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위빠사나 수행기6] 9원소로 이루어진 깔라빠 (kalapa)

담마다사 이병욱 2009. 2. 8. 11:39

 

[위빠사나 수행기6] 9원소로 이루어진 깔라빠 (kalapa)

 

명색이 내가 사장인데

 

'명색이' 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인 의미는 '어떤 부류에 붙여져 불리는 이름' 또는 '실속 없이 그럴듯하게 불리는 허울만 좋은 이름'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내가 명색이 사장인데, 그 까짓 돈을 떼먹겠어?" 할 때도 명색이라는 말을 쓰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명색이라는 말은 12연기를 설명 하는 중요한 말이다.

 

12연기의 사이클은 무명(無明) ·() ·() ·명색(名色) ·육처(六處) ·() ·() ·() ·() ·() ·() ·노사(老死)로 순환된다. 여기서 명색은 식 다음에 이어지는 몸과 마음을 가진 존재가 탄생함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명색은 단순히 이름을 말하지만 12연기에서는 정신과 물체가 합쳐진 존재를 말하기 때문에 그 의미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타고난 성격은 바꾸지 못한다

 

죽음다음에 이어지는 재생연결식은 새로운 존재의 탄생에 있어서 단 한번 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이후에는 '바왕가찌따'라 불리우는 '잠재의식'이 순간 순간 이어지는 마음의 과보에 따라 일생동안 지배를 받게 되고 보통 그 마음을 자신이라 착각 하고 살고 있다. 죽음의식 바로 다음에 순간적으로 이어지는 재생연결식은 정신과 물질의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새로운 존재의 탄생의 근원이 된다. 즉 죽음의식에서 보았던 표상과 결부된 느낌, 인식, 감촉, 의도, 작의와 같은 오온의 무더기들도 함께 전달 되는 것이다. 이 것은 평소의 마음과 행위의 산물로서 다음생에 태어 나는 존재에 고스란히 전달 된다. 흔히 타고난 성격은 바꾸지 못한다는 말이 바로 여기에 해당 될 것이다.

 

천인들에게 설해 졌다는 아비담마 논장

 

12연기는 이해 하기 쉽지 않다. 이유는 천인들에게 설한 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법에 대하여 어느정도 이해가 있는 천인들에게 설한 법이지 인간에게 설한 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사리불존자가 천상에서 들었던 법문을 인간에게 설한 것이 '아비담마(abhidhamma)'논장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아비담마라는 말은 '법에 대하여'라는 말이다. 여기에는 경전에서 같이 비유와 대기 설법이 없다. 있는 그대로 보이는 현상에 대하여 직설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또 법을 체험한 수행자들이 나름대로 해석한 주석서가 바탕이 된다. 그래서 경전이라고 하지 않고 논장이라고 말한다. 마치 현미경을 들여다 보듯이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세밀하게 관찰 한 것을 보면 하나의 과학이라고 해도 무방 할 듯하다.

 

몸과 마음은 어떻게 생겨 났을까

 

12연기에 있어서 명색은 태어남과 관련된 사항이다. 어떻게 정신과 물질이 형성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주석서에 나와 있다. 죽음의식 다음에 이어지는 재생연결식은 일생에 있어서 단 한번 밖에 일어 나지 않는다. 재생연결식은 죽음의식 다음에 일어 난다. 죽음의식 역시 전생에 있어서 단 한번 밖에 일어 나지 않는다. 죽음의식이 일어 났을 때 평소에 지은 행위와 업과 표상을 보고 그 힘에 의하여 다음생이 결정 된다. 이것은 너무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알아차릴 수 없다. 순간적으로 재생 되는 것이다. 재생하기 위하여 재생연결식이 일생에 단 한번 있게 되는 데 전생에 있어서 정보를 고스란히 전달 해 주는 역할을 한다. 정신과 물질에 관한 정보이다. 정신에 관한 정보는 선심, 불선심, 선과보심, 불선과보심, 무인작용심이다. 여기서 무인작용심은 부처님이 될 사람에게만 작용하는 마음이다. 이와 같은 과보심에 따라 그 존재의 성질이 결정 된다. 물질에 관한 정보는 '깔라빠(kalapa)'로 알려져 있다.

 

9원소로 이루어진 '깔라빠(kalapa)'

 

물질로 이루어진 우리 몸을 말할 때 흔히 4대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한다. '지수화풍(地水火風)'이 바로 그것이다. 서양에서는 여기에 사랑을 하나 더 추가 하여 5원소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비담마 논장에서는 우리몸이 9원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한다. 즉 땅(, pathavi), (, apo), (, tejo), 바람(, vayo), 물질(, rupa), 냄새(, gandha), (, rasa), 영양분(oja) 그리고 생명기능(命根, jivita-indriya)이다. 여기서 생명기능을 뺀 8원소를 아위닙보가(avinibbhoga) 라 말하고 물질을 이루는 더 이상 쪼개어 질 수 없는 순수한 원소라고 한다. 이와 같은 9원소가 모여서 무더기를 이룬 것이 우리 몸을 구성 하는 깔라빠이다.

 

그렇다면 우리몸을 구성 하고 있는 깔라빠가 왜 중요한가. 청정도론에서는 깔라파를 명상 하는 것이 위빠사나의 시작이라고 분명히 설명 하고 있다고 한다.

 

거친요소인 깔라빠를 보아야 하는 이유

 

사람들은 물질을 개념으로 파악 하는 경향이 있다. 손이나 발이라고 하였을 때 하나의 이미지인 관념으로 파악 할 뿐이지 거기에서 느낄 수 있는 따스함, 딱딱함과 같은 느낌으로 파악 하지 않는다. 깔라빠 명상은 물질을 개념으로 보지 않고 분석하고 환원해서 본다. 그래야 법의 성품인 무상 고 무아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상 고 무아를 통찰 하기 위해서는 정신적인 현상인 수상행식 보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거친요소 즉, 깔라빠를 살피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빠사나 수행이 깔라빠를 살피는 것에서 부터 사작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깔라빠를 명상 한다 함은 물질을 개념으로 또는 관념으로 판단 하는 우를 버리고 우리 몸이 땅, , 바람, 냄새, 맛과 같은 적집체로 파악 하는 것이다. 만일 자신의 몸을 깔라빠로 보지 못하고 개념을 대상으로 수행 한다면 엉뚱한 현상에서 놀아 날 수 있다. 흔히 사마타 수행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기도 중에 무엇을 보았다는 것이 대표적인 현상일 것이다.

 

 

 

 

 picture :www.images-photography-pictures.net/

 

 

수행하다 죽는 경우는 없다

 

인터뷰 시간에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치 나에게는 일어 나지 않을 남의 이야기를 들을 때와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 진동이 온다든지, 통증을 느낀 다든지, 전면에서 호흡을 보았든지, 몸이 사라진 것 같다는 등의 이야기 이다. 사실 처음 접해 보는 수행시간에 1시간 앉아 있기도 괴로웠다. 다리는 저리고 1 분이 무척길어 보여서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고 볼 수 있었다. 법사님의 설명으로는 미얀마에서 제대로 수행을 받으면 2달 안에 열반을 체험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것은 몸과 마음과 호흡이 모두 사라지는 단계라 말한다. 과연 나에게도 그럴 날이 올 수 있을 까 하는 의문으로 자세에 임했다.

 

두손을 모으고 엄지를 붙였다. 보통 입정할 때나 좌선 할 때 하는 방식이다. 위빠사나 수행에서는 특별하게 손을 어디에 두라고 말하지 않는다. 편할 대로 두면 되는 것이다. 법사님의 유도에 따라 마음을 눈섭 부터 엉덩이 까지 차례로 이동 시키고 느낌을 보았다. 그리고 그 중에 가장 느낌이 강한 부위에 집중 하라고 해서 단전부위로 마음을 가져 가기로 하였다. 단전부위에서 호흡을 관찰 하자 곧바로 집중 되었는지 몸의 감각이 사라짐을 느꼈다. 그리고 아픈 곳이 나타 났다. 아무래도 자세 때문일 것이다. 우측허리 부분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자 그 곳에 마음을 두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좌측 엉덩이가 찌르듯이 아파 옴을 느꼈다. 그런데 다른 부위는 전혀 감각을 느낄 수 없었다. 평소 같으면 다리가 저려서 단 10분도 견딜 수 없을 정도 이었는데 이날 만은 1시간동안 내내 전혀 저림을 느낄 수 없었다. 또한 자세 역시 한시간 내내 그 자세를 그대로 유지 하였다. 남은 것은 호흡과 일부 아파 오는 부분이다. 호흡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 도 하였다. 인터뷰시간에 이런 현상을 질문할 것도 생각해 보았다. 분명 평소와 다른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졸려서 비몽사몽도 아니고 그렇다고 앉아 있기 고통 스런것도 아니고 일단 몸이 매우 가벼워져서 마치 없다고 느낄 정도이었다. 몸이 사라진다는 것을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일까. 아무튼 한시간이 금방 지나간 것 같았다. 나중에 물어보니 집중이 잘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수행을 하다 보니 몸의 감각이 없어서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그래서 확인해 보기도 하였다. 또 아픈 곳이 여기 저기서 나타날 때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으나 수행에 들어가기 전에 어느 수행자가 낭송한 문구가 생각 났다. 많은 내용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수행하다 죽는 경우는 없다'라는 문구이다.

 

 

2009-02-08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