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전철역의 인디오 음악, 가슴 저미는 선율의 의미는

담마다사 이병욱 2008. 12. 11. 11:48

 

 

전철역의 인디오 음악, 가슴 저미는 선율의 의미는

 

 

 

해외여행이 자유화 된 이래 밖에 나가는 것은 이제 소수만이 누리는 특권은 더 이상 아니다. 세계 각국의 도시에는 한국인의 관광객으로 넘쳐 나고 왠만한 도시치고 한국식당이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꼭 하나씩은 있는 세상이다. 유명 관광지가 있는 공항에서는 단체관광객과 성지순례 다녀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탑승객의 대부분이 이들로 채워진 경우도 심심치 않게 목격 할 수 있다. 삶에 여유가 생기면 여행을 많이 하는 모양이다. 국내여행 보다는 해외여행을 갖다 와야 여행 하는 맛이 나고 스트레스도 해소 된다고 말하는 계층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여행은 삶에 활력소를 불어 넣어 주는 것임에 분명하다.

 

호텔여행과 구도여행

 

낯선 곳을 보고 방문한다는 것은 시야를 넓혀 줄 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깨우쳐 주고 몰랐던 사실을 알게 해 준다. 그런 여행을 편안하게 또는 안전 하게 다녀 오는 단체여행이 있는가 하면 배낭여행과 같이 홀로 떠나는 여행도 있다. 나 홀로 여행은 고독하고 힘겹고 때로는 목숨까지 담보로 하는 매우 위험한 여행이라 볼 수 있다. 잘사는 선진국과 같은 경우는 위험이 덜  하지만 개발도상국이나 제3세계 같은 경우는 다르다.

 

인도나 티벳에 대한 여행기를 본 적이 있다. 주로 나홀로 여행으로서 배낭 하나를 짊어지고 몇 주씩 또는 몇 달씩 여행한 기록물이다. 그런 여행기 중에 인상적인 장면은 '신자'의 책에서 이다. 전위 무용가인 홍신자가 인도로 '구도여행'을 떠 났을 때 인도사람들과 똑같이 맨발에 걸어서 이동 하는 장면이 나온다. 모습은 동양인이지만 차림새나 생활방식은 인도 현지인들과 똑 같이 한 것이다. 호텔에서 머물며 차량으로 편안히 이동 하고 단 몇 일만에 다녀 오는 호텔여행하고 근본 적으로 다른 스타일 인 것이다. 이런 여행기를 읽었을 때 감동 받는다. 단순히 놀러 가는 여행인지 아니면 구도여행인지의 차이 일 것이다.

 

간접적으로 체험한 구도여행

 

시간과 돈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TV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여행한다. 그 것도 부유한 선진제국 보다는 오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기가 더 재미 있다. 그런 다큐멘타리 중에 EBS 6부작 '안데스'를 인상 깊게 보았다. 단순히 안데스 지역의 문화유적과 자연풍광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인디오들이 살아 가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마치 앉아서 구도여행을 떠난 것 같은 느낌이다.

 

로마나 베니스, 피렌체와 같은 문화유적이 많고 볼거리가 많은 이탈리아 여행 보다도 안데스나 티벳과 같은 오지여행을 오랫동안 꿈꾸어 왔으나 현실이 허락하지 않는다. 간접적으로 체험한 안데스나 티벳여행은 책으로 TV로 보아 온 것이 전부이다. 비록 간접적인 체험이지만 느낌은 직접적으로 체험 한 것 같은 감동을 받는 것은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티벳이나 안데스는 해발 3-4천미터의 고지에 있다. 황량하고 척박한 대지에 만년설이 있는 산봉우리, 그리고 우리와 유사 하게 생긴 몽골계통의 인종을 보면 매우 정감 있게 느껴 진다. 그런데 이들 인디오나 티벳인들의 살아 가는 모습을 보면 원시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감자와 고구마 또는 옥수수로 이루어진 소박한 식단 그리고 야크나 야마를 목축하여 생계를 유지 해가는 모습등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비록 한번도 경험 한 적이 없지만 언젠가 전생에 한번쯤 그런 생활을 해 보았음직한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아시엔다'라는 독특한 대토지 소유제도

 

스페인이 안데스를 정복한 이래 인디오들은 400년간 수탈과 착취를 당해 왔다. 백인 정복자들은 '아시엔다'라는 독특한 대토지 소유제도를 만들어 놓고 노예나 다름 없이 무급으로 인디오를 부려 먹었다. 아시엔다에는 하얀색으로 만들어진 대 저택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피부색이 하얀 사람들끼리 거주 하고 서로 통혼 하는 또 다른 세계가 아시엔다이다. 미국의 남북전쟁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봄직한 대저택을 연상 하면 된다. 인디오들이 아시엔다로부터 해방 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이다.

 

인디오들이 아시엔다로 부터 해방되기 까지에는 그들의 줄기찬 저항의 역사가 있었다. 볼리비아 같은 경우는 1952년에 인디오들이 들고 일어난 혁명에 의해서이다. 에쿠아도르 같은 경우는 최근의 일어난 민중봉기에 의하여 봉건적인 잔재가 사라졌다. 지금은 인디오 출신의 대통령이 배출 되기에 이르른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지위는 회복 된 듯이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인디오들은 백인과 메스티조 다음에 있는 최하위 계층이다.

 

TV에서 보는 인디오들의 생활은 비참하기 이를데 없다. 피사로의 침략이래 백인들은 인디오들이 조상대대로 살던 땅을 빼앗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영혼 까지 빼앗아 갔다. 또한 대를 이어서 지난 400년간 수탈하고 착취하여 노예처럼 부려 왔다. 지금은 비록 최하위계층이지만 그들은 자체적으로 공동체를 구성하여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문화와 전통을 유지 하면서 살아 가고 있는 모습이 최근의 상황이다. 이런 슬픈역사를 지닌 인디오들을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전철역의 인디오

 

전철역에서 인디오들이 연주 하는 길거리 음악을 종종 보게 된다. 심지어 고속도로 휴게소와 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도 목격 하게 된다. 전통의상을 입고 오카리나와 같은 전통악기를 들고 연주 하는데 그들의 음악을 들어 보면 내면 깊숙한 곳의 영혼을 자극 하는 듯 하다. 마치 지난 400년간 정복자들로 부터 당한 수탈과 착취가 그대로 음악에 베어 있는 듯 하다.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들긴 하지만 그들이 가져온 CD나 전통악기를 사는 사람들은 드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혼신의 힘을 다하여 전통음악을 연주 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 EBS다큐멘타리 '안데스'를 감동 있게 보았다. 전절역에서 혹시 그들의 연주를 보게 된다면 무어라도 하나쯤은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200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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