를 달라고 하는 기도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반면에 자신이 주인인 종교의 기도 내용은 무언가를 하겠다고 하는 내용이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다. 교리에 따라서 기도 내용이 바뀌는 엄청난 결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마치 현대사회에서 사장과 종업원의 관계와 같다고 비유 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자각의 종교인 불교는 절대자에 의지 하여 일방적으로 달라고 하는 구걸형 기도를 매우 천박하게 생각한다. 어린아이가 울며 불며 떼쓰는 기도와 같은 구걸형 기도는 불교의 근본 교리와도 맞지 않는다. 자기 자신이 주인이고 스스로 창조 해 나가는 기도로는 역시 발원형 기도가 가장 잘 어울린다.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은 과거 노예시대나 봉건시대와 같은 주종 관계가 명확한 시대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각자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결정을 하고 새로운 인생을 창조 해 가는데 더 익숙해 있다. 노예근성으로 21세기를 살기에는 너무나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주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계와 노예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계는 비록 같은 공기를 호흡 하고 있을지라도 그 맛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다음은 불자들이 조석으로 듣는 이산 혜원선사의 발원문이다. 기도는 이런식으로 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교과서와 같은 내용이다.
이혜연선사 발원문
시방삼세 부처님과 팔만사천 큰법보와
보살성문 스님네께 지성귀의 하옵나니
자비하신 원력으로 굽어살펴 주옵소서
저희들이 참된성품 등지옵고 무명속에
뛰어들어 나고죽는 물결따라
빛과소리 물이들고 심술궂고 욕심내어
온갖번뇌 쌓았으며 보고듣고 맛봄으로
한량없는 죄를지어 잘못된길 갈팡질팡
생사고해 헤매면서 나와남을 집착하고
그른길만 찾아다녀 여러생에 지은업장
크고작은 많은허물 삼보전에 원력빌어
일심참회 하옵나니 바라옵건대
부처님이 이끄시고 보살님네 살피시와
고통바다 헤어나서 열반언덕을 가사이다
이세상의 명과복은 길이길이 창성하고
오는세상 불법지혜 무럭무럭 자라나서
날적마다 좋은국토 밝은스승 만나오며
바른신심 굳게세워 아이로서 출가하여
귀와눈이 총명하고 말과뜻이 진실하며
세상일에 물안들고 청정범행 닦고닦아
서리같이 엄한계율 털끝인들 범하리까
점잖은 거동으로 모든 생명 사랑하며
이내목숨 버리어도 지성으로 보호하리
삼재팔난 만나잖고 불법인연 만나오며
반야지혜 드러나고 보살마음 견고하여
제불정법 잘배워서 대승진리 깨달은뒤
육바라밀 행을닦아 아승지겁 뛰어넘고
곳곳마다 설법으로 천겁만겁 의심끊고
마군중을 항복받고 삼보를 잇사올제
시방제불 섬기는일 잠깐인들 쉬오리까
온갖법문 다배워서 모다통달 하옵거든
복과지혜 함께늘어 무량중생 제도하며
여섯가지 신통얻고 무생법인 이룬뒤에
관음보살 대자비로 시방법계 다니면서
보현보살 행원으로 많은중생 건지올제
여러가지 몸을나퉈 미묘법문 연설하고
지옥아귀 나쁜곳에 광명놓고 신통보여
내모양을 보는이나 내이름을 듣는이는
보리마음 모두내어 윤회고를 벗어나되
화탕지옥 끓는물은 감로수로 변해지고
검수도산 날쌘칼날 연꽃으로 화하여서
고통받던 저중생들 극락세계 왕생하며
나는새와 기는짐승 원수맺고 빚진이들
갖은고통 벗어나서 좋은복락 누려지다
모진질병 돌적에는 약풀되어 치료하고
흉년드는 세상에는 쌀이되어 구제하되
여러중생 이로운일 한가진들 빼오리까
천겁만겁 내려오던 원수거나 친한이나
이 세상에 권속들도 누구누구 할것없이
얽히었던 애정끊고 삼계고해 벗어나서
시방세게 중생들이 모두성불 하사이다
허공끝이 있사온들 이내소원을 다하리까
유정들도 무정들도 일체종지 이루어지이다
진흙속의연꽃
'진흙속의연꽃'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령화사회에 ‘불교수행공동체’를 제안 하며 (0) | 2007.09.09 |
---|---|
노후(老後)에는 ‘금강경(金剛經)’을 읽으며 인생과 자연과 우주를 관조 (0) | 2007.09.08 |
과학이 발달 하면 할수록 각광받는 불교의 교리(敎理) (0) | 2007.09.06 |
‘수행자(修行者)’야말로 인생의 진정한 승리자 (0) | 2007.09.03 |
불교는 일방적인 구제가 아니다 (0) | 2007.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