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청와대의 ‘헌등(獻燈)’ 요청과 부처님오신날에 본 대통령연등

담마다사 이병욱 2011. 5. 11. 13:36

 

 

 

청와대의 헌등(獻燈)요청과 부처님오신날에 본 대통령연등

 

 

 

 

합장 한번 하지 않고 시종일관 꼿꼿한자세를

 

부처님오신날 한 불교인터넷신문사이트에 따르면 여당의 신임원내대표가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참석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법요식이 진행되는 동안 합장 한번 하지 않고 시종일관 꼿꼿한자세를 유지하였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법요식에 자발적으로 참석하였다면, 불교의 예법을 따르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스런 부처님오신날 행사에서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굽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의 지난 종교관련 행적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는 지난 12월 법조계의 개신교 신자들의 모임에서 가능하면 모든 대법관들이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이들이기를 바란다라고 종교편향행위를 하였다고 한다. 이는 전도시를 성시화하고, 전국토를 성국화하려는 일부 공직자들의 행태와 다름없다.

 

실제로 그는 2002개신교인의 정치참여와 개신교 신앙에 근거한 정치 구현을 목표로한국기독교정치연구소를 설립한 인물이라 한다. 이런 인물이 왜 조계사에 나타났을까.

 

연등을 들고 행진 하는 문화관광체육부장관

 

지난해 템플스테이예산누락등으로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여 왔던 조계종이 정치인들, 특히 여당의 정치인들에 대한 사찰출입을 금한 바 있다. 하지만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이런 원칙은 무너졌다고 한다. 지난주 토요일 연등축제당시 총무원장스님과 문화관광체육부장관이 나란히 연등을 들고 행렬에 참여하였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사진한장이 모든 것을 다 말해 주고 있다.

 

 

 

 

 

 

 

연등을 들고 행진 하는 문화관광체육부장관

조계종총무원장 자승스님 옆에서서 함께 행진하고 있다.

 

 

 

 

불교신자도 아닌 문화관광체육부장관은 왜 종단의 고위급 스님들과 행진 한 것일까. 이런 사진이 나가고 나서부터일까 대한민국의 모든 사찰에서 정치인들의 출입금지가 해제되고, 이제 그들의 이름이 적힌 연등을 말사에서도 보게 되었다.

 

구라청이기를 바랐으나

 

부처님오신날에 하루 종일 비가 왔다. 특히 오전에 비가 심하게 내려 일년에 한번 치루는 부처님오신날 기념일을 망치게 만들었다.

 

이런 때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날씨는 그런 바램을 들어 주지 않는 것 같다. 기상청이 예전의 별명처럼 구라청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요즘 기상청의 일기예보는 정확도를 더해 가고 있다.

 

하지만 기념일이나 행사일을 불구하고 비가 내리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제행무상의 법칙의 다름이 아니다.

 

항상 좋은 날씨, 적절한 때 비가 내려 주기를 바라지만, 이는 단지 바램일 뿐  자연은 그런 사정을 들어 주지 않는다. 때로는 태풍, 지진, 해일, 쓰나미등으로 모든 것을 쓸어 가기도 하고, 때로는 비가 내리지 않는 가뭄으로 인하여 모든 것을 태워 버리는 듯하는 것도 자연의 본성이다. 이처럼 자연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우리의 바램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감수하면서 살아 가야 하는데, 다만 거기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고()를 낙()으로 전환하는 것이 불교적 수행이라고 선지식들은 말을 하였다.

 

비내리는 날 산사의 부처님오신날

 

비가 내리는 부처님오신날 오전 가까운 사찰을 찾았다. 관악산 자락에 있는 삼막사이다. 전통사찰로서 관악산을 자주 찾는 등산객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절인데, 점심때 무료 국수공양으로도 유명하다.

 

삼막사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중급규모 사찰인데,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우중에도 불구하고 많은 불자들이 찾아 왔다.

 

 

 

 

 

 

 

 

 

 

 

 

 

 

 

 

 

 

 

 

이들을 실어나르기 위하여 봉고차들이 수시로 들락날락 하고 있는 장면도 목격하였다. 그런 삼막사에서 유심히 본것은 연등이었다.

 

용이 그려져 있는 야당정치인의 연등

 

각자 발원이 담긴 수 많은 연등을 볼 수 있었는데, 유독 커다란 연등이 눈에 띄였다. 정치인연등이다. 특히 야당대표의 연등이 눈에 띄였다. 또 안양의 올드타운에서 내리 당선된 바 있는 중견정치인의 연등도 눈에 띄였다. 

 

 

 

 

 

야당대표의  연등

용이 그려져 있는 것이 특색이다.

 

 

 

이들 야당대표와 야당국회의원의 연등을 보면 용이 그려져 있다. 정치인과 용의 이미지는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일 것이다.

 

대통령의 연등

 

야당정치인의 연등이 걸려 있다면 대통령연등도 틀림없이 있을 것 같아 찾아 보니 한쪽 켠에 걸려 있었다.

 

 

 

 

 

대통령 직함이 표기 되어 있는 연등

 

 

 

 

조계종의 지침에 따르면 정치인들의 연등을 달 때 개인자격으로 다는 것을 허용하되 직함을 명기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하나도 지켜지고 있지 않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대통령연등을 포함하여 모든 정치인연등에 직함이 써 있었다. 이는 이는 봉축법요식이 열렸던 조계사도 마찬가지이었다고 불교관련 인터넷신문의 기사에서 보도 하였다.

 

이처럼 총무원에서 스스로 약속을 지키지 않으니 말사로 갈수록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왕따시키는 방법

 

그렇다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중급규모의 사찰에 어떻게 하여 대통령의 연등이 달려지게 되었을까. 그런 의문은 불교관련 인터넷신문사이트의 기사로 확인 할 수 있었다.

 

모 불교관련인터넷신문에 따르면 청와대에서 종단협에 소속되어 있는 3,500명의 스님에게 부처님오신날을 맞이 하여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는 조계종의 방침에 따라 봉축법요식에서 별도의 대통령의 메세지를 낭독하는 것을 불허함에 따라 취해진 조치라고 한다.

 

대통령이 무려 3,500명에 달하는 스님들에게 개별적으로 편지를 보낸 것은 조계종이라는 조직을 무시하는 처사일 것이다. 이는 회사에서 사장이 어느 조직의 팀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팀원에게 직접지시하는 것과 같다. 그럴 경우 팀장은 사장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왕따당하게 된다. 그런 결과 그 조직은 무너지고 해체될 수 밖에 없다.

 

청와대의 헌등(獻燈)요청

 

대통령의 편지기사와 함께 또 하나 눈에 띄는 내용은 270개의 전국주요사찰에 연등공양금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공양금을 청와대 수석비서관 행정관등을  총동원하여 주지스님들에게 직접전달였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헌등을 요청하였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한 기사의 내용의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국 270여개 사찰에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헌등했다. 이 대통령은 연등 공양금으로 일반 사찰에는 10만원, 해인사 등 큰 규모의 사찰이나 종단 등에는 50만원을 보시했다. 청와대 수석, 비서관, 행정관들이 휴일도 없이 사찰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헌등을 요청했다.

(불교닷컴, 대통령, 불교의 3대 미덕 칭송 http://www.bulkyo21.com/news/articleView.html?idxno=15275)

 

 

 

 

조계종이라는 종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단을 통하지 않고 개별사찰에 대통령의 연등공양금을 보냈는가 하면, 그것도 청와대의 비서관을 총 동원하여 직접전달하고 대통령을 위한 등달기를 요청까지 하였다는 것이다.

 

종교와 정치의 공생관계

 

이렇게 청와대에서 공양보시금을 전달하면서 대통령의 이름이 들어간 등을 달아줄 것을 요청하자,  이에 응하기라도 하듯이 커다란 대통령등을 달았을 것이다. 그것도 직함이 들어간 등이다. 이런 대통령연등은 대통령의 공양보시금을 받은 모든사찰에서 볼 수 있는 공통된 현상일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공생관계를 말한다.

 

이제까지 정권과 불교종단과의 공생관계는 종교는 예산을 위해서, 정치권은 표를위해서라고 한다. 이런 관행은 정치권에서 불교를 바라보는 시각이 단지 표를 얻기에 지나지 않은 것을 말한다. 그리고 정권이 정치적필요에 따라 돈으로서 불교를 콘트롤 하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고쳐 보기 위하여 지난해 정치인 사찰 출입금지령을 내렸으나 대통령이 불교종단의 조직을 무시하고 3,500명에 달하는 스님들과 직접대화를 시도하는가 하면, 동시에 270개 달하는 사찰에 대한 공양보시금을 주고, 그에 따라 대통령을 위한 연등을 달아 줄것을 요청함에 따라, 사찰측에서 이를 수용함으로서 조계종의 원칙은 한 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리고 예전의 상태로 복원 되었다. 이는 지난해 12월 초 날치기로 처리된 템플스테이 예산삭감과 그에 따른 반발로부터 꼭 6개월만의 일이다 

 

비록 여당이 전통문화발전을 위한 1단계 대책을 내 놓음으로서 관계회복을 하였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자주불교가 실현되지 않은 마당에 불교종단은 예산이 필요하여 정치권과 접촉할 것이고, 정치권은 표를 위하여 불교와 접촉하게 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2011-05-11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