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사설사암과 아파트토굴

담마다사 이병욱 2011. 3. 28. 21:50

 

 

 

사설사암과 아파트토굴

 

 

 

일식집에 왜 스님이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저녁을 함께 하기 위하여 일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찾았다. 칸막이가 되어 있는 방에 손님들이 앉아 있는데 유독 눈에 뛰는 모습이 보였다.

 

머리는 삭발하고 회색빛깔의 옷을 입은 모습은 한눈에 보아도 스님임에 분명하였다. 같은 테이블에는 앉아 있는 사람들은 보통 볼 수 있는 남자들이지만, 단순히 식사만 하는 것이 아닌 듯 하다. 음식과 함께 소주병도 보였기 때문이다.

 

주로 비즈니스나 접대용으로 활용되는 일식집에 왜 스님이 앉아 있을까. 가격이 비싸서 이내 나와 버리고 말았지만 그런 의문은 계속되었다.

 

고된 노동끝에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일을 하며 살아간다. 육체적 노동이든, 정신적 노동이든 일에 얽매여 생활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싸인다. 더구나 아주 힘든일을 하고 났을 때 반대급부적으로 무언가 보상심리가 발동하게 된다. 그래서 술을 찾게 된다.

 

오계를 받은 재가불자라 하더라도 고된 노동끝에 마시는 한잔의 술은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재충전의 기회가 되기 때문에 일종의 보약과 같다. 술을 마시는 것이 오계중의 불음주계를 어기는 것이 될지 몰라도 비즈니스를 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마셔야 되는 경우가 있고, 더구나 노동끝에 보상심리로 마시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 불음주계를 지키는 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도만 닦고 선정삼매에 드는 스님이 어떤 스트레스가 쌓였길래 또 어떤 비즈니스를 하길래 술집에 앉아 있을까.

 

은처식도락

 

스님들이 술집이나, 도박장등을 출입한다는 이야기는 매스컴을 통해 종종 전해 듣는다. 그러나 더욱 더 충격적인 내용을 최근 불교관련 인터넷신문에서 보았다. 용성선원장인 월암스님과의 대담내용에서 다음과 같은 문구를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 조계종에는 일제하에서 삼독이라 일컫던 대처독, 주지독, 파벌독이 모양과 성격을 달리한 채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법보신문, 승가 도덕적 해이 만연파합승가·물신풍조 팽배)

 

 

글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대처라는 단어이다. 대처승은 일제치하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제도이기 때문이다. 흔히 대처식육제도로 특징지워지는 일제시대의 불교가 지금은 은처식도락으로 변질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불안한 미래를 위하여 누구나 사유재산을 소유하려 하는데, 대표적으로 사설사암을 들고있다.

 

사설사암과 아파트토굴

 

사설사암은 개인절을 말한다. 그런 개인절은 돈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재가불자들도 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마찬가지로 스님들도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개인사찰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사찰을 가지고 있으면 노후는 보장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기사에서 월암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너도 나도, 어른도 아이도 사설사암이요, 토굴이요, 아파트다. 개인주의가 팽배해 대중생활은 이뤄지지 않고 승가공동체의식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법보신문, 승가 도덕적 해이 만연…파합승가·물신풍조 팽배)

 

 

어른스님이건 이제 갓 출가한 스님이건 간에 누구나 사설사암을 갖고자 한다는 것이다. 무소유와 청정으로 표현되는 스님들이 이와 정반대의 길을 가는 것에 대하여 개탄하고 있다. 그런데 토굴과 아파트 갖기도 유행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토굴(土窟)이란 무엇일까.

 

토굴은 문자그대로 땅굴을 말한다. 하지만 현대적의미의 토굴은 여러가지로 해석된다. 승가에서 말하는 토굴이란 스님들의 개인수행처를 말한다. 따라서 땅굴이 아니라 작은 움막집정도로 보면 된다.

 

이런 토굴수행의 전통은 달마대사의 9년 면벽이 가장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경허스님효봉스님이 유명하다고 하다. 겨우 한평정도 되는 공간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일종식을 하며 1년 넘게 용맹정진하여 마침내 문을 박차고 나왔다고 하는 이야기는 마치 전설을 듣는 것 같다. 그런 토굴도 현대에 이르러 많이 변질되었다고 한다.

 

대중이 모여사는 곳에서는 시끄러워 공부가 안되기 때문에 개인수행차원에서 마련된 토굴은 이제 수행은 온데 간데 없고 주거지로서의 역할만 하다 보니 단독주택형토굴, 개인사무실형토굴, 심지어 아파트토굴까지 등장하였다고 한다.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라고

 

미국에서 포교활동을 하고 있는 어느 스님은 스님들이 제발 라스베이거스에 오지 말라고 하였다 한다. 도박의 도시인 라스베이거스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 장면을 목격하면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라고 신도들에게 주문하였다고 한다. 이는 승가에서 벌어지는 일탈행위에 대하여 지속적인 감시를 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이제까지 불교의 위상을 추락시키는데 있어서 결정적요인은 항상 승가에 있었다. 이는 과거를 더듬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사항이다. 그렇다면 한국불교의 신뢰회복은 일반인들과 금방 구별되는 스님들이 하기에 달려 있다.

 

비록 일부스님들이라고는 하지만 사설사암, 음주, 도박, , 골프, 외제차, 은처, 장로대통령 꽁무니 따라다니기등이 노출되어 물의를 일으킨 승려들은 초심을 돌아 볼 일이다.

 

한 순간에 훌쩍 버리고 떠나기

 

이런 계율일탈 현상에 대하여 계율을 전공한 어느 스님은 일요일 아침 라디오 프로인 ‘BBS초대석에서 비록 일시적으로 계율을 벗어난 행위를 한 스님일지라도 출가초기에 가졌던 그 마음을 생각한다면 언제라도 한 순간에 훌쩍 버리고 떠 날 수 있을 것이라고 일말의 희망이 섞인  말을 하였다.

 

스님들은 언제든지 훌쩍 떠 나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스승을 찾아 또는 도()를 묻기 위하여 돌아다니는데, 이를 운수납자(雲水衲子)’라고도 부른다.

 

발길이 가는대로, 또는 마음이 내키는 대로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비록 지금 계행을 지키지 못하고 계행에서 벗어난 행위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한 순간에 고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는 훌쩍 떠난다는 의미는 매우 바람직하다.

 

하지만 도심의 포교당에서 훌쩍 떠나는 일은 삼가해야 할 것이다. 포교에 원력을 품고 도시의 포교당을 열어 중생을 교화하던 스님이 어느 날 갑자기 훌쩍 떠나 버렸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이 사는 곳에서는 언제든지 문제가 있고 갈등이 있는 법인데, 특히 재정적인 어려움이나 인간관계가 힘들다고 하여 어느 날 갑자기 떠나버린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2011-03-28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