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어느 날 갑자기 종말이 온다면

담마다사 이병욱 2008. 10. 19. 11:11

 

어느 날 갑자기 종말이 온다면

 

 

캐드(CAD)에는 줌(Zoom)기능이 있다. 줌인 하면 확대하여 볼 수 있고 줌아웃 하면 반대로 축소 해서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니터에서 볼 수 있는 형상은 항상 보기 좋은 적당한 크기이다. 물건을 다 만들어 놓고 실물을 보면 깜짝 놀라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모니터에서 보는 것 보다 훨씬 작은 모양도 있고 반대로 모니터에서 보았을 때 보다 훨씬 큰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티끌 속에 한 세계가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가는 티끌 속에 시방세계가 들어 있다는 뜻이다. 시방은 십방향으로 준말로서 동서남북사유상하를 의미한다. 사유는 동서남북의 사이의 방향을 말한다. 따라서 시방세계 하면 온우주를  일컫는 말이다. 티끌 보다 작은 먼지 안에 또 하나의 우주가 있다는 것이다. 그 우주는 우리가 사는 우주와 다름 없을 것이다.

 

일중일체다즉일 일즉일다즉일 (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 하나속에 일체가 있고 여럿속에 하나가 있어 하나가 곧 일체요 여럿이 곧 하나라는 뜻이다. 불교의 우주관을 잘 표현 해 주고 있는 말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먼지와 같은 미시적인 세계에서 우주도 있다는 말이고 반대로 우리가 사는 우주가 먼지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거시적인 우주도 있다는 말이다.

 

미시적인 우주와 거시적인 우주의 시간은 같지 않을 것이다. 빅뱅이후 우주는 팽창 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공간이 있어서 공간안에서 팽창 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공간이 생기면 당연히 시간도 생기게 마련이다. 우주의 팽창은 공간과 시간이 계속 만들어짐을 의미한다. 빅뱅초기에 즉 원자보다 더 적은 상태 이었을 때는 공간과 시간도 그 정도 이었을 것이다. 빅뱅초기단계가 먼지보다 더 적은 크기이었다 할지라도 거기에는 모든 것을 품고 있는 하나의 우주이었음에 틀림 없다.

 

천상의 하루는

 

불교경전공부를 하다 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천상세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중에서도 천상에서 하루에 관한 이야기이다. 불교천상은 모두 28천이다. 욕계가 6, 색계가 18, 무색계가 4천이다. 이중 인간세상과 가장 가까이 있고 중생이 선행을 닦으면 갈 수 있는 천상이 욕계천상이다. 그렇다면 욕계천상의 수명과 키는 얼마나 될까. 경전상에 나와 있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사왕천(四王天) 신장()은 약 1/2유순( 8km), 수명은 약 500( 900만년

도리천(도利天) 신장()은 약 1유순( 16km), 수명은 약 1000( 3600만년

야마천(夜摩天) 신장()은 약 2유순( 32km), 수명은 약 2000( 1 4400만년)

도솔천(兜率天) 신장()은 약 1유순( 16km), 수명은 약 1000( 3600만년

화락천(和樂天) 신장()은 약 8유순, 수명은 약 8000( 23 400만년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 신장()은 약 16유순, 수명은 약 1 6000( 92 1600만년

 

*欲界의 1 : <사왕천=인간의 약 50, 도리천=인간의 약 100, 야마천=인간의 약 200도솔천=인간의 약 400, 화락천=인간의 약 800, 타화자재천=인간의  1600 >

 

 

키가 무척 크고 천상의 하루가 인간의 하루 보다 훨씬 긴 것을 알 수 있다. 천상은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다. 죽어서 간다는 곳이다. 그 것도 선행을 많이 닦아야 가는 곳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겹쳐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차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육안보다 더 많이 볼 수 있는 혜안이나 천안, 법안, 불안을 가지고 있다면 볼 수 있지 않을까.

 

2차원 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공간이동을 할 수 없다. 평면에서 살기 때문이다. 그러나 3차원에 사는 우리는 공간이동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4차원에 사는 사람들은 3차원에서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차원으로 갈 수록 모든 것이 더욱 더 자유자재 할 것이다. 욕계천상의 사는 천신들은 인간보다 차원이 더 높은 세상에 살고 있을 것이다. 그 중에 욕계6천인 타화자재천이 있다. 여기에 사는 천신들은 마음 먹은 대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해서 타화자재천이라 한다. 인간들이 무엇을 하려면 수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천신들은 수고 없이 노고 없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 점 일 것이다. 이들 천신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인간세상의 하루는 찰라로 느껴 질 것이고 먼지 보다 더 작게 생각 할 것이다.

 

즐겁게 보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한 두시간이 후딱 지나가고 일주일 한달이 지루 하지 않다. 반면에 듣기 싫은 교육을 받을 때는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 같이 느낀다. 만일 얼차려와 같은 벌을 받고 있다면 1 1초가 고통스럽다. 일각이 여삼추와 같다는 말이 실감나는 것이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보냈다면 천상에 있는 것과 같고 1 1초가 고통 스럽다면 지옥에 있는 것과 같다. 천상과 지옥을 언급할 때 흔히 천상에 올라가고 지옥에 떨어진다고 한다. 올라간다라는 말은 더 큰세상에 태어나고 떨어진다라는 말은 더 작은 세상에 태어 난다라는 말과 같을 것이다. 더 큰세상에서는 인간보다 훨씬 더 키가 크고 수명 또한 무척 길다. 키가 크고 수명이 길기 때문에 인간세상 보다 더 큰 세상임에 틀림 없다. 이럴경우 인간사는 세상은 티끌과 같을 것이다. 인간보다 더 작은 세상은 키도 작고 수명도 매우 짧을 것이다. 지옥에 떨어진다고 하는 말은 매우 작은 세계에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매순간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하루를 사는 것이 수천년을 사는 것과 같이 지루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찰나 찰나 생멸하는 존재와 같을 것이다. 인간세상의 입장에서 볼 때 티끌속에 사는 것과 같이 보여 질 것이다.

 

한 삽 푸게 된다면

 

캐드에서 보는 대상은 언제나 보기 적절한 사이즈로 되어 있다. 너무 작으면 스케일을 조정 해서 키우고 너무 크면 스케일을 낮추면 된다. 거시적인 천상의 하루와 존재들의 키 또한 우리의 스케일 대로 조정 한다면 키와 하루도 대체로 비슷 할 것이다. 미시적인 세계에서 사는 존재 또한 우리보다 작고 하루도 훨씬 짧지만 인간이 사는 대로 스케일을 조정 한다면 키와 시간도 비슷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보는 결과는 절대적인 크기로 보일 것이다. 캐드에서 작업한 내용을 실제로 만들어 보면 실사이즈로 되어 있듯이 말이다.

 

 

 

 

 

 

한삽의 흙을 푸면 그 속에 수 많은 미생물이 살아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좀 큰 지렁이 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각종 미생물까지 흙을 의지처로 하여 살아가고 있다. 비록 한줌의 흙에 지나지 않지만 그 흙을 기반으로 해서 살아가는 존재는 한줌의 흙이 우주라 볼 수 있다. 거기에 물과 바람과 열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다면 지상에 있는 모든 흙은 하나의 우주 공간이다. 생명이 있는 곳의 삶의 터전인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그런 우주가 파괴 될 경우도 있을 것이다. 터널을 뚫는 다고 파괴 될 수 있고 다리를 놓는 다고 파괴 될 수 있다. 골프장을 짖는 다고 파괴 될 수 있고 전원주택을 짖는 다고 파괴 될 수 있다. 우주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그 속에서 사는 생명체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종말로 보이는 것이다.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게 된다면 그 속에서 사는 생명체는 우주가 멸망했다고 생각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사는 세계도 거시적인 입장에서 보면 티끌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종말이 온다면 이 것도 거시적인 세계에서 한삽 푸는 것과 같지 않을까.

 

 

 

2008-10-19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