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타력과 자력의 차이, 장자궁자 이야기(법화경)와 꿈바고사까 이야기(Dhp24)

담마다사 이병욱 2012. 2. 2. 11:36

 

 

타력과 자력의 차이, 장자궁자 이야기(법화경)와 꿈바고사까 이야기(Dhp24)

 

 

 

 

Uṭṭhānavato satīmato                   웃타나와또 사띠마또

sucikammassa nisammakārino            수찌깜마싸 니삼마까리노

saññatassa dhammajīvino               산냐따사 담마지위노

appamattassa yaso bhivaḍḍhati         압빠맛따싸 야소 비왓다띠.

 

누구든 간에 마음 집중을 효율적으로 실천하고

행동은 순수하며 마음은 자제력이 있고

매사에 사려 깊으며 법다운 생활을 하면

명예와 존경은 착실히 늘어난다.

(법구경 Dhp24, 거해스님)

 

 

Assiduous and mindful,
pure kamma making, considerate,
restrained, by Dhamma heedful living,
for one such spread renown.

(Buddhanet)

 

 

勤奮持正念(念住),約己守正行,

正命辨善惡,精進善名揚。

(法增比丘譯-Dhammavaro Bhikkhu

 

 

 

법구경 게송 24,  꿈바고사까(Kumbhaghosaka) 은행가 이야기

 

 

부처님께서 웰루와나 수도원에서 계시던 어느 때, 은행가의 아들 꿈바고사까와 관련하여 게송 24번을 설법하시었다.

 

어느 때 라자가하 시내에 유행병이 퍼진 적이 있었다. 그 병은 라자가하의 유명한 은행가의 집에도 닥쳐와 먼저 심부름하는 사람들이 병에 걸렸고, 나중에는 주인 내외까지도 병에 걸리고 말았다.

 

은행가 내외는 중병에 걸리자 아들을 어느 친척 집으로 대피시켰다. 그들은 아들에게 유행병이 사라질 때까지 거기에 있으라고 이르고, 자기들이 숨겨 둔 황금과 보석이 있는 곳을 가르쳐 주었다.

 

그들은 아들이 다시 돌아왔을 때 자기들이 살아 있지 못하면 아들이 그 재산을 찾아내어 다시 가업을 일으켜 줄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유행병이 완전히 사라져서 그 은행가의 아들이 다시 옛집으로 되돌아왓을 때는 상당한 세월이 흐른 뒤였다. 떠날 때 어린아이었던 그는 이제 성년이 되었기 때문에 옛 친지들조차도 그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그는 옛날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들은 곳으로 가서 보물을 찾아보았다. 다행이도 보물은 아무도 손댄 흔적이 없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이곳에 온 낯선 젊은이가 옛날 많은 재산을까졌던 은행가의 아들이라고 믿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자기가 갑자기 이 재산을 꺼내어 쓴다면 사람들로부터 의심을 받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산을 몰수당할지도 모르며 심지어는 절도 혐의를 받을 수도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우선 일꾼이 되어 일자리를 찾아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찾은 일거리는 인간 시계의 역할이었다. 그는 아침마다 일꾼들을 깨워서 일터로 보냈고, 또 시간에 맞추어 식사 때를 알려 주었으며, 언제 어느 때까지 무슨무슨 준비를 해야 한다는 등등, 인간 시계 역할을 맡아 일을 잘해나가고 있었다.

 

어느 날의 일이었다. 그는 아침 일찍 일꾼들을 큰 소리로 깨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소리를 라자가하의 빔비사라 국왕이 듣게 되었다. 왕은 목소리를 듣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의 운명을 알아내는 이상한 재능이 있었다.

 

왕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대단한 재산가여야 할텐데 웬일인지 저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아침에 일꾼들을 깨우는 일이나 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왕은 사람을 보내어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도록 일렀다.

 

그렇게 해서 왕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일꾼들 중의 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게 되었다. 그래도 왕의 의심은 풀리지 않았다. 왕은 자기의 판단에 의하면 그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마땅히 부유한 생활을 하게 되어 있다고 세 번이나 거듭 말하면서, 재삼재사 그 젊은이에게 사람을 보내어 그의 신분을 조사케 했다.

 

그 결과 마침내 사실이 밝혀졌다. 그 젊은이는 결국 자기가 은행가의 아들이며, 전염병을 피하여 친척 집에 보내어졌다는 것, 그리고 이제는 다시 돌아와 아버지가 숨겨둔 보물을 찾아내었다는 것, 그렇지만 여러 가지 염려 때문에 일꾼으로 살아가고 잇다는 것을 고백했다.

 

왕은 은행가의 아들 꿈바고사까의 생각이 깊고 주의력이 있는 점에 감탄했다. 그는 곧 자기 딸을 꿈바고사까에게 시집보내기로 결정하고, 꿈바고사까를 재정관에 임명했다.

 

이런 일이 있은 다음 빔비사라 왕은 꿈바고사까를 데리고 웰루와나 수도원으로 부처님을 찾아 뵙고 전말을 사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왕의 이야기를 다 들으시고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누구든 간에 마음 집중을 효율적으로 실천하고

행동은 순사하며 마음은자제력이 있고

매사에 사려 깊으며 법다운 생활을 하면

그에게 명예와 존경은 착실히 늘어난다.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꿈바고사까는 소따빳띠 팔라를 성취하였다.

 

(거해스님, 법구경인연담)

 

 

 

 

 

장자궁자 이야기

 

 

법구경 24번 게송에 대한 인연담을 보면 법화경의 비유가 자연스럽게 떠올려진다. 그런 법화경에는 일곱가지 유명한 비유가 있다. 이를 법화칠유(法華七喩)라 한다. 법화칠유는 다음과 같다.

 

 

법화칠유(法華七喩)

No

비 유

  

해당품

1

화택유(火宅喩)

-불타는 집에 비유(삼계화택, 三界火宅)

-세가지 수레는 양거(羊車), 록거(鹿車), 우거(牛車) 로서 성문,연각,보살을 뜻함

비유품

2

궁자유(窮子喩)

아버지 장자(長者)와 아들 궁자(窮子)의 비유

신해품

3

약초유(藥草喩,雲雨喩)

같이 내리는 비라도 근기에 따라 받아 들임이 다름을 비유

약초유품

4

화성유(化城喩)

환상의 성(방편)을 만들어 중생을 달래는 비유

화성유품

5

의주유(衣珠喩,繫寶珠喩)

귀한 보물을 옷에 넣었으나 친구는 깨닫지 못하고 계속 가난하게 산다는 이야기

오백제자수기품

6

계주유(髻珠喩)

전륜성왕의 상투 속에 있는 보석 이야기

안락행품

7

의자유(醫子喩

독이 든 음식을 먹고 괴로워하는 아이에게
약을 마시게 하는 방편을 비유

여래 수량품

 

 

 

법화칠유에서 세 번째의 장자궁자이야기가 법구경 게송 24번에 대한 인연담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장자유는 어떤 것일까. 내용의 대강은 다음과 같다.

 

 

장자궁자 이야기

 

어느 장자에게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들은 어려서 부모를 버리고 가출하여 오랫동안 여러 나라를 전전긍긍하며 50년을 방랑하다가 우연히 본국으로 향하게 되었다. 아버지인 장자는 아들을 찾아 헤매다가 한 성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때 마침 거지인 아들은 아버지가 사는 집 문 앞에 서 있었는데, 장자가 임금과 같이 시종들로 둘러싸여 앉아있는 위풍에 두려움을 느껴 도망가 버린다. 도망가는 자가 그의 아들임을 알아본 장자는 사람을 보내어 붙잡으려 했는데, 그 아들은 그만 놀라고 두려워서 혼절해 버리고 만다.

거기서 장자는 지혜방편으로 쓰는데, 아들을 놓아주고 후일에 그 아들과 비슷한 형상을 한 다른 사람을 보내어 변소 청소부의 일을 하도록 권유하게 하였다. 그리고 날이 점점 지나자 장자도 허름한 옷을 입고서 다가가서 다른 곳으로 가지 말고 안심하고 일하도록 위로하면서 점점 친숙해진다. 이후 장자는 자신의 아들처럼 생각한다고 하면서 더욱 격려를 해주면서 아버지처럼 생각하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장자는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고 그 아들을 불러 그의 모든 재산을 관리하도록 맡긴다. 마침내 죽음이 임박하자 국왕이나 친척 등 모든 사람들을 불러모아 놓고 그가 자기의 친아들임을 밝히고 일체 가업을 그 아들에게 전해준다고 한다.

 

(법화경 장자궁자 이야기)

 

 

아버지와 아들이 등장하는 것에 있어서는 동일하나, 다만 아들의 역할이 다르다. 법화경에서는 아들이 수동적으로 묘사 되었고, 법구경에서는 능동적으로 묘사 되었다.

 

법화경에서 아들은 자신이 재산의 상속자임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청소부터 시작하였고, 법구경에서의 아들은 처음부터 자신이 재산의 상속자임을 알고 있었지만 나서면 의심 받을 까봐 인간시계 역할이라는 하찮은 일부터 열심히 하였다.

 

타력신앙과 자력신앙

 

이처럼 처음부터 모르고 있었던 것과 전 과정을 다 알고 있었던 것의 차이이다. 또 재산을 찾는데 있어서 타력자력의 차이다.

 

법화경에서는 아버지 장자가 이끌어 준다는 의미에서 타력으로 볼 수 있지만, 법구경에서는 아들이 스스로 노력에 의하여 성취한다는 의미에서 자력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법화경이 일반적으로 타력적인 요소가 강함을 말해 주고 있다. 그런 타력적인 요소는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반면에 법구경의 경우 24번 게송에 대한 인연담에서 같이 스스로 노력에 의하여 소따빳띠 팔라(수다원)를 성취하는데, 이는 자력에 의한 것이다.

 

깨달음에 있어서 흑묘백묘론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논리이다. 특히 대승불교에서 강조하는 사항이다. 이는 자력이든 타력이든 깨닫기만 한다는 말과 같다. 그런 대승불교에서 타력적인 요소가 가장 강한 경전이 법화경이라 한다.

 

그런면으로 보았을 때 아버지와 아들의 비유는 타력적인 법화경과 자력적인 초기경전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비유라 볼 수 있다.

 

 

 

2012-02-02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