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박지성의 골, 박주영의 골, 한일전의 골 세레모니를 보며

담마다사 이병욱 2010. 5. 25. 10:33

 

박지성의 골, 박주영의 골, 한일전의 골 세레모니를 보며

 

 

축구를 보는 맛은

 

축구를 보는 맛은 (Goal) 나는장면이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골네트를 흔들었다는 것은 보기에 참으로 통쾌 하다. 그런 통쾌한 장면을 한일전에서 볼 수 있었다.

 

남아공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일본에서 벌어진 한일전은 전력평가전이었다. 엔트리도 모두 결정 되었고, 본 게임에 앞서 몸풀기 정도로 생각 되는 게임의 성격이기 때문에 다들 몸을 사리지 않을까 염려 하였으나 모두 다 그렇지는 않았다.

 

그 중에 국가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지성은 비록 몸풀기 정도의 전력 평가전 이었지만, 항상 그렇듯이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끝까지 쫗아 가서 공을 빼앗아 온다든가, 과감한 태클을 거는 장면을 보면 몸을 아끼지 않는 것 같다. 바로 그런 장면에 국민들은 환호 하고 감동하는 것이다.

 

그런 국민들의 바램이어서 일까 박지성은 전반전 시작 한지 6분 만에 단독 드리볼로 골네트를 시원하게 가르는 멋진 골을 선보였다.

 

 

 

 

 

전반 6분 박지성 선수의 결승골 장면

 

 

 

불자대상의 박지성

 

박지성은 해외파 유명 축구스타이기도 하지만, 불자들에게는 불자축구선수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박지성 2005년도 산악인 박영석과 기업인 김윤규와 함께 불자대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불자대상은 올해로 7회째로 불법홍포, 한국불교 위상제고, 불자자긍심고취, 종단발전과 홍보, 국가 및 사회발전에 기여한 불자에게 주는 상인데 조계종에서 주관한다.

 

박지성이 불자대상을 받은 이유가 2002년 한일 월드컵당시 4강 신화의 주역이었고, 이어서 해외로 진출하여 불자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국가와 사회에 기여한 공로가 크기 때문에 주어 졌을 것으로 생각 된다.

 

불자대상 수상자인 박지성이 한 번도 그라운드에서 자신이 불자임을 밝힌적이 없다. 흔히 유일신교를 믿는 대표선수 들이 기도세레모니를 하여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밝히지만 이제까지 박지성은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이 불자임을 밝히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어떤 불자들은 섭섭하게 생각 하기도 한다. 골을 넣고 난 후에 합장세레모니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이야기 하기도 한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우리나라 대표선수들이 골을 넣고 난후에 한편에서는 무릎꿇고 앉아 감사의 기도의 올리는 기도세레모니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고, 또 한편에서는 두손을 가지런히 모아 합장하며 불보살의 가피에 감사 하는 장면을 또 볼 수 있을 것이다.

 

 

 

 

 

골을 넣고 난후 별다른 세레모니 없이 운동장을 도는 박지성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기도를 하는 장면은 참으로 보기 좋은 장면이다. 기도를 올리는 그 순간 만큼은 한 없이 순수하고 맑은 정신 상태로서 신의 은총이나 불보살의 가피에 감사 하는 그 마음은 아름답기 그지 없다.

 

그러나 기도는 남이 보지 않은 곳에서 하라고 하였다. 기독교식으로 말한다면 기도는 골방에서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설령 여럿이 있는 곳에서 기도를 할지라도 해당 종교에서 운영하는 기관이나 단체에서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전국민이 지켜 보는 가운데 공인이나 다름없는 대표선수가 기도를 한다면 기도의 목적을 의심해 보지 않을 수 없다.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에

 

축가국가대표선수 중에 기독인 선수들이 꽤 많다. 지난 2006년도 독일월드컵당시 총23명의 엔트리중에 기독인이 무려 11명으로서 절반을 차지 하였다. 기도세레모니를 잘 하는 선수로 유명한 박주영을 비롯하여 이운재, 김영광, 이영표, 송종국, 조원희, 김동진, 이호, 김두현, 이천수, 정경호, 안정환이 그들이다.

 

이 때 당시 축구국가대표기술위원장을 기도세레모니의 원조라 불리우는 이영무가 맡고 있었다. 이렇게 선수들과 코칭스탭이 기독인들로 채워져 있는 상태에서 이들에게 거는 기독교의 기대와 희망도 대단한 것이었다. 인터넷 자료를 검색하면 그 때 당시 세계스포츠선교회라는 단체가 있었다. 이 단체의 총무는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노골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스포츠는 이 시대에 매우 효과적이고

또한 모든 사람들이 다 즐겁게 참여하는

선교의 좋은 매개체가 됩니다.

그리고 매스컴을 통해서 많이 알려지기 때문에

선수들을 통한 전도의 효과는 매우 큽니다.

(CGNTV 2006 2, 세계스포츠선교회 총무 )

 

 

축구를 통한 선교효과를 극대화 하자는 것이다. 더구나 전국민의 대부분이 시청하는 가운데 기독인 선수가 골을 넣고 난후에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장면은 기독교을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하나다!”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 줄것이고, 아직 믿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이미지를 주어서 미래에 기독인이 될 가능성을 훨씬 더 높여 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다수의 기독인선수들과 기술위원장, 그리고 축구를 이용한 세계스포츠선교회와 같은 단체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 하고, 우리나라 대표팀은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16강의 문턱에도 들어 가지 못하였다.

 

종평위의 바램을 한방에 날려버린 박주영

 

한일전에서 전반에 박지성이 멋진 골을 넣었지만 그 어떤 종교적인 세레모니도 없었다. 다만 그 기쁨을 동료와 함께 하고, 시청하는 국민과 함께 하는 제스처만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완벽하게 국민들과 하나가 되었지만, 게임 막판에 터진 페널티킥의 경우는 달랐다. 기독인 축구선수 박주영 차례가 되었기 때문이다.

 

페널티킥의 경우 실축만 하지 않는다면 거의 100% 들어 가게 되어 있다. 박주영 선수의 기도세레모니를 익히 잘 알고 있던 터라 과연 저 골을 넣고 난후에 또 기도세레모니를 할 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남아공 월드컵 100일을 앞두고 지난 3월 초 조계종의 종교평화위원회(종평위)에서 대한축구협회에 공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선수) 개인의 종교 생활도 존중되어야 하지만

시청하는 사람의 종교도 존중되어야 한다.

사전 교육으로 선수들이 기도 세레모니 등의 종교적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고,

중계방송에서도 종교 편향적 발언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달라”

(2010 3,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사전에 교육을 시켜서 기도세레모니와 같은 종교적인 행위를 하지 말도록 해 달라는 당부이었다. 이유는 시청하는 사람들의 종교도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바램을 박주영은 골을 넣고 난 후에 한방에날려 버렸다. 골을 넣고 난후에 예전처럼 보란 듯이 두손을 꼭 모으고 감격스런 모습의 기도세레모니를 연출 하였기 때문이다.

 

 

 

 

후반 끝날 무렵 페널티킥을 성공 한 후 기도를 하는 박주영선수

 

 

 

국가대표는 선발된 선수들이다. 또 국가와 국민을 대표 하여 선발된 선수들이기 때문에 공인이라 볼 수 있다. 공인은 한편에 치우침이 없이 항상 공적으로 행동 해야 한다. 만일 공인이 한편으로 치우쳐 사적인 행동을 한다면 공인이라 볼 수 없다. 그래서 공인인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 해야 하는 것이다.

 

축구국가대표선수도 마찬가지 일것이다. 선수가 국가와 국민을 대표 하여 선발 되었다면, 기도세레모니와 같은 개인적인 종교 행위는 사적 영역에 속할 것이다. 따라서 사적인 행위는 자제 하여야 하는 것이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분 하는 공인으로서의 자세이고, 예의에 맞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일부 기독선수의 기도세레모니는 대단히 이기적이고 매우 예의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것이다. 왜 기도세레모니가 이기적이고 무례한 행위일까.

 

기도세레모니가 왜 이기적 행위인가

 

지구상의 거의 대부분의 종교는 무언가를 바란다. 그 대상이 이 세상을 창조 했다고 믿는 신이 되었건, 모든 사물에 정령이 들어 있다고 믿는 샤머니즘이건, 어떤 영원불변하는 초월적 존재가 되었든, 무언가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 기도이다. 그리고 그 기도를 들어 주면 예물들을 바치겠다는 약속(서원)을 한다. 원시시대부터 이런 기도의 가장 큰 특징은 세상의 질병과 위험에서 벗어나고 현세적인 소유를 얻으려는 욕구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축구장에서 하는 기도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골을 넣어서 상대방을 이기게 해달라며 간절히 바라는 기도일 것이기 때문이다. 기독교를 믿는 선수가 골을 넣고 감격해 하며 감사의 기도를 올렸을 때 분명히 자신이 믿는 신이 도와 주었을 것이라고 믿을 것이다. 그리고 더욱 더 열심히 기도 하여 다시 한번 더 도와 주기를 바랄 것이다.

 

그런데 상대방팀의 선수중에도 기독교 선수가 있어서 간절 하게 기도 한다면, 신은 도데체 누구 손을 들어 주어야 할까. 또 간절히 기도했음에도 불구 하고 골문 앞에서 번번이 허공으로 날려 버렸을 때 신을 원망해야 할까. 또 그들은 경기에서 졌을 때도 기도할까. 그리고 다른 종교적 골세레모니도 용인할 수 있을까. “불보살의 가피로” “알라신의 가호로”라고 공적인 장소에서 말한다면 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기도세레모니가 왜 무례한 행위인가

 

기독인들이 전철이나 길거리에서 대 놓고 전도 하는 행위는 무례함의 극치이다. 그렇게 나오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아마도 자신들의 종교에 대한 자부심 탓일 것이다. 자신들의 종교는 ‘문명의 종교’이고 타종교는 ‘미신행위’나 하고 ‘우상숭배’나 하는 저급한 종교로 얕잡아 보는 마음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대상들에게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마음에서 무례한 행동이 나온 것이라 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축구장에서 하는 기도세레모니 역시 무례함의 극치라 볼 수 있다. 국민의 대다수가 시청자라면 그 안에는 기독인 뿐만 아니라 불교인도 있을 수 있고, 어느 종교도 믿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즐겨 시청하는 자리에 기도세레모니를 한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무시이자 모독행위이다. 비록 기독교를 신봉하는 국민들은 그런 행위에 대하여 용인 할 지 몰라도 불자들이나 반기독교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그런 불편한 감정을 깡그리 무시하고 기도행위를 하는 자체는 너희들은 고려치 않겠다는 오만과 독선이 깔려 있음을 본다. 바꾸어 이야기 하면 우리가 상대하는 것은 기독교신자와 아직 종교를 갖지 않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지 너희들은 대상이 아니다라는 뜻으로 해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행위를 하는 이유는

 

 

첫째, 기독교 신자들은 기도세레모니를 보고서 강한 일체감을 느낄 것이고,

둘째,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전도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고,

셋째, 불교신자나 반기독교정서를 가진 사람들은 일종의 내 놓은사람들로 취급 하는 것

 

 

과 같다는 것이다.

 

기도 세레모니가 이처럼 오만과 독선, 무례함의 표본이라면 그와 비슷한 현상을 최근 정국에서도 볼 수 있었다.

 

 

5.18기념식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난 5 18일 광주에서 열린 5.18 30주년 기념식에 대통령이 참석 하지 않았다. 그 것도 작년에 이어 연속으로 2년간 불참 한 것이다. 더구나 축사도 국무총리가 읽고 더욱더 놀라웁게 만든 것은 5.18을 기념하는 대표적인 노래라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빼 버리고, 그 대신에 방아타령을 식순에 넣었다는 사실이다. 행사 당일 방아타령이 다른 곡으로 대체 되어 불리워 지지 않았지만 이런 일련의 조치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보수정권으로 규정되고 있는 현 정부의 입장에서 득 될 것이 하나도 없는 지역을 버리겠다는 말로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집권당에 표를 주지 않는 지역에 공을 들일 필요 없이, 자신들을 지지 하는 세력이나 잘 챙기자는 의도가 다분 한 것이다.

 

기도 세레모니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마치 5.18과 그 와 관련된 지역이 자신들의 기반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자 내치듯이, 기도세레모니 역시 조계종의 종교평화위원회의 권고를 깡그리 무시 하는 이유도 그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미 버린 국민들로 생각 하기 때문일 것이다.

 

전체국민과 함께 하기를

 

기도세레모니에 대한 글을 쓰다 보면, 받게 되는 댓글의 내용중에 기독인들로 보이는 글이 있다. 그들이 주장 하는 레파토리는 한결 같이 기도세레모니는 헌법이 보장 하는 개인의 의사표현의 자유라고 주장 한다. 또 하나는 기도세레모니 하는 것이 그렇게 못 마땅 하다면 너희들도 하면 될 것이 아니냐는 식이다.

 

이런 주장이 일리가 있을 수 있으나, 그 이면에는 이기심과 무례함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같은 종교를 믿는 팀이건 아니건 오로지 나에게 골만 넣게 해달라는 이기심,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오만과 독선에 가득찬 무례한 행동이 오늘 날 TV에서 보는 기도세레모니의 본질이라 볼 수 있다.

 

남아공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팀의 목표가 16강이라 한다. 이미 4강 신화를 이룬 바 있는 대한민국월드컵이 반드시 16강의 꿈을 이루어 다시 한번 4강까지 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골을 넣었을 때, 그 골을 전체국민과 함께 하기를 기원해 본다. 골을 넣긴 넣었는데 모두가 다 기뻐 하는 것이 아니라 반쪽만 기뻐 한다면 그 의미는 반감 되고 말 것이다. 그 골을 넣은 스타 역시 국민스타가 아니라 반쪽스타에 머물고 말 것이다.

 

 

 

2010-05-25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