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앞에 무릎꿇은 시장을 보고, 강만수에 대한 이외수의 승리
선거철이 되면
사는 곳에 시의원이 누구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누가 되었든지간에 그들의 얼굴은 익숙하다. 보수정당을 배경으로 한 사람과 진보정당을 배경으로 한 사람이 선거철만 되면 아침에 열심히 얼굴을 알리고 돌아 다녔기 때문에 그 중에 한명일 것임에 틀림없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래 그들은 업치락 뒤치락 하며 번갈아 시의원을 하였다. 그런 그들을 요즘에 볼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이른 아침 공원에 나타나서 얼굴알리기를 시작 할 때 쯤 되면 선거가 머지 않았다는 신호이다. 그렇게 몇 주 고생해서 몇 년간 벌어먹고 사는 선거형식이 매번 반복되고 있다.
신조어 강만수와 이외수
지난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었다. 서울시민 뿐만 아니라 전국민의 관심사가 되어 버린 선거에서 시민을 대표하는 후보가 이겼다. 그것도 큰 표 차이로 여유있게 따 돌렸는데, 매스컴에서는 이에 대하여 여러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런데 이번 선거를 보면서 느낀 점은 지역과 세대와 종교의 차이가 크게 부각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신조어 ‘강만수’를 만들어 보았다. 그리고 이에 대항하여 또 ‘이외수’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보았다. 이런류의 신조어는 이미 여러가지 이름으로 나와 있다. 대표적으로 고소영, 강부자를 들 수 있다.
이런 신조어의 특징은 MB정권이 들어선 이래 특권층을 일컫는 말이다. 닭들이 모이를 찾아 먹듯이 그들끼리 헤쳐 먹는 것을 빗대어 새로 생겨난 신조어이다.
그렇다면 강만수와 이외수는 무슨뜻인가. 이번선거의 특징과 신조어를 빗대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강남3구이어서 ‘강’
첫째, 이번 선거의 결과 서울에서 지역에 따른 투표성향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이른바 강남3구와 그 외 지역이다. 일반적으로 중산층 이상 부자들이 몰려 산다는 강남3구의 경우 보수정당의 아성이다. 그래서 선거때만 되면 변함없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 주는 정당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압도적으로 밀어 주었다. 반면 강남3구와 일부 구를 제외한 전지역에서는 시민대표를 밀어 주었다. 이렇게 강남3구와 비강남3구가 뚜렷이 구분되기 때문에, 강남3구에서 ‘강’자를 따와 강만수의 ‘강’자로 활용하였다.
많이 가져서 ‘만’
둘째, 이번 선거는 세대대결 양상을 보여 주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매스컴에서는 ‘세대반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는 20대, 30대, 40대의 표가 시민후보게 압도적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50대, 60대, 70대의 경우 보수정당의 후보를 지지해 주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나이가 든 세대의 경우 보수적이고, 젊은 층의 겨우 진보적이라는 것을 세대별 투표행태를 보고 유추해서 알 수 있다.
이렇게 젊은 세대가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발버등을 쳐보아도 전 세대들이 향유하였던 중산층 이상의 꿈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의 발로 때문이라 한다.
특히 40대의 경우 우리사회의 중추라 볼 수 있는데, 이들 마저 반란에 동조한 이유는 전세대와 비교하여 더 이상 계층이나 신분상승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는 지괴감 때문이라 한다.
그에 비하면 현재의 50대, 60대, 70대의 경우 고속성장시대에 중산층의 꿈을 이루어 보았고, 더구나 가지고 있는 재산과 사회적 지위도 있어서 우리사회에 있어서 기득권층이라 볼 수 있다.
이처럼 50대이상은 재산과 사회적 지위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상태가 변화없이 “지금 이대로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보수화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시니어 세대가 보수기득권층을 대변하는 보수정당의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이번 서울시정 보궐선거에서도 보수기득권층은 투표로서 존재과시를 하였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성이다.
“많이 가졌다”는 뜻은 영어에서도 볼 수 있다. 영어에서도 ‘많이 가졌다’는 뜻의 ‘many’가 있는데, 이는 한글 ‘많이’라는 말과 어감이 비슷하다. ‘많다’라는 뜻은 한자로 ‘만(滿)’이라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말의 ‘많이’와 영어의 ‘many’, 한자어의 ‘만(滿)’은 어감뿐만아니라 발음도 비슷하다.그래서 ‘많이 가진자’라는 뜻에서 ‘만’자를 강만수의 ‘만’자로 활용하였다.
예수의 ‘수’
세번째로 이번 선거의 특징중의 하나는 대형교회 목사들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 있었다는 것이다. 어느 대형교회 목사는 “심장부와 같은 서울에 사탄·마귀에 속한 사람이 시장이 되면 어떻게 하나”라고 자신의 교회에서 선거를 불과 몇일 앞둔 일요예배시간에 설교를 했다는 것이다. 이는 일부 기독교목사들이 보수화된 기득권층을 대변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일 것이다.
실제로 선거 때만 되면 일부 목사들은 자신의 종교를 믿는 후보에 대하여 노골적으로 지지를 호소하는가 하면, 자신의 종교를 믿지 않는 후보나 진보성향의 후보에게는 친북좌파라는 딱지를 붙여 주면서 편가르기를 해 왔다. 특히 강남에 기반을 둔 대형교회의 경우 MB정권이 들어선 이래 최고의 호강을 누리고 있는데, ‘고소영’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이다.
한국사회에서 교회를 다니지 않으면, 그것도 강남의 대형교회에 다니지 않으면 출세할 수 없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구에 회자 되고 있는데, 이는 강남이라는 지역기반위에 많은 것을 가진 보수기득권층의 종교가 바로 기독교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그래서 기독교의 ‘예수’에서 ‘수’자를 따서 강만수의 ‘수’자로 활용하였다.
비강만수는 ‘이외수’
이렇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강만수’대 ‘비강만수’의 대결이었다. 결국 비강만수가 이겼는데, 비강만수는 강남 이외의 지역이고, 많이 가진자들 이외의 사람들이고, 불법과 탈법으로 일관하는 강남부자들이 믿는 예수 이외의 종교신봉자들이기 때문에, 비강만수는 모두 강만수의 이외의 사람들이 된다.
그래서 ‘강만수’는 강남3구에 살며, 많은 돈과 지위와 권력을 가지고, 예수를 믿으며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강만수이외의 사람들의 숫자는 모두 ‘이외수’이다.
정치인들의 ‘민생쇼’
이번 선거는 이외수가 강만수를 이겼다. 강만수 이외의 사람들인 강남 이외의 사람들이 시민후보를 서울시장으로 뽑은 것이다. 그런 신임서울 시장의 첫 출근 행보가 인구에 회자 되고 있다.
뉴스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의 첫 날 일정은 새벽에 노량진 수산시장 방문으로 시작하여 오후에 ‘쪽방촌’을 찾아 마무리 하였다고 한다. 이런 행사에 대하여 정치쇼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정치인들의 ‘민생쇼’를 많이 보아 왔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선거를 앞두고 열심히 소외지역을 찾아 다닌다. 또 권력자가 위기에 몰렸을 때 찾는 곳도 재래시장이나 국밥집, 떡복이집과 같이 서민들의 고달픈 삶의 현장이다. 이처럼 정치인들은 표를 의식하여 필요에 따라 서민들이 살고 있는 곳을 찾아 ‘서민체험’을 하곤 하는데, 이는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를 제고 하기 위한 정치쇼 내지 민생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관점이다.
정치인들이 서민을 찾는 것은 주로 선거가 코 앞에 닥쳤을 때이다. 그래서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원순시장은 선거가 다 끝난 다음에 서민들의 삶의 현장을 찾았다. 만일 표를 의식하였다면 선거전에 찾아 이미지 제고용으로 활용하였을 것이다. 바로 이런 점이 기성정치인과 다른 모습이다.
인상적인 사진을 하나 발견하고
이처럼 박시장은 선거가 다 끝난 후 서민들이 사는 곳을 첫 출근하던 날 찾았는데, 인상적인 사진을 하나 발견하였다. 그것은 어느 쪽방촌에서 박시장이 무릎을 꿇고 앉아서 서민의 말을 경청하는 사진이었다.
쪽방촌의 박원순시장
무릎을 꿇고 서민의 하소연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 : 박원순 첫날 '시민과 함께' 민생행보(종합2보), 연합뉴스 2011-10-27
사진을 보면 불과 한평 남짓 보이는 쪽방촌에 사는 ‘조손(祖孫)가정’처럼 보인다. 조손가정이란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손자를 말한다. 이처럼 어렵게 사는 가정을 방문하여 무릎을 꿇은 자세로 서민의 애환을 경청하는 자세가 인상적이다.
서민앞에 무릎꿇은 시장
기사에 따르면 이날 박시장은 영등포 쪽방촌 생활현장을 찾았는데, 박시장은 쪽방촌의 현황과 주민들의 바람에 대한 내용을 귀담아 들으며 메모했다고 한다. 그리고 간간이 유머와 질문을 섞어가며 자칫 딱딱해 질 수 있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영등포 쪽방촌 같은 취약한 생활지역 거주자의 월동 대책ㆍ주거ㆍ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고 기사에서 전한다.
박시장의 첫 출근일 행보가 어떤 이들에게는 기존 정치인이 했던 것처럼 정치쇼, 민생쇼로 비추어 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정치인들이 단지 표를 의식하여 투표 바로 전에 민생현장을 찾은 것과 다르다. 선거가 끝난 다음 날 찾은 것이 기성정치인과 다르고, 더구나 기성정치인과 가장 다른 것은 서민앞에서 무릎을 꿇었다는 사실이다.
이제까지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하여 유권자들에게 ‘큰절’을 하고, 기도회에서 목사앞에 무릎을 꿇는 장면을 많이 보아 왔지만, 서민들에게 무릎을 꿇은 것은 보지 못하였기 떄문이다.
강만수에 대한 이외수의 승리
때로 한장의 사진이 모든 것을 말해줄 때가 있다. 4.19혁명을 이끌어 낸 것도 윤주열 열사의 최루탄이 박혀 죽은 한장의 사진이었고, 6.10항쟁을 이끌어 낸 것도 피를 흘리며 쓰러진 학우를 안고 망연자실한 모습을 한 한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비록 첫 출근일 민생현장을 방문하여 서민 앞에 무릎꿇은 시장의 한장이 민생쇼로 비추어져 보일지라도, 투표다음의 행태이기 때문에 진정성이 보였고, 더구나 시민앞에서 무릎을 꿇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사회, 우리나라의 앞날을 조심스럽게 기대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면에 있어서 이번 선거는 강만수에 대한 이외수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2011-10-29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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