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위빠사나 수행기8] 바왕가 찌따, 대상을 등록 하는 마음의 17단계

담마다사 이병욱 2009. 3. 8. 12:25

 

[위빠사나 수행기8] 바왕가 찌따, 대상을 등록 하는 마음의 17단계

 

 

 

picture:   http://topmyanmar.com/Bagan8.jpg

 

 

마하시 사야도의 십이연기에 대하여

 

12연기에 관한 책은 두종류가 있다. 하나는 '모곡 사야도'가 지은 책이고, 또 하나는 '마하시 사야도'가 지은 책이다. 그런데 아비담마 논장의 대가인 모곡 사야도가 지은 책인 '우리는 어디서 왔다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책을 보면 매우 알기 쉽게 간결하게 써놓은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수행자를 위한 배려라 생각 된다. 그러나 순수 위빠사나의 대가인 마하시 사야도가 쓴 책 ' 십이연기(빠띠짜 사무빠다, paticca-samuppada)'는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 12연기에 관한 아비담마 논장을 그대로 옮겨 온 듯한 느낌이다. 12연기에서 각 단계로 넘어 갈 때 매우 상세 하고 세밀 하게 법을 묘사 한 부분을 보면 난해 하기 그지 없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어렵게 설명된 내용을 보면 마하시 사야도의 자애가 느껴진다. 바로 그것은 좀더 이해의 폭을 넓혀 주기 위한 배려로 여겨 지기 때문이다. 그런 배려는 경행명상에서도 나타 난다. 즉 일어남 사라짐 과 같은 명칭을 사용 하여 수행 하도록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비록 명칭을 붙이는 것이 장애임에도 불구 하고 수행자의 근기에 따라 수행을 도와 주기 위한 따뜻한 배려로 생각 되기 때문이다. 선원에서 강의 하는 교재는 마하시 사야도의 '십이연기' 이다

 

대상을 기억 하게 하는 마음의 17단계

 

무명이 있음으로 해서 행이 일어 난다. 행에 이어서 일어나는 식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평소의식-->죽음직전의 의식--->죽음의식----> 재생연결식----->잠재의식의 흐름

 

 

여기서 재생연결식은 새로운 생명을 의미하고 입태 되는 것이다. '바왕가 찌따'라 불리우는 잠재의식은 다음과 같은 17단계를 거친다.

 

 

↓잠재의식의 흐름(바왕가 찌따)

  1단계, 지나간 잠재의식(과보심)

  2단계, 잠재의식의 동요(과보식)

  3단계, 잠재의식의 끊어짐(과보심)

  4단계, 5문전향식(무인작용식)

  5단계, 안식(과보심, 저장 되어 있는 정보를 보는 마음)

  6단계, 영수식(과보심, 받아 들이는 마음)

  7단계, 판별식(과보심, 조사 하는 마음)

  8단계, 확정식(과보심, 결정 하는 마음)

  9단계-15단계, 속행(무인작용식, 팔리어로 '자와나')

  16-17단계, 보존식(과보심, 등록 하는 마음)

↓잠재의식의 흐름(바왕가 찌따)

 

 

이와 같이 마음은 어떤 대상을 만났을 때 17단계를 거친다. 안이비설신의에서 안식을 대상으로 한 것이 위의 진행 단계이다.

 

여기서 잠재의식(바왕가의 마음)은 현재 보이는 표상과 관련이 없고, 깊이 잠에 들었을 때의 마음과 같다. 그런데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먹고, 몸으로 감촉할 때 변화가 생긴다. 이런 변화를 여섯가지 인식과정(비티 찌따, vithi-citta)라 한다. 그 중에 대표적으로 안식을 가정 해 본다.

 

오드리 헵번의 귀는 왜 못 생겼을까

 

어떤 사진이 눈에 들어 왔다 치자. 예를 들어 '오드리 헵번' 이라고 하자. 오드리 헵번 사진을 보았을 때 통상 17단계의 마음의 변화를 겪게 된다는 것이다. 17단계는 매우 짦은 순간에 일어 나기 때문에 '심찰나'라 한다. 사진을 보는 눈이라는 물질도 순간적으로 변하지만 마음이 일어 나는 순간 보다 빠르지 않다. 세포도 매순간 생멸을 하고 있지만 마음의 그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에 사진을 본 순간은 '마음이 끌고 나간다'라고 볼 수 있다. 즉 사진을 처음 보고 눈에 들어 오는 순간, 그 전에 반영 되어 있었던 잠재의식을 '지나간 잠재의식'(1단계)라 부른다. 그리고 사진을 보는 순간, 전의 익숙 하였던 대상에 대한 주의력은 떨어지고 새로운 형상, 즉 오드리 헵번 사진에 마음이 기울기 시작한다. 이것을 잠재의식의 동요(2단계)라 한다. 그 다음에 다른 잠재의식이 치고 들어 오지만 너무나 마약해서 잠재의식의 흐름이 끊어진다. 즉 오드리 헵번의 사진이 너무 강렬해서 다음의 잠재의식의 흐름으로 이어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3단계). 여기서 부터 본격적으로 오드리 헵번 사진에 대하여 관심을 두기 시작 한다. 이 알려고 하는 마음을 '오문전향식(panca-dvaravajjana-citta)'이라 한다(4단계). 다섯가지 감각기관 중에 안식을 예로 든다면, 안식이 일어나고, 안식이 소멸하면(5단계) 사진을 수용 하고 살피고 받아 들이는 마음(6단계)이 일어난다.

 

여기에서 4단계의 오문전향식은 다른 단계와 달리 과보심이 아닌 '무인작용식'이다. 과보심이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잠재의식은 과보로 인하여 발생된 마음이다. 안식을 예로 든다면 17단계로 진행 되는 과정에 있어서 전 단계의 과보를 받아 들여서 다음 단계로 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4단계의 오문전향식은 다르다. 과보식이 아닌 '무인작용식'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인작용식이란 무엇인가. '무기(無記)'라고도 표기 되는 무인작용식은 팔리어로 '아봐까따(avyakata)'이고 설명되지 않은, 답하지 않은, 결정하지 못하는 의미로 해석 될 수 있다. 즉 선과 불선으로 판단 할 수 없는 심리 현상을 말한다. 좀 더 쉽게 말한다면 업을 만들어 내지 않는 작용을 말한다. 부처나 아라한의 마음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수행을 하게 되면 무인작용만 하는 마음이 남게 되어 5단계 이하를 거치지 않고 건너 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범부들은 4단계를 이어서 계속 되는 17단계 까지 모두 거친다고 볼 수 있다.

 

오드리 헵번의 사진을 자세히 살피다 보면 귀를 보게 된다. 사실 오드리 헵번의 얼굴은 예쁜데 귀는 그다지 예쁘지 않게 생겼다. 따라서 귀를 유심히 조사 하게 된다(7단계). 그리고 귀는 못 생겼다고 결정 하게 된다(8단계). 이어서 일곱번 연속하여 번쩍이는 충격의 순간을 뜻하는 속행이 일어 난다(9단계-15단계). 속행을 팔리어로는 '자와나(javana)'라 하고, 영어로는 'impulse consciousness'라 한다. 이 속행 역시 4단계와 마찬가지로 무인 작용식이다. 선심이든 불선심이든 보는 순간 결정 되어 버리고, 해온 관행대로 움직일 뿐이다. 이와 같은 속행(자와나)은 맹목적으로 돌진 하는 것과 같다. 오드리 헵번의 귀가 못생겼다고 인식 가는 순간 오로지 못생겼다는 생각만 있을 뿐이어서 확인 하고 또 확인 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오드리 햅번의 귀는 확실하게 못 생겼다는 것을 마음 속에 등록 하게 된다(16-17단계). 오드리 헵번의 사진을 봄으로서 귀가 못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마음 속에 확실하게 등록 해 두었으므로, 다음에 오드리 헵번의 사진을 보면 귀가 못생긴 오드리 햅번이 떠 오르게 되는 것이다.

 

잠재의식에 지배를 받고 있다면

 

내마음은 내마음이 아니다. 그 순간의 마음일 뿐이다. 현재로 돌아 와야 한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마음이다. 고통과 비탄, 연민, 죄의식이 내마음이 아니라 지나간 과거의 마음일 뿐이다. 행복은 현재에만 있다. 그렇게 하려면 알아차려야 한다. 알아차리면 이 순간의 마음은 청정해 진다. 사물을 보는 순간 등록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 지역차별, 학벌차별, 아름답고 추하다고 생각 하는 것등은 이미 잠재의식에 등록된 정보를 꺼내서 보는 것이다. 신문과 방송에서 보는 전하는 온갖 뉴스, 드라마나 영화에, 인터넷의 정보, 정치인들의 연설 역시 잠재의식에 등록 되어 있어서 그 의도에 조정 당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화를 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에 기분 나빳던 일을 기억해 내는 것이다. 잠재의식의 지배를 받는 다고 볼 수 있다. 과거는 이미 끝난 일이다. 알고도 못하는 것은 불선업의 과보가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누구의 힘도 개입 될 수 없다. 신의 은총도, 부처님의 가피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로지 수행을 하여 몸과 마음을 알아 차려서 번뇌를 끊어야 한다. 선심을 내서 선업을 쌓고 선과보를 만들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이상은 한국위빠사나선원의 묘원법사의 법문(2009/3/7)을 듣고 요약하여 정리 한 것이다.

 

 

2009-03-08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