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도빠난다(Nandopananda)용왕 길들인 이야기
경행중에 벌레를
“마음이 그들에 앞서가고 마음이 그들의 주인이며...”로 시작되는 문구는 법구경의 유명한 1번 게송이다. 이 짧은 1번 게송에는 부처님의 근본가르침에 대한 이론이 함축되어 있는데, 마음과 마음부수, 구생연(具生緣)과 같은 조건등을 들어 설명하기도 한다.
그런데 또 한가지 사실은 모든 법구경의 게송에는 게송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한 ‘인연담’이 있다는 것이다. 일아스님의 ‘한권으로 읽는 빠알리경전’에 따르면 법구경의 인연담은 5세기 스리랑카에서 청정도론의 저자 ‘붓다고사’ 비구가 정리하였다고 한다. 붓다고사비구가 주석한 담마빠다에는 각 게송에 대한 ‘350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1번 게송에 대한 인연담은 어떤 것일까. 거해스님의 법구경 인연담에 따르면 1번 게송은 짝꾸빨라(Cakkhupala) 테라(장로)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라한이 된 짝꾸빨라테라가 경행중에 벌레를 밟아 죽인 사건에 대하여 논란이 일어나자 부처님이 그의 전생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 1번 게송 인연담이다.
부처님 당시 짝꾸빨라 테라는 장님이었다고 한다. 눈이 보이지 않는 그가 경행중에 벌레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살상한 것이라 볼 수 없다. 그래서 부처님은 의도가 실려 있지 않은 살생은 잘못이 아니라고 하였으며, 짝꾸빨라가 금생에 장님이 된 기구한 사연을 설명한 것이다.
부처님은 짝꾸빨라 테라가 전생에서 의도를 가지고 저지른 잘못으로 인하여 금생에 눈이 보이지 않은 과보를 받은 것이라 설명하며 다음과 같은 유명한 게송을 읊으시었다.
마음이 그들
에 앞서가고
마음이 그들의 주인이며
마음에 의해서 모든 행위는 지어진다.
만일 어떤 사람이 나쁜 마음으로 말하고 행동하면
그에게는 반드시 둑카
가 뒤따른다,
마치 수레가 황소를 뒤따르듯이.
(법구경 1번 게송)
여기까지가 경전과 주석서에 나온 1번 게송에 대한 내용이다. 하지만 수행처에서는 1번 게송에 대한 이야기가 더 있다. 바로 신통에 관한 이야기이다.
몸을 깃털처럼 가볍게 한다면
짝꾸팔라테라가 탐진치라 불리우는 번뇌를 여위어 아라한이 되었지만 그는 장님이었기 때문에 경행중에 벌레를 밟아 죽였다. 만일 그가 눈이 정상인 상태에서 경행중에 벌레를 밟아 죽였다면 어땠을까. 물론 벌레를 죽일 의도를 가지지 않았다면 잘못은 아니라고 하였다.
하지만 벌레를 죽이지 않으려면 벌레를 피해 다니며 경행을 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인도처럼 우기의 안거철에는 도마뱀등 각종 벌레가 바닥에 돌아 다닌다고 하는데 그런 벌레를 피해 다니며 경행한다는 것은 여간 신경이 쓰이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벌레가 있어도 게의치 않고 경행한다면 어떠할까.
벌레가 다니건 말건 신경쓰지 않고 경행해도 벌레가 밟혀 죽지 않았다면 그는 ‘신통’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만일 그런 경우라면 그가 경행할 때 그의 몸은 깃털처럼 가벼울 것임에 틀림없다. 그럴경우 벌레을 밟아도 벌레가 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통이 있으면 자신의 몸을 마치 깃털처럼 하여 걸어 다닐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 어떤 벌레를 죽이는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신통이 없는 아라한은 경행중에 벌레를 밟아 죽일 수 있는데, 이는 위빠사나만 닦았기 때문이라 한다. 이런 수행자를 ‘순수 위빠사나’ 수행자라 한다.
순수위빠사나 수행자는 초선이상의 근본집중의 힘을 빌리지 않고 곧바로 위빠사나를 닦는 수행자를 말한다. 주석서에서는 이런 수행을 하는 자를 조금 냉소적으로 표현하여 ‘마른 위빠사나를 하는 자’라는 뜻으로 ‘숙카위빳사까(sukkha-vipassaka)’라 한다. 이는 선정의 습기가 없이 위빠사나를 닦기 때문에 붙여준 이름이라 한다.
이와 반대로 사마타수행자는 위빠사나 수행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근본집중을 집중개발한다. 집중이 깊어지면 4선정에 이르게 되는데 각종 신통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사마타수행과 위빠사나 수행을 겸비한 아라한은 벌레를 밟아도 죽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깃털처럼 가볍게 하였기 때문이다.
신통은 믿을 수 없는 것일까
초기경전과 주석서를 접하다 보면 신통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런 이야기를 접하였을 때 어떤 이는 이를 ‘무시’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선별적으로 경을 가려 읽기도 한다. 과연 신통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고 신통이 들어간 경은 믿을 수 없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주된 이유는 자신의 ‘깜냥’으로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인식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것에 대하여 “과연 그럴까?” 하며 의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회의는 주변을 보면 잘 못 된 것이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예로 같은 공간을 사는 개나 돼지, 닭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축생들이 인식하는 것과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돼지라면 오로지 ‘먹는 것’에 만 관심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먹는 것을 넘어 ‘사유’하는 능력이 있어서 존재의 근원에 탐구하기 때문에 비록 같은 공간에 사는 존재들일지라도 인식하는 능력은 이처럼 하늘과 땅 차이 보다 더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하물며 자신의 인식을 넘어서 것에 대하여 인식하는 존재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비록 신통은 아니더라라도 집중을 하면 놀라운 효과를 볼 때가 있다. 돋보기로 햇볕을 집중시키면 나무에서 연기가 나듯이 마음도 집중하면 마음의 벽을 무너뜨려 버릴 것이다. 그래서 ‘정신일도하사불성’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런 집중의 효과는 때로 기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축구선수들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하는 말이 “빨리 뛰어!” 가 아니라 “집중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그렇게 집중하여 경기를 하면 아무리 약체팀이라도 강팀을 이기는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음도 집중하면 무엇이든지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신통이다. 이런 신통에 대하여 청정도론에서는 2개의 장, 115페이지에 걸쳐서 매우 상세하게 설명해 놓았다. 그런 신통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신통변화와 초월지(abhiñña, 神通智)
청정도론에 따르면 삼매수행을 하면 ‘초월지(abhiñña, 神通智)’의 이익을 가져온다고 한다. 37조도품에 있어서 ‘네 가지 성취수단(四如意足)’과 같은 의미의 초월지는 땅의 까시나등에서 얻은 제 4선으로 수행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세간적인 초월지는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이와 같이 그의 마음이 삼매에 들고, 청정하고, 깨끗하고, 허물이 없고, 오염을 벗고, 부드럽고, 일에 적합하고, 안정되고, 흔들림이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그는 신통변화로 마음을 향하고, 기울인다, 그는 여러가지 신통변화를 나툰다, 하나인 상태가 여럿이 되기도 하고.. (D.i.77)”라는 방법등으로 신통변화 (神足通)와 신성한 귀의 요소 (天耳通)의 지혜와 남의 마음을 아는 지혜 (他心通)와 전생을 기억하는 지혜 (宿命通)와 죽음과 다시 태어남을 아는 지혜 (天眼通)이다.
(청정도론, 제12장 신통변화)
이처럼 신통은 크게 신통변화와 초월지로 크게 둘로 나누어지는데 이에 대한 표를 만들면 다음과 같다.
신통변화와 초월지
No |
구 분 |
내 용 |
참 고 |
1 |
신통변화 (10) |
하나인 상태에서 여러 몸을 나투는 신통 |
|
2 |
여로 몸이 되었다가 하나의 몸을 나투는 신통 |
| |
3 |
나타내는 신변 |
어두움을 광명으로 만드는 것등 | |
4 |
숨기는 신변 |
광명을 암흑으로 만드는 것등 | |
5 |
장애가 없는 신통 |
벽이나 산을 아무런 장애없이 통과 | |
6 |
땅속으로 부터 출몰하는 신통 |
| |
7 |
물위에서 침몰하지 않은 신통 |
| |
8 |
날아가는 신통 |
| |
9 |
손으로 해와 달을 만지는 신통 |
난도빠난다 용왕 길들이기 | |
10 |
몸이 자유자재한 신통 |
범천의 세계까지 몸의 자유자재함을 발휘 | |
11 |
초월지 (6) |
신족통(神足通, iddhi-vidha) |
10가지의 신통변화 |
12 |
천이통(天耳通, dibba-sota) |
신성한 귀의 요소 의 지혜 | |
13 |
타심통(他心通, paracitta-vijāhana) |
남의 마음을 아는 지혜 | |
14 |
숙명통(宿命通, pubbenivāsa-anussati) |
전생을 기억하는 지혜 | |
15 |
천안통(天眼通, dibba-cakkhu) |
죽음과 다시 태어남을 아는 지혜 | |
16 |
누진통(漏盡通, āsavakkhaya-ñāṇa) |
위빠사나 수행으로 얻는 번뇌가 다한 경지 |
2011-03-03 진흙속의연꽃 편집
표에서 신족통, 천이통, 타심통, 숙명통, 천안통을 합하여 오신통이라 하는데 이는 반드시 사선(四禪)에 들어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누진통의 경우 위빠사나 수행으로 번뇌가 다한 경지에서 얻을 수 있는 신통이라 한다. 번뇌가 다한 경지라면 부처나 아라한을 말한다.
자야망갈라가타(Jayamangala-gatha)에서
부처님과 관련된 이야기를 보면 신통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부처님이 발견한 위빠사나 수행 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전승되어온 사마타 수행의 대가 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수행처에서 하는 이야기는 부처님은 걸어 갈 때 몸이 깃털처럼 가볍게 하기 때문에 벌레를 밝아 죽이는 일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부처님의 신통에 대한 이야기는 게송으로 만들어져 불리워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아마도 자야망갈라가타(Jayamangala-gatha)일것이다.
한자어 길상승리게(吉祥胜利偈)로도 번역되는 자야망갈라가타는 부처님의 여덟가지 위대한 승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승리의 내용을 보면 마라(Mara), 알라와까(Alavaka), 날라기리(Nalagiri), 앙굴리말라(Angulimala), 찐짜 마나위까(Cinca Manavika), 삿짜까(Saccaka), 난도빠난다(Nandopananda), 브라흐마 바까(Brahma Baka) 에 대한 승리이다.
여인 찐짜(Cinca Manavika)의 거짓임신
여인 찐짜가 자신의 배에 통나무 넣고 임신했다고 사람들 앞에서 모욕하는 장면.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고요함과 부드러움으로 섭수하였다.
악마 마라는 부처님의 자비로운 가르침으로 제압하였고, 야차 알라와까는 인내와 자제로, 미친 코끼리 날라기리는 자비의 세례로, 살인마 앙굴리말라는 신통력으로, 거짓임신녀 찐짜는 고요함과 부드러움으로, 논쟁가 삿짜까는 지혜로, 간교한 용왕 난도빠난다는 신통으로, 브라흐마 바까는 지혜로 섭수하여 모두 승리를 거두었다.
난도빠난다(Nandopananda) 용왕 길들인 이야기
이 중 신통으로 승리한 것을 보면 앙굴리말라 와 난도빠난다에 관한 것이 있다. 난도빠난다에 대한 승리가 ‘손으로 해와 달을 만지는 신통’에 의한 것이다. ‘난도빠난다 용왕 길들인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 청정도론에 있는 내용을 옮겼다.
어느 때 아나타삔디까(Anathapindika, 급고독)장자가 세존의 설법을 들은 후 ‘세존이시여, 내일 아침 5백명의 비구들과 함께 저희 집에서 공양을 드십시요’라고 초대를 하고 돌아갔다. 세존께서는 승낙하셨다. 낮의 남은 기간과 반의 일부분이 지난 뒤 이른 새벽에 일만 세계를 둘러보셨다. 그 때 난도빠난다(Nandopananda)라는 용왕이 세존의 지혜의 영역에 와 있었다.
세존께서 ‘이 용왕이 나의 지혜의 영역에 와 있구나. 그에게 삼보를 신뢰함에 강하게 의지 하는 조건이 있는가’라고 전향하시고는 ‘ 이 용왕은 사견을 가졌고, 삼보에 청정한 믿음이 없다’고 보셨다. ‘누가 이 용왕을 사견으로 부터 벗어나게 할 것인가’라고 전향하시면서 목갈라나 장로를 보셨다. ‘아난다여, 여래가 천상으로 간다고 5백명의 비구에게 알려라.’
그날 용들은 난도빠난다 용왕을 위해 연회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천상의 보석으로 만든 의자에 앉아 천상의 하얀 일산을 쓰고 세 무리의 무희들과 용왕의 권속들에 둘러싸여 천상의 그릇에 담겨진 음식과 마실 것을 쳐다보면서 앉아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500명의 비구들과 함께 궁전을 지나 삼십삼천을 향해 가는 것을 용왕이 볼 수 있도록 하면서 지나갔다.
그때 난도빠난다 용왕에게 이와 같은 사악한 견해가 일어났다. ‘이들 까까머리 사문들이 우리 궁전 위를 바로 지나 삼십삼천의 세계를 들락날락하는구나. 지금 이후 부터 내 머리 위에 발먼지를 뿌리면서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 그는 일어나 수미산 기슭에 가서 그의 본래의 몸을 버리고 그의 사리로 수미산을 일곱번 감고 그의 목을 위로 펴서 삼십삼천을 그의 목으로 덮어서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그때 랏타빨라(Ratthapala)존자가 세존께 이와 같이 말씀 드렸다. ‘세존이시여, 전에는 이 장소에 서서 수미산을 볼 수 있었고, 수미산의 성벽을 볼 수 있었고, 삼십삼천을 볼 수 있었고, 웨자얀따(Vejayanta)궁전을 볼 수 있었고, 웨자얀따 궁전 위의 깃발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런데 무엇 때문에 지금은 수미산도 보이지 않고... 웨자얀띠 궁전의 깃발도 보이지 않습니까?’랏타빨라여, 난도빠난다라는 용왕이 우리에게 화가 나서 수미산을 그의 사리로 일곱 번 감고 목을 위로 펴서 그것을 막아 어둡게 만들고 서 있다.’ ‘세존이시여, 제가 그 자를 길들이겠습니다.’ 세존께서는 승낙치 않으셨다. 그때 밧디야(Bhaddiya)존자와 라훌라(Rahula)존자와 모든 비구들이 차례대로 일어나서 청을 드렸다. 그러나 세존께서 승낙하지 않으셨다.
마지막으로 목갈라나 장로가 ‘세존이시여, 제가 길들이겠습니다.’라고 말씀 드렸다. ‘목갈라나여, 그대가 길들이게’라고 세존께서 승낙하셨다. 장로는 본래의 몸을 버리고 큰 용왕의 모습을 창조하여 난도빠난다를 자기의 사리로 14번 감고 난도빠난다의 목위에 자기의 목을 편 뒤 수미산에 대고 압착했다.
용왕은 연기를 뿜었다. 장로도 ‘네 몸에만 연기가 있는 것이 어니라 내 몸에도 있다’고 말하면서 연기를 내뿜었다. 용왕의 연기는 장로를 괴롭히지 못했지만 장로의 연기는 용왕을 괴롭혔다.
그 다음에 용왕은 불꽃을 내 뿜었다. 장로도 ‘너의 몸에만 불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몸에도 역시 불이 있다’고 말하면서 불꽃을 내 뿜었다. 용왕의 불은 장로를 괴롭히지 못했지만 장로의 불은 용왕을 괴롭혔다.
난도빠난다용왕을 신통으로 제압하는 목갈라나 존자
Yangon, Myanmar (General Photos)
사진 : http://www.pbase.com/taboo5/image/73748627
용왕은 ‘이 자가 나를 수미산에 대고 압착한 뒤 연기와 불꽃을 내뿜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당신은 누구십니까’라고 물었다. ‘난다여, 나는 목갈라나다.’ ‘존자시여, 당신의 비구의 모습을 되찾으십시오.’ 장로는 그 용의 모습을 버리고 용왕의 오른쪽 귓구멍으로 들어가서 왼쪽 귓구멍으로 나오고, 왼쪽 귓구멍으로 들어가서 오른쪽 귓구멍으로 나왔다. 그와 마찬가지로 오른쪽 콧구멍으로 들어가서 왼쪽 콧구멍으로 나오고, 왼쪽 콧구멍으로 들어가서 오른쪽 콧구멍으로 나왔다. 그 다음에 용왕이 입을 열었다. 장로는 입으로 들어가서 뱃속에서 동쪽 서쪽으로 경행했다.
세존께서는 ‘목갈라니여, 목갈라나여, 조심하라. 이 용왕은 큰 신통을 가졌다’라고 말씀 하였다. 장로는 ‘세존이시여, 저는 네 가지 성취수단(如意足)을 닦고, 많이 공부 짓고, 수레로 삼고, 기초로 삼고, 확립하고, 굳건히 하고, 부지런히 닦습니다. 세존이시여, 난도빠난다 뿐만 아니라 난도빠난다 같은 용왕 백, 천, 백 천도 길들일 수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용왕은 생각했다. ‘들어갈 때는 내가 보지를 못했다. 이제 나올 때에는 그를 이빨 사이에 넣고 씹어 물어야지’라고 생각하고 ‘스님이시여, 밖으로 나오세요. 배 안에서 위 아래로 경행하면서 저를 괴롭히지 마세요’라고 했다. 장로는 나와서 밖에 서 있었다. 용왕은 ‘이사람이구나’라고 보자마자 코로 질풍을 날렸다. 장로는 제4선에 들었다. 그 바람은 장로의 몸 털 하나도 움직이지 못했다. 나머지 비구들도 그 때 장로가 나투었던 신통을 처음부터 모두 나툴 수 있었지만 이 코로 질풍을 날리는 곳에 이르러서는 이처럼 빨리 알아차린 뒤 입정할 수 없다고 아시고 세존께서 그들에게 용왕을 길들이는 것을 승낙치 않으셨다고 한다.
용왕은 ‘내가 콧속의 질풍으로 이 사문의 몸털 하나도 움직일 수 없구나. 이 사문은 큰 신통을 가진 자로구나.’라고 생각했다. 장로는 그 몸을 버리고 금시조로 변하여 금시조의 질풍을 보이면서 용왕을 쫗아갔다. 용왕은 그 몸을 버리고 동자의 모습으로 변하여 ‘존자시여, 당신께 귀의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장로의 발에 절을 올렸다. 장로는 ‘난다여, 스승님이 오셨다. 이리 오너라. 가서 뵙자’하면서 용왕을 항복시키고 독이 없게 만든 뒤 세존의 곁으로 데리고 갔다.
용왕은 세존께 절을 올리고 ‘세존이시여, 당신께 귀의합니다.’라고 했다. 세존께서는 ‘용왕이여, 행복해라’고 말씀하시고는 비구 대중에 싸여 아나타삔디까의 집으로 가셨다. 아나타삔디까는 ‘세존이시여, 무슨 일로 늦게 오셨습니까?’라고 여쭈었다. ‘목갈라나와 난도빠난다사이에 전쟁이 있었다네.’ ‘세존이시여, 누가 이기고, 누가 졌습니까?’ ‘목갈라나가 이기고 난도빠난다가 졌다네.’ 아나타삔디까는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7일 동안 빠짐없이 제가 공양을 올리는 것과, 7일 동안 장로를 공경하는 것을 허락해주십시요’라고 말씀드린 뒤 7일 동안 부처님을 위시한 500명의 비구들에게 큰 경의를 표했다.
(청정도론, 제12장 신통변화)
목갈라나 존자는 부처님의 10대 제자이면서 동시에 사리뿟따와 함께 두명의 수제자(相首弟子)이었다. 그리고 신통제일이라 불리웠다. 그런 목갈라나 존자가 난도빠난다 용왕과 맞서 신통으로서 제압한 것이다. 그런 신통이 손으로 해와 달을 만지는 신통이다.
어떻게 큰 몸을 만들었을까
그런데 난도빠난다를 항복시킬 때 만든 큰 몸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에 대하여 청정도론에서는 “업에서 생긴 것을 의지해서 업에서 생기지 않은 것을 늘린다”고 하였다. 이 말에 대하여 청정도론의 주석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즉 업에서 생긴 물질을 의지하여 업에서 생기지 않은 물질을 증대시킨다는 뜻이다. 업에서 생긴 것은 마음과 온도에서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혹은 업에서 생긴 것은 항상 감각기능과 연결되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하여 그 업에서 생긴 것을 그와 같이 늘리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므로 설한 대로 늘리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나의 상속에서 업에서 생긴 물질과 업에서 생기지 않은 물질이 마치 혼합된 것 처럼 일어난다 해도 실제로 혼합된 것이 아니다. 마치 한 파인트 분량의 우유를 여러 파인트 분량의 물에 부었을 때 비록 우유가 완전히 섞여 모든 곳에 분명히 있지만 그 우유가 많아진 것이 아니다. 오직 물이 많아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업에서 생긴 것과 업에서 생기지 않은 것이 마치 혼합된 것 처럼 일어난다 해도 업에서 생긴 것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신통의 힘으로 마음에서 생긴 것과 그것의 영향으로 온도에서 생긴 것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아야 한다.
(청정도론, pm397)
몸을 크게 만드는 신통이 업에서 생긴 물질을 증대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업을 의지하여 업에서 생기지 않은 물질을 증대시킨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몸이 커진 다는 것은 신통의 힘으로 마음에서 생긴 것과 그것의 영향으로 온도에서 생긴 것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아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이치라면 태양과 달을 만질수도 있고 의자를 만들어 앉을 수도 있고, 침상을 만들어 누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처님의 위대한 승리
이렇게 부처님은 신통제일 목갈라나 존자를 통하여 간교한 용왕 난도빠난다를 신통으로 제압하였다. 이에 대한 승리의 이야기가 자야망갈라가타의 7번 게송이다.
Nandopananda-bhujagaṃ vibudhaṃ mahiddhiṃ 난도빠난다 부자강 위부당 마힛딩
Puttena therabhujagena damāpayanto 뿟떼나 테라부자게나 다마-빠얀또
Iddhūpadesa-vidhinā jitavā munindo 이두-빠데사 위디나- 지따와-무닌도
Taṃ tejasā bhavatu te jayamaṅgalāni 땅 떼자사-바와뚜 떼 자야망갈라-니
간교하고 영험한 난도빠난다 용
뱀으로 변화시켜 제자인 장로 길들이듯,
성자들의 제왕 신통력 보이시어 섭수하셨네.
이 위대한 힘으로 승리의 행운이 제게 임하길 바라옵니다.
(자야망갈라가타 7번 게송)
자야망갈라가타(Jayamangala-gatha)
2011-03-03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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