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정치인 정동영의 외뿔과 숫타니파타

담마다사 이병욱 2009. 4. 7. 09:32

 

정치인 정동영의 외뿔과 숫타니파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겠다" 정치인 동영이 한 말이다. 이미 대선에 실패하여 잊혀 진 존재 인줄 알았으나 다시 한번 재기 해 보겠다고 공천을 신청하였지만 거절 당하고 난 후에 한 말이다. 이 말을 두고 TV의 메인 뉴스에서는 불교의 경전을 인용하여 말하였다고 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경전의 이름은 무엇 일 까.

 

숫타니파타의 '무소의 뿔'

 

'무소의 뿔'은 불교의 초기경전인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이야기 이다. 코뿔소 외경이라고도 하는 이 이야기는 숫타니파타의 35게송 에서 부터 75게송까지로 구성 되어 있다. 부처님이 수행자로서 혼자서 이리 저리 다니면서 깨달은 사항을 노래 한 것으로서 부처님의 원음이 생생 하게 담겨 있는 초기경전 중에서도 가장 초기의 것으로 알려 져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35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게 폭력을 쓰지 말고, 살아 있는
    
그 어느 것도 괴롭히지 말려, 또 자녀를 갖고자 하지도
    
말라. 하물며 친구이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36
    
만남이 깊어지면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
    
움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 사랑으로부터 근심 걱정이 생
    
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37
    
친구를 좋아한 나머지 마음이 거기 얽매이게 되면 본래
    
의 뜻을 잃는다. 가까이 사귀면 그렇게 될 것을 미리 알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38
    
자식이나 아내에 대한 집착은 마치 가지가 무성한 대나
    
무가 서로 엉켜 있는 것과 같다. 죽순이 다른 것에 달라
    
붙지 않도록,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39
    
묶여 있지 않는 사슴이 숲속에서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
    
처럼 혼자서 가라.
    

40
    
동행이 있으면 쉬거나 가거나 섰거나 또는 여행하는 데
    
도 항상 간섭을 받게 된다. 남들이 원치 않는 독립과 자
    
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41
    
동행이 있으면 유희와 환락이 따른다. 또 그들에 대한 애
    
정은 깊어만 간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 싫다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42
    
사방으로 돌아다니지 말고, 남을 해치려 들지 말고, 무엇
    
이든 얻은 것으로 만족하고, 온갖 고난을 이겨 두려움 없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43
    
출가한 처지에 아직도 불만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출가하지 않고 집에서 수행하는 제가자 중에도 그
    
런 사람들이 흔히 있다. 남의 자녀에게 집착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44
    
잎이 진 코빌라라 나무처럼, 재가 수행자의 표적을 없애
    
버리고 집안의 굴레를 벗어나 용기 있는 이는, 무소의 뿔
    
처럼 혼자서 가라.

 

45
    
만일 그대가 지혜롭고 성실하고 예의 바르고 현명한 동
    
반자를 얻었다면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리니, 기쁜 마음
    
으로 생각을 가다듬고 그와 함께 가라.

 

46
    
그러나 만일 그대가 지혜롭고 성실하고 예의 바르고 현
    
명한 동반자를 얻지 못했다면 마치 왕이 정복했던 나라
    
를 버리고 가듯,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47
    
우리는 친구를 얻는 행복을 바란다. 자기보다 뛰어나거
    
나 대등한 친구는 가까이 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친구
    
를 만나지 못할 때는 허물을 짓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48
    
금세공이 잘 만들어낸 두개의 황금 팔찌가 한 팔에서 서
    
로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49
    
이와 같이, 두사람이 함께 있으면 잔소리와 말다툼이 일
    
어나리라. 언젠가는 이런 일이 있을 것을 미리 살펴,
    
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50
    
욕망은 실로 그 빛깔이 곱고 감미로우며 우리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한편 여러가지 모양으로 우리 마음을 어지
    
럽힌다. 욕망의 대상에는 이러한 근심 걱정이 있는 것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51
    
이것이 내게는 재앙이고 종기이고 화이며, 질병이고 화
    
살이고 공포이다. 이렇듯 모든 욕망의 대상에는 그와 같
    
은 두려움이 있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52
    
추위와 더위, 굶주림, 갈증, 바람, 그리고 뜨거운 햇볕과
    
쇠파리와 뱀. 이러한 모든 것을 이겨 내고, 무소의 뿔처
    
럼 혼자서 가라.

 

53
    
마치 어깨가 떡 벌어진 얼룩 코끼리가 그 무리를 떠나 자
    
유로이 숲속을 거닐듯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54
    
연희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잠시 동안의 해탈에 이를 겨
    
를도 없다. 태양의 후예가 한 이 말을 명심하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55
    
서로 다투는 철학자들의 논쟁을 초월하여 진정한 깨달음
    
의 도를 얻은 사람은 '나는 지혜를 얻었어니 이제는 남
    
의 지도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알아, 무소의 뿔처럼 혼
    
자서 가라.

 

56. 탐내지 말라속이지 말라.

      그리고 조금도 조급해 하지 말라.

      이 혼탁과 미망을 남김없이 씻어 버리고

      이 세상의 모든 욕망으로부터 벗어나서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 가거라.

 

 57. 의롭지 못한 것을 보고도 못 본 체하는

      그런 나쁜 벗과는 아예 가까이 말라.

      감각정인 쾌락에만 탐닉해 있는 그런 벗과도 가까이하지 말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 가거라.

 

58. 지성적이며 진리에 귀를 기울이는

      그런 고상한 벗을 가까이하라.

      이는 여러 가지로 이익이 되나니 모든 의심을 잘라 버리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 가거라.

 

 59. 이세상의 쾌락에만 취하여 거기 안주해 있지 말고

      그 마음이 어디에도 붙잡히는 일 없이

      지나친 치장은 삼가고 진실만을 말하면서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 가거라.

 

 60. 아내(또는 남편)와 자식,

      그리고 부모도, 친척마저도, 재산마저도

      이 모든 것에 대한 집착마저도 모두 버리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 가거라.

 

 61.「이것은 집착이다. 여기는 즐거움은 적고 고뇌가 많다.

      이것은 고기를 낚는 낚시밥이다.

      지혜로운 이는 이렇게 알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 가거라.

 

62. 물속의 물고기가 그물을 뚫고 나오듯

      불이 다 타버린 재에는 다시 불붙지 않듯

      이 번뇌의 결박을 끊어 버리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 가거라.

 

 63. 눈은 언제나 밑을 보며 조금도 곁눈질하지 말고

      이 모든 감각의 문을 굳게 지켜야 한다.

      마음을 잘 보호하여 번뇌의 흙탕물을 일게 하지 말 것이며

      욕망의 불이 더 이상 타오르지 못하게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 가거라.

 

64.  잎이 다 져버린 저 나무 처럼 세속의 표지를모두때어버리고 

      집을 떠나 남루한 구도자의 옷을 입은 채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 가거라.

 

65.  맛좋은 음식만을 탐하지 말고

      굳이 좋아하는 것만을 골라 취하려 하지도 말라.

      다른 사람을 부양할 의무조차도 필요없으니

      문전마다 밥을 빌며 거주처에 대한 애착을 끊어 버리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 기거라.

 

66.  마음을 다섯개의 장애물 로부터 떠나게 하라.

      뭇 죄악을 쫓아 버리고 어떤 것에도 의지하러 하지 말라.

      이 모든 욕망의 가시덤불을 잘라 버리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 가거라.

 

67.  쾌락과 고통을 버려라. 기쁨과 근심도 버려라.

      그리고 맑고 편안하고 순수한 마음만으로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 가거라.

 

68.  최고의 목적을 달성 하기 위해 노력하라.

      조금도 겁내지 말고 부지런히 나아가라.

      체력과 지혜를 두루 갗추며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 가거라.

 

69.  때때로 홀로 앉아 명상을 하며

      이 모든 것을 이치에 맞게 행하라.

      생존 속에는 근심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 가거라.

 

70.  니르바나, 저 언덕을 향하여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민첩하게 나아가라.

      부지런히 배우며, 마음을 가다듬고

      진리를 깨닫고자 노력하면서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 가거라

 

71.  큰 소리에도 놀라지 않은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은 바람과 같이

      물에 젖지 않은 연꽃과 같이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 가거라.

 

72.  이빨이 강한 사자가 뭇 짐승을 제압하고

      능히 정글의 왕으로 군림하듯

      궁핍하고 외딴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 가거라.

 

73.  탐욕과 증오와 어리석음,

      그리고 뒤얽힌 번뇌의 매듭을 끊어 버려라.

      목숨을 잃더라도 절대 두려워 하지말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 가거라.

 

75.  사람들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남을 사귀며 남을 돕는다.

      또 이익 관계를 떠나서 친구를 얻기란 참 어렵다.

      인간이란 원래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하며

      그렇게 순수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 가거라.

(숫타니파타, 석지현역)

 

 

코뿔소경은 내용이 긴 게송이다. 이 중에서 정치인 정동영이 어느 게송을 생각 하고 말 하였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46번째의 게송이 아닐까도 생각 한다. "그대가 지혜롭고 성실하고 예의 바르고 현명한 동반자를 얻지 못했다면 마치 왕이 정복했던 나라를 버리고 가듯,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염두에 한 말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코뿔소경 전체가 그의 관심 대상이었을지 모른다. 그 전체 중에 가장 마지막 구절인 "인간이란 원래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하며 그렇게 순수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 가거라." 라고 생각 했을지도 모른다.

 

불교 경전을 인용 하는 것에 대하여

 

무소는 인도코뿔소를 말하는데 코뿔소는 주둥이 끝 위에 오직 한개의 외뿔이 있다. 다른 뿔 달린 동물들은 뿔이 두 개라서 서로 짝을 짖고 살아 가지만 뿔이 하나인 외뿔소는 혼자 생활 한다. 부처님 당시의 수행자들은 모두 혼자 생활 하였다. 외모가 엄청나게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는 우직하게 생긴 코뿔소가 오로지 앞으로만 나가는 모습이 수행자와 닮았다고 해서 코뿔소에 비유 하 것이리라 볼 수 있다.

 

이런 시대적인 배경하에 나온 코뿔소경을 정치인이 인용하였다는것과 방송에서 보도 하였다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유명정치인이 코뿔소의 비유를 들어가며 언급 하였고 방송에서는 불교경전에서 언급 하였다고 보도한 사실을 보면 깊은 행간을 읽을 수 있다.

 

정동영이 코뿔소처럼 혼자서 출마 하려 하는 곳은 자신의 정치적인 고향인 전주이다. 그런데 전주를 중심으로 전북은 우리나라에서 개신교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통계를 보면 전라북도의 거의 반인 49.5%가 종교를 가지고 있고 그 중에 거의 절반인 49.1%가 개신교인이다. 다음이 불교로서 23.6%이고, 천주교는 불교와 엇비슷한 21.5%이다. 천주교 신자인 정동영이 불교의 경전인 숫타니파타의 코뿔소경을 인용하여 발언 한 사실에 대하여 매스컴이 이를 집중적으로 알리는 현상을 보고 약간은 어떤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 하는 것은 전북 그 중에 전주의 개신교 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만일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고 단순히 감상적으로 발언 하였다면 정치생명에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또한 언론을 통제 하는 기관에서는 이런 사실을 놓칠 리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메인 뉴스에서는 코뿔소 처럼 혼자 가겠다는 이야기를 굳이 불교경전 임을 강조 하는 이유가 바로 선거공학상의 이유 이었는지 모른다.

 

정동영은 어차피 혼자 가야 한다. 그 것도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 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모습은 수행자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과연 정치인이 수행자가 가듯이 묵묵히 혼자서 앞으로 갈 수 있을까. 또 불교경전의 구절을 인용한 것을 두고 그 지역의 유권자들이 얼마나 호응해 줄까. 정치인이 종교경전의 문구를 인용 하고 그 것도 불교 경전을 인용 하는 것에 대하여 약간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옴을 느낀다.

 

 

 

2009-04-07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