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정서, 그 젊은 날에 보람 있는 삶을 살지 않은 저 늙은 왜가리처럼
밤에 이불을 덮고 자야 될 정도로 기온이 내려 가고 있다. 그러나 낮의 날씨는 따가운 전형적인 가을 날씨이다. 절기상 10월이면 인생으로 따진다면 중년을 지나 초로에 접어든 계절이라 볼 수 있다. 모든 식물들이 성장을 멈추고 시들해 지는가 하면 잎파리 또한 단풍이 들어 떨어지기 시작 하는 조락의 계절이 시작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피는 꽃은 있다. 가을에 피는 꽃이다. 가을에 피는 꽃을 들라면 대표적으로 국화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노지에 핀 국화
도시 변두리의 노지에 들국화가 피어 있다. 꽃잎이 크다거나 여러색깔을 내는 관상용이 아니라 길거리에 피어 있는 들국화이다. 이런 들국화는 꽃잎도 작을 뿐 더러 함께 모여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의지 하며 살아 가는 것 같아 보인다.
노지에 핀 들국화1
노지에 핀 들국화2
가을에 보는 늦깍이 꽃
가을에 보는 꽃은 들국화 뿐만 아니라 ‘늦깍이 꽃’도 볼 수 있다. 아카시아 꽃이 봄의 늦깍이 이듯이 가을에 보는 ‘칸나’도 늦깍이라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파와 같은 농작물에도 늦깍이 꽃을 볼 수 있다.
가을에 피어 있는 칸나
파종류의 농작물에도 하얀꽃이 피어 있다.
가을에 보는 이름모를 노랑 꽃
허름한 주택에도 감이 주렁주렁
가을 하면 역시 결실의 계절이다.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 감나무는 보는 것만 해도 옹글지다. 벌써 노랗게 익어 따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찢어질 듯 가난하게 보이는 어느 허름한 무허가 주택에도 노란 감이 올해도 예외 없이 열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지가 찢어 질듯 가득 감이 열려 있다.
허름한 가옥 곁에 탐스럽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어른 다리통만한 무우
계절이 가을이다 보니 배추와 무우가 많이 재배 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들이 자라는 속도는 하루가 다르게 튼실해져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일주일만에 보는 무우는 벌써 어른 팔뚝만한 단계를 지나 이제 어른 다리통만하게 자랐다. 대지에 뿌리를 박고 삐죽히 튀어 나와 있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생명으로 넘쳐 나는 것 같다. 토란 역시 자랄 대로 자라 마치 열대식물처럼 보인다.
대지에 힘차게 뿌리박고 있는 무우가 인상적이다.
토란줄기가 마치 열대식물처럼 보인다.
좀처럼 볼 수 없는 탱자나무도
중부지방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탱자나무도 보았다. 아마 관상용으로 누가심어 놓은 것 같다. 잘 가꾸어진 담이 없는 정원에 서 있는 탱자나무는 마치 귤처럼 노란 열매를 맺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가지에 날카로운 가시가 달려 있다. 제주도의 귤나무도 가시가 있을까.
중부지방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관상용 탱자나무
탱자나무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가을의 정서를 느끼게 하는 빨강잎의 관상수
바닥이 드러난 물 빠진 연못을 보면
시민들이 즐겨 찾는 안양 비산동방향 관악산 산림욕장이 있다. 입구에 커다란 연못이 있는데 물이 다 빠져 있다. 그런데 물이 채워질 줄 모른다.
연못의 주인은 나이 드신 노부부이다. 노부부는 연못 한켠에 비닐하우스 집을 짖고 등산객들에 간단한 주류와 음식을 팔아 생계를 유지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등산객 중의 일부가 종종 낚시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 7월에 엄청난 폭우가 내렸을 때 제방이 터져 버린 것이다. 그 후로 방치 되다 보니 연못의 바닥이 다 드러나 보이고 물기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마치 황량한 들판 같은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 그 곳에 노랑바탕의 낚시용 부표가 보였다. 물에 떠 있어야 할 부표가 바닥에 하염 없이 주저 앉아 있다. 마치 날개 꺽인 왜가리를 보는 것 같다. 언젠가 다시 물이 채워지고 수초가 자라는 모습을 떠 올려 본다.
7월의 홍수로 제방이 터져서 물이 말라버린 연못.
낚시용 노랑 부표가 바닥에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같은 장소의 5월달 풍경
그 젊은 날에
보람 있는 삶을 살지 않았고
인생의 진정한 재물(진리)도
얻지 못한 이는
고기 없는 연못가에 서 있는
저 늙은 왜가리처럼
쓸쓸히 죽어간다.(법구경155)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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