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지순례기

바위 위에 새겨진 승가사 공덕주 명단을 보며

담마다사 이병욱 2008. 9. 1. 16:42

 

 

바위 위에 새겨진 승가사 공덕주 명단을 보며

 

 

 

 

 

 

 승가사 전경

 

 

암반위에 세워진 승가사

 

북한산의 승가사를 찾았다. 북한산의 등반코스중의 하나로 되어 있기 때문에 주변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승가사 역시 천년고찰이다. 5m가 넘는 마애여래좌상이 있고 승가대사 석상이 있는 곳으로 또한 유명하다. 천년 전에도 찾는 사람이 있었고 지금도 찾는 사람이 있어서 공간은 그대로 이지만 시간은 천년 동안 지속 되고 있다.

 

 

 

암반위의 명부전

 

 

 

주로 암반위에 세워진 승가사는 비구니 도량이다. 여느 비구니 도량과 같이 승가사도 경내가 매우 정갈하고 아기자기하게 구성 되어 있다. 암반과 전각이 잘 어우러져 있어서 매우 자연스럽다. 명부전 같은 경우는 커다란 암반 바로 위에 지어 졌는데 앞에서 보면 바위 위로 지붕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자연을 크게 훼손 하지 않고 최대한 자연을 살려서 가람을 배치 한 결과이다.

 

천년된 굴법당과 마애불

 

대웅전 바로 위에는 굴법당이 있다. 이 곳 역시 커다란 바위 밑에 굴이 있고 그 곳을 법당으로 활용 하고 있다. 이 법당 안에는 석상이 하나 있는데 승가대사상이라고 한다. 승가사의 이름과 같다. 1024년에 만들어 졌으니 천년이나 된셈이다. 두건을 쓰고 전체적으로 백색을 띠고 있는데 약사불이라고도 한다. 이 곳에서 기도 하면 기도가 잘 된다고 한다.

 

 

 

 

승가사 석굴법당

 

 

 

 

석굴법당의 승가대사상. 1024년에 조성 되었다.

 

 

 

108계단을 통하여 올라가면 커다란마애불이 나온다. 고려초기에 세워 졌으므로 천년동안 그 자리를 지켜 온 셈이다. 승가사를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고 기도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굴법당안의 승가대사상이나 암벽에 세워진 마애불이나 모두 천년이상이 된 보물이다. 승가사 아래에는 멋있고 정교 하고 우람하게 세워진 민족통일호국보탑이 있다. 기도 할 수 있도록 잘 꾸며 놓았지만 사람들은 이곳 보다 천년이나된 마애불이나 승가대사석상을 주로 찾는다. 이유는 아마도 역사와 전통 그리고 기도효과 때문일 것이다.

 

 

 

 

마애불로 가기 위해서는 108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승가사 마애석가여래좌상. 보물25호이다. 고려초기 10세기에 조성 된 것으로 추정 된다.

 

 

 

 

바위 위에 새겨진 승가사 공덕주 명단을 보면

 

승가사는 최근 이삼십년사이에 불사가 주로 이루어진 듯 하다. 곳곳마다 불사한 공덕비가 세워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불사한 공덕을 후대에 널리 알리고져 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런데 아예 바위에 새긴 경우를 볼 수 있다. 커다란 바위에 시주한 사람의 명단이 한글로 빼곡히 적혀 있다. 한번 돌에 새기면 돌이 마모 되어서 닳아 지지 않는 한 천년 만년 가기 마련이다. 천년 만년 이름 석자를 남기고져 하는 집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바위 위에 새겨진 공덕주 명단

 

 

 

보시는 육바라밀의 제1의 실천사항이다. 보시를 하더라도 불사를 하는 보시의 공덕은 매우 크다. 그러나 댓가 없이 하는 공덕은 더욱 더 클 것이다. 금강경에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공덕이라는 말이 나온다. 주었다는 생각을 내지 말고 주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공덕비를 세우고 이름을 새기는 행위는 무주상보시와는 한참 어긋나는 행동이라 볼 수 있다. 그것도 남들이 다 볼 수 있는 장소에 이름이 드러나도록 세우는 행위는 분명 경전의 가르침에 위배 되는 것이다. 더구나 뽑아 버릴 수 없도록 커다란 바위 위에 새긴 행위는 공덕의 차원을 넘어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착잡하게 만든다. 자연은 한번 훼손 되면 복원 하기 어렵다. 특히 바위같은 경우는 무너져 내리지 않는한 천년 만년 간다. 천년후 후대 사람들이 바위 위에 새겨진 공덕주 명단을 보았을 때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천년후에도 불사한 전각이 남아 있을지는 장담 하지 못한다. 전소 되어서 다시 지어질 수 도 있기 때문이다. 목재로 지어진 수 많은 전각들은 전쟁이나 화재로 전소 된 경우가 많다. 때 되면 다시 불사를 하여 다시 짖곤 하는 것이 전각이다.

 

후대사람들이 뭐라고 말 할까

 

전국각지에 있는 전통사찰 중에는 지은지 수백년 된 전각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바위 위에 새겨진 경우는 볼 수 없었다. 다만 전각 됫편 벽과 처마 사이에 작은 판을 하나 만들어서 자그마한 글씨로 공덕주명단을 써 놓은 것은 볼 수 있다.

 

바위위에 새겨진 공덕주 이름을 보면 집착과 이기심을 느낄 수 있다. 500년후 1000년후에 어떤 연유로 해서 전각이 다시 세워 진다면 암반위에  새겨진 이름하고는 전혀 무관한 것이 될 것이다. 후대사람들은 그 것을 보고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 까. 아마도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 그리고 집착이 어우러진 탐욕의 산물로 볼 것임에 틀림 없다.

 

 

 

 

 

 

승가사 대웅전

 

 

 

 

대웅전에 모셔진 부처님

 

 

 

 

 

영산전

 

 

 

 

 

산신각

 

 

 

 

 

종무소

 

 

 

 

 

범종각

 

 

 

 

 

각로향. 이곳에 들어 가면 유리창 너머로 곧바로 마애불을 볼 수 있다.

 

 

 

 

 

마애불 108계단에서 내려다 본 승가사

 

 

 

 

 

민족통일호국보탑. 1993년에 만들어졌다. 대공덕주는 정주영으로 되어 있다.

 

 

 

 

 

 

바위에 새겨진 오래되어 보이는 음각글씨

 

 

 

 

 

대웅전의 벽면에 그려진 10우도. 양각회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각로향 뒷편의 땅에 기어가는 모습의 소나무

 

 

 

 

 

 

 

 정원에 핀 이름모를 하얀꽃

 

 

 

 

2008-09-01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