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투표소 입구에서 본 천안함 2주기 추모 표지판

담마다사 이병욱 2012. 4. 11. 09:44

 

투표소 입구에서 본 천안함 2주기 추모 표지판

 

 

 

잔뜩찌뿌린 날씨이다. 거기에다 부슬비까지 내린다. 하지만 우산을 써야 할지 안써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 가느다란 분무같은 것이다.

 

이른 아침 투표소로 향하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투표는 항상 일찍한다. 이제까지 지자체 보궐선거 한 두차례를 제외하고 총선과 대선 등 큰선거에 빠져 본 적이 없다. 그런 투표소는 항상 그 자리에 있다.

 

투표소 입구의 천안함 2주기 표지판

 

오전 7시 이어서일까 투표소에는 그다지 사람들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한산하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늘 그렇듯이 이시간대에 투표하는 사람들은 중장년층이나 나이든 시니어세대들이 대부분이다. 이삼십대 젊은이들은 눈을 앃고 보아도 찾아 볼 수 없다. 아마도 이런 현상은 전국 어느 투표소나 동일한 현상일 것이라 보여 진다. 일반적으로 오전에 나이 든 시니어 세대들이 투표를 많이 하고, 오후에는 비교적 젊은층인 주니어 세대들이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투표소에 도착하였을 때 첫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투표소에 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입구 바로 옆에 세워져 표지판 이었다. 그런데 그 표지판은 투표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투표소 입구의 천안함 2주기 표지판

 

 

 

 

철판으로 된 표지판에는 ‘천안함용사2주기 추모’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그 문구 옆에는 ‘국가를 위한 희생, 영원이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씨가 자그마하게 쓰여 있었다.

 

이 표지판을 보자 매우 놀라웠다. 천안함 추모 2주기 기념식이 열린 것은 지난 3 23일이었다. 그로부터 20일이 흐른 지금 투표하는 날에 투표서 바로 옆에 큰 글씨로 천안함 관련 문구가 써 있었다는 것이 매우 의아하였다.

 

항의 하였더니

 

보수와 진보가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는 수도권에서 근소한 표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현실에서 천안함관련문구는 공정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투표소 입구에서 신분증을 대조하는 분에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어 보았다.  그러자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 하면서 투표소 안에 있는 책임자에게 물어 보라고 한다.

 

마침내 어깨띠를 두른 책임자가 나타났다. 매우 공손하게 “무슨일이냐”고 묻는 것이었다. 책임자에게 “오늘 같은 날 천안함 문구가 적힌 표지판으로 인하여 투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책임자는 밖으로 나가더니 철제표지판을 돌려 놓은 것이다.

 

 

 

 

 

 

 

180도 돌려진 철제 표지판

 

 

 

그 철제표지판은 고정형이 아니라 이동형 표지판이이었던 것이다. 180도 돌려 놓자 예산편성과 관련된 주민참여에 대한 문구가 보였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리라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상명하복의 공직사회에서 이미 결정된 사항에 대하여 기계적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공정함에 대하여 항의성 발언을 하자 즉각 들어 준 것이다.

 

이런 면으로 보았을 때 문제가 있으면 아무리 공직사회일지라도 그 즉시 담당이나 책임자를 불러 시정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 된다. 그런데 주민자치센터의 이런 꼼수는 이번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투표소 바로 앞에 후보자 플레카드가

 

지난 2008 4 9 18대 총선이 치루어졌다. 지금으로부터 4년전이다. 이번 총선이 4 11일이므로 날자로 보았을 때 이틀이 빠르다. 그때 날씨는 매우 좋았고 벗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날이었다.

 

그 날의 투표소도 역시 현재와 같은 위치에 있는 주민자치센터 건물이었다. 그런데 한가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투표소가 있는 주민자치센터 바로 앞에 후보자의 현수막이 버젓이 걸려 있는 것이었다. 기호2번과 함께 당명과 후보자의 이름 그리고 얼굴이 인쇄된 대형 플레카드이었다.

 

 

 

투표소 앞에 걸려진 후보자 플레카드

2008년 4월 9일 18대 총선당시 기호 2번(현재 새누리당)의 플레카드가 투표소 바로 앞에 걸려 있다.

 

 

 

2008년 총선당시 기호2번은 그 때 당시 한나라당이었다. 지금의 새누리당을 말한다. 정권이 한나라당으로 넘어가고 난 후 치루어진 총선에서 이제 여당이 된 기호 2번 후보자의 현수막이 투표소 코앞에 버젓이 걸려 있다는 것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을 알고 선거관리 담당자를 불러 현수막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이런 사실에 대하여 담당자도 잘 못 되었음을 인정하였다. 선거법에 따르면 투표소 반경 50미터 이내에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나 현수막등을 걸어서는 안되는 것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선거관리 담당자는 당에 연락하여 플레카드 제거를 요청하겠다고 약속하였다.

 

2008년 총선당시 기호2번 후보자(한나라당)진영은 ‘반칙’을 한 것이다. 투표소 바로 앞에 이름과 얼굴이 새겨진 플레카드를 버젓이 붙여 놓은 것이다. 그런 불법의 영향이어서일까 정권이 바뀌고 난 후 처음 치루어진 총선에서 여당이 대승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보는 근소한 표 차이로 낙선하였다.

 

과감하게 잘못을 지적해야

 

두 번의 투표에서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그때마다 선거 담당자를 불러 지적하곤 하였다. 지적하면 대체로 수긍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어느 특정지역에 한정된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틈만 나면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항상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다. 그래서 업치락 뒤치락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아주 작은 요인도 선거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천안함사건과 관련된 문구는 보수층의 결집을 유도할 수 있고, 투표소 앞의 플레카드 역시  아직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결심을 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과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에 대하여 유권자는 과감하게 잘못된 것을 지적해야 한다. 그리고 그 즉시 시정할 것을 요청 해야 한다. 나의 한표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지만 더 나아가 잘못된 관행이나 제도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 또한 더 크게 세상을 바꾸어 나갈 수 있다.

 

 

201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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