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마음에서 어떻게 물질이 만들어지는가, 식연명색과 빳짜야

담마다사 이병욱 2009. 11. 13. 14:32

 

마음에서 어떻게 물질이 만들어지는가, 식연명색과 빳짜야

 

 

 

 

 

 

 

연기법은 부처님이 발견한 법이다. 이미 삼라만상의 우주에 이 법이 있었건만 이 법을 최초로 발견하여 깨달음에 이르게 한 법이 연기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연기법을 알게 되면 깨달음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는 말과 같을 것이다. 그런 연기법을 아는 것은 매우 난해 하다고 한다. 그러나 삶이란 기본적으로 무상하고 괴로운 것이고 무아인 것이라는 정신-물질의 과정인 것만 알고 있다면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한다.

 

정신-물질의 과정을 안다는 것

 

정신-물질의 과정을 아는 것을 초기경전에서 말하기를 최상의 지혜를 안다고 말한다. 최상의 지혜를 경전에서 빠알리어로 아비쟈나띠(abhijanati)’라 하고 주석서에서는 빠일리어로 빠린야(parinna)’라 한다. 빠린야를 우리말로 옮기면 통달지가 된다. 곧 정신-물질의 과정을 아는 것이 통달지가 되는 것이다. 그런 통달지는 다음과 같은 지혜를 아는 것으로 요약 할 수 있다.

 

 

첫째, 정신과 물질을 구별하는 지혜이다.

둘째, 원인과 결과를 구별하는 지혜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분해 하면 정신과 물질의 덩어리인 오온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분해하여 놓고 보면 정신과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 덩어리만 있을 뿐이지 거기에 나라는 요소를 발견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자동차의 비유를 들고 있다. 자동차를 해체 하여 놓고 보았을 때 그 것은 더 이상 자동차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의 몸과 마음을 색온’ ‘수온’ ‘상온’ ‘행온’ ‘식온으로 분해 하여 놓고 보았을 때 그 무더기들을 과연 라고 볼 수 있을까. 그 무더기들이 조건에 따라 일어 났다 사라지면서 흘러가는 것이 우리의 삶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몸과 마음이 정신과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지혜와 조건에 따라 흘러간다는 원인과 결과를 구별할 줄 아는 지혜가 최상의 지혜이고 통달지라는 것이다. 정신과 물질을 구별하고, 원인과 결과를 구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것은 한마디로 자아가 실재 한다는 전도된 인식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자아가 실재 한다고 생각 하기 때문에 괴로움도 나의 괴로움이고, 즐거움도 나의 즐거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정신-물질의 삶의 과정인 오온으로 해체 하여 놓고 본다면 나라고 할 만 것이 없기 때문에 괴로움이나 즐거움 또한 나의 즐거움이 아니라 물질-정신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12연기를 알게 되면

 

불교는 괴로움을 해결 하는 종교이다. 괴로움을 해결 하기 위해서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해체해서 보아야 한다고 한다. 해체해서 보지 않으면 느낌을 갈애로, 갈애가 집착으로 이어져 과보를 만들고 윤회 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체 하여 관찰 하면 모든 현상들이 즉시 사라짐을 주시 하게 되고 그들이 무상하고, 불만족스럽고, 의지 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무상 고 무아를 아는 것이 괴로움과 같은 번뇌를 소멸 하는 길이고 윤회의 사슬을 끊는 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오온을 자신의 소유자나 자아로 여기는 한 결코 윤회에서 벗어 날수 없고 괴로움의 단멸이라는 열반 또한 성취 할 수 없다고 한다.

 

윤회에서 벗어 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기본적인 사성제를 아는 것부터 출발하지만 12연기를 알면 그 답이 보인다는 것이다. 12연기는 가본적으로 윤회의 생성과 소멸을 설명하기 위한 구조라고 한다. 그런데 연기는 12지연기 뿐만 아니라 8지연기, 9지연기. 10지연기 심지어 2지연기도 있다고 한다. 여기서 2지 연기는 고와 멸로 설명 되는 사성제라 볼 수 있다. 이중 12연기가 삼세에 걸쳐서 원인과 결과를 잘 설명 하고 있기 때문에 연기라고 말하면 보통 12연기를 말한다.

 

어느 연기이든지 원인과 결과의 구조로 되어 있는데 여기에 하나 더 추가 한다면 조건일 것이다. 조건을 빠알리어로 빳짜야(paccaya)’라고 한다. 아비담마에 모두 24개의 조건이 나와 있는데 우리의 모든 삶의 과정이 이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라고 말한다. 24개의 조건은 모든 물심 현상이 조건 지워져 발생 하는 것을 말하고 있고, 북방불교의 화엄에서 말하는 중중무진연기법계연기와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24개의 조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일까 아비담마 길라잡이를 참고 하여 보았다.

 

24가지 조건인 빳짜야를 보면

 

24가지 조건으로 불리우는 빳짜야는 아비담마 7에서 일곱번째인 빳다나(발취론)의 주제라고 한다. 모든 법들은 조건에 따라 발생하는데 주로 정신-물질과의 관계라 볼 수 있다. 참고로 24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다.

 

 

24가지 조건(빳짜야, paccaya)

번호      번호    
1 원인의 조건 (因緣)   -2 함께 생기지 않은 업
2 대상의 조건(所緣緣) 14 과보의 조건(異熟縯)
3 지배의 조건 (增上緣) 15 음식의 조건(食緣)
  -1 대상으로서 지배하는 조건   -1 물질의 음식
  -2 함께 생긴 것으로 지배하는 조건   -2 정신의 음식
4 틈 없이 뒤따르는 조건(無間緣) 16 기능의 조건(根緣)
5 더욱 틈 없이 뒤따르는 조건(等無間緣)   -1 미리 생긴 조건
6 함께 생긴 조건(俱生緣)   -2 물질의 생명기능(命根)
7 서로 지탱하는 조건(相互緣)   -3 함께 생긴 조건
8 의지하는 조건(依止緣) 17 선정의 조건(禪緣)
  -1 함께 생긴 것으로 의지하는  18 도의 조건(道緣)
  -2 먼저 생긴 것으로 의지하는 19 서로 관련된 조건(相應緣)
    (ㄱ) 토대가 먼저 생긴 것으로  20 서로 관련되지 않는 조건(不相應緣)
    (ㄴ) 토대와 대상이 먼저 생긴 것으로   -1 함께 생긴 관련되지 않는
9 강하게 의지하는 조건(親依止緣)   -2 먼저 생긴 관련되지 않는
  -1 대상으로서 강하게 의지하는   -3 뒤에 생긴 관련되지 않는
  -2 틈 없이 뒤따르는 것으로 강하게 의지하는 21 존재하는 조건(有緣)
  -3 자연적으로 강하게 의지하는   -1 함께 생긴 존재하는
10 먼저 생긴 조건(前生緣)   -2 미리 생긴 존재하는
  -1 토대로써 먼저 생긴   -3 뒤에 생긴 존재하는
  -2 대상으로써 먼저 생긴   -4 음식으로 존재하는
11 뒤에 생긴 조건(後生緣)   -5 기능으로 존재하는
12 반복하는 조건(數數修習緣) 22 존재하지 않는 조건(非有緣)
13 업의 조건(業緣) 23 떠나가 버린 조건(離去緣)
  -1 함께 생긴 업 24 떠나가 버리지 않는 조건(不離去緣)

 

 

 

 

이들 조건은 연기법, 그중에서도 12연기를 설명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에 관심을 갖게 되는 조건이 등무간연구생연상호연이다. 왜냐 하면 12연기에서 정신-물질의 관계에 대하여 잘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식이 어떻게 하여 정신과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일까

 

12연기에서 식()재생연결식을 말한다. 한 존재가 생을 마감 하고 새롭게 재생하게 되었을 때 이 재생연결식에 의하여 정신과 물질이 생겨난다고 한다. 단지 알음알이에 불과한 식이 어떻게 하여 정신과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일까. 이에 대하여 각묵스님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모든 불교에서 식은 찰나생/찰나멸임을 잊으면 모든 문제가 꼬이기 시작합니다. 식은 찰나생/찰나멸이기 때문에 앞 찰나의 식과 뒤 찰나의 식은 등무간연에 의해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찰나생멸을 거듭합니다. 그리고 같은 한 찰나에 식은 명색(색수상행)을 일어나게 하고 명색은 다시 식을 지탱해주는 서로 지탱하는 조건이 되어 서로 관계 맺으면서 이렇게 찰나생멸을 거듭하면서 흘러가는 것이 중생의 삶의 모습입니다.

 

 

등무간연(等無間緣)이란

 

먼저 등무간연(等無間緣, 사마난따라 빳짜야)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다. 무간(無間)이란 간격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재생연결식 또한 무간이라 볼 수 있다. 북방불교에서 같이 중유가 있어서 ‘49일 동안 머문다라는 간격 의 개념이 없이 즉, 죽음의 마음 다음에 간격 없이 재생연결식이 일어나 새롭게 태어난다는 이야기이다. 바로 이런 것이 법의 찰나생 찰나멸에 대하여 잘 설명해 주는 예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등무간연은 간격 없이 식이 찰나생 찰나멸 한다는 조건을 말해 주고 있다.

 

상호연(相互緣)이란

 

다음으로 식은 12연기에 있어서 뒤 이어 일어나는 명색과 상호연(相互緣, 안냐만냐 빳짜야)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상호연은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 주는 조건을 말하는데 식과 명색과의 관계를 가장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와 같은 식과 명색의 관계를 식연명색또는 명색연식이라고 한다. 이런 관계를 밝혀 주는 이야기가 초기경전에 있다.

 

 

알음알이가 정신/물질의 조건이 되고, 정신/물질이 알음알이의 조건이 되어, 이 둘이 서로 지탱하는 조건(相互緣)으로 조건이 되는 것이다” (대인연경, D15 §22)

 

 

이렇게 설명하는 것은 12연기에 있어서 명색에 대하여 식을 제외한 색수상행넷으로 이해 하기 때문이다. 즉 명색이 색이라는 물질과 수상행이라는 마음부수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말한다. 흔히 오온을 색수상행식이라고 말하는데 여기에서 식이 재생연결식을 말하고, 색수상행이 명색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오온이 되려면 재생연결식과 명색이 결합 되어야 한다. 이런 관계를 상호연으로 설명 하는 것이다.

 

구생연(俱生緣)이란

 

다음으로 구생연(俱生緣, 사하자따 빳짜야)이다. 구생연은 함께 생긴 조건을 말한다. 이는 마음과 마음부수를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 한생의 최초의 알음알이인 재생연결식은 일어나는 순간부터 업에서 생긴 물질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식은 반드시 심소법들 즉 수상행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임금 가는데 신하가 따르듯이 마음이 가는 곳에 마음의 작용 즉 심리현상도 함께 한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은 식과 명색의 관계를 설명하는 상호연과도 매우 밀접하다.

 

중중무진연기와 같은 빳짜야

 

찰나생 찰나멸하는 식들은 더욱 틈없이 뒤따르는 조건인 등무간연, 동시에 함께 생기는 구생연,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 주는 상호연등이 중중무진으로 겹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 난다는 것이다. 이런 관계를 12연기에 있어서 식과 명색과의 관계를 표로 만들어 보았다.

 

 

12연기에서 식과 명색의 관계

1

2

3

4

5

6

7

8

9

10

11

12

무명

상카라

재생

연결식

정신-물질

여섯

감각장소

감각

접촉

느낌

갈애

집착

존재

태어남

노사

無名

名色

六入

業有

老死

아윗자

Avij-ja

상카라

Sankh-ara

윈냐나

vinnana

나마루빠

nama-rupa

사라야따나

 Salayata-na

팟사

phassa

웨다나

vedana

딴하

tanha

우빠다나

upadana

바와

bhava

자띠

jati

자라마라나

jara-marana

 

마음

명색(색수상행)

식과 명색을 오온으로 보는 경우

 

마음

마음부수(수상행)

식과 명색을 마음과 마음부수로 보는 경우

 

등무간연

상호연

구생연

틈없이 뒤따르고, 동시에 발생하며, 서로를 지탱하여줌

 

 

표와 같이 재생연결식이라는 마음이 물질과 심리현상인 명색을 만들어 내고 또한 상호 작용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24가지의 빳짜야가 화엄의 중중무진연기 내지는 법계연기와 같은 맥락으로 보는 것이다.

 

재생연결식이라는 마음이 색수상행으로 이루어진 명색과의 관계가 식과 명색의 관계인데, 이는 등잔불의 비유로도 설명 될 수 있다. 등잔의 경우 불꽃이 생기면서 자신과 함께 빛과 열을 일어나게 하는 이치와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과 명색의 관계가 모든 존재에 해당 되는 것은 아니다.

 

무색계에서는 물질인 색이 발생하지 않으며, 무상유정천에서는 명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명색이 발생하는 경우는 무색계와 무상유정천을 제외한 유정중생들에게 해당 된다고 볼 수 있다.

 

 

2009-11-13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