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색소폰 길거리 연주회, 지나가는 바람일까 새로운 문화현상일까

담마다사 이병욱 2009. 5. 6. 17:21

 

색소폰 길거리 연주회, 지나가는 바람일까 새로운 문화현상일까

 

 

우체국 택배 아저씨가 있다. 그 분은 주로 오토바이를 이용 하여 우편물과 택배용품을 배달 한다. 그런데 자주 마주치다 보니 친밀감이 들어서 음악CD를 선물로 드렸다. 그 후로 만날 때 마다 서로 인사 하면서 간단한 대화를 하는 단계로 발전 하였다.

 

색소폰을 배울 예정이라고

 

그러던 중에 어느 날 그 분은 색소폰을 배울 예정이라고 말하였다. 음악듣기가 취미인 그 아저씨는 하필이면 왜 색소폰을 배우려고 했을까. 이유는 배우기가 쉽기 때문이라고 한다. 단지 5개의 버튼을 누르면 된다고 한다. 기타를 배우는 것 보다 훨씬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색소폰을 배우는 데 있어서 하나의 단점이 있다. 색소폰을 배우려면 색소폰을 사야 된다는 것이다. 그 가격이 대략 120만원 정도라고 한다. 배우기도 쉽고 취미도 고상하지만 색소폰을 배우는 댓가 치고는 초기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은 색소폰 시대?

 

색소폰 배우기 열풍이 있는 것 같다. 주위에 아는 사람들 중의 일부가 색소폰을 배우고 있거나 공연을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고 지내는 어느 법우님을 동네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색소폰 가방을 들고 있었다. 물어 보니 색소폰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동호회에 가입하여 열심히 연습중이라고 한다. 또 업무상 알고 지내는 어느 분은 색소폰을 분지 수년 되었다고 한다. 천주교신자인 그는 성당안에 색소폰동호회가 있고, 주로 봉사를 다니고 있다고 한다. 양로원이나 고아원을 찾아 다니면서 공연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색소폰을 배우는 사람들이 꽤 됨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색소폰 열풍이 있어서 일까 동네에서도 동호회 간판을 볼 수 있었다. 소리가 시끄러워서인지 연습실은 지하에 위치해 있다. 문구를 보면 '초보환영'이라고 쓰여 있다. 바로 이런 현상이 색소폰 열풍의 현주소 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열풍은 곧 바로 거리공연으로 나타 나는 듯 하다. 생태하천으로 거듭난 공원에서 색소폰 연주회를 하는 장면을 종종 보기 때문이다.

 

 

 

 

등산로 입구의 등산용품 가게 앞에서 연주회를 하고 있다.

아마도 등산용품 가게와 관련 있는 듯하다.

혼신을 다해 부르고 있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동네의 상가에서도 동호회 광고 간판을 볼 수 있다.

 

 

 

 

 

 

안양천의 지류인 학의천 공원에서 색소폰 연주를 하고 있다.

 

 

 

 

해질녁에 울려 퍼지는 색소폰 소리는 특유의 감성을 자극 한다. 빠르지 않고 느릿느릿 감칠 맛 나게 나는 소리는 끈적끈적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흐느끼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정서적으로는 트로트 계열의 음악에 적합해 보인다. 그래서 연주 하는 음악도 흘러간 노래 위주의 트로트 풍이 대부분이다.

 

 

 

해질녁 무렵의 색소폰 연주.

학의천변에서는 정기적으로 연주회가 열린다.

 

 

 

 

공원에서도, 유원지에서도

 

이런 색소폰 공연은 유원지에서도 볼 수 있다. 주로 등산로 입구에서 볼 수 있다. 등산로 입구에는 먹거리를 파는 곳이 다수 이지만 등산용품을 파는 곳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를 선전 하기 위함일까 등산용품 가게 앞에는 색소폰 연주자들이 연주를 하고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하산 길에 한잔 걸친 등산객 중의 일부는 그 앞에서 춤을 추기도 한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공연을 보고 즐기는 사람들도 다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이제 색소폰 연주를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천공원에서, 유원지에서, 등산로 입구에서 보는 색소폰 연주는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에 충분 할 정도로 정서를 자극 한다. 그 것을 듣고 즐기는 연령층은 다양 하지만 주로 나이든 중년이나 고령층이다. 연주곡 또한 이미 한물간 흘러간 노래나 트로트 계열의 노래위주이지만 때로는 흥겨운 곡을 연주 하기도 한다. 또 연주회 앞에서는 즉석 춤판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춤판이 결코 퇴폐적이거나 볼썽 사나워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구경하는 사람들도 함께 즐기기 때문이다.

 

 

 

 

 

관악산 입구의 등산용품을 파는 가게 앞.

하산 하는 등산객들이 색소폰 연주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다.

 

 

 

한번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까, 문화현상일까

 

해질녁에 울려 퍼지는 색소폰 소리는 듣기에 거북 하지 않다. 비록 B급 문화에 지나지 않고 언더그라운드 문화 일지라도 수요가 있기 때문에 유행을 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이 한번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지 아니면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자리 매김 할지는 더 두고 보아야 알 수 있다. 그러나 주변에서 하나 둘 배우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고 배워서 봉사활동을 한다고 하니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현상 같다.

 

한 때 70년대 통기타 시대가 있었듯이 2000년대에는 색소폰 시대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데 70년대 통기타를 잡던 세대가 지금은 색소폰을 불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200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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