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노후(老後)에는 ‘금강경(金剛經)’을 읽으며 인생과 자연과 우주를 관조

담마다사 이병욱 2007. 9. 8. 10:16

 

노후(老後)에는 금강경(金剛經)’을 읽으며 인생과 자연과 우주를 관조 하며

 

 

노령시대를 위한 수행공동체를 만들어

품위있는 죽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그 젊은 날에

보람  있는 삶을 살지 않았고

인생의 진정한 재물(진리)

얻지 못한 이는

고기 없는 연못가에 서 있는

저 늙은 왜가리처럼 쓸쓸히 죽어간다

(法句經 155)

 

 

일본은 종교적으로는 불교국가이다. 전국민의 대부분이 불교를 믿고 있으며 또한 세계적으로도 불교학이 가장 발달한 나라이기도 하다. 불교는 인도에서 발생하였지만 학문적으로 꽃핀 나라가 바로 일본인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수많은 나라라에서 불교학을 연구 하려고 일본에 유학가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팔만대장경이 있다면 일본에는 일를 좀더 보완하고 체계화한 신수대장경이 있다. 그리고 남방불교의 남전대장경연구도 가장 발달한 곳이 일본이다. 학문적으로 봐서는 일본이 우리나라 보다 선진국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가 불교를 전래 해 주었지만 현대에 있어서 불교학의 중심은 일본인 것이다.

 

일본은 전국민의 대부분이 불교신자이고 기독교신자는 5프로가 되지 않는다. 우리보다 기독교가 훨씬 먼저 전래 되었지만 전통문화와 전통종교를 잘 보전 되고 있다. 아마도 나라가 망해서 남의 나라의 식민지 경험이 없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불교의 전통이 면면히 내려오는 일본에서의 불교는 내세와 관련된 장례불교가 성행 하고 있다고 한다. 살아서는 일본고유의 신앙인 신도를 숭배하지만 늙고 죽음에 이르러서는 불교에 귀의 한다는 것이다.

 

오래 전에 신문에서 일본의 세계적인 기업인 쿄세라회장의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본인은 은퇴 하면 불교에 귀의 하여 금강경을 외우고 자연과 인생과 우주를 관조하면서 일생을 마치고 싶다는 기사 이었다. 그 때 당시에는 금강경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을 때 이었다. 세계적인 기업을 일구어 낸 대기업의 회장이 은퇴해서 금강경을 읽으며 노년을 보내겠다는 말은 금강경에 대한 신비감과 궁금증을 더 해 주었던 것이다. 나중에 불교교양대학을 다니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금강경은 조계종의 소의경전이고 공사상을 잘 표현한 초기 불경임을 알게 되었다. 또한 내용 자체도 난해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맛이 우러 나오는 진국 같은 경전이었다는 것이다.

 

사람이 늙어 지면 초라해 보이고 힘도 없어 보인다. 특별히 해 놓은 일도 없고 또한 가진 것도 없다. 살아온 세월 만큼이나 많은 업()만 잔뜩 짊어 지고 죽음을 기다리는 늙고 힘빠진 왜기러기와 같이 처량한 모습이다. 부처님 당시 인도에서는 나이가 45세가 넘으면 즉 증손자를 볼 때 쯤이면 숲으로 돌아가 수행자로서의 일생을 마친다고 법륜스님의 동영상강의에서 들었다. 구차하게 집에서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며 의미 없이 일생을 마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쿄세라 회장도 아마 이런 맥락에서 발언을 했으리라 생각 된다.

 

불교에서는 귀의(歸依) 한다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즉 본래 있었던 자리로 되돌아가 의지 한다는 말이다. 세상에 나와서 일생을 살아가지만 늙어 죽을때쯤 되면 불교에 귀의 하여 내세를 준비 하고 기약하는 것이다. 노년에 죽음을 맞이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수행자로서 일생을 마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수행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미래에는 노인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 날 것이라고 한다. 갈수록 기대 수명이 늘어나서 노인 인구는 늘어나지만 사회적으로 기여 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 드는 것이다. 하는 일 없이 가정에서 장기간에 걸쳐 구차하고 외롭게 죽음을 맞이 하는 것보다 수행공동체에서 함께 공부 하고 염불하고 경전을 읽으며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 하는 것도 생각 해 볼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불교의 역할이 매우 기대 되기도 한다.

 

 

2007-09-08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