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원(南蔵院)에서 본 일본수국 아지사이(紫陽花)
(16)일본성지순례 4일차(2012-06-08): 남장원
순례팀은 벳푸를 떠나 후쿠오카로 이동하였다. 일본성지 순례 4일차는 주로 후쿠오카에서 보내기 때문이다. 오전에 난죠인(남장원)을 순례하고 면세점을 들러 쇼핑한후, 오후에 다자이후텐망궁 신사를 견학 하는 것으로 모든 순례일정이 끝난다. 그리고 곧바로 후쿠오카 공항으로 이동하여 귀국길에 오르는 일정이다.
벳푸(오이타)-후쿠오카 고속도로
일본 고속도로에서 본 농촌풍경
벳푸에서 후쿠오카로 이동하였다. 왕복4차선 고속도로를 통하여 이동하였는데, 벳푸-후쿠오카간 고속도로의 특징은 산과 강을 거침 없이 통과 하는 것이다. 주로 사람이 살지 않는 산길을 통과 하도록 설계 되어 있는데 수 많은 다리와 육교를 지나게 되어 있다.
고속도로를 통해서 본 일본의 산천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산의 모양새도 비슷하고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것도 비슷하고 더구나 모내기가 시작되고 있는 들판의 모습은 우리와 너무나 흡사 하다.
그러나 집모양은 우리와 달랐다. 우리나라 농촌의 집모양은 양옥식도 있고 한옥식도 있고 국적을 알 수 없는 형태의 집도 있어서 매우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지만 고속도로 차창에 비친 일본 농촌의 가옥 형태는 일본전통가옥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느 산이나 삼나무 뿐
고속도로에서 바라본 또 하나의 다른 점은 일본의 산은 인공조림으로 뒤덥혀 있다는 것이다. 어디를 가나 똑 같은 수종의 나무가 보이고 매우 우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 삼나무이고 종종 대나무 군락도 보인다.
특히 큐슈지방에서 가장 인상깊게 본 것은 삼나무이다. 하늘을 향하여 일자로 치솟아 있는 삼나무는 온산에 가득차 있고 빼곡하다. 어디를 가나 전나무 일색이다. 다른 품종의 나무는 보기 어렵다.
왜 이렇게 전나무 일색일까.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계획적인 조림때문이라 한다. 경제적인 가치가 있는 나무만을 심기 때문이라 한다. 한때 일본에 소나무가 많이 있었는데, 소나무를 말라 죽게 하는 치명적인 병이 생겨 그 이후 모두 삼나무로 바꾸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온 산에 삼나무 천지가 된 것 같다. 그런 삼나무가 경제적 가치는 있을지 모르지만 단일 수종만 보여서 단조로운 듯 한 느낌이다. 더구나 2-3월이 되면 꽃가루가 날리는 약점이 있다고 한다.
남장원은 우리나라와 인연이 많은 절
후쿠오카에 있는 남장원에 도착 하였다. 후쿠오카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남장원은 와불상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런 남장원은 어디에 위치하고 있을까. 지도로 확인해 보았다.
남장원 가는 길은 마치 우리나라 산사를 찾아 가는 듯 한다. 굽이굽이 시골길의 차도를 따라 산속 깊은 곳에 들어가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장원은 여로 모로 우리나라와 인연이 많은 절이라 한다. 일제시대 이절의 하야시 주지스님이 징용을 끌려 온 한국 청년들을 몰래 도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그리고 남장원 뒤에 가면 연고 없는 한국인들의 무덤이 600여기 있다고 한다.
남장원은 부산의 ‘자비사’와 자매 결연을 맺었는데 1989년 와불상 개안식당시 삼중스님이 초청되었다고 한다. 그런 남장원은 진언종 계통의 사찰이다.
마치 기복백화점을 보는 듯한 남장원
남장원은 교토에서 본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사찰과 격이 달랐다. 일본의 전통신앙과 불교가 습합되어 있는 모습이 마치 우리나라 사찰에서 보는 모습과 비슷하다. 사찰안에 신사가 있는 가 하면 지장보살, 대흑천 등 온갖 숭배 대상이 총망라 되어 있는 듯 하다.
마치 기복백화점을 보는 듯한 남장원에서 또 하나 볼 수 있는 것은 길흉표 이다. 생년별로 길흉에 대한 정보가 하나의 표로 만들어져 있다. 예를 들어 쇼와(昭和) 21년생의 경우 67세인데, 올해 헤이세이(平成) 24년의 운세는 금요성으로서 ‘반길(半吉)’로 되어 있다. 쇼와 36년생은 52세인데 올해의 운세는 ‘흉(凶)’으로 되어 있다. 이렇게 나이에 따라 길흉화복으로 표현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삼재 이야기와 조금도 달라 보이지 않는다.
신도신자이면서 동시에 불교신자
일본절에서 신사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토리이로 상징되는 신사는 우리나라의 산신각과 같은 개념이라 한다. 우리나라 어느 사찰이든이 산신각 또는 칠성각이나 삼성각이 있듯이 일본의 사찰 역시 토리이가 서 있는 신사를 쉽게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면으로 본다면 일본인들의 종교는 일본 신도신자이면서 동시에 불교신자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의 불교신자들은 어떻게 절을 할까. 남장원에서 유심히 지켜 본 바 일본인들은 법당 안에 들어가 절을 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그 대신 법당 밖에서 예배한다. 먼저 동전을 나무 함에 던진다. 지폐를 공손히 넣는 우리와 대조적이다. 동전을 소리가 나게 던진 다음 기다란 오색줄을 잡아 당겨 종을 친다. 그 다음 합장을 하고 고개를 무언가 속으로 기원하는 듯 하다.
길이 41미터의 세계최대 와불상(열반상)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다는 남장원의 명소는 단연 와불상(열반상)이다. 편안하고 귀여운 부처님의 모습이라 알려져 있는 와불상은 89년에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길이가 41미터로서 세계최대라 한다.
와불상 안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안치 되어 있고 기원이나 공양하기 위해서는 호마목을 사야 한다고 한다. 호마목 하나의 가격은 500엔이니 우리나라 돈으로 7500원에 해당된다. 와불상 뒤로는 납골당으로 되어 있다.
남장원역에 핀 일본수국
주마간산격으로 남장원을 보고 나왔다. 남장원 아래에 주차장이 있는데 아주 작은 기차역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남장원역이라 쓰여 있다. 철길이 나 있는 것으로 보아 기차 역임에 틀림 없다.
작은 산중에 역이 기차 역이 있어서일까 마치 우리나라 시골의 간이 역을 연상시킨다. 간이역 철길에 한 무더기의 수국이 아름답게 피어 있다. 일본에서 유월초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것이 수국인데, 일본인들의 수국사랑은 유별난 것 같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수국(水菊, Hydrangea macrophylla)은 일본원산의 갈잎떨기나무라 한다. 수국은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 하며 높이는 1-1.5미터에 달하고, 6-7월 무렵에 개화 하며 청자색이 많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결과 수국의 일본식 이름은 ‘아지사이(アジサイ)’인 것을 알았다. 한자어로는 ‘자양화(紫陽花、 Hydrangea)’라 한다. 학명 하이드란지아( Hydrangea) 는 ‘물의 용기(容器)’ 라는 뜻이라 한다.
아지아이라는 어원은 일본 최고의 화가집인 만엽집에서도 보여지고 있는데, ‘보라색이 모여 있다’라는 뜻에서 아즈사아이(あづさあい)에서 어원이 유래 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수국은 ‘보라색의 꽃’이라 볼 수 있다.
수국은 원래 일본에서 서식하던 것인데, 중국을 경유하여 유럽으로 전파되고, 유럽에서 개량되어 다시 일본으로 역수입 되었다고 한다. 이런 수국은 일본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특히 원폭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는 나가사키의 시화라 한다. 그래서 나가사키에서는 6월에 수국의 일종인 오타쿠사 축제 (おたくさ まつり) 를 개최하고 있다고 한다.
2012-07-31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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