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엄살로 느껴 지는 '공무원연금개악' 현수막

담마다사 이병욱 2008. 7. 26. 10:03

 

엄살로 느껴 지는 '공무원연금개악' 현수막

 

 

 

 

글을 쓰다 보면 글의 내용보다 제목의 중요성에 대하여 실감한다. 제목에 따라 그 글이 얼마나 많이 읽히느냐가 결정 되기 때문이다. 같은 말이라도 호기심을 일으키는 제목을 쓰면 훨씬 더 많이 읽힌다. 이런 제목을 '낚시제목' 또는 '낚시글' 이라고 한다.

 

낚시성제목은 신문과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수 많은 정보 중에 눈이 뜨일 려면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때로는 충격적인 제목을  달아야 한다. 일단 그 제목을 클릭하거나 그 기사에 들어 가면 낚였다고 볼 수 있다.

 

낚시성제목중에 '세금폭탄'과 같은 신조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세금이 마치 폭탄터지는 것과 같이 감당 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것을 충격요법으로 표현 하는 것이다. 이런 용어가 한번 인기를 끌게 되면 이후에 각종 단어 뒤에 붙어 다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물가폭탄'이니 하는 말들이 이에 해당 될 것이다.

 

'신의 직장' 너머에 '신이 숨겨 놓은 직장'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이 유행 하였다.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월급만 많이 가져 가는 공기업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공무원 신분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반사기업도 아닌 공적자금으로 운영 되는 국영기업체에 근무 하는 직원들의 급여를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신이 숨겨 놓은 직장'이라는 기가 막힌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공기업체중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알짜배기를 지칭 하는 것이다. 이들 회사의 직원연봉이 1억원에 이른다고 해서 신이 숨겨놓은 직장이라고 표현 한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열정은 세계가 인정 할 정도로 극성이다. 학원이나 과외를 받는 것은 보통이고 좀 더 여유 있다면 해외로 보내기도 한다. 방학 때 마다 해외로 연수 나가기 위해 공항이 북적이는 가 하면 아예 가족의 일부와 함께 나가서 생활하는 기러기가족이 허다 하다. 모두가 좋은 대학을 나와서 좋은 직장을 잡기 위해서이다. 그 중에서도 공무원에 대한 인기는 단연 높다. 100만에 육박하는 공무원들은 국가가 보장 하는 직업이다.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부도날 염려가 없다. 그래서 한번 들어가면 평생직장으로 생각 하는 것이다. 이에 비하여 사기업은 정년에 대한 보장이 없다. 생겨 난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정년까지 다녀 본 사람이 없는 것이다. 역사가 오래 된 회사도 정년까지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도중에 그만 두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측면으로 보았을 때 공무원은 매력적인 직장임에 틀림 없다.

 

공무원연금이 350만원이라면

 

아는 분 한테 들은 이야기이다. 그 분과 가까운 사이에 있는 사람이 교장으로 정년 퇴임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연금이 350만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이야기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남들이 들으면 위화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연금은 커녕 노후대책도 마련해 놓지 못한 사람들이 수두룩 한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시기심과 질투만 유발할 뿐이라는 것이다.

 

노후가 되면 일자리가 없다. 눈도 침침하고 기력도 없는 사람을 누가 써 주겠는가. 그래서 국가에서 국민연금과 같은 제도도 만들고 개인적으로 개인연금과 같은 노후 대책을 마련 하지만 늘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서는 이 마저도 쉽지 않다. 설령 국민연금을 탄다 해도 용돈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품위 있는 노년을 보내기는 꿈과 같은 일이다. 더구나 그 국민연금도 세월이 지나면 고갈 된다고 하니 더욱 더 앞날이 깜깜할 뿐이다. 그에 비하면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과 같이 국가가 확실하게 보장 하는 연금을 늙어 죽을 때 까지 타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 것도 금액이 일반인들의 월급에 해당 될 정도 이면 오래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은 매우 간절 할 것이다.

 

관공서에 걸려 있는 현수막을 보면

 

관공서를 가보면 종종 현수막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민원성의 현수막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현수막이다. 그 중에 연금에 관한 현수막을 볼 수 있었다. "노후 생활을 파탄내는 연금개악을 중단 하라"는 현수막이 눈에 띤다. 노후에 어느정도 가져 가는지 알 수 없으나 앞서 말한 교장의 연금액수정도가 된다면 도둑놈 소리 듣기에 딱 알맞을 것이다. 그 정도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소시민들의 월급수준만 되어도 많이 가져 가는 것이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4000원이다. 직장이 없어서 임시로 편의점에서 일한다고 해도 4000원은 보장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노동 하는 경우도 4000원 이상은 받을 수 있다. 하루 8시간 25일 일하는 것으로 계산 하면 80만원이다. 그러나 실제로 일하는 날이 들쭉 날쭉 하고 비정기적이기 때문에 수입은 이보다 훨씬 덜하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월급이 70만원 정도이고 할인점에서 카트를 끌어도 70만원선이다. 이 돈으로는 미래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없다. 간신히 먹고 살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수 백만이고 연금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노후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과 비교하여 노후를 대비해서 연금을 부어 나가는 사람들은 복 받은 사람들이라 볼 수 있다.

 

북한은 우리과 같은 민족이다. 비록 이데올로기로 인하여 갈라져 있지만 그들이 굶어 죽어 간다면 그냥 두고만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쌀과 옥수수, 비료등을 무상으로 이제까지 지원해 왔다. 옆집이 굶어 죽는데 이웃이 모른채 한다는 것은 인륜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들 못살고 굶어 죽는 판인데 나만 잘산다면 마음 편한 일은 아닐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함께 잘사는 것이다. 그러나 가진자가 더 인색하다고 현실은 반드시 인정이 넘치는 사회는 아니다. 더 많이 소유 하고 있는 보수정권이 더 북한에 대하여 인색하고 조건을 내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공무원과 같이 국가가 보장 하는 안정된 직장에서 정년까지 생활하고 더구나 늙어 죽을 때 까지 연금혜택을 받는 위치라면 일반국민에 비교하면 선택된 사람들이고 어떻게 보면 신의 직장에 다닌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걸려 있는 현수막의 글을 보면 엄살피우는 것 같아 씁쓸 하기만 하다.

 

공무원의 주인은 누구인가

 

사람들은 크고 거대한 것을 좋아 하는 경향이 있다. 직장을 잡아도 될 수 있으면 큰데로 가고져 한다. 개인사업을 하지 않는 한 직장에 들어가 월급쟁이 생활을 하게  된다. 사장과 단 둘이 있는 직장이라면 4대보험 혜택도 받기 힘들다. 또 사이가 틀어지면 나와야 한다. 따라서 일하는 기간은 매우 짧다. 직원이 몇 십명 되는 회사라면 그 나마 좀 더 나을 것이다. 대기업이라면 근무 하는 기간도 더 길어 질 것이다. 조직의 규모에 비례하여 근무기간도 비례해짐을 알 수 있고 또한 급여도 차이가 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무어니 무어니 해도 국가가 보장 하는 곳 만큼 안전한 곳이 있을까. 바로 공무원이나 공기업이다. 회사가 부도 나면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지지만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이들의 생존은 보장 된다. 그 지위를 이용 하여 퇴임 후 까지 대비책도 마련해 놓는다. 가급적이면 더 많이 가져 갈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놓는다. 회사라면 오너가 통제 할 수 있으나 공무원은 따로 주인이 없다. 따라서 그들끼리 편리한 대로 법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공무원의 주인은 국민이지만 주인의 눈치는 거의 개의치 않는 느낌이다. 그래서 공무원이나 공기업을 '신의 직장' 또는 '신이 숨겨 놓은 직장'이라 부르는지 모르겠다.

 

 

 

2008-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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