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나라마다 다른 부처님오신날, 초파일의 석가탄신일과 사월보름의 웨삭데이

담마다사 이병욱 2009. 5. 1. 12:20

 

나라마다 다른 부처님오신날, 사월초파일의 석가탄신일과 음력사월보름의 웨삭데이

 

 

산이 유난히 푸르다. 새옷으로 완전히 갈아 입은 듯한 느낌이다. 멀리서 보아도 연두색이 완연 하고 푸릇 푸릇 생동하는 느낌을 주기 충분하다.

 

 

 

 

 

축복 받은 계절에

 

거리에는 꽃들이 만발해 있다. 화단식으로 조성해 놓은 돌틈사이의 핀 철쭉과 영산홍 같이 빛깔이 고운 꽃들 부터 인공적으로 조성해 놓은 화단의 팬지에 이르기 까지 꽃 종류도 다양하다. 이런 꽃들이 집단으로 모여서 피어 있는 것을 보면 봄은 확실히 축복 받은 계절임에 틀림 없다. 거기에다 날씨는 온화 하고 공기 또한 싱그럽기 까지 하다.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살맛 나는 세상이다.

 

 

 

 

 

 

이제 5월이다. 가장 생명력 넘치는 계절이고 가장 날씨 좋은 계절 또한 5월이다. 그래서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였다. 반면에 최악의 계절은 11월이 아닐까 한다. 이때 대부분 낙엽이 떨어진다. 가지는 앙상하고 거기에다 찬바람까지 불면 더욱더 위축 된다. 더구나 비까지 추적추적 내린다면 최악의 심리상태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계절은 극과 극을 보여 준다. 봄과 같이 축복 받는 계절이 있는가 하면 마치 죽음과 같은 계절이 시간과 함께 항상 반복 되고 있다.

 

일본의 '골든위크'와 사월초파일

 

51일은 노동절이다. 그리고 2일은 부처님오신날, 3일은 일요일, 4일은 일하는 날, 5일은 어린이날이다. 1일이 노동절임에도 불구 하고 일하는 회사들이 꽤 있는 모양이다. 1일에 일하고 4일에 쉬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2일 부터 5일까지 내리 4일을 쉬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5월 첫째주는 쉬는 날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그 흐름에 따라 갈 수 밖에 없다.

 

5월은 축복 받은 계절이다. 그 중에 5월 첫째주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이웃 일본에서도 축복받은 기간이라 볼 수 있다. 주요 기념일이 5월 첫째주에 몰려 있어서 5월 첫째주의 모든 날을 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5월 첫째주를 '골든위크'라고 한다. 일본의 주요기념일을 보면 다음과 같다.

 

 

4月29日 녹색의 날(전 천황의 생일)

5月3日 헌법 기념일

5月4日 국민의날

5月5日   어린이날

 

 

여기서 51일 노동절은 법정 공휴일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회사가 쉰다고 한다. 그런데 5 2일의 사월초파일은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일본은 사월초파일 행사를 양력으로 쇠기 때문이다. 부처님오신날의 행사는 4 8일에 이미 치렀다는 이야기이다.

 

나라마다 다른 부처님오신날

 

우리나라는 부처님오신날을 음력으로 맞이 하기 때문에 매년 날자가 다르다. 올해 우리나라의 부처님오신날은 5월2일 토요일이다. 그런데 다른불교 국가도 우리나라와 같이 음력 사월초파일에 행사를 할까. 좀 더 자세하게 알기 위하여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아 보았다.

 

불교를 믿는 국가들의 부처님오신날 날짜는 정확히 일치 하지 않는다. 특히 남방불교국가와 북방불교국가의 부처님오신날 날자는 다르다. 북방불교권 국가인 중국, 한국, 일본은 48일이지만 유독 일본만은 양력으로 한다. 중국본토와 대만, 홍콩, 한국은 음력 사월초파일에 행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방불교국가들의 부처님오신날은 음력으로 4 15일이다. 올해 양력으로 따지면 5 9일이다. 우리나라와 일주일 차이가 난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웨삭데이란 무엇인가

 

남방불교국가들은 부처님오신날을 '웨삭(Vesak)'이라고 부른다. 웨삭은 빨리어 위사카(visakha)에서 유래 한다. 빨리어 위사카가 웨사카(vesakha)로 변했고, 지금의 '웨삭'이라는 단어로 정착 된 것이다. 산스크리트어로는 위사캬(visakya)라고 하는데. 인도 달력으로는 2월에 해당 된다. 남방불교의 전통에 의하면 붓다는 위사카월()의 보름날에 탄생·성도·열반하였다고 한다. 즉 붓다의 생애 중에서 가장 중요한 탄생·성도·열반이라는 세 가지 사건이 같은 날에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유엔에서 음력 4 15일을 '유엔 웨삭데이'로 지정 하였다는 사실이다. 1999년의 일이다. 이로써 웨삭데이는 크리스마스와 함께 세계의 성스러운날인 홀리데이(Holy day, 聖日)가 된 것이다. 북방불교국가의 행사일인 음력 4 8일이 채택 되지 않고 남방북교국가의 행사일인 4 15일이 채택 되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내포 하고 있다고 본다. 세계불교의 중심지가 북방불교국가가 아니고 남방불교국가라는 사실이고 또 하나는 정통성이 남방불교에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세계불교의 정통성은 어디에

 

그렇다면 남방불교국가에서 음력 4 15일이 어떻게 부처님탄생일로 정해 졌을까. 자료를 보면 1956년 네팔에서 열린 제4차 세계불교대회에서 양력 5 15일을 부처님오신날로 확정 했다고 한다. 참석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따르게 되었지만 음력과 양력의 괴리감이 커서 1998년 스리랑카에서 열린 세계불교도 대회에서 양력 5월 중 보름달이 뜨는 날로 다시 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양력 5월에 보름달이 뜨는 날은 음력으로 4 15일에 해당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남방불교 국가들은 음력 보름인 4 15일을 부처님탄생일로 하고 있고 명칭도 '웨삭' 또는 '웨삭데이'이다.

 

우리나라에서 부처님탄생일은 음력으로 4 8일이다. 불자들의 최대 잔치가 이날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남방불교 국가들은 일주일 후에 열린다. 1주일 차이 이지만 부처님을 모시고 기리는 의미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아직까지 날짜는 통일 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일치 되리라고 본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남방불교국가에서 시행 하고 있는 음력 4 15일이 유력 할 지 모른다. 이미 유엔에서 홀리데이로 선포 하였고 또한 전세계적으로 남방불교의 전통을 인정 해 주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북방불교권과 같은 경우 제각각이다. 일본과 같은 경우는 양력 4 8일로 하고 있고 중국과 우리나라는 음력 4 8일이다. 비록 경제력이나 군사력등 모든 면에서 동아시아국가가 남방불교국가 보다 영향력이 앞서지만 명분에 있어서 밀리는 모습이다. 대부분의 남방불교국가들은  음력 4 15일을 쇠고 있고 국민의 대부분이 불자라는 점 또한 명분에서 밀리는 요인이 될 것이다.

 

부처님의 탄생일에 못지 않게 탄생일에 대한 명칭도 여러가지 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처님오신날'이라고 부르지만 불자들 사이에서나 통용 되는 것 같다. 정부의 공식적인 명칭은 '석가탄신일'이고 대부분의 달력에는 그와 같이 표시 되어 있다. 예수가 태어난 날을 '성탄절'로 표기 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격하된 느낌이다. 불교국가 마다 부처님탄생일에 대한 고유의 명칭이 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전세계적으로 통용 되고 있듯이 부처님의 탄생일에 대한 용어 역시 통일 될 수 있을 것이다. 영어로는 'Buddha's birth day'로도 불리 우고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통용어인 '웨삭' 또는 '웨삭데이'로 정착 될 가능성이 높다.

 

왜 남방불교 열풍인가

 

우리나라에서 남방불교의 열풍은 거세다. 특히 인터넷시대가 되면서  그 열기는 더욱 더 확산 되는 듯한 느낌이다. 그 이전 까지만 해도 남방불교는 소승이라고 하여 불교 취급도 하지 않았던 관행이 있었다. 그와 같은 대표적인 예가 대승경전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교상판석에서는 노골적으로 낮게 보고 있다. 즉 반야경 법화경 화엄경 열반경과 같은 대승경전을 상위에 두고 아함경과 같이 근본불교의 가르침을 담은 경전을 가장 낮은 단계로 두었기 때문이다. 또한 대승보살사상이야말로 불교가 추구 해야 될 근본 사상으로 여기고 자기자신만의 해탈을 목적으로 하는 소승불교를 폄하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승보살사상을 추구 한다는 스님들은 가장 소승적인 삶을 살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심산유곡에서 상구보리는 열심히 하지만 대승의 근본 가르침인 하화중생은 실종 되어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도시는 물론 농촌 산간 오지등 전국 방방곡곡은 십자가의 물결로 뒤덮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승보살 사상을 실천해야 할 수행자들이 심산유곡에서 언제 깨우칠지 모르는 화두를 들고 있을 동안 시대는 많이 변하였다. 정보통신과 교통의 발달로 전세계가 글로벌화 된 것이다. 이런 영향으로 인하여 필연적으로 남방불교와 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한국불교에 한계를 느낀 사람들이 대거 남방으로 직접 날아 가서 소승이라고 비하해 마지 않았던  상좌부 불교를 배워 오기 시작 하였다. 그 결과 남방상좌부 불교에 숨겨진 보물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더 이상 격의화된 중국불교에 의지 하지 않아도 된 것이다.

 

여러단계를 거친 불교는 왜곡 되기 쉽다. 또 그 나라의 전통문화와 습합 되다 보면 본래의 모습을 잃어 버리고 정 반대의 가르침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직수입된 불교는 원형을 제대로 유지 하고 있다. 교학은 물론 수행방법까지 부처님 당시 그대로 보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런 점이 남방불교의 열풍을 몰고 온 것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한국불교가 역할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연등축제때 확인한 남방불교

 

남방불교 열기는 연등축제 때 간접적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남방불교 국가들의 참여가 돋 보였기 때문이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대규모로 참가 하였고 따르는 신자들도 매우 많아 보였다. 특히 스리랑카 불자 공동체 같은 경우 스님들과 신도 뿐만 아니라 민속춤도 선 보였다. 아마도 스리랑카의 민속축제 '페라헤라' 인것 처럼 보였다. 페라헤라는 본래 '행렬' '행진' 이라는 의미로 축제를 지칭하는  일반적인 표현인데 보통 캔디의 치아사리축제가 유명하다고 한다. 그런 모습을 이번 연등축제에서 일부 나마 볼 수 있었다.

 

 

 

 

  스리랑카의 페라헤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화려하게 장식된 코끼리와 사리함, 캔디안 댄스등이 행렬을 장엄 하고 있다(법보신문 참조)

 

 

 

 

 

2009 서울 연등축제에서 선보인 스리랑카 민속춤.

 

 

 

 

 

2009 서울 연등축제에서 보는  스리랑카 기수단

 

 

 

 

 

스리랑카 불자들의 행렬

 

 

 

 

 

불치사 모습의 장엄등이다. 

 

 

 

 

 

스리랑카 불교청년회 안산지부의 코끼리 장엄등이다.

 

 

 

 

 

2009 서울 연등축제에서의 스리랑카 민속페스티발

 

 

연등축제 뿐만 아니라 부처님오신날 당일에도 유명 사찰에서는 스리랑카 연희단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렇게 불교도 급속 하게 글로벌화 하고 있다. 한국불교가 심산유곡에서 중생을 등지고 도만 닦고 있을 동안에 그토록 비하해 마지 않았던 소승 불교라 불리 우는 남방 불교가 성큼 들어와 있는 것이다.

 

'웨삭데이'로 바뀌게 될 지도

 

남방불교는 한국불교의 단점을 보완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복불교 내지는 방편불교화 되어 있는 한국불교에 있어서 남방불교를 접하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다.  특히 교학체계와 수행 방법에 있어서 더욱 더 그렇다. 초기불교가 유행하다 보니 대승경전 보다 이제는 니까야의 권위를 더 높이 쳐 주는 것 같다. 그리고 어려운 한자 용어 보다 빨리어 용어를 사용 하는 것이 더 고상해 보이기도 한다. 바로 이런 점이 글로벌 시대와 인터넷 시대에 가장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아마도 수행방법일 것이다. 단지 알아차리기만 하면 된다는 위빠사나가 바로 그것이다. '알아차림'이라는 단순한 방법으로 시작하지만 이 수행을 통하여 집중과 지혜가 성숙하여 탐진치가 소멸하면 수행의 가장 높은 경지인 열반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4월 초파일은 부처님오신날이다. 남방불교국가에서는 일주일후인 415일이만 부처님을 기리는 마음은 어디나 똑 같을 것이다. 천년이상 48일을 고수해 오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415일로 바꾼다는 것은 아직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러나 글로벌화 됨에 따라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불교가 제 역할을 못하였을 때 바뀌게 될 것이다. 날자뿐만 아니라 명칭 또한 '웨삭' 또는 '웨삭데이'로 바뀌게 될 지 모른다.

 

 

 

200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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