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절정의 서울대공원 벚꽃축제, 이날 하루 만이라도

담마다사 이병욱 2009. 4. 13. 10:00

 

절정의 서울대공원 벚꽃축제, 이날 하루 만이라도 

 

 

엑스터시. 흔히 절정이라고 말한다. 엑스터시(ecstacy)는 신비주의의 최고의 목표를 가리키는 용어로서 신과의 합일 되는 체험을 묘사 할 때 나타내는 말이다. 또 감정이 고조 되어 자기자신을 잊고 도취 상태가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와 같은 뜻의 엑스터시가 마약의 이름으로 쓰여지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절정의 서울대공원 벚꽃길

 

모처럼 화창한 봄날에 맞는 일요일 아침이었다. 벚꽃축제가 이제는 서서히 끝물을 향해 가고 있는 이 때 절정을 맞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 대공원이다. 서울대공원의 벚꽃은 서울의 다른 지역보다 1주일 정도 늦게 시작 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산지에 있고 북향이기 때문일 것이다. 4 12일 일요일에 일찍 찾아간 서울대공원은 벚꽃이 절정에 이르고 있었다.

 

 

 

 

 

서울대공원으로 가는 출발지이다.

벚꽃나무도 30년 가까이 되면 이와 같이 자라는 모양이다.

 

 

 

서울대공원의 역사는 그다지 길지 않다. 1980년대 중반에 개관 되었으니 20여년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서울대공원은 벚꽃세상이다. 특히 동물원으로 가는 도중의 벚꽃을 보면 가슴 설레이게 한다.

 

 

 

오전의 서울대공원 가는길.

사람들은 그리 많아 보지 않지만 평소 보다는 몇배이상 많은 인원이다

 

 

창경원 시절의 벚꽃축제

 

놀이공원과 벚꽃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아마도 그 뿌리는 창경원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예전의 창경원은 매년 봄만 되면 벚꽃 세상이었다. 그런데 그 벚꽃을 일제가 의도적으로 심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없어 졌지만 창경원 안에는 일본의 영주의 성과 같은 천수각이 있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일개 영주의 성처럼 보였다. 더구나 주변에는 벚꽃으로 뒤덥혀 있어서 왕가의 궁궐인지 일개 봉건영주의 성인지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 이었다. 지금은 천수각도 해체 되고 벚꽃도 잘리어 궁궐의 원형을 복원하여 정체성을 살렸다고 볼수 있다.

 

서울대공원은 예전의 창경원의 모습과 다르다. 우선 부지 자체가 엄청나게 크다. 산전체가 동물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닮은 것이 있다면 벚꽃길일 것이다. 동물원 안은 물론 바깥에도 대규모로 벚꽃나무가 조성 되어 있어서 마치 구름띠를 보는 것 같다. 이와 같은 대규모 벚꽃가로를 조성한 목적이 무엇이었을까. 혹시 창경원 시절의 벚꽃축제를 기억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이었을까 아니면 보기에 좋아서 이었을까. 벚꽃보기를 즐기면서도 항상 의문이 떠나지 않는 것이다.

 

 

 

 

저 멀리 동물원의 입구가 보인다.

벚꽃은 뭉쳐서 피어야 맛이 나나 보다.

 

 

 

벚꽃은 일본의 상징일까

 

벚꽃은 일제히 피었다가 일제히 지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꽃이 필 때의 화사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 더구나 군락을 이루어 띠를 형성하는 것처럼 되어 있다면 마치 구름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질 때가 되면 마치 눈이 내리는 것처럼 우수수 쏟아진다. 질 때도 그리 구질 구질 하게 지지 않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이런 매력 때문에 벚꽃을 좋아 하는지 모른다.

 

일본사람들이 가장 좋아 하는 꽃이 벚꽃이라 한다. 전국시대에 도쿠가와 막부의 문장이 벚꽃 이었고 지금은 일본을 상징 하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일본왕실을 상징 하는 꽃은 아니다. 일본왕실을 상징하는 꽃은 국화이기 때문이다. 비록 벚꽃이 일본을 상징 하는 꽃이라 해도 이미 오래전에 우리나라에 있었던 꽃이다. 그런 벚꽃을 놀이공원에서 보고 즐기는 것은 이제 조금도 이상스럽게 생각 하지 않는다. 다만 관공서나 국회와 같이 우리나를 대표 하는 청사 앞에는 벚꽃이 없었으면 한다.

 

세상이 바쁘고 험악하게 돌아 간다고 해도

 

서울대공원은 서민들이 주로 찾는 곳이라 볼 수 있다. 지하철이 연결 되어 있어서 쉽게 접근이 가능하고 입장료 또한 그리 비싸지 않다. 노인들에게는 무료 입장도 가능하다.

 

 

 

 

동물원 입구이다.

수 많은 유모차 행렬을 볼 수 있다.

 

 

 

 

 

 동물원 입구를 지나면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야자나무가 나타난다.

유심히 살펴 보니 인공나무이다.

볼트와 너트로 조여진 잎부위를 볼 수 있었다.

 

 

 

또 한가지는 공원안에서 사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집에서 준비해 온 음식물을 어디에서 든지 펼쳐 놓고 먹을 수 있는 곳이 서울대공원이다. 이런 점은 용인에 있는 민간놀이공원하고 여로모로 비교 되는 점이다. 이런 이점 때문에 몰려 드는 인파가 마치 구름같다. 위에는 벚꽃 구름이 있고 아래에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 오는 것이다.

 

 

 

 

잔디에 앉아서 식사를 히는 사람들

 

 

 

리프트를 타고 가는 사람들은 매우 한가롭게 보인다. 서서히 움직여 가는 모습을 바라보면 평화의 시대를 구가 하는 것 처럼 보인다. 아무리 세상이 바쁘고 험악하게 돌아 간다고 해도 이곳 만큼은 한시름 놓아 버리고 흐름에 맡겨 버리는 것 같다.

 

 

 

 

 하늘에는 리프트가.. 

유유자적한 한가로운 풍경이다.

 

 

동물원에 가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동물이 있다. 그리고  일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진귀한 동물을 접하면 매우 호기심 있게 바라본다. 그런 동물 중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보는 동물은 코끼리와 코뿔소와 사자이다. 이들 동물들은 경전에 자주 나오고 비유로서 설명 되기 때문이다.

 

코끼를 보면

 

 

 

아프리카 코끼리

 

 

 

코끼리는 경전에 매우 많이 인용 되고 있다. 그 중에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비유가 장님 코끼리만지기 비유 일 것이다. 열반경에 나와 있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옛날 인도의 어떤 왕이 진리에 대해 말하다가 대신을 시켜 코끼리를 한 마리 몰고 오도록 하였다. 그리고는 장님 여섯 명을 불러 손으로 코끼리를 만져 보고 각기 자기가 알고 있는 코끼리에 대해 말해 보도록 하였다. 제일 먼저 코끼리의 이빨(상아)을 만진 장님이 말하였다. “폐하 코끼리는 무같이 생긴 동물입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코끼리의 귀를 만졌던 장님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폐하. 코끼리는 곡식을 까불 때 사용하는 키같이 생겼습니다.” 옆에서 코끼리의 다리를 만진 장님이 나서며 큰소리로 말하였다. ”둘 다 틀렸습니다. 제가 보기에 코끼리는 마치 커다란 절구공이같이 생긴 동물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아는 만큼만 보이고 이해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자신이 모르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항에 대하여는 없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 우화는 진리를 알기 위해서는 바른 눈과 깊은 지혜가 필요 하다는 것을 말하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코뿔소를 보면

 

 

 

 

 

 아프리카산 코뿔소

 

 

 

다음으로 코뿔소이다. 코뿔소의 비유로 가장 유명한 경전이 숫타니파타이다. 숫타니파타에 나와 있는 게송의 일부분을 보면 다음과 같다.

 

 

62. 물속의 물고기가 그물을 뚫고 나오듯

      불이 다 타버린 재에는 다시 불붙지 않듯

      이 번뇌의 결박을 끊어 버리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 가거라.

 

 

숫타니파타의 62번째에 나와 있는 게송이다. 후렴구는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 가거라'인데 코뿔소경의 모든 게송의 마지막에 후렴구로 들어 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코뿔소는 왜 혼자서 갈까. 코뿔소는 주둥이 끝 위에 오직 한개의 외뿔이 있다. 다른 뿔 달린 동물들은 뿔이 두 개라서 서로 짝을 짖고 살아 가지만 뿔이 하나인 외뿔소는 혼자 생활 한다. 부처님 당시의 수행자들은 모두 혼자 생활 하였다. 외모가 엄청나게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는 우직하게 생긴 코뿔소가 오로지 앞으로만 나가는 모습이 수행자와 닮았다고 해서 코뿔소에 비유 한 것이리라 볼 수 있다.

 

 

사자를 보면

 

 

 

 

위엄있는 사자의 모습

 

 

 

사자를 백수의 제왕이라 부른다. 특히 숫사자의 갈기와 안면을 보면 그 위엄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일까 불교에서 곧잘 부처님을 사자에 비유하곤 하였다.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게송이 '사자게'이다. 빨리어로는 '나라시하가따(Narasihagatha)'라 하는데 최근에 남방불교의 붐을 타고 알려져 있지만 남방불교국가에서는 천수경만치 잘 알려져 있는 생활게송이라 볼 수 있다.

 

 

붉은 성스러운 두 발은 탁월한 법륜으로 장식되고,

긴 팔꿈치는 성스러운 징표들로 치장되셨고,

발등은 불자(拂子)와 양산으로 분장되셨으니,

이분이 참으로 당신의 아버지 인간의 사자이시옵니다.

 

 

사자게에 나오는 첫게송의 내용이다. 여기에서 부처님을 인간의 사자로 묘사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야소다라왕비가 라훌라에게 아버지의 모습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기 위해서이다. 부처님이 출가 한 후에 깨달음을 얻고 처음으로 카필라성을 방문 하게 되었다. 태어나자 마자 출가한 아버지를 한번도 본적이 없는 라훌라에게 어머니인 야소다라 왕비는 부처님의 신체적인 특징과 고결한 덕목을 갖춘 축복 받은 분이라고 설명하는 내용이다.

 

이날 하루 만이라도

 

봄의 절정은 아마도 벚꽃이 활짝 개화 하는 시기라 볼 수 있다. 특히 한 두루가 아닌 집단으로 모여서 구름처럼 피어 날 때 마음도 들뜨기 마련이다. 그런 들뜸을 잘 보여 주는 곳이 서울대공원으로 가는 벚꽃길이라 볼 수 있다. 구름처럼 몰려 오는 사람들은 이날 하루 만큼은 마음껏 들떠도 좋으리라. 살아 가면서 좋은 날이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

 

 

 

 

동물원 내부의 모습

 

 

 

 

 

정오가 되자 갑자기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 온다

 

 

 

 

 

정오가 지날 무렵에 밀려 드는 인파이다

 

 

 

 

 

벚꽃 구름아래 구름처럼 밀려드는 상춘인파

 

 

 

 

 

벚꽃 구름과 코끼리 열차

 

 

 

 

200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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