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칼빈길과 삼성길 그리고 봉은사길, 굴러 온 돌의 알박기를 보는 듯

담마다사 이병욱 2009. 6. 20. 12:51

 

칼빈길과 삼성길 그리고 봉은사길, 굴러 온 돌의 알박기를 보는 듯

 

 

 

 

 

 

신작로가 있다. 새로 닦은 길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신작로를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나이 드신 분들이나 시골에 살았던 사람들은 매우 익숙한 말이지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매우 생소 할 것이다. 향토색 짙은 신작로는 언제 어느 때 어떻게 생겼을까.

 

신작로의 추억

 

새로 만든 길이라는 의미의 신작로가 생겨 난 것은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일제시대이다. 그러나 19세기 후반에 한반도에 진출한 일제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보급로와 병참설 개설을 이유로 치밀한 한국도로 지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을사늑약이 체결 된 이후에 도로 건설을 본격화 한다. 이런 새로운 도로는 주요 도시를 차가 다닐 수 있도록 넓히고 포장 하여서 쌀과 같은 농산물을 운반 하는 수송로서 또는 군수물자를 실어 나르는 군사용으로도 활용 되었던 것이다. 즉 외세가 붙여준 이름이 신작로이었던 것이다. 이런 신작로가 있는 가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신작로는 흙먼지 날리며 걷던 추억의 신작로이다. 그리고 고향을 등지고 떠나던 이별의 길이기도 하였다.

 

시골에서 신작로는 대부분이 이름이 없다. 그냥 신작로라고 말한다. 달구지나 차가 다닐 수 있게 만들어 놓으면 모두 신작로라고 부른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흙먼지 풀풀 나는 신작로와 달리 도시의 길은 매우 번잡 하다. 사람들이 왕래가 많다 보니 도로 이름을 일일이 붙여 주어야 한다. 도로 이름을 붙여 줄 때는 나름 대로 규칙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측면을 고려 하여 정서에 맞는 도로이름을 모두 부여 한 것은 그다지 오래 되지 않는다. 그런데 원칙을 가지고 부여한 도로 이름을 바꾸어 달라고 요구 하는 곳이 있어서 사회적으로 파장을 주고 있다. 강남의 어느 교회에서 주장 하는 칼빈길추진 논란이다.

 

칼빈길로 하자고

 

칼빈은 종교개혁가로 알려져 있다. 칼빈은 16세기에 프랑스에서 태어나 주로 제네바에서 활동하였다. 그는 개신교 신학을 집대성 하였고 오늘날 개혁교회와 장로교를 통하여 그의 신학이 계승 되고 있다. 특히 그는 성서의 권위를 강조 하였다.

 

그런 칼빈이 탄생 500주년을 맞게 되었다고 한다. 탄생 500주년을 맞이 하여 교회의 앞길인 삼성로에 대하여 칼빈로로 명명 하자는 청원을 구청에 신청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칼빈 탄생 기념행사 때 외국손님들이 많이 오는데 '칼빈길'로 명명하면 국제적으로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단지 교회 앞길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리고 탄생500주년을 기념 하기 위하여 또 외국손님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이름을 바꾸자고 주장 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인터넷뉴스의 댓글란의 추천수 의견을 보면 대부분 비판적임을 알 수 있다.

 

 

 

 

 

 

굴러 온 돌의 알박기를 보는 듯

 

이런 비판적인 움직임에 대하여 서울교회측은 "봉은사로도 있는데 칼빈길은 왜 안 되느냐."면서 종교편향으로 주장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이름을 보면 금강산, 반야봉, 문수봉과 같은 불교식 이름을 많이 볼 수 있다. 금강산은 불교의 가장 수승한 경전중의 하나인 금강경에서 차용 했다고 볼 수 있고, 반야봉은 불교의 최고의 지혜를 반야로 말하고 있으므로 가장 높은 봉우리라는 뜻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오래된 천년고찰의 앞길은 해당 사찰이름을 붙여 주고 있다. ‘봉은사길이나 조계사길같은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역사와 함께 해 온 불교식 이름의 길을 빗대어서 우리는 왜 안되느냐고 주장 하며 종교편향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교회측의 주장이다.

 

화장장이 있는데 뻔히 알면서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후에 화장장을 이전 시켜 달라고 데모 하는 경우를 님비 현상이라고 말한다.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뽑아 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서울 강남 대치동의 서울교회가 단지 자신들의 시조로 생각 하는 칼빈이 탄생한 500년이 되었다는 이유로, 외국인 많이 찾아 오기 때문에, 단지 교회 앞길이기 때문에 삼성길을 칼빈길로 바꾸기를 주장 한다면 이것이말로 전형적인 집단이기주의라고 볼 수 있다. 전형적인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뽑아 내는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200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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