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층층나무와 아소까나무, 불교와 어떤 인연이 있을까

담마다사 이병욱 2011. 5. 17. 12:17

 

 

층층나무와 아소까나무, 불교와 어떤 인연이 있을까

 

 

 

육계모양의 불두화

 

해마다 이맘 때 볼 수 있는 꽃이 불두화이다. 불두화는 부처님의 머리모양인 육계와 같다고 해서 절에서 많이 심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맘 때 쯤 절에 가면 하얕고 소담스럽게 핀 불두화를 볼 수 있다.

 

지난 주말 불두화를 보기 위하여 집을 나섰다. 불두화가 피어 있는 곳을 알기 때문이다. 해마다 보는 불두화는 그 자리에 항상 이맘 때 쯤 피어 있었다. 올해도 피어 있겠거니 하고 그 나무가 있는 곳을 찾아 갔으나 너무 이르러서인지 아니면 이상기후로 추운 날씨가 계속되어서인지 아직 활짝 피지 않았다. 하지만 부처님의 머리모양인 육계가 형성되어 있는 갓피어난 불두화를 볼 수 있었다.

 

 

 

 

 

 

 

불두화

 

 

 

층층나무를 찾아서

 

또 하나 좋아하는 나무가 생겼다. 작년 부처님오신날 청계사 가는 길에 본 층층나무가 그것이다. 층층으로 쌓여 있는 듯한 이 꽃이 보기 좋았아서 사진을 찍어 글을 올렸는데, 이 꽃을 보고 어느 법우님이 층층나무라고 알려 주어서 알게 되었다.

 

올해도 피었겠거니 하며 그 나무를 찾아 갔으나 계곡이 북사면이고 응달이어서인지 꽃잎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부근의 관공서 마당에 있는 층층나무를 발견하였다.

 

 

 

 

 

 

 

층층나무

 

 

 

키가 크고 수령이 수십년됨직한 큰 관상수인데 도심의 양지에 있어서인지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꽃이 층층이 쌓여 있는 모습

 

 

 

산딸나무과 속하는 층층나무는 한국, 중국, 일본이 원서산지로서, 키는 10~20미터 정도 자라고, 잎은 타원형이다. 꽃은 5~6월에 피는데, 꽃잎은 하얀색이고, 여러개의 꽃들이 모여 다발을 이루고 있다.

 

 

 

 

 

 

층층나무 꽃잎

 

 

 

층층나무와 불교와의 관계는

 

봄이 되면 이곳 저곳에서 현란하게 꽃이 피지만 가장 인상깊은 꽃은 나무위에서 피는 꽃이다.

 

나무 위에서 피는 꽃의 특징은 꽃잎이 먼저 나오고 나중에 잎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목련이 대표적이다. 이런 꽃들은 주로 이른 봄에 핀다.

 

반면 잎이 먼저 나오고 나중에 꽃이 나오는 경우이다. 불두화나 층층나무 같은 것이다. 이런 꽃들은 늦봄에 피는데, 이들 꽃들이 피기 시작하면 여름이 가까이 왔음을 알리고 날씨도 무더워지기 시작 한다.

 

층층나무와 불교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작년 층층나무에 대한 글을 올렸더니 어느 스님이 다음과 같은 글을 달아 주었다.

 

 

덕분에 좋은 구경 잘 했습니다. 층층나무의 잎은 쌀가루 반죽을 발라 기름에 튀겨 먹기도 합니다. 초파일이면 층층나무의 여린 잎을 따서 쌀가루 반죽을 발라 튀겨서 한 접시 수북하게 괴어서 부처님 전에 올리던 옛시절이 생각납니다.”

(어느 스님의 댓글)

 

 

초파일날 층층나무잎을 따서 전을 부친다음 부처님전에 공양을 올린다는 것을 보아 불교와도 인연이 있는 나무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층층나무가 팔만대장경의 경판용으로도 사용되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검색결과 팔만대장경의 재료가 자작나무가 아니라 주변에서 자라는 산벚나무와 돌배나무가 70%로 주류이지만, 층층나무, 고로쇠나무, 후박나무, 사시나무등으로도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나무재질이 너무 단단해도 안되고, 너무 물러도 안되기 때문이라 한다.

 

라따나경(Ratana sutta, 보배경)에서

 

층층나무의 꽃은 부처님오신날을 전후하여 만개 하는데, 이는 늦봄에 더위가 시작 되려 할 때 만개하는것과 같다. 이처럼 키가 큰 나무에서 작은꽃다발이 여러개 뭉쳐 피어 있는 모습을 보면 소담스럽기 그지 없는데, 이처럼 키큰 나무의 꼭대기에 피는 꽃에 대한 비유를 들어 부처님의 덕성을 찬탄한 게송이 있다.

 

 

여름의 첫 더위에

숲의 나뭇가지마다 꽃을 피워내듯이

열반으로 인도하는 부처님의 숭고한 가르침은

가장 높은 목표를 향한 가르침이다.

이 소중한 보배는 부처님안에 있다.

이런 부처님의 진리에 의해 모든 존재들에게 평안이 있기를!

(라따나경-Ratana sutta(보배경) 12번 게송, 숫따니빠타에서, 일아스님역)

 

 

부처님당시 부처님의 제자들은 숲에서 살았다. 그런 숲에서 여름이 시작될 무렵은 덥기 시작했을 것이다. 인도에서 여름의 시작은 언제일까. 인터넷검색을 한 결과 다음과 같음을 알 수 있었다.

 

 

인도의 계절구분

 

 

 

혹서기

3~5

연중기온이 가장 높이 올라가는 시기로서 대부분의 학교들이 이런 기후적인 특성을 반영하여 여름방학을 하는 시기

우기

6~9

계절풍의 영향으로 비가 자주 내리지만, 우리나라의 장마와 같이 온종일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인 소나기가 대부분

건기

11~2

우리나라의 선선한 가을날씨 정도로, 북인도는 일교차가 심한 편이며 남인도는 적당히 더워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정도

 

 

이처럼 인도는 세 개의 계절로 구분 되는데, 특히 우기와 건기가 뚜렸하다고 한다. 그래서 건기인 10월에서 2월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3월에서 5월에는 온도가 급격하게 상승되고, 6월에서 10월에 걸쳐 몬순에 의한 비가 내리는 기간이라 한다. 이런 구분으로 보았을 때, 게송의 내용을 보면 여름이 시작되는 첫 더위가 시작될 무렵은 2월에서 3월정도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봄이 시작될 무렵에 인도에서는 여름이 시작 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여름이 시작되는 첫더위가 오면 숲의 나무에서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 하는데, 그 꽃들을 부처님이 설한 최상의 가르침(담마)’에 비유하여 설명하였다. 그런 부처님의 담마는 닙바나(열반)에 이르게 할 것이므로, 부처님은 보배와도 같다고 하였다.

 

아소까나무(Asoka tree)

 

게송에서 꽃의 예를 들어 열반으로 이끄는 최상의 가르침을 설명하였는데, 무더위가 시작될 무렵 나무에서 피는 꽃은 어떤 꽃일까. 게송에서 구체적으로 나무이름이 나와 있지 않지만 아소까나무(Asoka tree)’가 아닐까 추론해 보았다.

 

아소까하면 아소까대왕을 떠 올리게 된다. 고대인도 마우리야왕조의 3대 황제인 아소까대왕은 무력에 의한 세계의 정복을 포기하고, 그 대신 담마에 의한 세계의 정복을 천명하여 전륜성왕이라 불리웠다.

 

그런 아소카대왕의 아소까라는 말은 슬픔이 없다라는 뜻이다. 즉 슬픔이라는 soka에 부정접두어 a가 붙어 슬픔이 없다(sorrow-less)’가 되는 것이다.

 

 

 

 

아소까대왕이미지

사진 http://marbaniang.wordpress.com/2010/02/04/emperor-ashoka-and-his-humanitarian-approach-to-religion-2/

 

 

 

 

 

 

마우리야 왕조영역(BC265)

 

 

 

아소까하면 또 하나 떠오르는 말이 하나 더 있다. 마야부인이다. 룸비니동산에서 마야 부인이 아소까나무 가지를 잡고 부처님을 출산하였기 때문이다.

 

 

 

 

 

출산하는 마야부인(BC 2세기 인도)

Yakshi under a stylized ashoka tree. Railing figure at Bharhut Stupa, 2nd century BC, India

http://en.wikipedia.org/wiki/Saraca_asoca

 

 

 

 

그런 아소까나무를 한역하면 무우수(無憂樹)’가 된. ‘근심이 없는 나무라는 뜻이다. 이는 아소카대왕을 무우왕(無憂王)’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고유명사는 원어로 불러주는 것이 낫다고 한다. 무우수라고 하는 것은 우리말 이름중의 하나인 순녀(順女)순한 여자로 풀어서 부르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 한다.

 

아소까나무의 꽃은 어떻게 생겼을까

 

아소까나무는 어떤 나무이고 꽃모양은 어떻게 생겼을까. 영문판 위키피다에 따르면 학명은 Saraca asoca이다. 열대우림의 나무로서 데칸 고원에서 부터 중인도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한다.

 

 

 

 

 

아소까나무

사진 http://en.wikipedia.org/wiki/Saraca_asoca

 

 

 

 

 

그런 아소카나무의 특징은 아름다운 꽃잎과 향기로운 꽃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 매우 잘생긴 상록수로서 밀집된 꽃다발로 되어 있다.

 

 

 

 

 

아소까나무의 꽃다발(Ashoka flower bunch)

사진 http://en.wikipedia.org/wiki/Saraca_asoca

 

 

 

 

 

그런데 영문판 위키피디아에 아소까나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개화시기는 대략 2월에서 4월까지이다. 이 아소까나무는 무겁고 무성한 다발로 되어 있는데, 밝은 주황색에서 시작하여 시들쯤에  빨간색으로 변한다.

 

Its flowering season is around February to April. The Ashoka flowers come in heavy, lush 무성한bunches. They are bright orange-yellow in color, turning red before wilting.시들다

(Saraca asoca, http://en.wikipedia.org/wiki/Saraca_asoca)

 

 

개화시기가 2월에서 4월이라면, 라따나경에서 여름이 시작되는 첫더위에 피는 꽃과 시기가 일치하게 된다. 인도에서의 여름은 건기에 해당하는 3월에서 5월이기 때문이다.

 

왕관과 같은 꽃

 

또 하나의 추론은 다음과 같은 삐야닷시 장로 (Piyadassi Thera)가 영문으로 번역한 영문 라따나숫따의 내용에서 알아 볼 수 있다.

 

 

As the woodland groves though in the early heat of the summer month are crowned with blossoming flowers even so is the sublime Dhamma leading to the (calm) of Nibbana which is taught (by the Buddha) for the highest good. This precious jewel is the Buddha. By this (asseveration of the) truth may there be happiness.

(삐야닷시 장로의 영문번역 Ratana sutta, 라따나경-12번 게송)

 

 

삐얏다시장로는 꽃들이 핀 모습이 마치 왕관crowned with blossoming flowers)과 같다고 하였다. 이는 아소까나무의 꽃을 염두에 두고 번역한 것이 아닐까. 인도의 왕들이 썻던 왕관과 아소까나무의 꽃의 이미지가 비슷한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아소까나무

 

 

 

나무위에서 피는 꽃과 최상의 가르침

 

라따나경에서 더위가 시작되는 초여름 키높은 나무위에서 피는 꽃의 예를 들어 부처님의 최상의 가르침을 설명하였다. 

 

그런면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에서 피는 꽃 중에 늦봄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 되기 전에 피어나는 꽃 역시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그런 나무들이 불두화나 층층나무 일 것이다. 이들 꽃들은 절집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 만큼 불교와 인연이 깊은 꽃이기에 대중들이 좋아 하는 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마찬가지로 아소카나무의 꽃 역시 불교와 인연이 매우 깊은 꽃임을 알 수 있었다. 마야부인이 부처님을 출산할 때 한 손으로 아소까나무의 가지를 붙들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꽃 모양이 마치 왕관처럼 다발을 이루고 있어서, 영문판 라따나경에서 왕관과도 같다고 표현하였다. 

 

이렇게 초여름 더위가 시작되는 시기에 피는 꽃인 아소까나무를 염두에 두고 게송을 읊었던 것은 아닐까.

 

 

 

 

 

Vanappagumbe yathā phussitagge               와납빠굼베 야타- 풋시딱게
Gimh
ānamāse pahamasmi gimhe,             기마-나마-  빠타마스밍 기메

Tathūpama dhammavara adesayi             따투-빠망 담마와랑 아데새이

Nibbānagāmi parama hitāya,                  닙바-나가-밍 빠라망 히따-
Idampi buddhe ratana
paīta                  이담삐 붓데 라따낭 빠니-
Etena saccena suvatthi hotu.
                    에떼나 삿쩨나 수왓티 호뚜

 

무더운 여름철이 시작 되면,

키 높은 나무 위에 피어난 꽃처럼,

부처님이 베푼 드 높은 담마는

열반으로 인도하고 최상의 행복을 준다네!

붓다는 이 세상 제일가는 보배!

이러한 진리로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라따나경-Ratana sutta(보배경) 12번 게송, 숫따니빠타에서)

 

 

 

 

2011-05-17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