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가을의 정서, 그 젊은 날에 보람 있는 삶을 살지 않은 저 늙은 왜가리처럼

담마다사 이병욱 2009. 10. 7. 10:31

 

가을의 정서, 그 젊은 날에 보람 있는 삶을 살지 않은 저 늙은 왜가리처럼

 

 

 

밤에 이불을 덮고 자야 될 정도로 기온이 내려 가고 있다. 그러나 낮의 날씨는 따가운 전형적인 가을 날씨이다. 절기상 10월이면 인생으로 따진다면 중년을 지나 초로에 접어든 계절이라 볼 수 있다. 모든 식물들이 성장을 멈추고 시들해 지는가 하면 잎파리 또한 단풍이 들어 떨어지기 시작 하는 조락의 계절이 시작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피는 꽃은 있다. 가을에 피는 꽃이다. 가을에 피는 꽃을 들라면 대표적으로 국화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노지에 핀 국화

 

도시 변두리의 노지에 들국화가 피어 있다.  꽃잎이 크다거나 여러색깔을 내는 관상용이 아니라 길거리에 피어 있는 들국화이다. 이런 들국화는 꽃잎도 작을 뿐 더러 함께 모여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의지 하며 살아 가는 것 같아 보인다.

 

 

 

 

 

노지에 핀 들국화1

 

 

 

 

 

 

 

노지에 핀 들국화2

 

 

 

 

가을에 보는 늦깍이 꽃

 

가을에 보는 꽃은 들국화 뿐만 아니라 늦깍이 꽃도 볼 수 있다. 아카시아 꽃이 봄의 늦깍이 이듯이 가을에 보는 칸나도 늦깍이라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파와 같은 농작물에도 늦깍이 꽃을 볼 수 있다.

 

 

 

 

 

가을에 피어 있는 칸나

 

 

 

 

 

 

 

파종류의 농작물에도 하얀꽃이 피어 있다.

 

 

 

 

 

 

 

가을에 보는 이름모를 노랑 꽃

 

 

 

 

 

허름한 주택에도 감이 주렁주렁

 

가을 하면 역시 결실의 계절이다.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 감나무는 보는 것만 해도 옹글지다. 벌써 노랗게 익어 따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찢어질 듯 가난하게 보이는 어느 허름한 무허가 주택에도 노란 감이 올해도 예외 없이 열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지가 찢어 질듯 가득 감이 열려 있다.

 

 

 

 

 

 

허름한 가옥 곁에  탐스럽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어른 다리통만한 무우

 

계절이 가을이다 보니 배추와 무우가 많이 재배 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들이 자라는 속도는 하루가 다르게 튼실해져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일주일만에 보는 무우는 벌써 어른 팔뚝만한 단계를 지나 이제 어른 다리통만하게 자랐다. 대지에 뿌리를 박고 삐죽히 튀어 나와 있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생명으로 넘쳐 나는 것 같다. 토란 역시 자랄 대로 자라 마치 열대식물처럼 보인다.

 

 

 

대지에 힘차게 뿌리박고 있는 무우가 인상적이다.

 

 

 

 

 

 

 

 

 토란줄기가 마치 열대식물처럼 보인다.

 

 

 

 

 

좀처럼 볼 수 없는 탱자나무도

 

중부지방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탱자나무도 보았다. 아마 관상용으로 누가심어 놓은 것 같다. 잘 가꾸어진 담이 없는 정원에 서 있는 탱자나무는 마치 귤처럼 노란 열매를 맺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가지에 날카로운 가시가 달려 있다. 제주도의 귤나무도 가시가 있을까.

 

 

 

 

 

중부지방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관상용 탱자나무

 

 

 

 

 

 

 

탱자나무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가을의 정서를 느끼게 하는 빨강잎의 관상수

 

 

 

바닥이 드러난 물 빠진 연못을 보면

 

시민들이 즐겨 찾는 안양 비산동방향 관악산 산림욕장이 있다. 입구에 커다란 연못이 있는데 물이 다 빠져 있다. 그런데 물이 채워질 줄 모른다.

 

연못의 주인은 나이 드신 노부부이다. 노부부는 연못 한켠에 비닐하우스 집을 짖고 등산객들에 간단한 주류와 음식을 팔아 생계를 유지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등산객 중의 일부가 종종 낚시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 7월에 엄청난 폭우가 내렸을 때 제방이 터져 버린 것이다. 그 후로 방치 되다 보니 연못의 바닥이 다 드러나 보이고 물기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마치 황량한 들판 같은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 그 곳에 노랑바탕의 낚시용 부표가 보였다. 물에 떠 있어야 할 부표가 바닥에 하염 없이 주저 앉아 있다. 마치 날개 꺽인 왜가리를 보는 것 같다. 언젠가 다시 물이 채워지고 수초가 자라는 모습을 떠 올려 본다.

 

 

 

 

7월의 홍수로 제방이 터져서 물이 말라버린 연못.

낚시용 노랑 부표가 바닥에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같은 장소의 5월달 풍경

 

 

 

 

 

 

그 젊은 날에

보람  있는 삶을 살지 않았고

인생의 진정한 재물(진리)

얻지 못한 이는

고기 없는 연못가에 서 있는

저 늙은 왜가리처럼

쓸쓸히 죽어간다.(법구경155)

 

 

 

 

 

2009-10-07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