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성지순례기

여행과 힐링, 실크로드 여행을 다녀와서

담마다사 이병욱 2013. 6. 6. 14:32

 

여행과 힐링, 실크로드 여행을 다녀와서

 

 

 

실크로드 여행을 다녀 왔다. 69일간의 여행에서 갖가지 인간군상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전에 보지 못하던 자연풍광을 접하였다. 또 소수민족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었다.

 

6 9일의 여행

 

6 9일의 여행이 된 것은 2박을 기차와 비행기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둘째날 우르무치에서 돈황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야간침대 열차를 탓기 때문이고, 또 마지막 날 귀국시 새벽비행기를 탓기 때문이다. 그래서 6박이 되었는데, 이는 우루무치에서 1, 돈황에서 1, 하미에서 2, 투루판에서 2박을 하였기 때문이다.

 

 

 

 

돈황-우루무치길

돈황-선선-하미-투루판-우루무치에 이르는 길은 천키로미터에 달한다.

사진에서 A가 돈황이고, B가 신강위구르 자치주의 성도인 우루무치이다.

 

 

 

이번 여행기간 중에 모두 26명과 함께 하였다. 세 개의 여행사가 함께 하였기 때문이다. 여행사별로 7명에서 9명까지 각각 이었는데 이를 함께 모아 놓고 현지 가이드 한 명을 붙여서 이름 하여 ‘KAL연합투어가 된 것이다.

 

그러나 같은 일정을 소화 하는 또 다른 팀도 있었다. 20여명에 이르는 KRT라는 팀이 있었고, 비구니 스님들과 신도로 이루어진 역시 20여명으로 이루어진 비구니스님팀이 있었다. 줄여서 KAL, KRT, 스님팀 이렇게 세 개의 큰 그룹이 있었다. 그런데 이 세팀은 세 대의 별도 버스로 이동하였지만 여행일정이 같았기 때문에 여행지에서 반드시 마주쳤다. 식당은 물론 떠날 때 비행기와  돌아올 때 비행기 역시 함께 하였다.

 

격무에 시달리는 가이드

 

우루무치로 가는 비행기는 일주일에 두 번 출항한다. 5 28일에 처음으로 주 2회 출항이 시작 되었는데, 이는 6, 7, 8월, 9월의 성수기를 겨냥한 것으로 보여진다. 일반적으로 7월과 8월은 방학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그래서 여행비용도 상승하는데, 이번 여행의 경우 약간 비수기에 해당되어서 저렴하게 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6 9일이 되었을까? 이는 순전히 비행기 스케줄 때문이라 보여진다. 성수기에 비행기가 화요일과 목요일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9일이 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화요일 비행을 타서 왔다면 다음주 목요일 비행기를 타고 가기 때문이다.

 

또 하나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가이드가 격무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목요일 귀국 비행기를 탓다면 당일 들어 오는 여행객들이 있기 때문이다. 즉 도착한 비행기를 타고 귀국 하는 것이다. 그래서 비행기가 공항에 머무는 시간은 두 세 시간에 불과 하다. 그 사이에 가이드는 새로운 손님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6 9일의 똑 같은 일정을 소화해 내어야 한다. 그런 생활을 성수기인 6, 7, 8, 9 이렇게 네 달 하는 것이다. 연길이 고향이라는 가이드는 사계월 간 집에 가지 않고 한철을 현지에서 보내는 것이다.

 

실제 총보다 더 무서운 눈총

 

가이드의 가장 큰 임무는 무엇일까? 26명에 달하는 여행객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여행지에 대한 소개 보다 인원첵크가 가장 큰 임무처럼 보였다. 그것도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점검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이동할 때 마다 인원점검을 여러 차례 하는 이유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수십명에 달하는 인원이 개인행동을 하면 시간이 지체 되고 그에 따라 일정을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또하나는 과거 예를 들어 설명하였는데, 인원첵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화장실을 간 사람을 놓아 두고 출발한 경우도 있있기 때문이라 한다.

 

따라서 가이드 말을 듣지 않고 개인행동을 하면 일정이 늦이질 뿐만 아니라 주변으로 부터 총맞기 쉽상이다. 그것은 실제 총보다 더 무서운 눈총이다.

 

37인승 버스를 타고

 

26명이 한팀으로 되어 이동하는 케이스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두 차례의 여행에서는 8명 또는  10명이 한 팀이었고 더구나 모두 불자들이었기 때문에 동질감을 느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의 경우 26명이다. 매번 같이 다니는 네 명을 제외 하면 모두 모르는 사람들이다. 더구나 타종교인도 많았다. 교회나 성당 다니는 사람들이 꽤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령대도 다양하여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여행 과정중에서 소통하게 되었고 떠 날 때쯤 되서 상당한 친근감이 생겨났다.

 

이동시에는 37인승 버스가 이용되었다. 우리나라 45인승 보다는 적고 25인승 보다는 좀 더 큰 적합한 사이즈이다. 신장지역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여행용 버스이다.

 

 

 

37인승 여행용 버스

 

 

 

앉는 좌석에 따라

 

언제나 그렇듯이 버스 좌석에 앉는 것을 보면 대략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 대체로 앞에 앉는 경우 점잖은 사람들이 많고, 뒤에 앉는 경우 단체로 온 경우가 많아 떠들썩 하다. 이렇게 한 번 좌석을 정하자 여행이 끝날 때까지 자신의 자리가 되어 버린 것 같다.

 

처음에 세 팀이었으나 나중에 한 팀이 되어 버린 26명의 면면은 다양했다. 처음에는 소속 여행사사람들끼리 함께 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대상이 넓혀 졌다. 그리고 이동 중에 앞 뒤 좌석과 대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식당에서 밥먹을 때이다.

 

원래 세 여행사에서 시작 되었기 때문에 여행사 별로 식탁에서 마주 하게 되었다. 그래서 항상 식탁은 세 개가 준비 되었다. 그런 식탁은 둥그렇게 되어 있고 중앙이 회전식이다. 회전식 식탁은 좌석을 배치 하면 최대 10명이 가능하다. 그래서 어느 여행사이든지 식탁에 앉을 수 있는 인원수를 기준으로 한다. 대체로 7에서10명선이다.

 

 

 

 

중국의 회전식 식탁

일반적으로 10명까지 앉을 수 있다.

 

 

 

코드가 맞아야 하지만

 

이렇게 식탁을 중심으로 앉게 되다보니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과는 급속하게 친하게 된다. 그러나 다른 식탁사람들과는 좀처럼 소통의 기회가 없다. 그럼에도 야간열차를 타고, 기차를 타기 위하여 대합실에서 장시간 대기 하는 과정에서 이야기 꽃이 피게 된다. 그 과정에서 급속하게 친하게 된다.

 

그러나 코드가 맞아야 한다. 너무나 다른 인생을 살아 왔기 때문에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가 다르다고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여행과정 중에 종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종교가 맞지 않아 소원한 관계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천주교를 믿는 사람들로부터 느끼는 인상은 불자보다 더 부드러웠고, 교회 집사의 보시행을 보면 불교에서 말하는 육바라밀의 보시바라밀 그 자체 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알려고 하는 심리가 있다. 그래서 자신과 코드가 맞는 사람, 관심 있는 사람에 대하여 알고자 한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듯이 자신과 비슷한 유형과 소통하는 것이다. 이는 연령대와 직업이 크게 작용한다.

 

대체로 비슷한 연령대와 어울리고, 전직이 같은 경우 급속한 동질감을 느낀다. 서로 모르는 사이이지만 마치 오랫동안 사귄 사람들처럼 익숙해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살아 온 배경이 전혀 다른 경우 좀처럼 소통이 되지 않는다. 앞좌석에 앉은 사람들과 뒷좌석에 앉은 사람들이 좀처럼 소통 하지 않은 것은 살아온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신상털기

 

대체적으로 앞좌석에 앉은 사람들은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 온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할일을 다해 마치고 여행을 다니는 듯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년이 되어 여유롭게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전직 외교관출신에서부터 교수에 이르기 까지 이 사회의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이렇게 신상에 알게 된 것은 가이드가 솔선하여 자신의 신상을 털고 난 후 부터이다. 여행이 중반을 막 지났을 무렵, 이미 얼굴은 익숙하지만 대체 무엇하는 사람들인지, 여행의 목적은 무엇인지 궁금하였다. 그런데 가이드가 자기 소개 시간을 마련 함으로서 어느 정도 파악 할 수 있었다.

 

전직 외교관 부부팀

 

가이드가 먼저 자신을 소개 하고 난 후, 앞좌석에서부터 자기 소개를 하였다. 부부팀의 경우 남자가 대표로 하였다. 가장 먼저 전직외교관 부부팀이 자기 소개를 하였다.

 

37인승 버스에서 최고로 좋은 자리가 운전석 바로 뒷자리이다. 전면이 탁 트여 있어서 특등석이라 볼 수 있다. 이 특등석에 전직 외교관 부부가 자리 잡았다. 아마도 자리를 잡는 안목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전직 외교관 부부가 나이가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남자는 81세로서 최고령이다. 여자는 73세로서 역시 고령이다. 하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같다. 1,000Km에 달하는 험한 실크로드 여행길을 무난하게 소화해 내었기 때문이다. 6 9일의 강행군에서 때로 야간열차도 있었고, 열차가 연착 되어 무려 3시간 동안 하염없이 대기하던 때도 있었지만 고령에도 너끈히 소화해 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외교관 부부는 모든 면에 있어서 모범을 보였다. 81세의 전직 외교관의 모습은 마치 도력이 높은 도인처럼 보였다. 한치도 흐트러짐이 없이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였다. 그렇다고 권위를 부린 것은 아니다. 인생을 달관한 듯한 지혜로운 노인상이었다. 그런 노부부는 봉은사 신도이다. 좀처럼 불자들을 볼 수 없는 현실에서 같은 불자라는 동질성을 느꼈다. 그래서 더욱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런데 81세의 거사님을 73세의 노보살님이 깍듯이 챙겨 주는 모습에 모두 감동을 받았다. 요즘 부부들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어떤 이는 감동을 넘어 충격을 받았다고 하였다. 남편을 이겨 먹으려고 하고, 남편을 내 뜻대로 하고자 하는 것이 요즈음의 세태인데, 노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무언의 가르침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노거사님은 좀처럼 말이 없다. 그러나 노보살님은 노거사님을 위하여 이것 저것 챙겨 주는데 밥을 먹을 때 확연히 알 수 있다. 오랫동안 외교관 생활을 해서 그럴까 둘이 대화할 때 종종 영어로 말하기도 한다. 노거사를 부를 때 대디(daddy)”라고 하거나 좋으면 잇츠 오케이(Its OK)”라고 말한다. 둘 만의 소통방식이라 볼 수 있다.

 

이처럼 5개 국어에 능통한 외교관 부부에게 있어서 못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중국어이다. 그래서 73세의 노보살님은 지금부터 중국어를 배우겠다고 하였다. 지금도 손자들과 카톡을 하고, 친구들과 이메일을 주고 받는 다고 한다.

 

그렇다면 노보살님이 중국어를 배우겠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뜻 듣기로 100세시대 이야기를 하였다. 100세 시대에 있어서 노보살의 나이는 73세의 불과하다. 기대수명이 100세라면 앞으로 살아 갈 날이 아직도 수십년 남은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 나이에 중국어를 배우기로 작정한 것이라 보여진다. 노보살에게 있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으로 보였다.

 

불교와 인연이 있었지만

 

전직외교관 부부를 시작으로 하여 각자 소개가 이어졌다. 앞좌석부터 시작하였는데, 앞좌석에 앉은 사람들의 전직은 대체로 사회지도층 인사가 많았다. 그리고 모두 부부팀이다. 그 중에는 전직 교수도 있었다.

 

법학을 전공한 교수부부팀은 부산에 살고 있다. 30여년간 학교에 있다가 정년이 되어 은퇴한 것이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여행을 왔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 보니 결혼전에는 불교와 인연이 있었다. 절에서 1년 반 정도 고시공부를 하였기 때문이다. 또 하나 불교와의 인연은 태생에 대한 것이라 한다. 자신은 4대 독자인데, 어머니가 남해 보리암에서 기도를 하여 늦은 나이에 낳았다고 한다.

 

그러나 결혼 하면서 아내의 종교를 따라 가지 않을 수 없다고 하였다. 아내가 천주교를 믿고 있었고, 아내의 언니가 수녀이어서 집안 분위기 자체가 천주교인 것이다. 그래서 아내의 종교에 맞추어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어머니가 절에 기도를 하여 자신을 낳았음에도 불구하고 천주교 신자가 된 것이다.

 

더구나 자신의 어머니가 평생불교신자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임종 전에 천주교로 개종하였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어머니가 자식을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하여 개종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하였다. 이렇게 불교에서 천주교로 개종하였음에도 그 교수님은 여전히 불자처럼 보였다. 비록 소속은 천주교로 되어 있지만 뿌리는 불교에 있는 것 같았다.

 

교수부부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세계 왠만한 곳은 다 다닌 것 같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이곳 실크로드이기 때문에 왔다고 하였다. 그러고 보니 실크로드라는 곳이 여행의 종착지처럼 보인다. 중국, 동남아, 유럽 등 익히 알려져 있는 여행지를 모두 보고 난 후에 마지막으로 찾아 오는 곳이 오지의 실크로드라 한다.

 

정년후에 다시 대학생이 된 사람

 

앞좌석에 주로 부부팀이 앉았는데, 그 중에 전남 광주에서 온 부부팀 2쌍이 있었다. 이제 갓 은퇴한 사람들이다. 모두 인생을 성공적으로 산 사람들 처럼 보인다. 그래서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게 여행을 다닌 것 같다.

 

그런데 그 중에 한 분은 교직에 오랫동안 있었던 것 같다. 정년을 맞이 하여 은퇴하였지만 대학교에 다시 입학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대학교 1학년이라 한다.

 

정년후에 다시 대학생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중국에 대하여 더 알기 위해서라고 한다. 교직에 있을 때 역사를 가르쳤지만 중국에 대하여 모르는 것이 많아서 중국을 알기 위하여 중국어과를 선택하였다고 한다. 중국어를 알아야 원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 한다. 이로 보았을 때 늦은 나이에 대학생이 된 그 분 역시 나이는 숫지에 불과함을 알 수 있었다.

 

무애(無碍)스님

 

다음으로 우리차례가 되었다. 버스 중간에 앉았기 때문이다. 이번 실크로드 여행에서는 10년 지기 법우님 두 분과 알고 지내는 스님 한 분, 이렇게 네 명이 함께 하였다. 모두 2011년 중국 정주-낙양-서안 성지순례와 2012년 일본 관서지방 성지 순례 여행에 함께 하였다.

 

함께 한 스님은 걸림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법명이 있지만 무애스님이라 부르고 싶다. 원래 무애(無碍)’라는 말이 막히거나 거칠 것이 없음이라는 뜻이다. 그런 무애는 때에 따라 긍정적 의미도 되고 또 부정적 의미로도 사용된다. 더구나 재가자들과 함께 하는 여행에 있어서 무애행은 받아 들이기에 따라 또는 이해하기에 따라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양면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무애이다.

 

37인승 버스에 탄 26명에는 불자도 있고 교회다니는 사람도 있고, 성당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또 아무런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군상들 속에 무애스님이 있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 있어서 특이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우리 법우님들이야 무애스님과 함께 하였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갈 수 있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하나의 스님상이 형성되어 있다면 새로운 인식을 주었을 것임에 틀림 없다. 그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번 여행이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성지순례이다. 비록 명목상일지 몰라도 불교유적지를 탐방 하는 것 자체가 성지순례가 된 것이다. 그래서 불상이 있는 곳이라면, 불교유적이 남아 있는 곳이라면 모두 성지가 되는 것이다.

 

반타작을 한 불교의례

 

불자들은 불상과 마주 하면 의례 합장한다. 마찬가지로 돈황에서 처음 맞이 하는 불상 앞에서 불자들은 합장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간단한 불교의례를 하였다. 함께 한 26명 들의 입장에서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단지 먹고 마시고 즐기는 여행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불교는 의례는 어떤 것인가. 최초로 접한 불상은 돈황 막고굴 335굴이다. 사진 촬영이 금지 되어 있기 때문에 사진이 남아 있지 않다.

 

 

 

 

돈황막고굴

 

 

 

처음 접한 355굴에서 어눌하게 한국어로 말하는 중국인 여성가이드의 설명이 끝난 후 간단한 의례가 있었다. 무애스님이 여기서 간단히 반야심경 합시다라고 제안하며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하며 독송을 시작하였다.

 

그러자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무애스님을 아는 우리법우들만 참가 할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봉은사 신도라는 외교관 부부팀을 포함하여 거의 반 정도가 참여 하였기 때문이다. 요새말로 반타작을 한 것이다.

 

이루 미루어 알 수 있는 것은 이번 여행자 26명 중에 반절 가량은 불교와 인연 있는 사람들임을 알 수 있다. 더구나 교회 집사인 분도 참여 하여 눈길을 끌었다. 특히 봉은사 신도인 노보살님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의례에 눈물까지 글썽이기도 하였다. 이렇게 처음이자 마지막인 불교의례에 반 정도가 참여 함으로서 반타작은 한 셈이 되었다.

 

전직 레크레이션 강사의 재능보시

 

중간 좌석에 앉은 분 중에 행복바이러스 전파자가 있었다. 이번 여행에 홀로 왔다는 전직 레크레이션 강사출신이었다. 이십대의 아들과 함께 한 부자팀을 제외하면 가장 젊었다. 젊었다고 하여 삼사십대가 아니라 딱 50에 해당되는 나이이다.

 

이번 여행객들을 모면 대체로 두 가지 타입이다. 부부팀과 나홀로 그리고 단체로 나눌 수 있다. 부부팀은 외교관 부부를 포함하여 모두 다섯 팀이고, 나머지는 나홀로 이거나 단체이다. 특히 나홀로의 경우 여러명 있었는데, 그 중에 한 명이 레크이션 강사이다. 집에 남편과 아이가 있지만 종종 나홀로 여행을 다닌다고 한다. 그런데 전직 레크레이션 강사는 전직의 끼가 있어서일까 모두 점잔을 빼는 분위기를 확 바꾸어 놓았다.

 

키도 훤칠하고 미모의 전직레크레이션 강사는 수 많은 사회를 보았다고 하였다. 수 천명이 모인 전당대회에서 사회도 보았었고 크고 작은 행사를 하였다고 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데 있어서 개그맨 못지 않았다. 점잔을 빼고 앉아 있는 사람을 웃기게 만들기도 하고, 미리 준비한 중국어 실력을 흥정할 때 유감없이 발휘하여 물건을 살 때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주기도 하였다. 준비한 사탕, 현지에서 산 건포도와 같은 먹을 거리를 끊임 없이 나누어 주는 것이었다. 비록 교회의 집사라고 하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보시바라밀행을 누구 보다도 잘 실천 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사람들을 웃기게 하고 행복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전직 레크레이션 강사 출신은 물질보시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끼를 마음껏 발산하는 재능보시를 하고 있다고 보여졌다.

 

불교명상음악 씨디를 공양하고

 

이렇게 서로 신상에 대하여 알고 나니 훨씬 더 부드러워졌다. 그래서 서로 다른 식탁의 사람들과도 소통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신상을 털어 놓은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점잔을 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십분의 일, 백분의 일도 알지 못한다. 다만 나이, 직업, 여행목적 등 극히 기초적인 것만 알 수 있었다. 그나마 부부팀의 경우 남자만 이야기 하였고, 단체 팀의 경우 대표가 대신 하였기 때문에 모두 다 신상을 털어 놓은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신상에 대하여 알게 되자 불자인지 아닌지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파악한 이유는 준비한 씨디 때문이다. 원래 26개를 준비하려 하였으나 짐이 너무 많아질 것 같아 5개만 준비하였다. 그러다 보니 어느 사람을 주어야 할 지 파악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불자가 아닌 사람에게 주어 보았자 쓰레기 통속에 직행할 것임이 뻔 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자들 위주로 씨디공양을 하였다.

 

씨디에 들어 있는 음악은 블로그에 이미 소개한 바 있는 Imee Ooi(黃慧音)음악이다. 수십곡에 달하는 음악중에 네 곡을 선곡하여 만든 것이다. 내용은

 

1. The Chant of Metta(Pali) : 자비송 13분

2. Jayamangalagatha(Pali) : 자야망갈라가타 23분(3회반복)

3. Ratana Sutta(Pali) : 보배경 27분 2회 반복

4. The Wisdom of Manjusri Bodhisattva (Sanskrit) : 약사관정 진언 15분

 

이다.

 

이런 씨디를 만들어 인연있는 사람들에게 주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봉은사 신도인 외교관 부부팀에 1, 광주에서 올라온 부부팀으로 정찬주 작가와 친구라는 부부팀에게 1, 역시 광주에서 올라온 불자 부부팀에 1, 그리고 행복바이러스를 전파한 열린 기독교인에게 1, 그리고 부자팀으로서 만나는 사람마다 합장하며 인사하는 분에게 1, 이렇게 5개를 공양하였다.

 

음악의 내용은 주로 빠알리 니까야에 있는 경을 현대음악으로 만든 것으로서, 들을수록 마음이 안정되고 잔잔한 환희가 일어난다고 말하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틀림 없이 좋아할 것이라 생각된다.

 

고요하고 적막하고 광막한 풍광

 

실크로드의 풍광은 우리나라와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 산하대지가 온통 초록일색이지만 실크로드의 풍광은 황량하기 그지 없다. 몇 시간 동안 차로 이동하여도 보이는 것은 사막화된 지형으로서 끝없는 지평선이다. 사람이 사는 흔적이라고 그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어서 고요하고 적막하고 광막하다.

 

 

 

 

양관

돈황 근교에 있으며 실크로드 출발지이다.

 

 

 

 

비행기를 타면 낮에 보는 하늘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파랑색이고, 밤에 보는 하늘 역시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어둠이다. 이를 한자어 검을 현()’이라 한다. ‘검다라는 표현이 단지 검은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끝을 알 수 없는 검음을 말한다. 그래서 검을 현은 아득히 멂, 깊은 것, 고요한 것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비행기를 타면 볼 수 있는 아득히 먼 하늘 같은 것이다. 그런 어둠을 영어로 ‘vast blackness’라 한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의 사막 역시 광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돈황에서 유원역으로 가는 도중에 보는 사막의 지평선

 

 

 

 

 

익숙한 자연풍광

 

몇시간을 달려도 집도 사람의 흔적도 볼 수 없는 지평선은 익숙하다. 전에 보았던 NHK의 실크로드 영향일까? 아니면 요즘 HD화면으로 제공 되는 EBS의 다큐프로의 영향일까?

 

돈황에서 하미, 투루판을 거쳐서 우르무치까지 연결되는 천 키로, 이 길이는 전체실크로드 중 십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자연풍광이 매우 익숙하다. 왜 그럴까? 사시사철 변하는 온대지방보다 변함이 거의 없는 하늘과 땅과 바람만 있는 황량한 사막지형, 반사막 지형이 친근하다. 아마도 오랫동안 동경해서 일 것이다.

 

 

 

투루판 화염산 천불동 계곡

 

 

 

꼼꼼히 노트를 하고

 

이번 실크로드 여행기간 중에 보고 듣고 느꼈던 사항을 블로그에 올릴 예정이다. 아마도 수십편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가는 곳 마다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해 두었다. 유적지 뿐만 아니라 자연풍광, 소수민족의 살아 가는 모습도 담았다. 그러다 보니 1.5기가 메모리 용량이 소요 되었다.

 

그리고 노트를 하였다. 준비한 작은 노트에 가이드가 하는 말을 꼼꼼히 기록하였다. 모르거나 잘 들리지 않으면 재차 묻곤 하였다. 인원파악에 피로한 가이드를 괴롭힌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가이드 팁에 대하여

 

비행기 타기 전에 가이드 팁을 별도로 주었다. 함께 한 회족 출신 운전기사에게는 남는 중국 돈 지폐를 모두 주었다. 그래 보았자 우리돈으로 만원 이내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매우 감사 하게 생각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쇼핑하기 바쁘고 물건값 깍기를 예사로 하면서도 정작 여행객을 위하여 잠도 제대로 못자는 가이드에게 인색한 것 같다. 물론 별도의 가이드팁을 그것도 80불을 걷어서 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는 모두 여행사의 사무실로 갖다 주는 것이라 한다. 일정표에 이미 나와 있기 때문이다. 또 맛사지 하는 것도 일정에 포함 되어 있기 때문에 가이드는 여행일정에 따라 숙제를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가이드에게 비공개로 돌아 가는 것은 개별적으로 주는 팁밖에 없다고 볼 수 있다.

 

후기를 작성을 위한 책을 주문하고

 

작은 수첩에 가이드가 하는 말을 모두 받아 적었다. 26명의 여행객 중에 메모를 한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이런 메모습관에 대하여 가이드에게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가끔 본다고 하였다. 대부분 보고 듣고 느끼고 지나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메모 한 것은 후기를 작성하기 위해서이다.

 

흔히 여행하는 것에 대하여 가기 전의 설레임과 현지에서 느끼는 즐거움, 여행후의 회상하는 즐거움, 이렇게 세 가지 즐거움이라 한다. 그런 삼락(三樂)도 있지만  가기전에 사전조사, 현지에서 사진과 메모, 여행후에 작성하는 후기 역시 삼락에 속한다. 특히 후기를 작성하기 위하여 책을 주문하였다. 이번 여행을 통하여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쌓기 위하여 현장법사의 대당서역기’, ‘서유기(고대 중국인의 사이버스페이스)’, ‘현장 서유기이렇게 세 권을 인터넷으로 주문하였다.

 

여행의 힐링효과

 

여행은 기본적으로 즐거운 것이다. 더구나 패키지 여행은 즐거움 그 자체이다. 4성급 호텔에다 기름지고 맛있는 중국음식, 그리고 현지에서 보는 이국적인 풍광 등 집을 떠나 있는 그 자체가 즐거움이다. 현실에서 해방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여행은 힐링효과가 있다. 불과 몇 일 지나지 않은 여행이지만 현실에서 지친 심신을 충전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소원하였던 사이를 가깝게 해주기도 한다. 이번 여행에서 부자팀이 그런 것 같다. 외국에서 산 듯한 아들과 아버지의 사이가 처음에는 말이 없었으나 날이 갈수록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을 보고 알 수 있었다. 또 나홀로의 경우 역시 현실을 떠나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으 가짐으로서 생각을 정리 할 수 있기 때문에 역시 힐링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여행이 즐거운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치유효과도 있다고 본다.

 

경전외우기와 구도여행

 

여행은 자칫 즐거움 그차체에 빠지기 쉽다. 단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 그치는 여행이라면 여행경비 지불한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비싼 돈 들여 가는 여행에서 두 배, 세 배의 효과를 올리려면 격을 달리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 역시 즐기는 여행에서 구도여행으로 방향전환을 하였다.

 

유적지가 대부분 불교와 관련된 것이 많은 것도 있지만 마음을 다스리는데 있어서 경전외우기만한 것이 없는 듯 하다. 그래서 준비해간 두루마리 형식으로 만든 초전법륜경을 시간 날 때 마다 외었다. 특히 새벽과 아침 시간에 시간이 많이 남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활용하였다. 그리고 장거리 이동중에 되새겼다. 그렇게 해서 반절 가량 외었다. 이는 초전법륜경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고, 빠알리 구문이 반복이 많았기 때문이다.

 

 

 

2013-06-06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