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아파트 단지 안에 들어선 현대판 5일장

담마다사 이병욱 2008. 7. 9. 09:36

 

아파트 단지 안에 들어선 현대판 5일장

 

 

 

 

내 사무실 내 가게를 갖는 것이 꿈

 

직장인들은 번듯한 자신의 사무실 하나 갖는 것이 꿈이다. 또 거리에서 장사 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가게를 하나 갖는 것이 소원이다. 모두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누구에게도 구애 받지 않고 자신의 꿈을 펼쳐 나가기를 기대 하는 것이다.

 

직장에서 퇴출당하고 길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들 대부분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 하기 위하여 이곳 저곳을 기웃 거리게 된다. 그러나 흔쾌히 받아 주는 곳은 별로 없다. 나이가 많아서 경험이 없어서 또는 가진 돈이 없어서 퇴짜를 맞기 일쑤이다. 그러다 보니 하루 이틀 놀게 되고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주로 산으로 향하게 된다. 설령 가진 돈으로 무언가를 해 보려 해도 겁나서 주저 하게 된다. 무언가 했다고 하더라도 몇개월 안가서 털어 먹고 접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 수이다. 한때 잘 나가던 때와 비교 하면 현재의 삶은 처량하기 그지 없다. 그래도 할 만한 것은 장사 밖에 없다. 큰 돈이 없어도 기술과 경험이 없어도 누구나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장사이다. 비록 좌판 하나 갖다 놓고 앉아 있다고 할지라도 그 순간 만큼은 자신이 사장이고 자신의 판단에 의하여 꾸려 나간다. 직장에서 눈치밥 먹으며 비굴 하게 사는 것 보다 더 낮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비록 행색은 초라해 보일지라도 잘 만 하면 돈도 벌고 미래에 내사무실 내가게도 가질 수 있다는 꿈도 가질 수 있지 않은가.

 

아파트 단지 안에 들어선 현대판 5일장

 

아파트단지가 모처럼 들썩인다. 난데 없이 시골의 5일장이 열린 기분이다. 도로 양 옆으로 간이 천막이 쳐 지고 각종 생필품이 전시 되어 있다. 한쪽 켠에서는 분위기를 잡느라고 즉석 거리 공연을 하고 있다. 또 한 켠에서는 먹거리를 팔고 있고 간이 주점도 만들어져 있다. 저녁시간 늦게 까지 장은 섰으나 사가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그냥 구경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현대판 5일장의 특색은 이 아파트 저 아파트 옮겨 다니면서 물건을 파는 것이다. 이동 하기 쉽도록 접찰식 간이 천막 안에서는 매우 다양한 물건이 전시 되어 있다. 농산물부터 시작하여 뻥튀기, 1000냥 상품, 옷가지등 주로 서민들이 즐겨 찾는 상품으로 갖추어져 있다. 많이 팔리면 신이 날 법 하지만 표정으로 보아서는 전혀 그렇지 않은 느낌이다. 그냥 앉아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장사를 해서 부자가 된다거나 재벌이 된다는 꿈은 애초 부터 가지고 있지 않은 듯하다. 이 아파트 저아파트 또는 이 동네 저 동네 옮겨 다니면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팔리면 다행이고 안 팔리면 할 수 없는 모습이 역력 하다.

 

 


 

 

또 다른 동네를 찾아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치고 할인점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일반화 되었다. 가장 목 좋은 장소에 위치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차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어서 쇼핑하기에 매우 편리 하게 하여 놓았다. 식료품 부터 의류 가전 제품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매우 다양하고 품질 또한 뛰어나다. 여기에다 선진 마케팅기법까지 활용 하여 대부분의 소비자를 흡수 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주변 재래시장이나 소규모 자영업으로 생계를 꾸려 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다. 거대 자본과 영세자본의 대결이라는 것은 처음 부터 게임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하던 가게를 접고 이 동네 저 동네로 떠 돌아 다니는 현대판 장돌뱅이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할인점과 같은 경우는 남자들이 카트를 밀고 다니면서 쇼핑을 해도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쇼핑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느낌이다. 그런 할인점과 대조적으로 재래시장이나 5일장과 같은 임시적으로 생긴 시장은 남자들은 잘 보이지 않고 주부들이나 나이 드신 노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이들의 주목을 끌기 위하여 여장을 하고 진한 음담패설성 입담으로 웃기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지만 매출은 영 신통치 않은 분위기 이다. 그저 우득커니 앉아서 손님 만을 기다리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저녁 11가 되도록 장은 섰지만 대체로 썰렁 하기만 하다.

 

현대판 5일장 멤버들은 이제 또 다른 아파트를 찾아서 그리고 또 다른 동네를 찾아서 이동 할 것이다. 가급적이면 할인점하고 먼 곳에 그리고 주로 서민들이 사는 동네에서 장사해야 그나마 눈길을 끌 것이다. 아침이 되고 보니 간밤에 설치 되었던 장터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주변은 깨끗이 정돈 되어 있었다.

 

  

 

그림도 판다

 

 

 

 

 

제철에 나온 과일과 농산물

 

 

 

 

뻥튀기를 만들고 있다

 

 

 

 

각종 악세사리

 

 

 

 

 

젓갈이나 반찬종류를 파는 곳도 있다

 

 

 

 

 

1000원 부터 시작 되는 각종 생필품

 

 

 

 

즉석에서 만든 먹거리

 

 

 

 

간이 주점이 만들어져 있다

 

 

 

 

 

 이동식 바이킹. 어린이들을 위한 배려로 여겨진다. 유료이다

 

 

 

 

 

여장을 한 남자가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구고 있다

 

 

 

 

걸쭉한 입담에 박장대소 하며 환호 하고 있다

 

 

 

 

 200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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