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대책회의와 108배, 가장 낮은 자세로 그릇 키우기를

담마다사 이병욱 2008. 7. 10. 10:21

 

대책회의와 108, 가장 낮은 자세로 그릇 키우기를  

 

 

photo, media.daum.net/

 

 

108배를 시작한 피신자들

 

조계사로 피신한 광우병대책회의 지도부가 108배를 올렸다고 한다. 108배는 3보일배와 함께 비폭력적인 강력한 투쟁 수단으로서 잘 알려 져 있다. 피신장소가 사찰의 영향탓도 있겠지만 이것도 일종의 시위 형식으로 보여진다. 이를 두고 보수단체는 강력히 반발한다. 특히 이름도 생소한 '라이트코리아'라는 단체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뉴라이트운동연합'이라는 말은 들어 보았어도 '라이트코리아'라는 단체는 처음 들어서 실체가 궁금 하였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찾아 보았다.

 

별도의 웹사이트는 없고 다음에 카페(http://cafe.daum.net/RIGHTKOREA)로 등록 되어 있다. 회원수는 254명이고 2006 4월에 카페가 만들어 진 것으로 나와 있다. 목록만 보아도 현정부와 이념과 사상을 같이 하는 극우 보수단체임을 알 수 있다. 이들 단체 회원들은 대책회의 피신자들을 즉각 체포 하라고 말하고 은신처를 제공한 조계사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 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조계사측에서는 피신자들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수배 해제를 하기 위하여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로서 시국법회추진위원회를 한시적이 아닌 상설기구로 전환 하겠다고 발표 하였다. 일종의 정부에 대한 선전 포고인 셈이다. 그 동안 공직자의 종교편향행위와 불교차별에 대한 불신감의 표현이고 5년 동안 내내 감시 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로 여겨 진다.

 

108배란

 

피신자들의 108배는 단순한 종교적인 의례는 아닌 것으로 보여 진다. 일종의 시위이고 투쟁의 한 방편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108배는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사찰에 가면 대웅전이 있다. 사찰에 따라서 대적광전 미타전 등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불상을 모셔 놓은 가장 중요한 전각이다. 이곳에서 예불을 하게 되면 불자들은 반드시 3배를 올린다. 즉 불법승 3보에 대한 예경인 것이다. 유일신종교에서 말하는 돌덩이나 쇳덩어리 자체에 절을 하는 우상숭배와는 다른 것이다. 부처님과 그 가르침 그리고 그 가르침을 따르는 스님에 대한 예의와 존경의 표시이다. 3배와 더불어 108배가 있다. 일종의 수행방법 중의 하나이다. 보통 108참회 발원문과 함께 하게 되어 있다. 약 이삼십분 정도 걸린다. 108배도 하는 요령이 있다. 잘 못 하게 되면 마치 무당들이 하는 것과 같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먼저 두손을 합장한 상태에서 그대로 몸을 내린다. 그런 다음 오른손을 먼저 땅에 대고 다음에 왼손을 땅에 댄다. 무릎을 구부리고 이마를 땅에 대고 난 후에 두손을 귀에 붙이고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게 한다. 이런 절차를 108번 반복 하는 것이다.

 

108배 하는 것 자체가 훌륭한 운동이라고 한다. 요즈음에는 TV에서도 소개 되고 있어서 불자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108배정도는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그런 108배의 원래의 취지는 자신을 한 없이 낮추는 것이다. 땅바닥에 이마를 대는 것 만치 더 자신을 낮추는 행위가 있을까. 땅바닥에 이마를 대는 행위를 하는 종교는 이슬람교도 있다. 그들의 종교행사를 보면 반드시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다. 그리고 이마를 땅에 대고 절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절 하는 방법에 있어서 이슬람과 불교가 공통점이 있는 것 처럼 느껴진다.

 

 

 

 

108배로 그릇 키우기

 

고개를 빳빳이 드는 행위는 아상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고집이 세고 자기 주장이 강하기 때문에 결코 상대방에게 머리 숙이는 경우가 별로 없다. 고개를 숙여도 이마를 땅에 댈 정도는 아니다. 그러고 보면 땅에 몸을 던질 정도이면 자신을 완전히 버리는 상징적인 행위와 같다. 몸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가장 낮은 자세을 취하는 것이 108참회이다. 보통 정형화된 발원문이 있지만 상황에 따라 만들어서 사용 하면 된다. 그런 발원중에 가장 감명 있게 받아 들인 것이 월호스님의 '그릇 키우기' 발원이다.

 

사람들은 타고난 그릇이 있다. 아무리 하늘에서 보배비가 내리더라도 그릇이 작으면 그 그릇 이상 담을 수 없다. 그래서 그릇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그릇을 깨야 한다는 것이다. 그 자신의 그릇을 깨기 위해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절수행'이라는 것이다. 즉 이제까지 미워했던 사람, 나로 인해 고통 받았던 사람, 나에게 큰 피해를 준사람에게 절을 하라는 것이다. 그 것도 이마를 땅에 대고 불 법 승 3보에게 절을 하듯이 지극정성으로 하라는 것이다. 마치 상대가 앞에 있는 듯이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사람 한사람 불러 내어서 완전히 풀어 질때 까지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고 나면 그렇게 기분이 가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신의 그릇을 깨는 행위인 것이다. 이런 행위를 반복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릇이 커진다고 한다. 그리고 타고난 운명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오체투지 위에 '전체투지(全體投地)'가 있다

 

절하는 것을 '오체투지'라고도 말한다. 사지를 땅에 대고 마지막으로 이마를 대면 5체가 땅바닥에 붙는 것이다. 불자들이 하는 3배와 108배가 이에 해당 된다. 오체투지는 자신을 최대한 낮추는 행위이지만 티벳의 그것과 비교하면 이것도 약과이다. 그들은 땅바닥에 온 몸을 던진다. 사지 뿐만 아니라 배도 갖다 댄다. 이렇게 되면 몸 전체가 땅에 닿게 된다. 이 이상 더 낮추는 행위가 있을까. 그래서 어떤 이는 이런 방법을 '전체투지(全體投地)'라고 하였다. 오체투지 위에 전체투지가 있는 것이다. 지금도 티벳에서는 이 전체투지로 예불을 하고 심지어는 성지순례까지 한다고 한다.

 

 

Photo, cafe213.daum.net/

 

피신자들의 발원은

 

광우병 대책회의 피신자들은 조계사에 갖혀 있다. 나가면 즉각 체포 되게 되어 있다. 조계사에 있는 동안 매일 108배를 하겠다고 한다. 그들이 하는 108배가 반드시 불법승 3보에 대한 예경은 아닐 것이다. 108배가 각자 원하는 사항이 이루어지도록 발원 하는 것이라면 피신자들도 나름대로 발원이 있을 것이다. 그 것은 그들이 본래 부터 바라던 사항일 것이다. 그런 발원이 이루어지도록 108배를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들이 발원 하는 사항이 이루어질 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조계사에서는 이들을 최대한 보호해 주겠다고 선언 하였다. 그리고 수배해제를 위해서 노력 하겠다고도 말 하였다. 종교편향과 차별로 인하여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불교계와 피신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 진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이들이 조계사를 택했는지도 모른다.

 

MB는 국민을 섬기겠다고 약속하고 고개를 숙인바 있다. 그러나 그 진정성에 대하여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말과 행동이 일치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고개를 숙이는 정도가 아니라 이마를 땅바닥에 대고 서라도 국민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가장 낮추는 자세를 보여 주고 언행을 일치 시켜야 믿을 것이다. 믿기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었을 때 촛불은 언제든지 다시 타오를 수 있을 것이다.

 

 

 

2008-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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