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컴퓨터를 포맷하며, 컴퓨터가 살아 있는 정신처럼 느껴질 때

담마다사 이병욱 2009. 9. 3. 16:22

 

컴퓨터를 포맷하며, 컴퓨터가 살아 있는 정신처럼 느껴질 때

 

 

 

 

 

 

컴퓨터가 갑자기 이상해 졌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사진을 올리려 하는데 올라가지 않는다. 에디터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사진 올리기를 포기 하고 다른 사이트에 가보니 플레시가 보이지 않는다. 평소에는 번쩍 번쩍 하면서 어서 들어 오기를 기다리던 플레시가 사라진 것이다. 플레시 기능이 사라졌어도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지장은 없다. 그래서 기능이 없는 채로 사용하려 하였으나 결정적으로 인터넷 뱅킹이 되지 않는다. 플레시기능이 없으니 메뉴판에 들어 갈 수 없는 것이다. 더 이상 지체 할 수 없었다. 포맷하고 새로 프로그램을 까는 방법 이외는 없는 것이다.

 

안되면 밀어 버린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밀어 버린다라는 말은 컴퓨터를 포맷한다라는 말과 동의어이다. 밀어 버리는 것은 컴퓨터의 사망을 이야기 한다. 더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하였을 때 미련 없이 밀어 버리는 것이다. 기능을 못하는 컴퓨터는 애물단지이자 고철이나 다름이 없다. 그렇다고 살아 있는 생명체 같이 자연치유력이 있어서 스스로 나아지기를 기대 할 수도 없다. 디지털세계는 되면 되고 안되면 안되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원인과 결과에 의하여 움직인다. 그러나 안 되는 부분을 보완 해 주면 잘 작동 될 것이다. 그래도 되지 않는다면 밀어 버리는 수 밖에 없다.

 

컴퓨터의 기능과 구조를 보면 사람의 인생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컴퓨터의 하드웨어는 우리의 몸과 같고, 컴퓨터의 프로그램은 우리의 정신과 같다. 사람과 컴퓨터 시스템이 조금도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런 컴퓨터도 가면 갈수록 인간을 점점 더 닮아 가는 것처럼 보인다.

 

컴퓨터는 단순기계장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나의 살아 있는 정신처럼 느껴 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컴퓨터는 이제까지 인류가 쌓아 온 축적된 문명과 기술의 집합체라 볼 수 있다. 어느 특출 난 한사람의 작품이 아니라 인류의 정신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생명체라고 보는 것이다.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은 컴퓨터는 이제 현대를 살아 가는 필수품이 되었다. 단 하루도 컴퓨터 없는 생활을 상상 할 수 없다. 또 단 하루도 네트워크에 접속하지 않으면 허전 하다. 그런 컴퓨터가 고장 나자 할 일이 없어져 버렸다. 마치 직장에서 퇴출 되어 집에 있을 때 할 일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컴퓨터를 단 하루 접속하지 못하였을 뿐인데 세상과 단절된 느낌을 받았다. 더구나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는 사람으로서 컴퓨터와 네트워크가 없는 세상은 아무 의미가 없는 세상처럼 느껴졌다. 아마 이런 현상도 지독한 집착일 지 모른다.

 

 

200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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