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지순례기

비오는 날의 청량사, 낙엽진 산사에서 맛본 잊지 못할 점심공양

담마다사 이병욱 2009. 11. 30. 12:24

 

비오는 날의 청량사, 낙엽진 산사에서 맛본 잊지 못할 점심공양

 

 

일년중 11월의 색깔은 어떤 것일까. 아마도 회색에 가까울 것이다. 이런 회색의 계절은 여러모로 4월과 비교 된다. 4월은 생명이 움트는 계절이다. 나뭇잎에서 새순이 돋고 4월말에 되면 어느 덧 초록색 옷을 갈아 입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11월말에 보는 산하 대지는 노랗고 빨갛게 물든 옷을 벗어 버리고 벌거숭이가 된다. 그 것도 쌀쌀한 날씨에 비까지 흩 뿌리기라도한다면 더욱 더 회색빛에 가까운 계절이 된다. 이런 쌀쌀하고 비내리는 11월의 마지막 일요일에 순례법회를 가게 되었다. 경북 봉화에 위치한 청량사(淸凉寺)와 축서사(鷲棲寺)이다.

 

청량사 가는 길

 

절경으로 소문난 청량사는 단풍이 이미 지고 겨울의 초입에 들어 서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산세가 워낙 빼어나 황량하다거나 을씨년스럽다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비록 낙엽이 지고 가지는 앙상 하지만 그 나름대로 분위기는 가지고 있다. 비록  단풍이 진지 몇 주 지나지 않았지만 따스한 햇살이라도 비친다면 지금의  풍경이나 3월초의 풍경이나 다름이 없을 것 같아 보인다.

 

낙엽이 진 청량사에 그나마 초록을 볼 수 있는 것은 푸른 소나무이다. 그 초록이 더욱 더 푸르게 보이는 이유는 주변의 나무들이 벌거벗었기 때문이다. 항상 초록을 유지 하는 소나무가 기개의 상징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하늘길에서 본 비오는 날의 청량사

 

 

 

 

 

 

 

 청량사는 입지 조건이 매우 열악한 곳에 세워져 있다.

 

 

 

청량사로 올라 가는 길은 두가지 코스가 있다. 한길은 가파른 길이고 또 한길은 완만한 산길이다. 순례단은 완만한 산길로 올라가기로 하였다. 완만한 길을 '하늘길'이라도 한다.

 

 

 

 

하늘길에서 본 동굴

 

 

 

 

 

 

 청량산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모양의 바위. 

바다가 융기하여 형성 되였음을 보여 주고 있다.

 

 

 

 

순례단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봉화출신 법우님이다. 전문직에 종사 하고 있고 또한 강단에도 서고 있는 그 법우님은 봉화의 역사와 문화재에 대하여 매우 해박하다.  설명을 듣고 있다 보면 마치 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하다. 봉화에 대하여 속속들이 알고 있는 그 법우님이 경사가 가파른 지름길을 놓아 두고 굳이 빙 돌아가는 산길을 택한 이유가 있었다. 청량사 초입에 위치한 찻집을 구경시켜 주기 위한 것이다.

 

 

 

 

 

하늘길의 끄트머리와 청량사 초입에 위치한 산꾼의 집.

" 오고가고 아픈다리 약차 한잔 그냥 들고 쉬었다가 가시구려"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산 꾼의 집에서

 

산 꾼의 집이라고 현판이 붙여진 찻집은 매우 다양한 소품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풍물시장에 온 듯한 느낌이다. 전통공예품을 비롯하여 민속탈바가지, 도자기등 진기한 물품으로 가득차 있어서 만물상 같은 곳이다. 안내를 한 법우님의 설명에 따르면 청량사에 오는 사람들은 반드시 이 산꾼의 집에 들러 주인장에게 신고를 해야 된다고 우스개 소리로 말한다.

 

 

 

 

산꾼의 집 마당에서 볼 수 있는 석조물

 

 

 

 

 

 

 

담벼락에 농기구가걸려 있다.

 

 

 

 

 

 

 

별채에서 보는 온갖 진기한 물건들

 

 

 

 

 

 

 

안채의 모습

 

 

 

 

비좁은 찻집에 들어 가자 누구나 마실 수 있도록 따뜻한 차가 준비 되어 있었다. 마침 주인장은 찾아온 등산객과 순례객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모두 생활에서 우러 나온 진실한 삶의 이야기들이다. 마치 스님의 법문을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들이다. 벽을 둘러 보니 주인장에 대한 사진을 볼 수 있었는데 TV방송이나 언론에 자주 소개 된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산꾼의 집 주인장이 자신의 인생담을 말하고 있다.

 

 

 

 

 

 

 

산꾼의 집 옆에 청량정사가 있다.

청량정사는 퇴계 이황(1501-1570)이 이곳에 머물렀다고 한다.

지금의 건물은 1832년에 재건 되었다고 한다.

 

 

 

입지조건에도 불구하고

 

청량사가 위치한 곳은 온통 비탈 뿐이다. 비탈에 축대를 쌓고 그 위에 전각을 만든 것이다. 이런 지대는 풍수적으로 보아서 기가 매우 센 곳이라 한다.

 

 

 

 

 

 

비탈에 세워진 해우소

 

 

 

 

 

 

 

비탈이 많다보니 주변이 온통 축대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량사가 입지 조건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그런 조건을 보상하고도 남을 정도로 장점이 있다면 자연풍광이다. 청량사에서 바라본 광경은 누구나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장관이다. 그 옛날 바다가 융기하여 형성 되었다는 독특한 색깔의 바위와 소나무와 구름이 어우러진 풍경은 비가 흩날리고 있음에도 불구 하고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이다.

 

 

 

 

 

 

유리보전에서 바라본 청량산 전경

 

 

 

 

 

 

 

비가 와서 구름에 쌓인 모습이다.

 

 

 

 

 

 

청량사 유리보전.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3년(663) 원효대사가 세웠다고 한다.

유리보전은 정면3칸 측면2칸의 팔작지붕 구조로서

조선후기에 건립된 것으로 보여 진다.

 

 

 

 

 

 

 

유리보전의 현판

 

 

 

 

 

 

 

유리보전에 모셔진 약사여래 부처님.

닥종이로 제작 되었다고 한다.

 

 

 

 

청량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산사음악회라고 한다. 우리나라 산사음악회의 시발점이 바로 이 청량사에 시작 되었다고 하니 청량사 하면 산사음악회가 연상될 정도라는 것이다. 8년전에 시작된 산사음악회는 매년 가을 단풍이 절정에 이를 때 열린다고 하는데 음악회가 열리면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 그런데 가파른 산비탈을 깍아 만든 협소한 공간에서 어떻게 그와 같이 큰 규모의 음악회 열렸는지 불가사의하다는 것이다.

 

 

 

 

 

유리보전에서 내려다 본 종루.

가파른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청량사 전경

 

 

 

 

김치의 비결은

 

사시예불이 끝나고 점심공양시간이 되었다. 45인승 버스로 왔으므로 인원이 40명이 넘는다. 미리 연락 되어서 점심공양을 청량사에서 제공한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산사에서 점심공양은 특별하다. 육류라고는 찾아 볼 수 없고 순수하게 채식위주로 꾸며진 산사에서의 공양은 언제 먹어도 맛이 있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힘들게 산을 올라 왔기 때문에 허기 져서 더 맛이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일까 산사에서의 공양은 잔반을 남기지 않고 남김없이 먹는다.

 

 

 

 

 

공양식당.

임시로 만들어 졌고 바닥은 흙으로 되어 있다.

 

 

 

 

순례법회를 다니면서 사찰에서 공양을 많이 해 보았지만 이 곳 청량사의 점심공양만큼 탄성을 자아 내는 곳은 보지 못하였다. 모두 맛이 있다고들 한다. 내용을 보면 직접 기른 듯한 콩나물, 무우채, 가지김치, 무우찜, 김치에 고추장으로 비벼 먹는 식단이다. 이런 식단은 스님이나 신도나 모두 함께 먹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중에 김치에 에 대하여 관심을 많이 갖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김치를 씻은 다음 쪄서 기름에 버무렸다는 것이다.

 

 

 

 

 

 

점심공양

 

 

 

 

 

불가사의한 산사

 

청량사를 내려 올 때는 가파른 지름길을 이용 하였다. 청량사 입구 까지 도로가 나 있는 길인데 각도가 약 40도 정도는 길이다. 40도 정도 되는 각도를 승용차로 올라간다면 매우 강심장이나 운전실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청량사로 올라 가는 차도.

경사가 40도에 가까운 곳이 있다.

 

 

 

청량사는 여러가지로 불가사의한 산사이다. 첫째 입지조건이 매우 열악한 절벽과 다름없는 곳에 축대를 쌓아 절을 만들었다는 것이고, 둘째 평지라고는 볼 수 없는 가파른 곳에 산사음악회가 열리면 매년 인산인해로 발 디딜 틈도 없이 성황리에 열린 다는 것, 그리고 40도 정도 되는 가파른 차도가 있다는 것이다.

 

 

 

 

종무소, 선불장, 심검당이 있는 전각

 

 

 

 

 

 

약수터

 

 

 

 

 

 

산신각 옆에 있는 석탑

 

 

 

 

 

 

공양식당 아래에 있는 찻집 '안심당'

 

 

 

 

 

 

 

돌탑

 

 

 

 

 

 

 

스님들이 신는 신발

 

 

 

 

 

 

 

 

공양식당 옆에 열매가 있는 나무

 

 

 

 

 

 

 

종루에서 바라본 5층석탑

 

 

 

 

청량사는 인근의 부석사, 소수서원등과 더불어 당일로 볼 수 있는 봉화의 대표적인 코스라고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에 따라 볼거리를 제공 하는 아름다운 사찰중의 하나가 또한 청량사라 한다. 비록 비 내리는 겨울의 초입에 와 본 청량사 이었지만 그 나름대로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청량사를 떠나 순례팀은 다음 목적지인 인근의 축서사로 향하였다.

 

 

 

2009-11-30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