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지순례기

해동용궁사 바위에 새겨진 출처불명의 법구경 게송

담마다사 이병욱 2011. 11. 6. 17:11

 

 

 

해동용궁사 바위에 새겨진 출처불명의 법구경 게송

 

 

 

 

공간이동 하듯이

 

KTX를 처음 타 보았다. KTX가 개통된 지 여러 해 되었지만 KTX를 탈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절 인연이 되어 KTX를 타고 부산에 가게 되었다. 당일치기 관광여행이다.

 

광명역에서 부산까지는 2시간 30분 가량 걸렸다. 의자에 몸을 싣자 마치 공간이동하듯이 삽시간에 부산에 내려다 주었다. 그런 부산은 처음이 아니다. 이러 저로한 이유로 이미 여러 번 가 본 곳이다.  그래서 낯 설지 않다. 이번 관광도 마찬가지이다. 해운대태종대’는 빠지지 않는다.

 

부산시티투어버스로

 

이번 부산관광은 부산시티투어버스를 활용하였다. KTX가 도착하고 출발하는 부산역에 위치한 시티투어버스는 만원만 내면 해운대와 태종대를 갈 수 있는데, 40분 간격으로 운행되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야경코스가 별도로 있었다.

 

 

 

 

 

 

먼저 해운대코스부터 가 보았다. 부산을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가 보는곳이다. 동백섬과 멀리 보이는 오륙도가 일품인데, 설명에 따르면 세계적인 해수욕장 중의 하나라고 한다.

 

해운대는 가을이어서일까 사람들이 그 다지 많지 않다. 주로 관광온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가는 장소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해운대 해수욕장

 

 

 

가을의 해운대는 그다지 볼 것이 없다. 그래서 부근의 사찰을 보기로 하였다. 그래서 같은 해운대구에 있는 해동용궁사에 가 보았다.

 

해동용궁사 가는 길은 해운대역에서 버스를 타고 약 30여분 가야 한다. 기장방면으로 도심을 벗어나 있다. 한 적한 곳에 내려서 해안으로 걸어가면 바위와 바다가 어우러진 곳에 용궁사가 자리하고 있다.

 

 

 

 

 

 

 

 

해동용궁사에서

 

용궁사는 관광지와 다름없다. 토요일이어서일까 관광버스를 대절한 수 많은 관광객과 참배객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금발의 외국인들이 많이 보였는데, 아마도 부산이 국제항이라서 외국인들의 출입이 잦아서 일 것이다.

 

 

 

 

 

 

 

 

 

 

 

 

 

 

 

 

 

 

 

 

 

 

 

 

 

 

 

 

 

 

 

 

 

 

 

용궁사에는 관람객들의 주의를 끌만한 세심한 배려가 눈길을 끌었다. 거대한 금빛 모양의 포대화상, 그리고 황금 복돼지상, 득남 포대화상등 모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대상들이었다.

 

 

 

 

 

 

 

 

 

 

 

 

 

 

 

이처럼 관람객들에게 볼 거리를 많이 제공해서인지 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는데, 좋은 문구가 들어간 말씀을 새겨 놓은 바윗돌도 눈에 띄었다. 그 중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각종 시비에 관한 것이었다. 그 중 관심있게 본 것은 법구경의 게송이었다.

 

출처불명의 법구경 게송

 

대승불교를 표방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찰에서 법구경의 게송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왕래하는 절의 입구 바위에 새겨진 법구경의 문구를 보자 매우 반가웠다. 그런 법구경은 사성제, 팔정도등 부처님의 근본가르침에 대한 사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법구경은 부처님당시 부터 전해 오던 경구나 부처님 말씀을 423개의 게송으로  구성된 것으로서 초기불교경전 가운데 가장 고층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부처님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긴 법구경의 한 게송이 바윗돌에 새겨져 오가는 사람들에게 볼 수 있게 해 놓았다는 것은 절에 대하여 매우 친밀감을 갖게 해 주었다. 그런 게송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내가 이세상에 올때는 어느곳으로 부터 왔으며

죽어서는 어느 곳으로 가는고!

재산도 벼슬도 모두 놓아두고

오직 지은 업을 따라갈 뿐이네.

법구경~ 에서.

 

 

이것이 바위에 새겨진 내용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위 내용과 같은 게송을 찾기 위하여 가지고 있는 법구경 파일에서 빠르게 눈으로 스캔하였다.

 

아무리 읽어도 비슷한 게송이 보이지 않는다. 키워드로 검색해도 나오지 않아서 다른 역자의 법구경을 참고해 보았다. 역시 발견할 수 없었다. 대체 바위에 새겨진 내용은 어떤 법구경을 근거로 한 것일까. 법구경 게송에 대한 넘버라도 적어 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것도 없고 단지 법구경~ 에서라고 표기 되어 있다.

 

선사들의 법문을 들어보면

 

우리나라 선사들의 법문을 들어보면 경전을 인용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업이나 인과에 대하여 이야기 하지만 어느 경전을 근거로 하는 것인지 정확하게 밝히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다보니 법문중에 신변이야기나 자신의 이야기 위주로 흘러 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점은 기독교에서 목사들이 설교할 때 아무리 짧은 구절일지라도 바이블의 몇장 몇절을 밝히는 것과 크게 대조 된다.

 

이는 선불교가 불립문자를 표방하고 있는 것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여진다. 그래서 부처님의 진실한 가르침은 문자와 언어를 떠나서 오로지 마음으로만 알 수 있다는 조사스님들의 가르침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용궁사의 바위돌에서 보는 법구경 게송에 대한 넘버가 표기 되어 있지 않고 단지 법구경~ 에서라고 표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빠알리 문헌 약어표

 

하지만 초기불교경전이 소개된 요즘 왠만하면 경전적 근거를 밝히는 경향이 있다. 이는 철저하게 경전을 근거로 하여 말하기 때문이다. 경전에 근거하지 않은 말은 모두 자신의 견해로 간주 되어 버리기 때문에 경전적 근거를 드는 것이다. 또 글을 쓸 때도 경전적 근거를 밝히는 것이 일반화 되었는데, 예를 들어 법구경의 게송을 활용하였다면 Dhp라는 약어를 사용한다. 게송 1번에 관한 것이라면 ‘Dhp1’로 표기 한다.

 

참고로 빠알리 경전에 대한 약어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빠알리 문헌 약어표(Abbreviations used in Pali texts)

 

No

경전이름

약어

1

앙굿따라 니까야

Anguttara Nikaya

AN (or A)

2

쭐라왁가

Cullavagga

Cv

3

담마빠다(법구경)

Dhammapada

Dhp

4

담마빠다 주석

Dhammapada-atthakatha

DhpA

5

디가 니까야

Digha Nikaya

DN (or D)

6

이띠웃따까

Itivuttaka

Iti

7

쿳다까빠타

Khuddakapatha

Khp

8

쿳다까빠타 주석

Khuddakapatha-atthakatha

KhpA

9

쿳다까 니까야

Khuddaka Nikaya

KN

10

밀린다팡하

Milindapañha

Miln

11

맛지마 니까야

Majjhima Nikaya

MN (or M)

12

마하왁가

Mahavagga

Mv

13

닛데사

Niddesa

Nd

14

마하닛데사

Mahaniddesa

Nm

15

쭐라닛데사

Culaniddesa

Nc

16

뻬따왓뚜

Petavatthu

Pv

17

숫따 니빠따

Sutta Nipata

Sn

18

상윳따니까야

Samyutta Nikaya

SN (or S)

19

테라가타

Theragatha

Thag

20

테라가타 주석

Theragatha-atthakatha

ThagA

21

테리가타

Therigatha

Thig

22

테리가타 주석

Therigatha-atthakatha

ThigA

23

우다나

Udana

Ud

16

위마나왓뚜

Vimanavatthu

Vv

출처: http://www.accesstoinsight.org/abbrev.html

 

 

위 표에서 가장 혼동하기 쉬운 것이 상윳따니까야와 숫따니빠따의 기호에 관한 것이다. 상윳따니까야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S로 표기하나, 외국의 경우 SN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SN으로 표기할 경우 숫따니빠따와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잘 보면 숫따니빠따의 경우 약어가 Sn으로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문자S와 소문자n으로 표기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숫따니빠따에 실려 있는 라따나경(Ratana Sutta, 寶石經)의 경우 Sn2.1로 표기 된다. 이는 숫따니빠따의 두 번째 왁가(Vagga, )에서 첫 번째 경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SN(상윳따니까야) Sn(숫따니빠따)으로 구별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조록의 저승사자이야기

 

초기경전은 모든 불교의 뿌리와 같다. 종종 선사들이 법문을 할 때 예를 들어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도 예외없이 초기경전에 실려 있는 내용들이다. 그런 대표적인 예가 하나 있다.

 

불교tv사이트에서 불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스타스님의 법문을 들었는데, 그 스님은 마조록에 실려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마조스님의 옆에 태안사라는 절에 출가 한지 40년이나 되는 주지가 살았는데, 마음법을 깨치지 못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저승사자’가 들이닥쳤다는 것이다.

 

저승사자는 다짜고짜 “가자”라고 말하면서 데려 가려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 주지스님은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면서 단 하루만 여유를 달라고 간청 하였다.

 

간신히 하루를 유예한 그 주지스님은 마음법을 깨치지 못하였으므로 저승에 가는 것이 몹시 두려웠다는 것이다. 학식이나 말재간을 가지고 있어서 생계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생사일대사 문제를 해결 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인근의 마조도일스님을 방문하여 사정을 이야기 하고 살려 달라고 애원 하였다. 그러자 마조스님은 자신을 믿고 자신의 옆에 하루 동안 앉아 있으라고 말하였다.

 

마침내 저승사자가 당도 하였는데 두분의 스님의 눈에는 저승사자가 보였으나, 저승사자의 눈에는 두분의 스님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승사자는 그대로 돌아 가고, 태안사 주지스님은 간신히 죽음을 모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법문의 취지는 무엇을 말할까. 스님은 분별하지 말라고 하였다. 옳다 그르다를 분별하게 되면 업을 짖게 되어 윤회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놓아 버리는 공부, 쉬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오리지날을 보면

 

그런데 마조록에 실려 있는 내용과 비슷한 이야기를 초기경전 도처에서 발견하였다. 가장 고층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법구경과 상윳따니까야에 이와 유사한 내용이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법구경에 실려 있는 내용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Yathā pubbulaka pass     야타 뿝불라깡 빠쎄

yathā pass marīcika       야타 빠세 마리찌깡

eva loka avekkanta    에왕 록깡 아웩칸탕

maccurājā na passati         맛쭈레자 나 빠싸띠.

 

만일 누구든지 간에 세상 보기를 물거품같이 보고

자기 마음을 아지랑이 같이 본다면

그의 발자취, 마라도

그 주인을 찾지 못하리.

(Dhp170)

 

 

게송에서 마라는 마조록의 저승사자와 같은 것임을 알 수 있다. 마라가 그 주인(, 재생연결식)을 찾지 못한 것은 더 이상 나고 죽게 만드는 업을 짓지 않아서이다. 이는 완전한 열반을 의미한다.

 

이 법구경 게송과 마조록의 이야기는 너무나 유사하다. 그렇다면 어느 것이 더 오리지날 이라고 볼 수 있을까. 당연히 법구경이다. 법구경은 부처님당시 부터 유통 되던 가르침이고 마조록은 그로부터 천년도 훨씬 넘은 시점에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구업(口業)을 짓지 않기 위하여

 

글을 쓰면서 수 많은 실수를 한다. 어법이나 문법이 틀린 경우도 있고, 전문용어를 잘 못 사용하였을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 의미가 180도 뒤집힌 경우도 있었더. 이런 경우 누군가 지적해 주지 않으면 잘못된 채로 인터넷의 바다에 떠 다니게 되어 있는데, 이는 커다란 구업(口業)’을 짓는 것이라 본다. 그래서 누군가 잘못을 지적해 주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올려진 글은 언제든지 고칠 수 있다. 하지만 돌에 새겨진 것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용궁사 바위에 새겨진 법구경의 게송 또한 고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용궁사를 다녀간 수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게시판이나 블로그, 카페등에 위 게송에 대한 문구를 그대로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법구경 423게송에 대한 것을 공유하면 다음과 같다.

 

  담마빠다전문(빠알리-영어-한글).hwp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쳐야 한다. 고치지 않으채로 방치되어 있다면 커다란 구업을 짓는 것이라 본다.

 

 

 

2011-11-06

진흙속의연꽃

 

담마빠다전문(빠알리-영어-한글).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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