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만 피는 행운목꽃은 어떻게 생겼을까
이른 아침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향내가 진동한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엘리베이터의 공기를 정화하기 위하여 향수를 뿌려 놓을 때가 있는데 그런‘상큼한’ 향내와 매우 비슷하였다. 사무실에 향수를 뿌렸다든가 향수병을 놓은 적도 없는데 어디에서 냄새가 나는 것일까. 그런데 그 의문은 금방 풀렸다.
최근 행운목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 하였는데, 오늘처음으로 향내를 발산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매우 ‘강렬한’ 향기이다. 향기가 얼마나 진하던지 오래 앉아 있으니 약간 취한듯 골이 아파 올 듯한 느낌이 든다. 야외에서 수 많은 꽃을 보고 사진 촬영을 하였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발산되는 향기를 강렬하게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운목에 꽃이 피면 커다란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해서 행운목이라 한다. 행운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사온지 3년만에 꽃을 피웠다는 것은 마치 아이가 새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행운목에서 꽃이 필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2주전이다.
만 3년전에 행운목을 사왔을 때 시들지 않고 죽지 않게 키우는 것이 최대의 목표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물을 주었다. 거의 3-4일에 한번 꼴로 물을 주었는데 줄 때는 흠뻑 적시도록 주었다. 그리고 때때로 ‘물뿌리게’를 이용하여 잎사귀와 줄기에 물기를 묻혀 주기도 하였다.
이렇게 물만 주어도 행운목은 말라 죽지 않고 잘 자랐다. 이렇게 약 2년 정도가 지나자 사 올 당시 보다 약 1.5배는 커진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화분이 적어서 도중에 한번 ‘분갈이’을 하였다. 좀 더 큰 화분을 사오고, 영양분이 들어 있는 흙을 사와 분갈이를 하고 나니 덩치에 맞는 것 같았다.
어느 날 종종 찾아 오는 어느 법우님이 행운목에 “아직 꽃이 피지 않았느냐”고 물어 보았다. 행운목에 꽃이 필 것이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업었기 때문에 한쪽 귀로 흘려 들었다. 또 행운목의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행운목에 꽃이 핀다는 것은 나와 관계 없는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어느 날 물을 주다가 꼭대기에서 무언가 튀어 나온 것을 발견하였다. 두개의 큰가지가 경쟁하듯이 자라고 있었는데 양쪽 가지 끝에서 평소 보지 못하던 뭉툭하게 생긴 덩어리가 약간 비치는 것이었다. 평소 보던 잎파리 형상과 다른 그 것은 특이한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튀어 나오는 속도도 대단히 빨랐다. 하루가 다르게 솟아 나오고 있는 것은 꽃을 피우기 위한 ‘꽃대’ 이었던 것이다.
처음 꽃대를 내 밀때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급격하게 튀어 나온 꽃대는 일주일이 되자 꽃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였다. 행운목의 꽃이 대충 어떠하리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 같았다. 인터넷검색을 하여 보니 유사하였다.
일주일 후의 꽃대
꽃으로서의 형상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일 주일 후 눈에 띄게 많이 자란 꽃대는 축 늘어 지면서 수 많은 덩어리로 된 꽃다발 달고 있었다. 원형으로 된 꽃 다발 내부에는 수 많은 꽃이 뭉쳐 있었는데, 이 꽃들이 만개 하면서 향내를 발산 한 것이다.
이주일 후의 꽃대
둥그런 꽃다발 안에 5개의 꽃잎을 가진 작은 꽃이 피어 있다.
행운목 꽃은 시간이 지나자 꽃잎을 닫아 버렸다. 아마도 어두운 밤에 꽃이 피고, 낮에는 닫아 버리는 것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이른 아침에 보았을 때 꽃 잎이 5개가 달린 아주 자그마한 꽃을 볼 수 있었으나 낮시간이 되자 꽃잎을 닫아 버린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행운목꽃의 향기는 사무실을 진동한다.
P.S
밤이 되었다. 밤이 되자 행운목의 꽃이 일제히 피었다. 낮에 오무리고 있던 꽃잎이 날씨가 껌껌 해지자 꽃잎을 펼쳐서 마치 밤송이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향내 또한 매우 강렬하게 진동한다. 이런 특징으로 보아 행운목의 꽃은 밤에 꽃이 피는 야행성으로 보인다.
2010-12-20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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