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를 그으면 같이 밥먹는 사람들이 불편해 할까봐
“장군님이 경기를 지켜본다는 생각을 하니 힘이 솟아오르면서 바벨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안겨준 북한 여자역도선수의 말이다. 이 말을 두고 보수신문은 중국의 누리꾼의 말을 빌어 비아냥 거리고 있다. 그리고 다른 면에서 한번 더 장군님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담은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장군님께 감사 드리는 사람들
TV에서 북한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언제나 하는 말중에 '장군님'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음을 볼 수 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왠지 모르게 거북하고 불편하고 이질감을 느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심리일 것이다. 특히 남북이산가족상봉 현장에서 남측가족이 들었을 때 가장 충격적이라고 말한다. 북한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장군님호칭이 우리에겐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들의 사회를 알고 나면 이해가 가는 구석도 없지 않아 있다.
북한은 철저하게 이데올로기가 지배 하는 사회이다. 그 정도가 거의 종교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체제를 일종의 종교집단으로 보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종교단체에서 보는 여건을 다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교조에 대한 강렬한 숭배를 들 수 있겠고 다음으로는 자신만이 진리라는 과도한 자심감일 것이다.
교조에대한 이야기는 주로 신화적으로 전해져 온다. 일반사람들과 다른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이다. 죽었다가 살아 났다든가 갈대잎으로 강을 건넜다든가 하는 이야기이다. 북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항일운동을 할 때 신화적인 이야기 같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만이 유일한 진리라는 이야기는 남의 말에 귀담아 듣지 않는 것을 말한다. 즉 내 말이 진리라고 주장하면 남의 말은 모두 거짓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독선적인 도그마에 빠지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종교와 이데올로기는 매우 닮은 점이 있다. 그래서 북한과 같은 체제를 '준종교' 또는 '숨겨진 종교'라고 말하기도 한다. 북한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장군님 호칭과 종교인이 부르는 교주나 절대자의 이름을 부르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나님께 감사 드리는 사람들
축구선수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종교에 대하여 은연중에 티를 낸다. 아마도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사석에서는 물론 공공장소에서 까지 절대자를 �고 교주의 이름을 부르는 행위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그런데 비종교인이 보았을 때는 거북하고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구 나오는 말은 어떤 면에 있어서는 개념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 지기도 한다. 특히 모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공장소에서 하는 말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반드시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올린글의 댓글에서 보는 어느 교인의 글은 인상적이었다. 식사하기 전에 성호를 그으면 같이 밥먹는 사람들이 불편해 할까봐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절대자나 교주의 이름을 부르는 행위는 자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다종교사회에서 직접적으로 자신의 종교를 드러내는 행위는 커다란 실례라 생각 된다. 그리고 무례하고 무개념하다는 소리를 딱 듣기 좋다는 것이다. 북한역도선수가 장군님 운운 함으로서 금메달 딴 효과를 반감 시키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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