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말세에서나 봄직한 묻지마 범죄, 소유에서 이제는 청빈운동으로

담마다사 이병욱 2008. 10. 23. 11:29

 

말세에서나 봄직한 묻지마 범죄, 소유에서 이제는 청빈운동으로

 

 

독일인들은 왜 맥주를 즐겨 마실까

 

동화에서나 나옴 직한 이삼층 짜리 오래된 집들의 베란다에는 각종 화초와 활짝 핀 꽃들이 내걸려 있다. 담장이 없는 넉넉한 마당에는 새파란 잔디가 깔려 주변의 집들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거리는 한산하고 가끔 보는 사람들은 여유로워 보인다. 독일의 어느 마을 풍경이다. 오래 전에 개발한 제품을 들고 바이어에게 승인 받기 위하여 찾아 간 곳은 남부독일 오지 마을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면단위 정도 되는 마을이다. 거리는 잘 정비 되어 있고 살고 있는 집 또한 독일의 전통가옥 형태로서 아파트와 같은 현대적인 이미지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그 곳에서 살고 있는 그들은 바삐 움직이는 것도 없었고 모든 것이 평화롭고 여유 있어 보였다. 아마 이런 식으로 수백년동안 살아 왔었을 것이라 생각 되었다.

 

독일 날씨는 좋지 않다. 늘 우중충한 날씨이다. 금방이라도 비가 뿌릴듯한 잔뜩 찌뿌린 날씨가 대부분이다. 이런 날씨는 습기를 많이 머금고 있다. 그래서 어디를 보아도 숲이 우거져 있고 도시도 숲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숲의 나라'라 할 만 하다. 이런 우중충한 날씨 때문일까 그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은 표정은 아니다. 무표정한 얼굴이 대부분이다. 좋게 말한다면 근엄한 모습이다. 교포들 말에 의하면 독일에 처음 건너 온 사람들은 심한 우울증에 걸린다고 한다. 날씨탓이라는 것이다. 거의 일년 내내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 되다 보니 마음까지 우울해 진다는 것이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그런 우울증을 극복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맥주를 마시는 것이라 한다. 독일에서 맥주가 발달한 이유도 날씨에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숲속과 같은 환경에 있다가 우리나라에 들어 오면 매우 건조 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온통 아파트와 난개발된 모습이 먼저 눈이 뜨이고 거리는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과 차량들 그리고 소음등이 특징이다. 독일에서 오래 살다 한국에 정착하려고 왔다가도 되돌아 가는 이유가 바로 이런 무질서와 환경에 있다고 말한다. 집값 폭등이나 물가불안 극심한 생존경쟁에 살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말세에서나 봄 직한 묻지마 살인

 

묻지마 살인사건. 불특정 다수를 겨냥해서 아무나 죽여 버리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것도 처지가 비슷한 사람을 상대로 일어나는 끔찍한 범죄이다. 올해 들어서만 몇 차례 일어 났다고 한다. 한 평도 안되는 비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그들이 아무 희망도 가지지 못하고 사회에 대한 증오심만 키운 채 살아 오다 일어난 사건이다. 우발적이라 보다 계획적인 범행이라는 것이 더욱 더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어떤 사람은 우리사회가 곪을 대로 곪은 모순이 폭발했다고 하기도 하고 말세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오탁악세(五濁惡世)라는 말이 있다. 오탁으로 가득찬 죄악의 세상이라는 뜻이다. 다른 말로 말세라고도 한다. 겁탁(劫濁)과 견탁(見濁), 번뇌탁(煩惱濁), 중생탁(衆生濁), 명탁(命濁)의 세상으로서 흐리고 맑지 못한 부정이 우글거리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뜻이다. 1겁은 달구지로 한나절 걸리는 거리를 한변으로 하는 큰 바위를 100년에 한번씩 선녀가 내려 와서 옷깃으로 스쳐서 바위가 다 닳아져 없어 졌을 때의 기간을 말한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오랜 기간을 비유적으로 표현 한 것이다. 그렇게 수억겁을 지나다 보면 세상은 탁해 진다는 것이다. 물리학적으로 표현 한다면 엔트로피가 증대 되는 것이다. 요즘에 보는 환경오염과 같은 것이다. 한번 환경이 파괴 되면 회복이 불가능 하다. 마찬가지로 엔트로피가 증대 되면 되돌릴 수가 없다. 무한한 세월이 흐르다 보면 엔트로피는 증대 되어 결국 우주는 종말을 맞게 되어 있다. 겁탁이 바로 엔트로피 증대로 인한 환경파괴가 되는 것을 말한다. 그 결과 세상은 혼탁해지고 문명의 이기의 발달에 따라 더욱 더 가속화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전에는 달구지로 한나절 가는 거리가 대충14Km 정도 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자동차로 불과 5분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겁탁도 그 만치 더 앞당겨져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의 물질문명으로 인한 환경파괴와 자원고갈 속도로 보아서 겁탁의 기간은 더욱 더 단축 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겁탁이 되면 필연적으로 삿되고 악한 사상과 견해를 가진 세력들이 활개를 치기 마련이다. 그 틈에서 올바르고 착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밀려나게 되어 있다. 이것이 견탁이다. 이런 세상에서는 내것은 아끼고 남의 물건을 탐내는가 하면 권력과 명예를 추구 하면 온갖 욕심과 수작을 부리며 중상모략 하는 시대가 되기 마련이다. 이것이 중생탁이다. 환경이 오염 되고 자원이 고갈 되어서 서로 헐뜯고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는 시대는 필연적으로 온갖 질병과 이름모를 병이 난무 하는 악질병겁의 시대가 된다. 따라서 인간의 수명도 대폭적으로 단축될 것이다. 이런 시대을 명탁이라 한다.

 

공무원연금을 바라 보는 눈

 

연금이 있다. 퇴직한 후에 받는 노후 보장 제도이다. 그런데 이런 기금이 삼사십년후면 고갈 된다고 한다. 삼사십년 후가 되면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연금을 받아 먹고 사는 사람들은 삼사십년동안 편안히 살다가 갈지 모른다. 그러나 후세사람들은 편안히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보장이 없게 되는 것이다. 공무원 연금이나 군인연금 같은 경우는 적게 내고 많이 타간다고 해서 비난받고 있다. 국민연금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 것이다. 지금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공무원이 될 사람들에 비하여 여려가지 혜택을 많이 받고 있다고 한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도 미래의 공무원에게나 해당 되는 것이지 지금 근무 하고 있는 공무원에게는 해당 되지 않는 것이다. 이제까지 국가에서 준 월급으로 편안하게 살아온 그들이 현직에 있으면서 자신들의 손으로 미래의 노후까지 보장 하는 제도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삼사십년후 또는 사오십년후 연금이 고갈 되든 말든 지금 당장 자신들이 살아갈 노후 대책을 현직에 있을 때 확실하게 해 놓자는 것이다. 한번도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어보지도 못했고 월급한번 준적이 없는 그들이 연금이 없다면 생존해 나가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지금 누리고 있는 지위와 권력을 이용하여 평생 늙어 죽을 때까지 편안 하게 살아 보겠다는 이기주의로 보이는 것이 나만 그럴까.

 

새로 지은 아파트를 보면

 

새로 지은 인텔리전트 아파트를 보면 모든 것이 전자제어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자동차로 들어 가려 해도 차단막이 설치 되어 있어서 허가가 나야 들어 갈 수 있다. 동현관을 들어 가려 해도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카드를 대야 한다. 잡상인이나 도난을 방지 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비슷한 수준의 사람끼리 모여 산다는 유대의식이 더 크게 작용해서 일 것이다. 조금 값어치 있다고 생각 되는 아파트는 예외 없이 차단막을 설치 하고 카드를 대야만 들어 갈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 하는 것이 유행인 세상이다. 일종의 세상과의 단절이라고 볼 수 있다. 연금으로 노후도 보장 되고 차단막이 설치 된 특별한 세상에 사는 사람이 늘어 날 수록 이와 비례하여 소외 되고 미래가 막막한 사람도 늘어 나는 것이 현실이다. 한평도 안되는 쪽방에서 살면서 시간당 최저 임금4000원으로 사는 사람들이 무슨 미래를 설계 하고 노후대책을 세울 것인가. 하루 하루 죽지 못해서 살아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양극화 사회에서 묻지마 살인과 같은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 하였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가치관의 문제로 귀결된다.

 

번식과 소유를 조장 하는 가치관

 

"더 생육하고 번식하라! 땅을 차지하라! 다스리라!" 창세기의 명령이다. 자손을 많이 만들고 자연을 정복해서 많이 활용 하라는 것이다. 자손이 번창해서 인구가 늘어 나고 땅을 개간 해서 농토를 많이 만들라는 말은 원시농경시대에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이 자본주의 논리와 결합하여 많이 차지하고 부자가 되는 것으로 변질 된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하고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었다. 터널을 뚫고 다리를 놓고 방조제를 쌓는 것도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환경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땅을 많이 차지 하고 활용 하면서 자손을 많이 번식 시킨다는 것은 능력있는 인간으로 간주 되었다. 반면에 가난하게 살고 자손도 없는 것은 능력도 없을 뿐만 아니라 게으르고 나태한 인간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그 결과 능력 있고 잘 사는 사람이 우대 받고 소외 받고 능력이 없는 사람이 없인여김을 받는 시대가 된 것 이다. 이런 극단적인 이기주의 적인 행태는 자원이 고갈 되든 말든 마음껏 소비하고 환경이 파괴 되든 말든 마구 파헤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지구상에 인구가 넘쳐서 발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이 넘쳐 나도 더욱 더 자손들을 번식 하는데 동참 하고 있는 것이다. 한 때 인구가 많다고 한자녀 갖기 운동 하다 지금은 180도 바뀌어 두자녀 갖기 운동이나 심지어 세자녀 갖기 운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운동을 적극적으로 주도 하는 곳이 바로 종교단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들 종교단체들이 창세기의 명령에 얼마나 충실히 따르고 있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두 세대 정도 만 지나면

 

자연과 잘 조화된 환경에서 적정한 인구를 유지 하면서 골고루 잘 사는 독일을 보면 복지국가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 비록 기독교 국가이지만 창세기명령대로 살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그럴까 자원을 소중이 여기고 환경을 우선적으로 생각 하는 그들의 살아 가는 모습에서 묻지마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사건이 일어 났다는 뉴스를 들은 적은 없다. 개발과 성장을 최우선적으로 여기고 잘사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생각 하는 곳이 한국 사회이다. 그런 가치관이 결국 묻지마 살인과 같은 엽기적인 뉴스를 접하게 만들고 있다. 번식할 능력도 없고 다스릴 땅도 없는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살기에는 너무나 매마르고 건조한 사회가 된 것이다. 소외된 이들을 방치하고 특별한 구역에서 평생연금으로 자신들의 자손을 번창시키고 땅을 다스리는 데 만 열중 하는 사회는 이기적인 사회의 전형이라 볼 수 있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후세의 부담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불과 삼사십년 동안 편안 하게 살기 위해서 법을 만들고 환경이 파괴 되든 말든 자원이 고갈 되든 말든 인구폭발이 되든 말든 살아 간다면 두 세대 정도 만 지나면 파국을 맞이 할 가능성이 농후 하다는 것이다.

 

 

 

 

 

독일과 같은 사회가 복지국가의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찾아 보면 우리에게도 비슷한 모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선사들의 생활이다. 소유를 최소화 하고 자연의 법칙대로 살아 가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 어떤 환경파괴도 없고 자원고갈을 염려 해야 하는 걱정도 없다. 이제 까지 자손을 많이 번식 시키고 땅을 다스리는 가치관이 지배 하였다. 그 결과 오로지 부자가 되기 위한 목표만 있고 자기자신만을 생각 하는 이기주의가 팽배한 사회가 되었다. 여기에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없고 오히려 무능하고 못난 사람들로 간주 되는 사회가 된 것이다. 이제 그런 소유의 가치관이 사회문제화 되고 사람들은 더욱더 차단막을 설치하고 특별구역에서 살고져 한다. 이제 부터라도 '청빈운동'을 벌여야 하는 시대가 되지 않았나 생각 한다. 그런 청빈운동의 예는 찾으면 주변에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2008-10-23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