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설산(雪山)에 간 적이 없다
부처님은 설산에 간 적이 없다. 이 말은 매우 충격적이다. 교계신문의 칼럼에 난 기사(설산에 간 적이 없는 부처님이 설산에서 고행했다고 하면 되겠나 , http://www.mediabuddha.net/detail.php?number=6168&thread=23r04)를 보면 부처님은 결코 눈덮힌 산에서 수행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사가 나오기 전에 이미 작년에 이와 관련된 글을 썼었다. 인도에서 유학중인 스님이 잠시 귀국하여 강의한 동영상을 보고 느낀 소감문 (서림스님의 '초기불교와 한국불교에 관하여', 출가는 세상속으로, http://blog.daum.net/bolee591/16154224)이었다.
부처님은 어디로 출가하였을까
우리나라 불자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그림이 ‘팔상도’이다. 부처님의 탄생에서 부터 열반까지의 과정을 여덟가지 주제로 하여 그림으로 그려 놓은 것이 팔상도인데, 이런 그림은 절에 가면 대웅전의 벽면에 잘 표현 되어 있다. 그 중에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부처님의 ‘설산고행’장면이다. 이름하여 설산수도상(雪山修道相)이다.
설산수
설산수도상
그런데 서림스님(필명; 후박나무)의 강의에 따르면 설산수도상은 빠알리 경전에 없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다만 후대에 불교가 중국으로 전래 되면서 만들어 진 것으로 보는 것이다.
부처님은 어디로 출가를 하였을까. 인적이 끊긴 산중으로 출가한 것일까. 부처님은 출가를 인적이 없는 깊은 설산으로 하여 고행을 한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간 것이다. 가장 먼저 찾아 간 곳이 설산이 아니라 그 때 당시 가장 번성하고 가장 강력하였던 마가다국의 수도 라자가하이었다.
그 때 당시를 표현한 게송이 숫따니빠따에 다음과 같이 전해 지고 있다.
408
지혜로운 이는 마가다국의 수도
산으로 에워싸인 곳 왕사성으로 갔다.
기품도 늠름한 그분은
고행자의 생활을 하기 위하여 그곳으로 갔다.
(숫따니빠따, 제3장 대품, 출가)
이처럼 초기경전에 나오는 것 같이 부처님은 출가를 그 때 당시 가장 번화한 라자가하로 간 것이다. 이 것은 무엇을 의미 하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출가의 의미가 세상과 모든 인연을 끊고 산 좋고,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그 어떤 인연도 짓지 않고 살아 가는 것으로 인식 되어 있으나 부처님의 출가는 이와 정 반대이었다는 것이다.
유학을 떠나는 이유
부처님은 출가하여 자신이 품고 있었던 의문을 해소 하기 위하여 스승을 찾아 나섰다. 그 것도 그 때 당시 가장 유명한 스승을 찾아 나선 것이다. 만일 스승이 자신이 태어난 카필라 성에 있었다면 출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출가하였더라도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서 스승을 찾았을지 모른다.
그런데 자신이 고민 하던 문제를 해결해 줄 만한 스승을 찾다 보니 그 때 당시 가장 선진국이었던 마가다의 수도 라자가하의 왕사성 까지 가게 된 것이다. 이것을 현대식으로 해석해 보면 ‘유학’을 간 것이나 다름 없다.
외국으로 유학을 가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거나 가르침을 줄 스승이 없어서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로 문화와 학술이 발달한 선진국으로 떠나는 이유도 바로 우리나라에 없는 최고의 스승과 최고의 학문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스승을 찾아 요즘도 일본으로, 미국으로, 독일로, 프랑스로 떠난다.
마찬가지로 부처님 당시에 최고의 스승과 최고의 가르침을 찾아 간 곳이 그 때 당시 가장 선진국이었던 마가다국이었다. 오늘날로 치면 미국의 뉴욕과 같은 곳이고, 하바드대학과 같은 곳이다.
부처님은 설산에 간 적이 없다
부처님은 출가하여 그 때 당시 최고의 스승이라 불리우는 알라라 깔라마로 부터 ‘무소유처’를, 웃따까라마뿟따로 부터 ‘비상비비상처’를 교육받았다. 그러나 최고의 스승과 최고의 가르침을 받았지만 더 이상 만족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을 떠나 독자적으로 수행하여 위없는 깨달음(무상정득각)을 얻게 된 것이다.
이런 교훈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출가라는 것이 결코 세상과 인연을 끊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최고의 스승을 찾아 최고의 가르침을 배우는 것이 출가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처님이 설산에 가서 세상과 모든 인연을 끊고 고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2010-08-31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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