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나는 존재에서 두려움을 보노라” 브라흐마 바까(Baka) 이야기

담마다사 이병욱 2011. 7. 29. 14:54

 

 

 

나는 존재에서 두려움을 보노라 브라흐마 바까(Baka) 이야기

 

 

 

독송용 자야망갈라가타를 외우기 시작하였다. 이 번에 내 것으로 만들기로 작정하였기 때문이다. 이미 라따나경을 외웠기 때문에 이 번 자야망갈라가타 외우기는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우선 라따나경 보다 게송이 반 정도로 훨씬 적었기 때문이다. 라따나경이 모두 17게송인데, 자야망갈라가타는 9게송으로서 부담이 적었으나 그래도 두 주가 걸렸다. 그렇게 외운 빠알리어 게송은 절대 잊어 버리지 않을 것이다.

 

불교와 사대주의

 

어떤 이는 빠알리에 대하여 폄하하기도 한다. 또 빠알리어 경전을 본다거나 빠알리어 문구를 사용하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스님이나 불자들도 있다. 심지어 빠알리어로 된 경전을 공부한다거나 수행에 대하여 이야기하면 팔리사대주의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는 오랫동안 한자문화권에 익숙해진 탓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빠알리어로 된 경전이나 게송등은 결코 사대주의라 볼 수 없다. 사대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자율적이지 못하고 자국보다 강한 국가, 세력에 복종하거나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주의를 말하는데, 과연 빠알리어 경전을 보는 것이 진짜 그러할까. 오히려 한문경전을 보는 것이 사대주의에 더 가까울 것이다. 더구나 완전히 중국화된 불교야말로 석가모니 부처님조차 배척하는 사대주의 전형일 것이다.

 

빠알리어 경전의 전통을 잘 간직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대국도 아닐뿐더러 우리보다 경제력등 모든 면에서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국가들의 불교를 받아들인다고 하여 이를 사대주의라고 볼 수 있을까.

 

빠알리어 경전과 수행방법을 받아 들이는 것은 사대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불교의 자주화를 실현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왜 그럴까. 그것은 부처님 당시의 불교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근본가르침을 접하였을 때 이를 자주불교라고 하지 사대불교라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빠알리어는 민중어

 

빠알리어 경전은 부처님당시의 언어로 쓰여졌다. 부처님당시에 부처님이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사용한 언어는 민중들이 사용하는 민중어이었던 것이다. 반면 산스크리트어는 브라만들이 사용하는 언어(범어) 이었기 때문에 상층어를 사용하지 않고, 누구나 알아 들을 수 있는 민중들의 말로 설법한 것이다. 그런 언어가 고대 중부인도에서 사용하던 쁘라크리트(prakrit)이었다.

 

빠알리어는 이 쁘라크리트어의 일파이다. 일종의 지방어라고 볼 수 있는데, 학자들은 지금의 서부인도에 해당하는 웃제니(Ujjeni)’지방을 든다.  웃제니는 산치대탑이 있는 곳에서 서쪽으로 200 km위치한 곳이다. 이곳 웃제니에서 스리랑카불교의 시작으로 보는 마힌다 장로가 태어 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웃제니의 말이 스리랑카에 전파 되어 빠알리어라는 이름으로 오늘날 까지 전승되어 왔을 것이다. 마힌다장로는 고대인도 마우리야 왕조의 3대 황제인 아소까대왕의 장남이다.

 

그런 면으로 보았을 때 빠알리어는 부처님이 민중들을 교화하던 언어임에 틀림 없다. 따라서 빠알리어 경전을 접한다는 것은 부처님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는 것과 같은 말이라 볼 수 있다.

 

자야망갈라가타는 빠릿따(paritta, 호신주)

 

비록 지금 부처님이 계시지 않을지라도 빠알리어로 된 경이나 게송을 접하면 마치 부처님이 면전에 보듯이, 마치 바로 옆에서 듣는 것처럼 생생한 느낌을 받는다. 자야망갈라가타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자야망갈라가타를 모두 외우고 매일 틈나는 대로 암송하니 마치 부처님 당시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자야망갈라가타를 접한지 수 년이 되었지만 단지 음악으로 들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마음먹고 외워 보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외워 보려 하니 말이 너무 어려웠다. 너무 길어서 어디에서 끊어야 될지 몰랐다. 그래서 만든 것이 독송용 자야망갈라가타이었다.

 

 

 

독송용 자야망갈라가타(Jayamangala Gatha).doc

 

독송용 자야망갈라가타(Jayamangala Gatha.pdf

 

 

 

인터넷시대에 자야망갈라가타는 음악으로도 들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생소한 게송이지만 테라와다전통의 불교국가에서는 매우 유명한 곡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이 곡은 우리나라의 천수경처럼 예불문일뿐만아니라 수호경으로도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야망갈라가타와 같은 게송을 빠알리어로 빠릿따(paritta)’라 부르는데, 이를 번역하면 호주(護呪)’ 또는호신주(護身呪)’라 하고, 영어로 ‘protective sutta’ 라 한다. 아마도 수호경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기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야망갈라가타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까.

 

 이 위대한 힘으로

 

자야망갈라가타에는 모두 여덟 개의 내용이 들어 있다. 그 내용을 보면 부처님을 해치려 하거나 모함하려 하거나 시험하려 하는 것등인데,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인내와 지혜와 자애, 신통등으로 극복하여 복종시켰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그런 부처님의 행운과 승리가 내게도 임하기를 바라는 것이 수호경 내지 호신주로서 사용되고 있다고 본다.

 

수호경으로서 테라와다전통의 불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여덟가지 이야기에 대하여 몇 차례 글을 올렸다. 모두 경전적 근거가 있는 이야기로서 부처님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건들이다.

 

그런 이야기중에 우리나라 불자들에게 전혀 생소한 것이 바까이야기이다. 그런데 마하시 사야도의 법문집을 보다가 바까이야기를 발견하였다. 그렇다면 바까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여덟가지 이야기에 대한 것을 표로 만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자야망갈라가타의 여덟이야기

게송

등장캐릭터

구 분

극복방법

경전적 근거

1

마라

(Māra)

악마

자비로운 가르침으로서

(Dānādi dhamma )

성도

2

알라와까(aavaka)

야차

인내와 자제로서

(Khantīsudanta)

숫따니빠따, 알라와까경

3

날라기리

(Nālāgiri)

코끼리,

데와닷따가 술을 먹임

자비의 세례로서

(Mettambuseka)

담마빠다(법구경) 17번 게송

4

앙굴리말라

(Angulimāla)

인간,

살인마

마음에 갖춘 신통력으로서

(Iddhī’bhisakhatamano)

담마빠다(법구경) 173번 게송

5

찐짜

(Ciñcā)

인간,

가짜임신녀

고요함과 부드러움으로서

(Santena soma)

담마빠다(법구경) 176번 게송

6

삿짜까

(Saccaka)

인간,

교만한 자이나교도

지혜의 불 밝혀서

(Paññāpadīpajalito)

1)쭐라삿짜까경(MN25, Cula-saccaka sutta)

2)살차경(잡아함경(110)

7

난도빠난다

(Nandopananda)

,

간교한 영험한 삿된 존재

신통력 보이시어

(Iddh’ūpadesa )

청정도론, 12

8

바까

(Baka)

천신,

영원론자 대범천

지혜의 의약으로서

(Ñāāgadena )

1)바까범천경(Bakabrahma Sutta(SN.i.142)

2)범천초대경(Brahmanimantanika Sutta, M.i.330)

 

 

 

위 게송을 보면 악마에서 부터 꼬끼리, 인간, , 범천까지 매우 다양함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여덟가지 게송은 모두 부처님의 행운과 승리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각 게송의 말미에 반드시 땅 떼자사 바와뚜 자야망갈라니(Ta tejasā bhavatu me jayamagalāni)”라는 후렴구가 붙는다.

 

이를 해석하면 이 위대한 힘으로 승리의 행운 제게 임하길 바라옵니다라는 내용이다. 따라서 전형적인 수호경 또는 호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유통분을 보면

 

더구나 마지막 아홉번째의 게송을 보면 마치 대승경전에서 유통분을 보는 것 같은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Etāpi/ Buddha-jaya-magala-aṭṭha-gāthā              에따-/ 붓다  자야  망갈라  앗타  ~~

Yo/ vācako / dinadine/ sarate/ matandi                 / ~짜꼬/ 디나디네/ 사라떼/ 마딴디-

Hitvān a neka-vividhāni cupaddavāni                      히뜨와~안 아네까  위위다~/ 쭈빳다와~

Mokkha/ sukha/ adhigameyya/ naro /sapañño 목캉/ 수캉/ 아디가메이야/ 나로/ 사빤뇨

 

이 부처님의 승리의 행운을 나타내는
여덟 게송을 매일매일 게으름 없이 독송하면
하나 아닌 수많은 불행을 극복하고
슬기로운 자 해탈과 지복 얻을 것이 옵니다.

(자야망갈라가타, 9번 게송)

 

 

 

금강경에 수지독송을 강조하는 대목이 여럿있다. 마찬가지로 자야망갈라가타의 마지막 게송에서도 독송의 공덕을 강조하고 있다. 이 여덟개의 게송을 매일 매일 꾸준히 독송하면 수 많은 불행을 극복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탈(Mokkhaṃ)과 행복(sukhaṃ)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존재에서 두려움을 보노라

 

그런 여덟가지 이야기중에 마지막 여덟번 째의 바까(Baka)이야기를 마하시 사야도의 법문집인 빠띳짜사뭅빠다(paticca-samuppada, 12연기)에서 발견하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바까(BAKA)범천 이야기

 

 

* 이 바까(Baka) 범천의 이야기는 『상응부』「바까범천경(Bakabrahma Sutta(SN.i.142) 「범천초대경(Brahmanimantanika Sutta(M.i.330)에 나온다.

 

 

윤회를 끝내기위해 맨 먼저 해야 할 것은 그 근본 원인, 즉 무명(無明)을 없애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무명에 뒤이어 반드시 상카라[], ()등이 수반되고 늙음· 죽음[名色]이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이는 욕계는 물론 색계범천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진리입니다.

 


옛날 바까(Baka)라는 대범천이 있었습니다. 그는 수많은 겁()에 걸쳐 너무나 오래 살았습니다. 참으로 너무나 오래 살아 결국에는 자신의 전생을 잊어버리고 늙음이나 죽음이 없는 자신의 불멸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의 전도된 생각을 없애주고자 바까범천의 거처로 가셨습니다. 범천은 부처님의 방문을 환영하고는 자신의 영원한 삶을 자랑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범천의 무명은 무상, 늙음, 죽음을 부정하는 것이므로 끔찍스러운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은 범천이 오래 살아올 수 있게 한 선업을 밝히셨고 이러한 너무나도 오랜 수명으로 자기 전생을 잊어버리고 자신이 불멸한다는 전도된 생각을 가지게 된것이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듣자 바까범천은 자신의 전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까범천은 여전히 교만하였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고 부처님과 다른 범천들 눈앞에서 사라지고자 했지만 허사였습니다.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범천은 여전히 모습을 나타낸채로 있었던것입니다.

 

 

*『상응부』주석서(SA.i.208)에 따르면, 전생에 바까 범천은 선정을 닦아 사선(四禪)의 경지에 해당하는 수명이 오백겁인 광과천(廣果天 Vehapphalā devā)에 태어났다. 그 다음에 삼선(三禪)의 경지에 해당하는 수명이 60십겁인 변정천(邊淨天 Subhakiṇṇā devā)에 태어났고, 그 다음에 이선(二禪)의 경지에 해당하는 수명이 8겁인 극광천(極光天 Ābhāssarānā devā)에 태어났다. 그리고 나서 초선(初禪)의 경지에 해당하는 수명이 일겁인 범천계에 태어났다. 그는 이렇게 윤회하면서 그것을 잊고 상견(常見)을 지니게 되었던 것이다.

 

 

그때 부처님은 다음 게송을 읇으셨습니다.

 

 

 

Bhavevāham bhayam

disvā bhavan ja vibhavesinam

bhavam nābhivadim kiñci

nandincana upādiyim

 

 

나는 존재에서 두려움을 보노라

존재하지 않음을 구하는 자들에서 존재를 보노라.

어떤 존재도 나는 환영하지 않고

즐김을 움켜쥐지도 않는다.(M.i.330)

 

 

 

바까범천과 다른 범천들은 너무나 오래 살아 자신들의 존재와 거처가 영원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건강, 부귀, 명예, 성공따위의 축복받은 삶을 누리는 사람들은 삶의 괴로움들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하지만 욕계, 색계, 무색계라는 삼계(三界)의 모든 삶은 괴로움입니다. 색계나 무색계에 있는 선인(rishi), 즉 범천은 여러 겁을 살겠지만 그들도 언젠가 죽지 않으면 안됩니다.

(마하시 사야도 법문집, paticca-samuppada)

 

 

 

브라흐마(Brahma), 브라흐만(Brahman), 브라흐민(Brahmin)

 

이 바까(Baka)이야기에 대한 게송은 자야망갈라가타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Duggāha-diṭṭhi-bhujagena/ sudaṭṭha-hattha        둑가~  딧티  부자게나/ 수닷타  핫탕

Brahma / visuddhi-jutim-iddhi-bakābhidhāna      브라흐망/ 위숫디  주띰  이디  바까~비다~

Ñāāgadena / vidhinā jitavā munindo                       ~~가데나/ 위디나~/ 지따와~/무닌도

Ta-tejasā/ bhavatu  /te  /jaya-magalāni                떼자사~/ 바와뚜/ / 자야  망갈라~

 

청정하고 빛나고 위력 있는 범천 바까가
삿된 생각의 뱀에 손 물렸을 때,
성자들의 제왕 지혜의 의약으로 섭수하셨네.
이 위대한 힘으로 승리의 행운이 제게 임하길 바라옵니다.

(자야망갈라가타, 8번 게송)

 

 

 

 

 

이 게송에서 부처님은 범천 바까에게 지혜의 의약(Ñāāgadena)을 주셨다고 하였다. 여기서 범천은 빠알리어로 브라흐마(Brahma)라 한다.

 

고대인도에 있어서 브라흐마(Brahma)’는 범천으로 한역되고, 창조신을 말한다. 범아일여에서 말하는 바로 그 신을 말한다. 반면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브라흐만(Brahman)’이 있는데, 이는 전지전능하고 초월적인 존재를 말한다. 한편 브라흐민(Brahmin)’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재관을 말한다. 경전에서 사성계급의 하나이다.

 

형성되어진 모든 것들은

 

부처님은 단견(斷見)과 상견(常見)을 배격하였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는 단멸론(단견)과 자아와 세상은 영원할 것이라는 영속론(상견)은 삿된 견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디가니까야의 브라흐마잘라경(Brahmajāla Sutta , 범망경, D1)에서 보는 62가지 견해에서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대신 부처님은 형성되어진 모든 것들(유위법, 상카라)은 무상하고, 무아이고, 괴로움이라고 설하였다. 따라서 고정된 실체는 아무것도 없고 다만 조건 지워져 상속되는 연기적 흐름일 뿐이라고 연기법적으로 설명하였다.

 

마찬가지로 범천 역시 연기법의 테두리에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천은 너무 오래 살다 보니 마치 영원히 사는 것처럼 착각하여 잘못된 견해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범천에 대하여 부처님은 바른 가르침을 주었는데, 이것은 마치 아픈 환자에게 주는 약과 같은 지혜이었다.

 

바로 그런 부처님의 지혜의 힘에 의한 승리와 행운이 나에게도 임하기를 바라는 것이 여덟번째 게송인 바까범천이야기이다.

 

 

이 게송에 대한 음악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자야망갈라가타 8번 게송, Imee Ooi창송

 

 

 

 

2011-07-29

진흙속의연꽃

독송용 자야망갈라가타(Jayamangala Gatha.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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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송용 자야망갈라가타(Jayamangala Gatha).d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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