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동네 야시장과 밤 벗꽃축제

담마다사 이병욱 2009. 4. 10. 12:09

 

동네 야시장과 밤 벗꽃축제

 

 

 

고된일을 하고 나면 사람들은 무언가에 의지 하고 싶어 한다. 그 의지의 대상이 담배가 될 수 있고 술이 될 수 있고 또 다른 그 무엇이 될 수 있다. 무언가 보상을 받고 싶어 하는 심리가 발동 하는 것이다.

 

보상받고 싶은 심리

 

의사중에 알콜중독자가 많다는 이야기가 있다. 매일 피를 묻히고 사는 직업이고 긴장 속에서 여러 시간 집중을 하다 보면 녹초가 되어 버린 다는 것이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매일 생과 사를 넘다 드는 환자와 함께 하고 손은 언제나 피투성이가 되다 보니 수술이 끝난 후에 무언가에 의지 하고 싶고 또 풀어 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라는 것이다. 비단 의사 뿐만 아니라 현대를 살아 가는 사람 또한 노동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때문에 저녁에 술자리와 같은 회식을 하는 이유가 무언가 위로 받고 싶은 보상심리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보상심리가 반드시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집단적으로도 발산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축제'일 것이다. 보통 추수가 끝나고 벌어지는 행사가 이에 해당 된다고 볼 수 있다. 힘들고 고된 노동 끝에 수확을 하고 나면 그 동안의 노고를 풀어 버리고 싶은 심리이다. 이런 심리가 집단화 했을 때 축제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추석'이 해당 될 수 있겠고 서양과 같은 경우는 '추수감사절' 같은 경우가 해당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본래의 축제 의미는 크게 퇴화 하여 그저 먹고 마시는 날 처럼 되어 버린 것이 현실이다.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축제가 그런 현상을 잘 말해 주고 있다.

 

이해관계가 개입된 축제

 

축제는 축제의 주체와 참여로 이루어 진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그 성격이 크게 달라진다. 주체가 관주도라면 '관제축제'가 된다. '하이서울 페스티발' 같은 경우가 대표적일 것이다. 민간단체가 주도 한다면 '민간축제'가 될 것이다. 민간축제도 민간축제 나름이다. 주도 하는 단체가 이해관계에 개입 되었느냐 개입되어 있지 않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해관계가 개입 되어 있지 않다면 순수한 민간주도형 축제라 볼 수 있고 구성원들의 참여 또한 적극적일 것이다. 이러한 좋은 예가 '연등축제'라 볼 수 있다. 해마다 벌어지고 있는 연등축제는 관제축제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민간단체의 축제도 아닌 철저하게 참여 하는 축제이다. 그래서 가장 축제다운 축제라고 말하고 있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제는 물론 이제는 세계적으로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축제로 발전 하였다. 반면에 이해관계가 개입된 축제가 '상인축제'이다. 상인이 주도하여 만들어진 축제로서 참여자는 매우 수동적일 수 밖에 없다. 먹고 즐기는 것 이상 크게 볼 거리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범주의 축제는 지방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지역 축제도 예외가 아니다. 이와 같은 상인주도형의 축제를 아파트 단지에서 보게 되었다.

 

 

 

30년된 벗꽃나무.

활짝 개화 하였다.

 

 

 

 

 

30년된 벗꽃나무.

아파트의 역사와 같은 나이이다.

 

 

 

한마음 벗꽃축제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30년이 되었다. 지을 당시에는 고급이었겠지만 세월이 흐르고 난 지금은 서민 아파트가 되었다. 주변의 아파트는 모두 재개발 되어 고층아파트가 들어 섰다. 그런 영향이어서일까 아파트 값이 천정 부지로 뛰어 올랐을 때 재건축위원회가 추진 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집을 담보로 각종대출을 해준다는 찌라시가 항상 붙어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너무나 조용하다. 재건축이 추진 되는지 안되는지도 알 수 없고 대출찌라시도 붙어 있지 않다.

 

 

 

 

야시장이 열리기 전의 모습

 

 

 

잠시 살다가 가는 곳에 지나지 않을 동네에 벗꽃이 만발 하였다. 그렇게 만발하기 까지 30년이 걸렸나 보다. 30년 세월 동안 자란 벗나무에서 피워내는 벗꽃의 향연이 아까워서 일까 아파트 단지에서는 '한마음 벗꽃축제'를 개최한다고 하였다. 아파트 입주 30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그 축제의 주체는 상인들이었다. 이동네 저아파트를 다니면서 물건을 파는 일종의 5일장 비슷한 상인들의 모임이다. 알고 보면 1년에 한번 정도 열라는 야시장인데 올해는 벗꽃 개화 시기와 맞추어 진행 되는 것이다.

 

 

 

 

가방 옷가지등을 판다

 

 

 

 

 

농산물도 직거래 한다.

 

 

 

 

 

1000원샵 제품과 같은 생활용품을 팔고 있다

 

 

 

 

 

유화와 같은 그림를 전시 하고 있다

 

 

주민을 어떻게 하면 잘 웃길까

 

야시장은 매우 다양한 상품구색을 갖추고 있다. 각종 공산품과 구두 가방 악세사리와 같은 생활용품도 있고, 각종 옷가지와 농산물도 판다. 주로 서민들이 즐겨 찾는 용품들이다. 그러나 무어니 해도 먹거리가 가장 인기 좋다. 매장의 반은 먹거리를 파는 장소 이기 때문이다. 특히 테이블과 의자를 다수 갖추어 놓고 장사를 하는 곳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즉석에서 만두를 만들어 팔고 있다

 

 

 

 

 

오뎅 어묵 튀김과 같은 즉석먹거리를 팔고 있다

 

 

 

 

 

 

테이블과 의자를 마련해 놓고 영업을 하고 있다

 

 

 

 

 

 

미니 바이킹도 볼 수 있다

 

 

 

한쪽켠에서는 한 껏 흥을 돋우고 있다. 일종의 광대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노래와 율동으로 사람을 끌어 모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광대복장을 하고  주민의 참여를 유도 한다. 대사는 매우 감칠나고 직설적이다. 듣고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나올 정도이다. 얼굴도 서로 모르고 설령 안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거의 대화가 없는 주민들이 모두 모여서 함박웃음을 웃고 있다. TV에서 보는코미디언이나 개그맨들과 같이 잘 알려진 유명인들은 아니지만 진행하는 수준을 보면 프로급이다. 아마도 이 바닥에서 매일 먹고 살기 때문일 것이다.그리고 주민을 어떻게 하면 잘 웃길까 연구해서 일 것이다.

 

 

 

 

 

광대복장을 한 여성 진행자가 사회를 보고 있다.

 

 

 

 

 

코믹한 행동과 만담으로 괸중을 즐겁게 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훌라후프 경연대회

 

 

오늘은 이 아파트 내일은 저동네로

 

사람들은 많이 북적이지만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오늘 밤의 행사를 위하여 많이 준비했음에도 불구 하고 사가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면 어떻게 유지가 되는지 궁금할 정도이다. 오늘은 이 아파트, 내일은 저동네 하는 식으로 이동하면서 장사 하는 사람들임을 알 수 있으나 그래도 무언가 남고 장사가 되니까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남들이 일하는 낮시간을 피해서 주로 밤시간에 열리는 야시장은 30년 역사를 가진 아파트단지의 벗꽃과 함께 열렸다. 그 것도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벗꽃과 환하게 비추고 있는 보름달과 함께 열렸다.

 

 

2009-04-10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