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강남불자는 ‘봉’인가, 재산관리인의 절 봉은사

담마다사 이병욱 2010. 11. 9. 20:56

 

강남불자는 인가, 재산관리인의 절 봉은사

 

 

 

 

 

 

밉보여서

 

명진스님이 봉은사를 떠 났다고 한다. 봉은사가 조계종의 직영사찰로 지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접적인 원인은 현 정권에 밉보여서일 것이다. 항상 정권에 비판적이어서 좌파스님으로 낙인 찍힌 것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더구나 G20 행사를 앞두고 스님의 행보가 눈에 거슬렸음에 틀림 없다. 그래서 노골적으로 총무원장스님에게 주지교체를 요구 하였고, 총무원은 직영전환이라는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이라고 세간에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총무원은 장로정권의 압력을 받아 무리한 결정을 하였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는 불교의 자주성을 크게 해치는 결과라 볼 수 있고, 모든 불교인들의 자존심을 짖밟은 매우 불행한 사건이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영전환은 강행 되었고 오늘 드디어 스님은 봉은사를 떠나게 되었다고 뉴스에서 전한다.

 

직영사찰이란

 

직영사찰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직영사찰은 총무원장이 관할하는 사찰을 말한다. 그래서 사찰의 재정과 포교등 종단의 정책사업을 직접 챙기는 사찰을 직영사찰이라 한다. 이제까지 직영사찰은 조계사와 대구의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으로 유명한 선본사’, 수도권에서 가까운 관음기도도량인 강화도의 보문사이렇게 3개 사찰이었다. 그런데 이번 강남의 봉은사가 추가 되어 총 4개의 직영사찰이 된 것이다.

 

봉은사가 직영사찰이 된 이유가 그다지 명쾌하지 않다. 원래 직영사찰이라는 것이 사찰내부의 문제가 있거나 유명기도처처럼 소위 수입이 많은 사찰을 말하는데 봉은사는 그런 조건에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직영으로 전환된 것은 어떤 정치적의도가 개입되었다고 의심해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주지와 재산관리인

 

직영사찰로 전환되면 해당 사찰을 관리하는 스님을 재산관리인이라 부른다. 더 정확한 표현은 재산관리인 주지스님이 될 것이다. 재산관리인은 사찰의 재산을 관리하는 역할이 주요 임무인데 주로 분담금을 관리 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조계종의 예산은 전국의 사찰에서 올라 오는 분담금으로 유지 된다. 그 분담금으로 새로운 사업을 하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일종의 세금같은 것이다. 그 분담금으로 새로운 사찰을 짓는다든가 포교나 교육과 같은 각종 예산을 집행하는데 사용한다. 따라서 분담금이 많이 올라와야 더욱 더 새로운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봉은사가 직영사찰로 지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강남의 부자절이라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하였을 것이다. 부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기 때문에 시주금도 많이 걷힐 것으로 판단해서 직영전환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강남불자는 인가

 

봉은사는 강남에 있는 천년고찰이다. 천년전 부터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인데 강남이 개발되면서 중심지에 자리 잡은 모양새가 된 것이다. 그런 봉은사가 과연 유명기도처 처럼 일년 내내 기도객으로 발길이 끊이지 않은 곳일까.

 

우리나라의 유명한 관음기도도량인 보문사’, 낙산사의 홍련암’, 남해의 보리암이 유명하다. 소위 3대 관음성지라 하여 일년 내내 기도객이 끊이지 않는다. 팔공산 갓바위는 각종 시험철이 되면 문전성시이다. 또 삼각산 도선사, 불국사, 석굴암등 국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유명전통사찰은 순례객과 관광객, 등산객들이 어우러져 일년 내내 붐빈다. 한편 불자들이 반드시 순례하여야 할 코스로서 5대 적멸보궁도 있다.

 

설악산의 봉정암, 태백산 정암사, 사자산 법흥사, 오대산 상원사, 영축산 통도사에 보궁이 있는데 전세버스를 대절 하여 순례오는 불자들로 연중 발길이 끊기지 않는 곳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불자들은 전국에 걸친 유명기도처나 관광지화된 유명전통사찰, 5대 보궁등 부처님이 모셔진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 가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찰은 지역기반의 사찰이 아니라 전국기반의 사찰로서 정치적 용어를 사용 한다면 전국구사찰의 성격이 매우 짙다. 그런데 강남의 도심 한 복판에 위치한 봉은사는 대체 무엇으로 유명한 사찰일까.

 

봉은사가 관음성지처럼 유명 기도처도 아니고, 그렇다고 불국사처럼 관광지화된 유명 사찰도 아니다. 또 적멸보궁이 모셔져 있는 깊은 산중의 명당에 위치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산중에 있는 전통사찰이 아니라 도심에 있기 때문에 전국의 불자들이 일부로 전세버스를 대절하여 방문하는 순례객이 있을 수 없다. 오로지 강남의 지역 주민들이 다니는 사찰에 불과한 절일 뿐인데 직영으로 전환하였다는 것은 결국 정치적 의도와 강남의 불자들을 시쳇말로 으로 본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려받은 재산이 많아서

 

불교는 사회 전분야 걸쳐서 영향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그렇게 된 요인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헝그리정신이 부족해서 일 것이다. 조상이 물려준 재산을 이용하여 편하게 먹고 살려고 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단적인 예를 최근 교계인터넷 신문에서 보았다.

 

불교신문 창간50주년 특별좌담에서 서광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불교가 사회의 리더십을 상실한데는 물려받은 재산이 많아서다. 불교는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부잣집 자손처럼 재산을 상당히 물려받았다. 하지만 기독교는 들어온지 100년 밖에 되지 않아 재산이 없었다. 내려오는 재산을 정화 이후 우리가 한꺼번에 갖게 됐다. 그래서 관심이 사회적 책임이나 포교 등으로 가지 않고 주어진 것을 얼마나 차지 하는가에 관심을 갖게 됐다.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기독교 가톨릭은 열심히 일해서 이제는 더 많이 축적했는데 우리는 어느 새 다른 종교에 비해 경쟁력이 약화됐다.

(불교신문 창간 50주년 특별좌담 , http://www.ibulgyo.com/archive2007/201011/201011071289092578.asp)

 

 

불교의 경쟁력 약화요인 중의 하나가 물려받은 재산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포교를 열심히 한다거나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대신 물려 받은 재산을 얼마나 차지 하느냐에 더 관심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이런 점은 물려 받은 재산 없이 헝그리 정신으로 영역을 개척한 기독교와 비교 된다고 말한다.

 

사람사는 곳에 절이 없는 이유

 

사람들은 물려받은 재산이 많으면 굳이 노력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물려 받은 재산만 잘 관리하여도 먹고 사는데 죽기 살기로열심히 일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불교 역시 조상으로 부터 물려 받은 막대한 토지와 각종 문화재등으로 인하여 사는데 그다지 걱정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산 좋고 물 맑고 풍수좋은 곳에 절이 있고 절 주변에 문중의 산이 있어서 입장료를 받는다면 신도들의 시주에 의지할 필요가 없다. 또 불국사나 석굴암과 같이 조상이 물려준 위대한 문화유산을 관리 한다는 명목으로 문화재 관람료를 받아서 유지 한다면 죽기살기로 포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전국의 유명전통 사찰은 일년 내낸 순례객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아 불전함에 시주금은 쌓여 간다. 따라서 불자들이 사찰에 참배 하러 와도 반갑게 맞이 한다든가 설법을 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처럼 한국불교가 복을 누리고 있는 것은 모두 조상이 물려준 유산의 혜택 때문일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하여 이미 조선시대 팔도를 돌아다닌 어사 박문수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고 한다.

 

 

“승도들이 좋은 기와 집에서 남의 공양만 편히 받아 먹고 사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이런 지적은 오늘날에도 유효한듯 하다. 조상이 물려준 산 좋고,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지내다 보니 굳이 번잡하고 오염원으로 들 끓는 곳으로 나와 중생을 교화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오늘날 사람 사는 곳, 특히 도시에서 절이 없고 스님 구경하기가 힘든 이유가 바로 위와 같은 요인에 있지 않을까.

 

기도와 방편에 의지하여

 

강남의 부자절이라 불리우는 봉은사는 이제 직영사찰이 되었다. 이미 직영사찰로 지정된 보문사, 선본사, 조계사등과 더불어 많은 분담금이 기대 되는 황금어장과 같은 곳으로 생각해서 일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 재산관리인으로 임명된 주지스님의 목표는 분담금을 많이 올려 보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불자들이 시주를 많이 해야 하는데 유명기도처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세버스를 대절하여 순례하는 전국구 성격의 산사도 아닌데 어떻게 하여 실적을 올릴 수 있을까.

 

그렇다고 요즘 어느 절이나 다 하고 있는 49, 7번이나 재를 해주고 그 것도 365일 일년 내내 하는 천도재와 같은 방편불교에 의지해야 할까. 아니면 각종 기도회를 만들어 매일 매일 끊임 없이 기도를 많이 하게 할 것인가. 이런 요구조건을 충족 시키지 못하면 직영사찰로서 지정된 의미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새로 임명된 재산관리인으로서 주지스님의 임기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한국불교의 커다란 퇴보

 

잘 나가던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지정한 것은 한국불교의 커다란 퇴보이다. 죽기살기로 포교를 하여 한국불교의 희망을 보여 주어도 부족할 판인데, 단지 조상이 물려준 유산을 이용하여 기복적인 기도와 천도재와 같은 방편에 의지 하여 수입을 올리겠다는 발상은 깨어 있는 불자들을 우롱 하는 것이다.

 

더구나 장로정권의 정치적 압력으로 직영으로 전환 하였다면 불자들과 국민들에 대한 배신이다. 또한 이 시대의 가장 존경 받던 종교인을 반 강제로 몰아 낸 것은 한국불교의 현주소가 어디에 있는지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2010-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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