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담마다사 이병욱 2012. 8. 15. 16:24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분노의 품

 

 

1.

분노를 버리고 자만을 버리고

일체의 결박을 벗어나라.

정신-신체적 과정에의 집착을 여의고 아무 것도 없으면

괴로움이 따르지 않는다.

 

2.

질주하는 수레를 제어하듯

일어난 분노를 억제 할 수 있다면,

나는 그를 마부라 부른다.

그 밖의 사람은 고삐쟁이일 뿐이다.

 

3.

분노를 여읨으로 분노를 이기고

착함으로 악함을 이겨야 한다.

보시로 인색을 이기고

진실로 거짓을 이겨야 한다.

 

4.

진실을 말하고 화내지 말고

조금 있더라도 청하면 베풀어라.

이러한 세 가지 일로

신들의 천상계로 도달하리라.

 

5.

항상 신체적으로 제어되어

살생을 여읜 성자들은

불사(不死)의 경지에 도달하니

거기에 이르러 근심을 여읜다.

 

6.

항상 깨어 있으면서

밤낮으로 배움을 익히고

열반을 지향하는 님들에게는

번뇌가 사라져버린다.

 

7.

아뚤라여, 이것은 오래된 것이니

지금 단지 오늘의 일이 아니다.

침묵한다고 비난하고

말을 많이 한다고 비난하고

알맞게 말한다고 비난하니

세상에서 비난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

 

8.

오로지 비난만 받는 사람이나

오로지 칭찬만 받는 사람은

과거에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것이고 현재에도 없다.

 

9.

매일 매일 잘 살펴서

현자들은 칭찬한다.

허물없는 삶을 살고 총명하고

지혜와 계행을 잘 갖춘 님을.

 

10.

잠부강의 금으로 만든 주화처럼

누가 그를 비난할 수 있으랴?

신들도 그를 칭찬하고

하느님들도 그를 칭찬한다.

 

11.

신체적인 방종을 막고

신체적으로 자제하라.

신체적 악행을 버리고

신체적으로 선행을 행하라.

 

12.

언어적인 방종을 막고

언어적으로 자제하라.

언어적 악행을 버리고

언어적으로 선행을 행하라.

 

13.

정신적인 방종을 막고

정신적으로 자제하라.

정신적 악행을 버리고

정신적으로 선행을 행하라.

 

14.

신체적으로 자제할 뿐 아니라

또한 언어적으로 자제하는 현자들,

또한 정신적으로 자제하는 현자들은

참으로 완전히 자제된 님들이다.

 

 

전재성박사의 법구경-담마파다에 있는 법구경 분노의 품을 옮겼다. 모두 26개의 품(vagga)으로 구성 되어 있는 법구경에서 분노의 품(kodhavagga) 17번째에 있다.

 

불교는 유일신을 믿는 종교와 달리 탐진치로 대표되는 번뇌에 대한 소멸을 강조 하고 있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말한다. 이런 가르침은 보편적이고 타당하다. 어느 종교나 믿음에 상관없이 모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구경에서 볼 수 있는 분노의 품 역시 보편타당한 가르침이다. 그 어디에도 배타적 교리나 종교적 도그마는 보이지 않는다. 불교인이건 아니건 간에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진리이자 지혜의 말씀이기 때문이다.

 

수행자를 판단하는 기준

 

그렇다면 부처님은 왜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에 대하여 시종일관  경계의 말씀을 하셨을까. 그것은 사람들이 탐진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사람들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나쁜 것인 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탐진치가 일어날 만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쉽게 휘둘리게 된다. 이는 좀 수행을 하였다는 사람들에게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수행자를 판단하는 기준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맛지마 니까야에 다음과 같은 부처님의 말씀이 있다.

 

 

 

14.

수행승들이여,

옛날에 이 싸밧티 시에 베데히까라고부르는 장자의 부인이 있었다.

 

수행승들이여,

싸밧티 시에서는 장자의 부인 베데히까에 대해 ‘장자의 부인 베데히까는 친절하다. 장자의 부인 베데히까는 겸손하다. 장자의 부인 베데히까는 정숙하다.’라고 훌륭한 명성들이 자자했다.

 

수행승들이여,

장자의 부인 베데히까에게는 깔리라는 하녀가 있었는데, 영리하고 부지런하고 일을 잘 처리했다.

 

15.

수행승들이여,

하녀 깔리에게 이와 같은 생각이 일어났다.

 

‘나의 주인의 부인에게 ‘장자의 부인 베데히까는 친절하다. 장자의 부인 베데히까는 겸손하다. 장자의 부인 베데히까는 정숙하다.’라고 훌륭한 명성이 자자하다.

 

귀부인께서 결코 화를 내보인 적이 없다. 그런데 실제로는 속으로 화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속으로도 화를 내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일을 잘 처리하니까 귀부인께서, 실제로는 화를 낼 줄 알지만, 내게 화를 내지 않는 것일까? 내가 귀부인을 테스트해보면 어떨까?

 

16.

그래서 하녀 깔리는 해가 떠서야 늦게 일어났다. 그러자 장자의 부인 베데히까는 하녀 깔리에게 말했다.

 

‘얘야, 깔리야.

 

‘귀부인이여, 무슨 일입니까?

 

‘이렇게 늦게 일어나다니 어찌된 일이냐?

귀부인이여, 아무 일도 아닙니다.

 

‘못된 하녀야, 해가 떠서야 일어나고도 아무 일도 아니란 말이냐?

 

그녀는 분노하고 불쾌히 생각하고 하녀를 노려보았다.

 

17.

그러자, 수행승들이여,

하녀 깔리에게 이와 같은 생각이 일어났다.

 

‘귀부인께서 결코 화를 내보인 적이 없다. 그런데 실제로는 속으로 화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속으로도 화를 내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일을 잘 처리하니까 귀부인께서, 실제로는 화를 낼 줄 알지만, 내게 화를 내지 않는 것일까? 내가 귀부인을 더 테스트해보면 어떨까?

 

18.

그래서 하녀 깔리는 해가 떠서 더욱 늦게 일어났다. 그러자 장자의 부인 베데히까는 하녀 깔리에게 말했다.

 

‘얘야, 깔리야.

 

‘귀부인이여, 무슨 일입니까?

 

‘이렇게 늦게 일어나다니 어찌된 일이냐?

 

‘귀부인이여, 아무 일도 아닙니다.

 

‘못된 하녀야, 해가 떠서야 일어나고도 아무 일도 아니란 말이냐?

 

그녀는 분노하고 불쾌히 생각하여 하녀에게 욕지거리를 해댔다.

 

19.

그러자 수행승들이여,

하녀 깔리에게 이와 같은 생각이 일어났다.

 

‘귀부인께서 결코 화를 내보인 적이 없다. 그런데 실제로는 속으로 화를 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속으로도 화를 내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일을 잘 처리하니까 귀부인께서 실제로는 화를 낼 줄 알지만, 내게 화를 내지 않는 것일까? 내가 귀부인을 더 테스트해보면 어떨까?

 

20.

그래서 하녀 깔리는 해가 떠서 더욱 늦게 일어났다. 그러자 장자의 부인 베데히까는 하녀 깔리에게 말했다.

 

‘얘야, 깔리야.

 

‘귀부인이여, 무슨 일입니까?

 

‘이렇게 늦게 일어나다니 어찌된 일이냐?

 

‘귀부인이여, 아무 일도 아닙니다.

 

‘못된 하녀야, 해가 떠서야 일어나고도 아무 일도 아니란 말이냐?

 

그녀는 분노하고 불쾌히 생각하여 나무못을 집어 머리에 던지는 바람에 하녀의 머리가 깨졌다.

 

21.

수행승들이여,

그래서 하녀 깔리는 깨진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 이웃들에게 ‘귀부인의 친절한 행동을 보세요. 귀부인의 겸손한 행동을 보세요. 귀부인의 정숙한 행동을 보세요.’라고 불평하여 말했다.

 

수행승들이여,

그래서 이후부터는 장자의 부인 베데히까에게는 ‘장자의 부인 베데히까는 난폭하다. 장자의 부인 베데히까는 겸손하지 않다. 장자의 부인 베데히까는 정숙하지 않다.’라는 나쁜 평판이 나돌았다.

 

22.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이 세상에 어떤 수행승은 불쾌한 말을 만나지 않는 한, 지극히 친절한 자이고, 지극히 겸손한 자이고, 지극히 정숙한 자이다.

 

그러나 수행승들이여,

그 수행승은 불쾌한 말을 하는 자와 만나더라도, 지극히 친절한 자로 알려져야 하고, 지극히 겸손한 자로 알려져야 하고, 지극히 정숙한 자로 알려져야 한다.

 

(까까쭈빠마경-Kakacūpamasutta-The Simile of the Saw- 톱에 대한 비유의 경, 맛지마니까야 M21,전재성님역)

 

까까쭈빠마경(톱에 대한 비유의 경-M21).docx

 

 

 

 

anger

 

 

 

평소에 친절하고 겸손하고 정숙한 귀부인으로 알려져 있던 베데히카장자부인은 영리한 하녀의 약올림에 의하여 모든 것이 들통난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것도 단 세번에 들통 났다.

 

장자 부인은 처음에 화를 내었다. 두 번째는 욕지거리를 하였고, 세 번째에 마침내 분노가 폭발하여 하녀의 머리가 깨지게 만들었다. 이렇게 단 세  번 만에 본성이 여지 없이 드러나 버렸는데, 반드시 장자부인에 한한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비의 분노라고?

 

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쓸 때 참으로 난감하다. 이럴 경우 인내하기란 쉽지 않다. 부부싸움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는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하지만 감정이 격해지면 그야말로 피튀기는 싸움으로 발전된다. 이렇게 부부간, 부모자식간에 일어나는 싸움은 눈에 보이지 않는 피튀기는 전쟁과도 같다.  수행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법문을 듣다 보면 종종 큰스님들에 대한 일화를 듣는다. 그런 이야기 중에 성냄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제자들이 잘못 하였을 경우 혼쭐이 나도록 야단을 쳤다는 이야기이다.

 

성냄이나 분노가 번뇌를 유발하는 해로운 마음인데도 큰스님들이 화를 내는 것은 괜찮은 것일까. 이에 대하여 어떤 이는 자비의 분노라고 하였다. 제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성을 낸 것일 뿐 진짜 성을 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불구하고 화를 내었다는 사실 자체는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 부처님은 무엇이라고 말씀 하셨을까. 경에서는 불쾌한 말을 하는 자와 만나더라도, 지극히 친절한 자로 알려져야 하고, 지극히 겸손한 자로 알려져야 하고, 지극히 정숙한 자로 알려져야 한다라고 하였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그 어떤 경우에라도 화를 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경에서 베데히카장자 부인이 겉으로 친절하고 겸손하고 정숙하게 보였지만 어떤 경계에 이르렀을 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듯이, 수행자가 겉으로 친절하고 겸손하고 정숙해 보일지라도 어떤 경계를 만났을 때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화 내는 이에게 화 내지 말라

 

상대방이 화를 내며 나를 무시하는 말을 하고 있다. 더구나 비아냥거리며 약을 올리고 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닌 두 번, 세 번 연달아 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윳따니까야에 다음과 같은 부처님의 말씀이 있다.

 

 

Jaya ve maññati bālo vācāya pharusa bhaa,
Jaya
ve cassa ta hoti yā titikkhā vijānato.

Tasseva tena pāpiyo yo kuddha paikujjhati,
Kuddha
appaikujjhanto sagāma jeti dujjaya.

Ubhinnamattha carati attano ca parassa ca,
Para
sakupita ñatvā yo sato upasammati.

Ubhinna tikicchanta2 attano ca parassa ca,
Jan
ā maññanti bāloti ye dhammassa akovidāti.

 

 

말로 거칠게 꾸짖으면서 어리석은 자는 이겼다고 생각하네.

그러나 인내가 무엇인지 아는 자에게 승리는 돌아가리.

 

분노하는 자에게 다시 분노하는 자는 더욱 악한 자가 될 뿐,

분노하는 자에게 더 이상 화내지 않는 것은

이기기 어려운 싸움에 승리하는 것이네.

 

다른 사람이 분노하는 것을 알고 주의 깊게 마음을 고요히 하는 자는

자신만이 아니라 남을 위하고 그 둘 다를 위하는 것이리.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 모두를 치료하는 사람을

가르침을 모르는 자들은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네.

 

 

The foolish think it is victory to talk rough words.
Victory is to him, who heals the mind, knowing it.

So also it is demerit to arouse someone, who has aroused you
He that does not arouse someone in return has won a difficult battle.

He behaves for his own good and the good of the other
Knowing that someone is angry, if you appease yourself mindfully,

You heal both yourself and the other
Those not clever in the Teaching, think they are foolish
.

 

(아수린다까경-Asurindakasutta- The Brahmin Asurinda Bharadvaja, 상윳따니까야 S6. 1.3, 전재성님역)

 

  아수린다까경(S6. 1.3).docx

 

 

 

싸움을 걸어 오는 측을 보면 먼저 거친 말을 한다. 화를 내면서 욕설을 퍼붓고 모욕과 수치스러움을 안겨 주는 말을 한다. 이렇게 거친 말을 하였다고 하여 그가 이겼다고 볼 수 있을까. 목소리만 크다고 이기는 것일까.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인내(titikkhā, forbearance)’하는 것이라 하였다. 이는 화내는 이에게 같이 화를 내지 않는 것을 말한다. 화내는 이에게 화를 낸다면 화내는 이와 똑 같은 자가 되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화내는 이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부처님은 주의 깊게 마음을 고요히(sato upasammati)”하라고 하셨다. 이는 알아차림(sati)’을 말한다. 화내는 그 모습을 알아차리라는 것이다.

 

수행의 힘으로

 

하지만 이와 같은 알아차림은 결코 쉽지 않다. 화내는 이를 향하여 자신도 모르게 화를 내 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수행이 필요하다. 수행의 힘으로 분노를 극복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을 때 이를 수행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사띠빳타나경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안으로 분노가 존재하면

‘나에게는 안으로 분노가 있다.’라고 분명히 알고,

 

안으로 분노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에게는 안으로 분노가 없다.’라고 분명히 알고,

 

아직 생겨나지 않은 분노가 생겨난다면

생겨나는 대로 그것을 분명히 알고,

 

이미 생겨난 분노를 버리면

버리는 대로 그것을 분명히 알고,

 

이미 버려진 분노가 미래에 생겨나지 않는다면

생겨나지 않는 대로 그것을 분명히 안다.

 

(사띠빳타나경-Satipaṭṭhānasutta- Establishing Mindfulness-새김의 토대애 대한 경-염처경, 맛지마니까야 M10, 전재성님역)

 

사띠빳타나경(새김의 토대애 대한 경-염처경-M10).docx

 

 

 

경에서 법에 대한 관찰에 대한 것이다. 다섯가지 장애중의 하나인 분노를 알아차리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분노가 일어 났을 때 마치 제3자가 관찰하듯이 나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알아차리자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객관명상이라고 한다.

 

또 하나의 방법

 

이렇게 객관적으로 알아차림에 의하여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데, 맛지마 니까야에서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

 

 

벗들이여,

만약 어떤 수행승을 다른 자가 꾸짖고 질책하고 분노하여 상처를 준다면, 그는 이와 같이

 

‘나에게 이 청각의 접촉으로 괴로운 느낌이 생겨났다.

그것은 조건으로 생겨났으므로 조건이 없으면 소멸한다.

무엇을 조건으로 하는가? 접촉을 조건으로 한다.

 

라고 알아야 합니다.

 

그는 ‘접촉은 무상하다.’라고 보고,

‘느낌은 무상하다.’라고 보고,

‘지각은 무상하다.’라고 보고,

‘형성은 무상하다.’라고 보고,

‘의식은 무상하다.’라고 봅니다.

 

그래서 그는 이와 같이 대상의 세계가 무상함을 마음으로 꿰뚫어 보아 신뢰와 안정과 해결을 얻습니다.

 

(마하핫티빠도마경-Mahāhatthipadopamasutta The Major Disourse on the Simile of the Elephant's Footprint- 코끼리 자취에 비유한 큰 경, 맛지마니까야M28, 전재성님역)

 

  마하핫티빠도마경(코끼리 자취에 비유한 큰 경-M28).docx

 

 

 

어떤 사람이 나를 심하게 꾸짖고 질책한다. 심지어 욕설까지 하며 상처를 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욕하는 이에게 욕설로 대해야 할까. 화 내는 이에게 역시 분노로 대응해야 할까.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한 가지 방법을 알려 준다. 그것은 접촉에 대한 것이다.

 

지금 내가 상대방으로부터 갖은 욕설과 비난과 비아냥을 받았을 때 그것은 나의 귀를 통하여 전달 된 것이다. 귀라는 감각기관과 소리라는 감각대상이 맞부딛쳐 청각의식이 생겨 나는 것이다. 그래서 욕설, 비난, 비아냥을 인식하게 되는데, 이때 최초의 접촉이 이루어진다. 이를 12연기에서 감각접촉(passa)이라고 한다.

 

 이 접촉을 조건으로 느낌이 일어난다. 그런 느낌은 세 가지 중의 하나이다. 싫은 느낌(苦受), 좋은 은낌(樂受), 싫지도 좋지도 않은 느낌(不苦不樂受)이다. 이 중 듣기 싫은 소리는 괴로운 느낌(苦受)일 것이다.

 

그래서 이 괴로운 느낌에서 벗어나기 위한 갈애가 일어난다. 그 결과 욕하는 이에게 욕하게 되고, 화내는 이에게 화를 내게 되어 결국 똑 같은 사람이 되어 버린다.

 

그런데 부처님은 느낌 단계에서 알아차릴 것을 말한다. 어떻게 알아차려야 하는가. 접촉, 느낌, 지각, 형성, 의식이 무상함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화를 내면 아수라장으로

 

상대방에게 욕설을 들었을 때 그로 인한 괴로운 느낌은 영원한 것은 아니다. 단지 일어났다가 사라질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낌에 집착한다면 새로운 업을 짓게 된다. 상대방과 똑 같은 업을 짓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아수라장이 되는 것이다. 일시적으로나마 아수라세상에 있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화를 자주 내는 자는 죽어서 아수라에 태어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 아수라세상은 있기나 한 것일까.

 

흔히 회의론자들은 세상을 삼계로 나누고 육도 윤회하는 것에 대하여 회의적이다. 육도 중에 인간과 축생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믿을지 모르나 자신의 감각적 인지 능력이 작용하지 않는 지옥, 아귀, 아수라, 천상의 세상에 대해서는 믿음을 유보하거나 허황된 주장이라 한다.

 

31가지 세상은 존재한다!

 

하지만 불교의 세계관에 따르면 31가지 중생계는 존재하는 것으로 본다. 어떻게 존재하는 것일까. 이에 대하여 마하시 사야도의 주석을 참고 하였다.

 

 

31가지 중생계는 불교의 세계관이다. 31가지 중생계는 중생의 마음에 있는 여러 현상이 외부로 반영된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서 중생들이 거주하는 세계의 계층조직은 마음의 계층조직을 그대로 투영한 것이어서 이 둘은 상응하는 것이다.

 

생명체들이 사는 세상이나 마음의 경지는 참으로 많고 다양하기 때문에 이것을 정신적 깊이나 수행의 정도에 따라서 분류한 것이 31가지 중생계이고 이것은 크게 삼계(三界, ti-loka)로 나눈다.

 

여기서 분명히 알아야 하는 것은 삼계는 세상(bhumi/loka)과 마음(citta)의 두 가지에 다 적용되는 용어라는 점이다.

 

세상으로서의 삼계(三界)

 

먼저 세상으로서의 삼계(三界)를 살펴본다. 욕계는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육욕천(六欲天)이다. 색계는 초선천(初禪天)부터 사선천(四禪天)까지의 16가지 색계천(色界天)이다. 무색계는 공무변처천(空無邊處天)부터 비상비비상처천(非想非非想處天)까지 4가지 무색계천(無色界天)이다.

 

앞에서도 밝혔지만 세상은 모두 중생들 마음의 반영이다. 그러므로 욕계는 다양한 감각적 욕망(kāmā)에 휩싸인 심리상태를 가진 중생들이 사는 곳이다. 색계는 색계선(色界禪)이라 불리는 초선부터 사선까지의 선정의 심리상태에 있는 중생들이 머무는 곳이고, 무색계는 무색계 사선의 심리상태를 가진 중생들이 머무는 곳이다. 그리고 이들 31가지 중생계, 즉 삼계(三界)는 갈애(tahā)를 근본으로 한다. 그래서 주석서는 욕계란, 감각적 욕망에 대한 갈애(慾愛, kāma-tahā)가 지배하는 곳이고, 색계와 무색계란 존재에 대한 갈애(有愛, bhava-tahā)가 남아있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마음으로서의 삼계

 

두 번째로 마음으로서의 삼계를 살펴보겠다. 아비담마에서는 우리의 마음상태를 크게 ① 욕계마음(kāmāvacara-citta), ② 색계마음(rūpāvacara-citta), ③ 무색계마음(arūpāvacara-citta), ④ 출세간의 마음(lokuttara-citta)의 넷으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 색계마음은 초선부터 제4선까지의 근본집중(appanā-samādhi)에 든 심리상태를 뜻하고, 무색계마음은 무색계선에 든 상태를 뜻하며, 선정 즉 근본집중의 경지에 들지 않은 나머지 모든 심리상태를 욕계마음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열반에 든 심리상태를 출세간의 마음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므로 욕계에 있는 인간이 초선에 들어있으면 그때 그는 욕계에 머물지만 색계마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욕계에 있는 인간이 열반을 실현하면 그는 욕계에 머물지만 그의 마음은 삼계를 벗어난 출세간의 경지이다.

 

 

이처럼 삼계는 세상과 마음의 두 측면에서 이해해야 하고 삼계를 분류하는 가중 중요한 기준은 바로 선정(근본집중)이다. 색계와 무색계는 근본집중의 증득 없이는 불가능한 마음이고 세상이다.

 

한편「청정도론」은 “계(, sīla)는 나쁜 세계를 뛰어넘는 수단을 나타내고, 집중(, samādhi)은 욕계를 뛰어넘는 수단을, 지혜(, paññā)는 모든 존재(삼계)를 뛰어넘는 수단을 나타낸다.”라고 적고 있다.

 

비록 선정이 감각적 욕망을 극복하고 뛰어넘는 수행은 되지만, 생사윤회의 근본원인인 갈애와 무명을 타파하는 지혜(paññā)가 없이는 삼계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삼계를 설하신 것은 단순히 세상을 분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집중을 닦아서 감각적 욕망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나아가 제법의 무상·고·무아를 통찰하여 삼계의 속박에서 벗어날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이다.

 

(31가지 중생계, 마하시사야도의 초전법륜경)

 

 

형성조건

생성방식

명 칭

수 명

분류

(31) 비상비비상처천(非想非非想處天)

84,000 대겁

무형상

화생

(30) 무소유처천(無所有處天)

60,000 대겁

(無形象)

(29) 식무변처천(識無邊處天)

40,000 대겁

(28) 공무변처천(空無邊處天)

20,000 대겁

(27) 색구경천(色究境天)

16,000 대겁

정거천

(26) 선견천(善見天)

8,000 대겁

(淨居天)

(25) 선현천(善現天)

4,000 대겁

사선

(24) 무열천(無熱天)

2,000 대겁

(四禪)

(23) 무번천(無煩天)

1,000 대겁

화생

(22) 무상유정천(無想有情天)

500 대겁

(21) 광과천(廣果天)

500 대겁

삼선

(20) 변정천(遍淨天)

64 대겁

(三禪)

화생

(19) 무량정천(無量淨天)

32 대겁

(18) 소정천(小淨天)

16 대겁

이선

(17) 광음천(光音天)

8 대겁

(二禪)

화생

(16) 무량광천(無量光天)

8 대겁

(15) 소광천(小光天)

2 대겁

초선

(14) 대범천(大梵天)

1 무량겁

(初禪)

화생

(13) 범보천(梵輔天)

1/2 무량겁

(12) 범중천(梵衆天)

1/3 무량겁

(11)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

16,000 천상년

 

믿음

(10) 화락천(化樂天)

8,000 천상년

보시

화생

(9) 도솔천(兜率天)

4,000 천상년

지계

(8) 야마천(耶麻天)

2,000 천상년

(7) 삼십삼천(三十三天)

1,000 천상년

(6) 사천왕천(四天王天)

500 천상년

오계

태생

(5) 인간(人間)

정해지지 않음

인간

성냄

화생

(4) 아수라(阿修羅)

정해지지 않음

아수라

우치

태생난생

(3) 축생(畜生)

정해지지 않음

축생

인색

화생

(2) 아귀(餓鬼)

정해지지 않음

아귀

잔인

화생

(1) 지옥(地獄)

정해지지 않음

지옥

 

형성조건에 따른 31개의 세상

  형성조건에 따른 31개의 세상.docx

 

 

마하시사야도의 법문집 초전법륜경에 실려 있는 31가지 중생계에 대한 설명은 아미담마 논장의 주석과 같은 것이다.

 

삼계라 불리우는 31가지 세상은 중생들이 거주하는 세상으로서의 삼계와 마음으로서의 삼계 이렇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하였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세상으로서의 삼계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각자 지은 업에 따라 태어나는 적합한 세상을 말한다. 동물이 축생계에 속하듯이 선정 수행을 한자는 그 공덕으로 색계나 무색계에 태어나는 것 등을 말한다. 이는 형성조건에 따른 것이다.

 

끼리끼리 논다

 

경전과 주석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잔인한 사람이나 살생을 저지른 자는 지옥에 나고, 인색하거나 지나치게 집착이 강한 자는 아귀의 세상에 나고, 어리석고 탐욕이 많은 자는 축생으로 태어나고, 분노와 적개심과 증오에 가득 차 늘 화를 내는 자는 아수라의 세상에 태어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렇게 악처에 태어나는 자가 있는가 하면 선처에 나는 자들도 있다.

 

오계를 지키면 인간으로 태어 나고, 보시 하고 지계하고 믿음이 있는 자는 욕계 천상에 난다고 한다. 또 자애와 연민과 함께 기뻐함과 평정 등 사무량심을 닦은 자는 범천에  태어난다고 하였다. 이렇게 각자 지은 업과 공덕에 따라 자신이 태어나기 적합한 세상에 태어나는 것으로 본다. 그래서 부처님은 상윳따니까야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 하셨다.

 

 

수행승들이여,

뭇삶들은 세계와 관계를 맺고 그것과 어울린다. 저열한 경향을 가진 자들은 저열한 경향을 가진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탁월한 경향을 가진 자들은 탁월한 경향을 가진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히나디뭇띠까경-Hīnādhimuttika sutta- The Inferior Inclination -열등한 경향경, 상윳따니까야 S13.2.4, 전재성님역)

 

  히나디뭇띠까경(열등한 경향경-S13.2.4).docx

 

 

 

‘끼리끼리 논다’라는 말이 있다. 한자어로 ‘유유상종(類類相從)’을 말한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어울리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조폭의 세계는 조폭 특유의 마인드를 가진 자들의 집합체이듯이 마찬가지로 세상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존재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열한 경향을 가진 자들은 저열한 경향을 가진 자들끼리 관계를 맺고 어울리는 것이다. 소위 사악처라 불리우는 지옥, 축생, 아귀, 아수라의 세상도 다름이 아니다.

 

지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이렇게 비슷한 성향을 가진 존재들이 사는 세상이 있는 반면 인간들이 사는 세상에서도 삼계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마음으로서의 삼계라 하였다.

 

지금 화내는 마음을 가지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다. 그로 인하여 정신적인 고통을 받을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쌓아 놓은 모든 공덕을 파괴해 버린다. 분노할 때 자신의 얼굴을 거울로 본다면 어떨까. 굳이 자신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얼굴은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아수라세상에서 사는 존재들의 표정과 같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살생을 저지르고 있는 순간의 마음은 이미 지옥에 가 있는 것이다. 지나치게 인색하면 아귀의 세상에 가 있듯이 지금 마음을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 육도윤회 하는 것으로 본다.

 

이렇게 31개의 중생계는 중생들이 거주 하는 세상과 단지 마음을 내어서 알 수 있는 마음의로서의 세상, 이렇게 두 개의 세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부처님이 31개의 세상을 구분하여 설명한 것은 이와 같은 세상으로 벗어나자는 것이다. 중생을 윤회하게 하는 속박 들, 예를 들면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소멸하여 삼계에 나지 않게 하기 위함을 말한다. 삼계의 천상에 나는 것이 아니라 삼계를 벗어나기 위한 가르침을 제시하신 분이 부처님이시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에서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대표 되는 번뇌를 소멸해야 한다고 한다. 그중에 하나가 성냄인데, 이와 같은 분노의 극복에 대한 구체적인 가르침이 초기경전 도처에서 볼 수 있다. 법구경에서, 상윳따니까에서, 맛지마니까야 등에서 부처님은 어떻게 하면 분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부처님의 가르침을 떠 올리면 조금이나마 누그러지지 않을까.

 

 

 

2012-08-15

진흙속의연꽃

 

형성조건에 따른 31개의 세상.do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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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디뭇띠까경(열등한 경향경-S13.2.4).do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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