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악성댓글과 악플, 인터넷 시대의 '필업(筆業)'인가

담마다사 이병욱 2008. 10. 7. 10:22

 

 

악성댓글과 악플, 인터넷 시대의 '필업(筆業)'인가

 

 

 

 

 

 

 

수리 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정구업진언이다. 천수경에 가장 먼저 나오는 이 진언은 독경 하기 전에 더러워진 입을 먼저 청정 하게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입으로 짖는 업을 구업이라고 한다. 구업과 더불어 신업과 의업이 있다. 이들 3개의 업을 신구의 3업이라고 한다. 살아 가면서 다반사로 짖는 업이다. 폭행을 가했다면 신업을 짖는 것이고, 험담을 했다면 구업을 짖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으로 "저 새끼 죽여 버려야 겠어!"라고 말했다면 의업을 짖는 것이다. 그런데 신업을 제외 하고 남는 증거는 없다. 폭행을 당했다면 폭행당한 흔적이라도 남을 텐데 말로 하는 업은 녹음을 해 놓지 않는 한 증거를 잡을 수 없다. 더구나 생각으로 짖는 의업은 말 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메신저의 경우

 

업무상 메신저를 쓰는 경우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메신저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공 하는 msn이다. 이 메신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시스템을 사용 하면 자동적으로 제공 되는 쌍방향 대화 도구이다. 이 메신저가 위력을 발휘 하는 것은 해외에 있는 사람과 대화 할 때 이다. 국제통화료가 비싸기 때문에 문자로서 대화 하는 것이다. 상대가 외국인 이라면 영어로 하면 된다. 또 하나의 장점은 그 자리에서 파일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동영상과 같은 대용량 파일을 주고 받는 데도 문제가 없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이 보다 더 강력한 메신저가 있다. 네이트에서 제공하는 '네이트온'이다. msn이 외국에서 만들어진 외래품이라면 네이트온은 토종품이라 볼 수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국내용에 지나지 않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 있다. 그러나 msn에서 없는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휴대폰과 연결된 문자서비스 라든가 포털과 개인 홈피와 연결 되는 기능 같은 것이다. 그러나 무어니 무어니 해도 감정 처리를 할 수 있게 해 놓았다는 것이다. 문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여러가지 얼굴표정을 아이콘으로 표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웃는 모습, 우는 모습, 화난 모습등이다. 이런 아이콘을 보면 마치 얼굴을 마주 대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이 들 정도로 리얼 하다. msn나 네이트온 이들 메신저의 또 하나 특징은 대화한 기록을 저장 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는 데 있다. 현실에서 일상적인 대화는 대화 할 때 뿐이며 사람의 기억 속에 남겨지지만 메신저는 모든 대화 내용을 마음만 먹으면 모두 저장 할 수 있다는 것이 일상적인 대화와 가장 큰 차이 일 것이다.

 

구업이 중죄라는데

 

인기연예인의 자살사건으로 인하여 댓글과 악플의 근원을 추적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추적 해 가다 보니 메신저로 받은 것이 최초의 정보 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화 내용을 따로 저장 해 놓지 않다 보니 서버 전체를 검색 한다고 한다. 증거를 잡기 위한 것이다. 모든 처벌이 근거 위주로 흐르다 보니 증거 자료를 확보 해야 하는 것이다. 말로서 하는 것과 달리 작성된 글은 흔적을 남긴다. 종이에 �다면 찢어 버리거나 불 태워 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인터넷상에서 글을 올렸다면 흔적은 남아 있다. 설령 삭제 하였더라도 어딘가에는 흔적이 남아 있기 마련이다. 이 쯤 되면 인터넷에 글을 쓰는 것도 일종의 업이라 볼 수 있다. 즉 신업 구업 의업과 함께 필업을 짖는 것이다.

 

흔히들 '' 다르고 '' 다르다고 말한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말하는가에 따라 감정이 좌우 되는 것이다. "이거 해!"라고 말하는 것과 "이것 좀 해 주세요~"가 다르듯이 말하는 태도에 따라 180도 달라 지는 것이다. 더구나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했다면 거의 폭행에 가깝다. 말 한마디에 따라서 상대방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업을 짖지 말자고 한다. 구업에 관해서 가장 경계 하는 글이 아마도 10악참회에 나오는 말일  것이다. 천수경의 10악참회를 보면 구업에 관해서 무려 4가지나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것도 중죄를 짖는 행위라는 것이다. 즉 망어 기어 양설 악구 이다. 풀이 하면 거짓말과 입발린 말, 이간질 하는 말, 악담 같은 것이다. 그래서 살생하고 도둑질하고 삿된짖 하는 것과 함께 중죄로 간주 하는 것이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행위

 

이들 구업은 한번 말하는 것으로 허공에 사라 지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저장 된다고 한다. 마치 컴퓨터의 서버에 저장 되듯이 제8식이라는 아뢰야식의 기억저장 창고에 고스란히 저장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한 말에 대한 과보는 언젠가는 반드시 받게끔 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이다. 그러나 남는 증거는 없으므로 처벌 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에 인터넷상에 올려진 악성 댓글이나 비방 하는 말은 저장이 가능 하다. 수집된 증거를 제시 하면 처벌 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행위는 일종의 필업을 짖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받아 들이는 사람에 따라 느낌은 다를 수 있다. 또한 그 파급효과가 지대 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모든 사람에게 알려 질 수 있다. 올린 글이 인터넷의 바다에 떠 돌다가 누군가에 의하여 읽혀지고 충분히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것도 인터넷시대의 특징이다. 한 때 활자화 된 신문의 영향력이 지대 하다 하였으나 지금은 그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인터넷의 영향력은 막강 하다. 이런 인터넷 시대에 익명을 무기로 마구잡이로 내 뱉어진 글은 허공으로 사라지지 않고 고스란히 흔적을 남기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컴퓨터는 단순한 기계장치일까

 

컴퓨터는 단순한 기계장치로 보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까지 인류가 살아 오면서 축적된 지식과 경험이 모두 녹아 들어간 정신이라 볼 수 있다. 더구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의 커다란 인류의 저장 창고와 같다. 마치 불교에서 말하는 제8식인 아뢰야식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접속을 하고 글과 자료를 남기는 행위는 고스란히 저장 된다. 누군가 인연이 닿으면 그 글과 자료를 보게 될 것이다. 보기 전에는 단지 파일로 된 형태로서 잠재적으로 존재 한다. 그러나 열어 보게 되는 순간 그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든지 영향을 주게 된다. 파일은 일종의 종자와 같은 것이다. 인연이 되어서 파일을 열어 보게 되었을 때 종자는 발화 하여 생명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보게 될 때 컴퓨터와 인터넷은 불교의 아뢰야식과 같고 네트워크는 인드라의 그믈망과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이 것이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화엄사상과 일맥상통 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좀 안다는 식자층이 왜 불교에 열광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이유 일 것이다.

 

 

 

2008-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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