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後記)없는 여행은 상상할 수 없다!
(18)일본성지순례 4일차(2012-06-08): 다자이후천만궁(太宰府天満宮)
일본성지순례 마지막 일정은 다자이후천만궁(太宰府天満宮, だざいふてんまんぐう)이다. 천만궁은 후쿠오카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에 있었다.
천만궁은 일본신사의 이름이다. 북큐슈 후쿠오카에 위치하고 있는데, 다른 신사들과 달리 규모가 무척 크다. 그리고 다른 신사들과 격이 다르다. 그런 다자히후천만궁은 어떤 신사일까.
일본의 현관에 설치된 다자이후(大宰府)
다자히후천만궁신사에 대하여 일본어판 위키피디아를 찾아 보았다. 먼저 다자이후라는 뜻이 궁금하였다. 다자이후(大宰府)를 검색하여 보니 7세기 후반 큐슈 ‘치쿠젠(筑前国)’에 설치된 ‘지방행정기관’이라 한다. 치쿠젠은 오늘날 북큐슈 지방을 말한다.
다자이후(大宰府)가 지방행정기관 명칭이라면 대재(大宰)라는 뜻은 무엇일까. 대재는 일본어로 ‘오호미코토모치(おほ みこともち)’라 부르는데, 이는 ‘지방행정장관’을 뜻한다고 한다.
다자히후가 설치 되어 있는 ‘치쿠젠(筑前国)’지역은 고대 일본에 있어서 외교적,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다고 한다. 중국대륙과 한국과의 교역에서 있어서 ‘현관’역할을 하였기 때문이다.
치쿠젠(筑前国)
이처럼 다자이후가 있는 치쿠젠 지역은 매우 중요한 지역이어서 예로부터 천왕이 관리를 파견하여 직접관리를 한 것이다. 그런 지방행정기관을 다자이후(大宰府)라 한다. 그렇다면 천만궁은 어떤 뜻일까.
일본천만궁의 총본산
천만궁(天満宮)은 신사이름이다. 이처럼 궁자가 붙은 신사는 몇 개 되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쿄토의 키타노천만궁(北野天満宮)이 있는데 이와 함께 다자이후천만궁은 일본천만궁의 총본산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특히 ‘하츠모오데(初詣, はつもうで)’가 되면 일본전국에서 200만명 이상이 참배한다고 한다. 여기서 하츠모오데는 새해가 시작되었을 때 신사나 사원에 참배하는 행사를 말한다. 지난 일년의 감사와 신년의 무사와 평원을 기원하는 행사이다.
죽어서 ‘학문의 신’이 된 사람
이렇게 다자히후천만궁이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참배와 숭배의 대상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스가와라 노 미치자내(菅原 道真(すがわら の みちざね, 845년-903년)’라는 사람에 기인한다.
스가와라 노 미치자내는 코오토 조정에서 우대신이었다. 그런데 좌대신의 모함으로 머나먼 큐슈지방으로 좌천 되었다. 다자히후 라는 지방기관의 장관으로 지내면서 쿄토로 다시 가기를 원하였으나 그런 꿈은 이루어지지 않고 현지에서 죽었다. 그가 죽자 천변지이가 발생하였기 때문에 천만천신(天満天神)으로서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학문의 신으로서 되어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천만궁을 주마간산식으로 둘러 보았다. 천만궁에 대하여 자세히 알지 못하였기 때문에 보이는 것 위주의 관광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가이드로부터 들은 말에 따르면 다자이후천만궁은 ‘학문의 신’을 모신 곳으로서 큐슈에서 가장 큰 신사라는 것 정도이었다.
수백년된 나무 이름은
넓은 경내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마주친 것은 수백년된 나무이었다. 그런 나무는 마치 우리나라 느티나무를 보는 듯이 익숙하였다. 대게 일본에서 보는 나무는 삼나무가 많았기 때문이다. 일자로 쭉 뻗은 삼나무만 보다가 이렇게 굽이치는 나무를 보자 마치 우리나라 어느 사찰의 오래된 나무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런 나무이름은 무엇일까. 검색해 보니 쿠스노키(樟、楠、Cinnamomum camphora)라 한다. 쿠스노키과의 상록고목이라 한다. 이를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부를까. ‘Cinnamomum camphora’를 키워드로 하여 한국어웹으로 검색하니 ‘녹나무’로 나온다.
자료에 따르면 녹나무는 ‘장뇌목’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주도 삼성혈 부근에서 자생하는데, 지리적으로 일본과 중국, 대만에 많이 분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한글이 병기되어 있는 경내도
다자이후천만궁의 경내는 매우 넓직하다. 마치 궁궐을 보는 오래된 건물과 오래된 나무가 있어서 매우 고풍스러워 보인다. 이는 역사가 천년이 넘기 때문이다. 천만궁의 역사는 천만천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스가와라 노 미치자내가 죽었을 때 천만궁이라는 명칭이 부여된 990년부터 시작 되기 때문이다.
천만궁을 경내도를 보면 천만궁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신사가 있는 본전을 중심으로하여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경내도를 보면 한글이 병기 되어 있다. 이는 한국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다는 뜻이다. 이는 최근 부산과 하카타항을 오가는 고속선이 취항을 함으로서 한국으로부터 관광객이 급증하였기 때문이라 한다.
학업에 대한 기도
신사가 있는 본전에 가 보았다. 한눈에 봐도 고색한 창연한 본전 건물에 많은 일본인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학문의 신을 모신 곳이기 때문에 주로 학업에 대한 기도가 많다고 한다.
특히 수험때에는 많은 참배객들이 몰리고 있고 큐슈지방에 있어서 수학여행의 필수코스라 한다. 그래서일까 본전 주변 매점에는 각종 수험 관련 부적이 진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인들의 기도 하는 모습을 보니
이렇게 학문의 신을 모시고 있는 천만궁에서 일본인들은 기도를 어떻게 할까. 일본인들의 기도하는 모습을 살펴 보았다.
신사 앞에서 기도 하는 일본인들을 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동전을 던진다. 지폐가 아니라 동전을 던지는 것이다. 왜 이런 소란스런 행위를 하는 것일까.
우스개 소리이지만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신이 피곤하기 때문이라 한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기 때문에 신이 졸고 있어서 동전을 던진다고 한다. 일종의 신을 깨우기 위한 요식행위라는 것이다.
이렇게 동전을 던지고 나서 하는 행위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두손을 모아 손뼉을 치는 것이다. 보통 두번 친다. 이런 행위 역시 신을 깨우기 위한 것이라 한다. 신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소원을 들어 달라는 요구에 피곤하기 때문에 졸고 있어서 손뼉을 쳐서 다시 깨우는 것이라 한다. 이렇게 두 번에 걸쳐서 신을 깨우고 난 다음 머리를 숙여 소원을 빈다.
그렇다면 일본신사에서 한국인이 기도한다면 어떻게 될까. 학문의 신에게 자녀의 수능학격기도를 하였을 때 과연 소원을 들어 줄까. 이에 대하여 가이드는 우스개 소리로 소원을 들어 주기 힘들 것이라 한다. 왜냐하면 학문의 신은 한국말을 모르기 때문이라 한다. 그런 논리라면 한국인이 일본어로 소원을 말하면 들어주는 것일까. 그것이 궁금하다.
수국이 만발해 있는 연못정원
6월초의 천만궁신사에 수 많은 참배객들과 관광객이 북적인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신사 천만궁은 본전을 제외하면 공원화 되어 있다. 크고 작은 여러 연못에서는 이맘때쯤 일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수국이 이곳에도 만발해 해 있다.
후기(後記)없는 여행은 상상할 수 없다!
다자이후천만궁을 마지막으로 모든 일정이 끝났다. 비록 3박4일간에 걸친 짧은 기간이었지만 일본사찰과 역사유적지 등을 주마간산격으로 둘러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돌아와 여러편의 후기를 남기는 과정에서 더 상세하게 알게 되어 마치 여행을 한번 더 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여행가기 전의 설레임과 여행지에서 생생한 현장체험, 그리고 여행을 다녀온 후 되돌아 보는 것이 진정한 여행의 맛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후기(後記)없는 여행은 상상할 수 없다.
외국여행은 가장 먼저 시간이 되어야 갈 수 있고 다음으로 돈이 있어야 갈 수 있는 것이라 한다. 이렇게 두가지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떠나는 것이 외국여행이라 한다. 그런데 두가지 조건이 충족 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떠났다. 그것은 성지순례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이 모셔져 있는 곳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두 성지로 보았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부처님이 모셔져 있는 절이 있어서 성지라 볼 수 있다.
이렇게 어렵게 떠난 여행에서 시간에 쫒겨 겉보기 여행이 되기 쉽다. 그리고 사진 몇 장 남기는 것이 고작이다. 그래서 여행을 가기 전에 자료조사등 사전 준비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할 만한 여유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현지 가이드의 설명에 크게 의존한다.
여행에서 현지 가이드가 없다면 여행의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여행지에 대하여 거의 무지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이드의 한마디 한마디의 말은 귀에 쏘옥 들어 오게 된다.
이동할 때 마다 쉼없이 떠들어 대는 가이드말은 놓칠 것이 하나도 없다. 모두 귀담아 들을 만한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 가이드 말을 한쪽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 버릴 수 있으나 꼭 필요한 말만 하기 때문에 가능한 모두 받아 적으려고 노력하였다. 왜냐하면 후기를 작성하는데 있어서 가이드말만큼 귀중한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여행을 다녀 오고 나서 후기를 작성하는 것은 습관화 되었다. 국내 사찰순례를 다녀 와도 반드시 후기를 작성하는데, 하물며 어렵게 이루어진 외국여행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가이드가 말한 내용과 사진과 동영상을 참고하여 후기를 작성한다.
후기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몰랐던 사항을 많이 알게 된다. 주로 검색을 통해서이다. 그래서 역사와 문화적 배경에 대한 지식이 생긴다. 이렇게 후기를 남겨 놓으면 여행의 맛도 날 뿐만 아니라 가장 좋은 것은 이곳을 찾는 이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그래서 후기 없는 여행은 상상할 수 없다.
2012-08-07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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