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달마부적과 수덕사, 식당을 돌아 다니는 비구니 스님

담마다사 이병욱 2010. 9. 8. 11:01

 

달마부적과 수덕사, 식당을 돌아 다니는 비구니 스님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

 

대화하면서 금기사항이 있다. 흔히 세가지 금기사항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치종교여자이야기이다. 모두 논란을 일으칼 수 있는 소재일 뿐 만 아니라 소수자와 소외자를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천안함사건에서 보듯 국론은 분열 되어 있다. 보수 기득권층에서는 틀림없이 북한소행이라고 하는 가 하면 진보개혁세력에서는 음모론적 시각에서 보기도 한다. 뉴스에 따르면 여론조사에서 북한소행이라고 보는 층이 1/3이고,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1/3, 이도 저도 아닌 중립적인 입장이 1/3이라 한다.

 

중립적인 사람들의 대부분이 정부의 발표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면 천안함의 진실에 대하여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정치에 관련된 이야기를 오랜 만에 만난 친구들과 하는 것은 의견이 갈리고 분위기 마저 서먹서먹 해진다.

 

번개모임을 가졌는데

 

오랜 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거의 1년만에 보는 친구들이다. 학교를 졸업한지 오래 되었지만 꾸준히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그 날의 모임은 문자메세지로 부터 시작 되었다. 이른바 번개모임이다.

 

번개모임이란 사전에 약속을 하지 않고 문자나 전화를 하여 당일에 즉석 모임을 갖는 것을 말한다. 문자를 뿌려서 오는 사람 위주로 만남을 갖는데, 바쁘거나 일정이 있는 사람들은 오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5명이다.

 

그 모임에서 한 친구가 천안함에 대한 이야기를 꺼 냈으나 모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보수적 시각의 그 친구와 부딪쳐 보아야 서로 이득이 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치이야기를 하다 보면 반드시 보수와 진보로 의견이 갈리고, 또 지역문제가 언급됨으로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모순과 갈등이 모조리 드러나기 때문에 가급적 친한친구들의 모임에서 정치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정치 이야기와 더불어 터부시 되는 이야기가 종교이야기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불자비율

 

5명의 모임에서 불자는 오직 본인 한사람 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유일신교를 믿는 사람들이다. 개신교와 천주교가 골고루 섞여 있는데 천주교가 더 많다. 이들중 둘은 교회와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기 때문에 말은 하지 않지만 모두 신심있는 신앙인이라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불자들의 인구가 유일신교를 믿는 사람들 보다 훨씬 더 적은 현상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참고로 서울의 경우 인구대비 불자는 16.5%에 지나지 않지만, 개신교와 천주교를 합한 유일신교는 36.8%에 이른다. 이런 현상은 경기도가 서울과 비슷하여 16.8% 34.2%이지만, 인천의 경우 13.8% 36%로 거의 3배로 벌어진다.

 

어느 때나 마찬가지로 모임에서 종교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그런 모임에서 종교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모임의 순수성을 헤치게 될 뿐만아니라 또한 오래 지속 할 수도 없다. 오랜만에 만나서 근황을 알아보고 정보를 나누는 등 무난한 일상적인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내가 불자라는 것을 알고 있고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그렇게 이야기 한적이 있기 때문이다.

 

자꾸 눈치를 주어서

 

불자라고는 본인 한사람 뿐인 모임은 영등포 번화가의 어느 식당에서 모였다. 여느 식당과 마찬가지로 그 식당도 술과 안주를 팔고 있었다. 경제가 불황이라 살림살이가 안 좋다고 하지만 술집은 언제나 예외인 것 같다. 그런데 여기 저기에서 왁자지껄하게 술마시며 떠드는 소리가 나는 식당에서 갑자기 잿빛승복을 입은 스님이 나타났다.

 

그리고 갑자기 들이 닥친 스님이 우리들이 모여 있는 테이블에 오자 순간 당황하였다. 그렇잖아도 스님복장을 한 사람들이 가게를 도는 모습에 대하여 달갑지 않게 생각하던 터 이었는데 막상 테이블로 오자 낯이 뜨거워 지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모임의 대부분이 유일신교를 믿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목사나 전도사가 헌금함을 들고 가게를 돌아다니거나, 신부나 수녀가 역시 헌금함을 들고 가가호호 방문하는 것을 상상도 해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탁발의 전통이 어렴풋하게 남아 있는 우리나라에서 스님들이 가가호호 가게를 그 것도 술집에 들어와 이 테이블 저 테이블 옮겨 다니며 탁발을 하였을 때 용인 할 수 있을까.

 

그 스님은 비구니 스님 모습이었다. 머리는 삭발하였는데 파르스름하게 보일 정도로 눈에 띈디. 얼굴 표정은 맑고 청정해 보였다. 불우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자선사업을 한다는 취지로 말을 하였는데 보시함이 들려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술집을 돌아 다니면서 모금을 한다는 것은 정법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냥 돌려 보내려 하였으나 옆에 있는 친구들이 자꾸 눈치를 주자 마지못해 보시를 하였다. 그러자 명함크기의 노란 달마부적을 주었다.

 

수덕사의 달마부적

 

그 달마부적에는 달마그림과 함께 대한불교 조계종 수덕사라고 쓰여 있었다. 달마도 뒷편에는 빨간 부적이 네게 새겨져 있었는데, 내용은 관재부, 소원성취, 삼재소멸부, 안전운전에 관한 것이었다.

 

 

 

 

 

 

 

 

 

 

 

 

 

그 스님이 돌아 가고 나서 모두들 한 마디씩 하였다. 과연 그 스님이 사이비인가 아닌가에 관한 이야기이었다. 타종교 신자인 그들의 입에서 가게를 돌아 다니는 스님들은 대부분 사이비일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또 다른 친구는 방금 전에 본 그 스님은 사이비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선 승복을 단정히 차려 입고, 파르스름하게 깍은 머리와 말간 얼굴, 그리고 하고 있는 일에 대하여 설명하는 모습이 진짜 일 것 같다는 것이다.

 

13가지 두타행

 

스님이 탁발하는 전통은 부처님 당시 부터 있었다. 생산활동에 종사 할 수 없었던 출가수행자들은 그날 그날 마을로 탁발을 나가 생계를 유지 하였다. 그 것도 하루에 한끼 밖에 먹지 않았고, 주는 대로 먹었고, 골라서 다니지 않고 차례대로 다녔다.

 

탁발을 하는 이유가 먹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서탁발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탁발을 하는 것은 두타행을 하기 위해서 이었다. 청정도론에 상세히 표기된 13가지 두타행은 다음과 같다.

 

 

13가지 두타행(頭陀行, dhutaga)

(1) 분소의(糞掃衣)를 입는 수행

(2) 삼의(三衣)만 수용하는 수행

(3) 탁발음식만 수용하는 수행

(4) 차례대로 탁발하는 수행

(5) 한 자리에서만 먹는 수행

(6) 발우의 탁발음식만 먹는 수행

(7) 나중에 얻은 밥을 먹지 않는 수행

(8) 숲에 머무르는 수행

(9) 나무 아래 머무는 수행

(10) 노천에 머무는 수행

(11) 공동묘지에 머무는 수행

(12) 배정된 대로 머무는 수행

(13) 눕지 않는 수행

 

 

 

이 중에 주수행을 보면 차례대로 탁발하는 수행, 한 자리에서만 먹는 수행, 노천에 머무는 수행이다. 의식주와 관련 된 것으로 따져 보면 옷과 관련 된 것이 두 가지, 음식과 관련된 것이 다섯 가지, 숙소와 관련 된 것이 다섯 가지이고, 특히 정진과 관련된 것이 한가지인데 그 것은 ‘눕지 않는 수행’이다.

 

윤회의 두려움을 보는자

 

출가수행자들이 왜 이렇게 두타행을 하는 것일까. 그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해탈과 열반을 실현하기 위해서이다.

 

불교에서 출가수행자를 비구라 한다. 초기불교와 테라와다불교에서 비구의 이미지는 탁발이 연상 되는데 비구와 탁발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비구를 빠알리어로 빅쿠(bhikkhu)’라 한다. 어원을 보면 ‘bhiks(구걸하다)’에서 파생된 술어로서 걸식자를 말한다. 일절 생업에 종사하지 않고 세상을 떠나서 수행에만 전념하는 불교의 스님을 지칭하는 말이다. 한편 비구니는 빠알리어로 빅쿠니(bhikkhuni)라 하는데 승가에 입문한 여성수행자를 말한다. 현재 테라와다 전통에서 정식 비구니 승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청정도론에 따르면 비구는 “윤회에서(sasāre) 두려움을(bhaya) 보기(ikkhati) 때문에 비구(bhikkhu)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또 주석서에서는 “비구라는 것은 수행(paipatti)을 성취할 사람을 나타내는 술어라고 표현 되어 있다. 이 말은 천신들이나 인간들도 도을 이룰 수 있지만 비구가 되는 것이 도를 닦는데 있어서 가장 수승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구가 된다는 것은 윤회의 두려움을 보기 때문에 해탈과 열반으로 나아 갈 수 있고, 헤어지고 기운 옷등을 입었기 때문에 무소유와 청정을 실천해 가며 사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비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계를 지키는 것이다.

 

초기불교에서는 이를 빠띠목카patimokkha, 계목)’라 한다. 계목에서 눈과 귀와 코와 같은 감각기관을 단속함으로서 ‘표상’을 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계를 목적으로  ‘점’이나 ‘사주’등을 보아 주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취지로 사회봉사활동을 한다 하여도 초기불교와 테라와다 불교의 전통에 따르면 가게를 돌아 다니는  탁발행위는 계목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는 일

 

다음 날 수덕사에 전화를 걸어 보았다. 혹시 수덕사에서 달마부적을 팔아 사회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문의 한 결과 대표전화를 받은 비구니스님은 그런 일이 없다고 잘라말하였다.

 

간혹 스님중에 경찰에 신고를 하고 수행차원에서 탁발을 하는 경우는 있으나 술집을 돌아 다니며 달마부적을 판매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술집을 돌아 다니며 수덕사의 이름으로 달마부적을 팔며 보시함을 들고 다니는 그 비구니스님의 정체는 무엇일까.

 

 

 

 

2010-09-08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